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기도 김옥춘 나 하얗게 분 바르거든 나 허리 휘게 손짓하거든 그대여 나그네 그대여 한 번만 바라보고 가주오. 단 한 번만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고 가주오. 나 하얗게 날거든 나 함박눈처럼 하늘에서 춤추거든 그대여 나그네 그대여 한 번만 웃어주고 가주오. 단 한 번만 사랑스럽다 칭찬해 주고 가오. 나 빈집처럼 바람 소리만 내거든 나 쓸쓸하게 울음소리만 내거든 그대여 나그네 그대여 한 번만 안아주고 가오 그래도 아름다운 삶이었다고 축복해주고 가오 2005.9.25 | 은행잎 노랗게 가을 깊어 가면 김옥춘 나도 물들고 싶다오 노랗게 나도 춤추고 싶다오 바람결 따라 그대여 바람이 되어 주오 나 그대가 되리다 노란 바람이 되리다. 나도 구르고 싶다오 피아노 선율처럼 나도 따라가고 싶다오 그대 가는 곳까지 그대여 바람이 되어 주오 나 그대가 되리다 노란 피아노 선율이 되리다. 2005.9.30 |
행복한 삶이란? 김옥춘 저벅저벅 걸어온 길 돌아보니 흔들리는 것 하나 없구나 날리는 것 하나 없구나 바람 소리만 가득하구나 저벅저벅 걸으며 세상을 보니 바람 이는 무성한 나무가 아름답구나. 애물단지 끌어안고 있는 이가 행복하구나 지워지더라도 발자국처럼 내 안의 피 이 세상에 조금만 남기고 간다면 그게 행복일 거야 썩어질지라도 씨앗 안의 잎사귀처럼 내 안의 생각 이 세상에 조금만 숨겨놓고 간다면 그게 아름다운 삶일 거야 2005.9.30 | 동네 공원의 도토리나무 김옥춘 쳐다만 보더니 흔들어 보더라. 흔들어 보더니 발로 차보더라 발로 차보더니 커다란 돌로 마구 친다. 사랑스러운 눈빛 고마워 도토리 한 알 주었더니 더 달래 조르는 맘 그래도 사랑인 것 같아 도토리 서너 알 주었더니 많이 달래 아파서 견딜 수 없어서 익은 도토리 다 주었더니 다 달래 죽을 것만 같아서 다 주었는데 다 가져가고 도토리 더 내놓으라고 커다란 돌로 마구 친다 무서운 어른들 가고 예쁜 꼬마들이 왔기에 도토리 주고 싶어 정신없이 찾고 있는데 꼬마들은 처음부터 돌로 치더라 약해서 덜 아픈데 가슴은 더 아프더라. 사람 맞을까 겁나더라. 이젠 바라만 보아도 무서워 떤다 다가오기 전에 단풍 만들어 털어버리련다. 2005.10.5 |
내 마음도 가을입니다. 김옥춘 가을 느낌으로 비가 내립니다. 낙엽 느낌으로 비를 맞습니다. 가을 느낌으로 바람이 붑니다. 억새 느낌으로 바람을 맞습니다. 가을 느낌으로 햇살이 따갑습니다. 곡식 느낌으로 햇살을 받습니다. 가을입니다. 내 마음도 가을입니다. 가을입니다. 가을도 나인 듯합니다. 사랑 기다리는 맘 붉기만 합니다. 2005.10.7 | 드라마란? 김옥춘 인생이란 적당히 꼬였다 풀리는 것이 아니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나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내 가족이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내 주변이다. 드라마란 꼬일 대로 꼬인 내 인생과 막힘없이 살아온 네 인생의 대비다 인생이 나라면 드라마는 너와 나이다. 2005.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