고방서예[3255]錦帶,李家煥(금대,이가환)20, 題紅葉(제홍엽)
題紅葉(제홍엽) 단풍잎
--이가환(李家煥, 1742-1801)-
自憐菲薄質 開落一聽天
자련비박질 개락일청천
不學靑松樹 空爭造化權
불학청송수 공쟁조화권
가녀린 바탕을 슬퍼하면서
피고 짐을 하늘에 내맡기누나.
푸르른 솔잎은 배우질 않고
조화의 저울질만 다투었구나.
菲는 '엷을 비', '엷다'를 뜻한다.
잎 넓은 붉은 잎 하나 주워 들고서 그 위에 적은 시다.
서리 추위를 못 이겨 땅으로 내려왔구나.
붉게 물든 얼굴빛은 수줍어 부끄러운 것이냐.
봄날 따스한 햇볕 받아
연초록의 손바닥을 내밀고,
이제 서리 맞아 붉게 변해 낙엽이 되었구나.
저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의 의연함을 배울 일이지,
어이해 조화의 저울질로
사람의 한 때 마음만 빼앗으려 드는게냐.
원문=錦帶詩文鈔[上] / 近體詩
題紅葉
自憐菲薄質。 (자련비박질)
開落一聽天。 (개락일청천)
不學靑松樹。 (불학청송수)
空爭造化權。 (공쟁조화권)
이가환은 본관은 여주(驪州). 자는 정조(廷藻),
호는 금대(錦帶)·정헌(貞軒). 이익(李瀷)의 종손으로,
증조는 이명진(李明鎭)이다.
할아버지는 이침(李沉), 아버지는 이용휴(李用休)이며,
어머니는 유헌장(柳憲章)의 딸이다.
천주교인 이승훈(李承薰)의 외숙이다.
학문적 교우로는 정약용(丁若鏞)·이벽(李檗)·권철신(權哲身) 등
초기 천주교 신자가 많았다.
1771년(영조 47년) 과거에 합격하고
1777년(정조 1년) 증광시 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다.
남인 채제공에 의해 발탁되고 정조의 신임을 받아
대사간, 대사성, 공조판서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