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 일상 23-7 “짝꿍, 오늘 이렇게 나와서 좋아?” 일요일 오후 경석씨와 간식을 구입하려고 증평읍으로 나왔다. 증평읍 농협 하나로 마트로 이동한다. “짝꿍하고 이렇게 나가니깐 좋아!” 경석씨가 이동하는 동안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짝꿍~, 이번에 간식은 잘 안 먹어 본 것으로 살까?” -경석씨- “경석씨~ 지금 먹고 있는 간식이 뭐죠?” “고소미, 치즈샌드, 초코파이...” “그럼, 이번에는 잘 안 먹었던 것으로 경석씨가 골라 보세요!” “응~” “짝꿍 그런데, 우리 엄마랑 통화해 봤어요?” “네, 왜요?” “우리 엄마 목소리 좋아요~ 들어봤어요?” “많이 통화하지 않아서 아직은 잘~...” “우리 엄마 목소리 멋지고 좋아요!”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경석씨가 엄마 자랑으로 신이 나 있다. 그러한 경석씨를 보면서 ‘엄마, 아빠가 그리운 가 보다’라고 생각을 하였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 도착하여서 경석씨의 뒤에서 쇼핑을 도왔다 경석씨를 앞세우니 간식구입부터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과자는 어디 있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침없이 하나로 마트 직원에게 경석씨가 질문했고 곧이어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크라운 산도, 파인애플 샌드, 마가렛트 마몬드, 빼빼로, 다이제스티브..등등 과자를 골랐다. 직원은 경석씨가 호명한 것들을 카트에 실으며 도왔다. “짝꿍~ 참, 주방 조리사님들에게 뭐를 사드리고 싶은데..!” “네? 왜요?” -직원- “밥 해주니깐 고마워서요~” -경석씨- “아~, 그럼, 경석씨가 알아서 골라보세요!” “껌 사다 드릴까? 짝꿍~” “글쎄요~” 경석씨가 다시 점원에게 가서 묻는다. “껌은 어디 있어요?” “바로 앞 진열대에 있습니다.” -점원- “감사합니다.” 직원도 옆에서 경석씨를 거들었다. 경석씨는 처음에 껌을 찾다가 맘에 들지 않은지 결국 목캔디용 사탕 3개를 구입한다. “이거 주방 조리사님들 갖다 줄께요~” “네~“ 간식을 구입하면서 실내화도 함께 구입했다. 예전에 경석씨가 휠체어 이동 중에 자주 문이나 벽에 부딪히면 발이 아플 것 같다는 김호준 복지사님의 제언이 있었고, 실제로 경석씨에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여 오늘 나온 김에 구입하였다. 쇼핑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어느 때 보다 경석씨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거 다 해서 얼마예요?” 경석씨가 카운터의 직원에게 묻는다. “56,960입니다.” -카운터 직원- 휠체어 그물망 주머니에서 체크카드를 꺼내 경석씨에게 전달했고 그것을 건내 받은 경석씨가 직접 결재를 진행한다. “영수증하고 카드는 짝꿍이 맡아 주세요~” “네~” 쇼핑을 마친 경석씨가 웃으면서 직원에게 벚꽃 구경을 가자고 제안을 한다. “짝꿍~ 며칠전에 재성이형이 갔었던 곳에 가고 싶어!” “벚꽃 보러 보강천 갔는데.. 거기요?” “네~” 경석씨는 사실 금요일에 벚꽃나들이 나가는 재성씨와 함께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렇지만, 직원이 혼자서 2명을 돕기가 어려우니, 다음에 따로 가자고 경석씨께 양해를 구했었다.
보강천에 도착했을 때 “어? 여기~예전에 직지에서 와 본적이 있어요!”라고 경석씨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휴일이라 그런지 말 그대로 많은 인파로 보강천이 북적거렸다. 텐트치고 노는 사람들, 돗자리에 앉은 연인들, 반려견과 나온 사람들, 롤러스케이트 타는 어린이들...그야 말로 각양 각색의 사람들로 온 천지가 구경거리로 가득했다. 그 안에서 경석씨도 하나의 구성원이 되어 봄날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보강천변 벚꽃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직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경석씨는 아이스크림과 간식도 맛있게 먹는다. “짝꿍 나 너무 바쁠 것 같아~” “이번 달에 승희형네 놀러가야 하고, 엄마랑 식사도 하고, 5월에는 숭덕으로 기영이도 만나야 하니깐~”..
직원과 허물없는 대화를 이어가다가 문뜩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다고 전화를 하자고 경석씨가 제안을 한다. 경석씨 어머님께 다이얼을 눌렀더니, 부재중 안내문자가 날라 왔다. 일하고 있어서 통화를 못하신다는 내용이었다. 하는 수 없이 벚꽃 아래에서 인증샷을 찍었고, 카톡으로 보내드리면서 다음에 꼭 경석씨와 함께 자리를 하자고 했다. 경석씨 어머님도 일로 전화를 받지 못해 미안하다고 톡을 연이어 주셨다, 경석씨 벚꽃 사진도 맘에 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4월에 일정을 잡아서 다시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신다.
“짝꿍, 오늘 이렇게 나와서 좋아?” 경석씨가 직원에게 묻는다. ‘내가 물어야 하는 질문인데...’ -직원- 경석씨가 갑이 되어 버린 대화로 오늘의 나들이를 마무리 한다. ㅎㅎㅎ 오늘의 외출~ 그 주인공이 경석씨였음을 대변해 주는 마무리 때문에 기분이 참 좋다. 2023년 4월 3일 유원욱
간식 사러 가서 평소에 고마웠던 직원도 챙기는 경석씨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나 바쁠 것 같아"라는 경석씨 말대로 만날 사람, 찾아갈 곳이 늘어 경석씨의 삶이 더욱 풍성해 지길 기대합니다. -다온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