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예찬, 마음의 정원
손 원
집안에 정원하나 있으면 좋겠다. 아쉬운 대로 베란다에 화분 몇 개 수석 한두 점 정도면 족하겠다. 어떤 지인 집을 가 보니 나름의 정원이 있었다. 아파트 베란다의 좁은 공간에 화분 몇 개와 수석 몇 점 정도로 아무도 정원이라고 하지 않지만, 나는 정원으로 간주하고자 한다. 적잖은 화분과 수석이 있어 최소한 정원을 흉내 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에도 화분 몇 개는 있지만 정원은 아니다. 별다른 관심 없이 제멋대로 자란 화초 몇 점 있다고 정원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원은 가장 친숙한 힐링 장소다. 집안에 작은 정원이 있다면 늘 접할 수가 있다. 그 정도를 간이 정원 정도로 하자. 간이정원 이라도 가꾸는 데는 손이 많이 갈 뿐만 아니라 열정이 있어야 하고, 식물 생육과 조경에 대하여도 어느정도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규모와 관계없이 잘 가꾼 정원을 보면 경외감이든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관심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잘 가꾼 아름다운 정원은 이를 가꾼 자의 땀의 산물이다. 아름다운 정원은 수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한다.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일상을 즐겁게 해 준다.
사람의 발이 닿는 곳은 정원 아닌 곳이 없는 듯하다. 볼거리가 있고 사람이 가는 곳에는 반드시 정원이 있고, 정원 단장이 가장 우선인 듯하다. 정원을 볼 수 있는 것은 방문자에 대한 최고의 배려다. 반겨야 할 손님이 올 때 화분 한두 개로 손님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잘 가꾼 정원을 조망하면서 차 한잔 대접한다면 최고의 환대가 된다. 사찰이나 고택을 방문할 때 툇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면서 차 한잔 대접받는 것이 로망이기도 하다. 명소에는 반드시 정원이 있다. 명소를 들렀을 때 정원이 먼저 눈에 띈다. 잘 가는 사찰이 있다. 사찰입구의 오솔길을 걸어 작은 연못에 이르면 금붕어가 떼지서 다닌다. 연못 위 다섯 걸음의 돌다리를 지나 일주문에 이른다. 사찰 경내는 온통 정원이다. 정원수와 불탑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찰 전체가 정원인 듯하다. 아름다운 정원에 매료되어 한참을 즐기다가 경내로 들어가 참배하기도 한다.
사람의 손길로 가꾼 최고의 정원이 있는 반면 웅장한 자연의 정원도 있다. 명산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울창한 수목과 기암괴석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정원이다. 가까운 풀 한 포기부터 먼발치의 기암괴석, 아스라한 먼 산이 어우러진 풍광은 신이 내린 정원이다. 산길을 걸으면 끝도 없는 거대한 정원 속에 들어간 기분이다. 전국에는 정원명소가 많다. 자연정원도 좋지만 손길이 많이 간 정원에 찬사를 보낸다. 전남 순천에서는 국제정원박람회(10월 말까지)가 열리고 있다. 순천은 시 전역이 온통 정원이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국가적 지원으로 가꾼 정원이다. 시내 하천 양쪽의 넓은 땅에는 나무, 풀, 꽃으로 가꾼 아기자기한 정원과 호수, 개울, 온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스페인,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 정원이 조성됐다. 이번 박람회 목표 방문객이 800만 명이라고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뿐만아니라 순천의 국가 정원은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성공한 대표적인 관광시책이다. 인간 본성에 살갑게 다가간 아이디어가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비춰 보면 정원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듯하다. 거주지 주변에 수석 몇 개로 치장하는 것은 원시인도 했을 법하다. 인간이 상상하는 낙원은 정원이라 한다.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가 살던 곳도 정원이고, 동양의 무릉도원 역시 정원이다. 임사 체험을 했던 사람들이 고백하는 천국 역시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정원의 모습이다.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우리에게는 정원보다 공원이 익숙한데 공원이 공공의 장소인 데 비해 정원은 훨씬 오래되고 인간과 가깝고 친숙한 곳이다. 자연에 가해진 인간의 힘은 농토와 정원을 일과 휴식이라는 리듬으로 구성해 왔다. 인간은 미를 추구하고 심미적 안정감을 갖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여가 활동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과 창작활동을 하고 반려동물을 키우기도 한다. 사는 곳에 조그마한 공간이 있다면 꽃 몇 송이, 화단, 정원을 가꾸는 것이 본성이다.
가끔 집안의 화초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편안 해 진다. 우울한 마음이 싹 가시기도 한다. 바라보기도 하지만 나아가 나도 모르게 대화할 때도 있다. 화초는 화답한다. "주인님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저는 주인님 마음을 아름답게 해 드렸고, 대신에 주인님은 저를 아름다운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십니다." 팍팍한 세상사에 정원하나 가져보자. 그것도 가슴속 깊은 곳에 옮겨 가꾸어 보자. 가끔은 통째로 정원을 바꿔보자. 때로는 집안의 아담한 정원을, 때로는 웅장한 지리산을 마음의 정원으로 품어보자. (2023. 5. 13.)
첫댓글
손 작가님의 글을 읽고 저도 아파트 베란다에 잘 생긴 수석 하나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꾸미고 치장하는데 워낙 소질이 없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이라면 어설퍼도 한번 시도해 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