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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무적세가의 대문을 향해 보무도 당당히 걸음을 옮기는 사군명의 신
태가 훨씬 늠름했다.
비록 이번 일이 끝나면 거의 대부분이 윗사람으로 모셔야 할 사람들이지만 무
수한 고수들을 수하로 거느렸다는 것이 그의 위엄을 더하게 하는지도 몰랐다.
구대문파의 인물들 대다수는 미처 대문 안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대문 밖 들판
에 엄정한 질서를 유지하며 도열했고 사군명의 뒤를 따르는 사람은 일부에 지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고락을 함께 한 구태열이 표국의 기치를 들고 우측에, 국주라는 자
격으로 위사무에게 양보 받은 석백송이 좌측에, 그리고 위사무와 구룡회원들
인 각파의 장로들, 여덟 명의 표두들이 마차를 호위하며 좌우로 늘어섰고, 마
차 뒤로 백팔십여 명의 표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대문에서 대전까지 마당을 가로질러 길게 깔린 붉은 비단을 밟고 마당으로 들
어선 사군명이 말에 내렸다.
그리고는 대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아래 놓인 태사의에 앉은 금천후 앞으로 성
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의 거리가 일장쯤 됐을까.
걸음을 멈춘 사군명이 눈짓하자 구태열이 한 발 앞으로 나와 기치를 들고 옆
에 섰고 사군명은 힘찬 동작으로 옷자락을 펄럭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름대로는 첫 표행을 나선 날, 고승후가 곡식바리의 화주였던 시골촌로에게
한 것과 같은 동작을 취한다고 했으나 제대로 된 건지 사군명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나 목소리만큼은 고승후보다 훨씬 우렁찼다.
"대명 만력 삼년 오월 십칠일. 항주 세권표국의 표사 사군명과 구태열외 천백
팔십칠 명은 봉래도 도주 설태천 어르신이 맡긴 표물을 무사히 운송하여 북경
무적세가의 가주 금천후 어르신께 전달합니다!"
말을 끊고 깊숙이 허리를 숙인 사군명이 품속에서 금실로 수놓은 비단을 꺼냈
다.
"물목은 화주께서 비밀을 요구하셨기에 밝히지 못하나 확인하시고 수결해 주
십시오!"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물목을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는 사군명의 태도가
우스꽝스러우련만 누구도 감히 얼굴을 풀지 못했다.
단 한사람, 웃음을 참느라 피가 나도록 깨문 입술 사이로 헛바람 빠지는 소리
를 흘리는 왕년의 표두만 빼고…….
"……."
금천후 역시 신중한 태도로 비단 주머니를 받아들고 봉서를 꺼내 물목을 확인
했다.
<봉래도 군주 설운교>
아주 간단하나 필히 보안을 유지했어야 할 물목이었다.
"……?"
두 손으로 봉서를 펼쳐들고 난감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던 금천후가 말문을 열
었다.
"한데…… 수결은 어디다 하는가?"
"아무 곳에나 하시면 됩니다."
그때, 뒤에서 또 다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잠시 들린 듯 했으나 자신도 캥
기는 게 있는 사군명은 돌아보지 않았다.
금천후가 마침내 아무 데나 수결을 하고 물목이 적힌 물표를 건네자 사군명은
다시금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본 표국과 거래해 주신데 대해 국주를 대신해 감사드리며 무적세가의 건승을
빌겠습니다!"
청량한 하늘위로 울려 퍼지는 사군명의 우렁찬 음성이 옥천산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더욱 시원스럽게 좌중의 귓가에 메아리쳤다.
▣ 뒷이야기
* * *
항주의 포구는 언제나처럼 활기에 넘쳤다.
만약 예전보다 조금이라 더 붐빈다면 삼 년 전부터 봉래도를 비롯한 해남의
특산품들을 싣고 오는 배들이 부쩍 늘어난 탓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아예 봉래도의 배들이 대놓고 정박하는 포구 귀퉁이의 선착장에는 세
권표국에서 나온 인부들이 정신없이 짐을 부리고 있었다.
하나 땀흘리는 놈 있으면 팔자 편한 놈도 있는 법.
인부들을 인솔해 온 두 명의 표사는 산더미처럼 쌓인 짐더미 옆 차일에서 한
담을 나누느라 열심이었다.
"이봐! 거 왜 삼 년 전에 말이야……."
"또 그 얘긴가? 사람이 어째 틈만 나면 옛날 일을 가지고 떠드나 그래."
주걱턱이 날카로운 사내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뱁새눈의 사내가 통박을 줬다.
"그게 어째서 옛날 일이야! 아, 사 표두가 지금도 우리랑 일을 같이 하는데
그럼 사 표두도 옛날 사람인가?"
"됐네, 알았으니 뭘 알고 싶은지 물어 보게."
"진작 그럴 것이지……."
주걱턱의 사내가 입술에 침을 바르며 바짝 다가앉았다.
"당시에 봉래도주하고 청풍일수가 먼저 붙었다며?"
"그랬지."
"한데 말이야, 봉래도주를 어렵지 않게 꺾은 청풍일수가 왜 굳이 가만히 있는
무적세가주를 건드려서 개망신을 당했는지 그게 생각할수록 아리송하단 말이
야?"
"난들 아나! 정히 궁금하면 무당산에 다시 들어간 청풍일수를 찾아가서 물어
보게."
"이런 젠장, 벌써 신선이 돼서 우화등선했다는 양반을 어떻게 만나나!"
"우화등선은 무슨…… 그저 사람들 만나기가 귀찮으니까 제자들 시켜서 헛소
문을 퍼뜨린 거지."
"하긴……. 근데 무적세가주가 청풍일수를 꺾고 나서 청풍일수한테 고맙다고
절을 했다는 게 진짠가?"
"모르지, 청풍일수가 만신창이가 된 무적세가의 체면을 살려주느라고 일부러
져줬다는 얘기가 맞으면 절했다는 것도 사실일 테고 그게 아니면 절을 했을
리도 없지."
"봉래도주가 청풍일수하고 무적세가주의 비무를 지켜보고는 과연 중원은 위대
한 땅이라고 했다는데 그런 또 무슨 소리야?"
"아이고, 그만 하세! 우리 사 표두하고 봉래신장만 비무장에 있었을 뿐 세가
의 소가주도 구경을 못한 일이야.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판에 난들 어
찌 알겠나? 그리고, 그 양반들이 뭐라 그랬든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가!"
"사 표두한테 술이나 잔뜩 먹이고 털어놓으라 그럴까?"
"에라, 이 사람아. 사 표두가 술 취하는 거 봤어? 표물을 바꿔치기 해서까지
얻은 마누라가 애 하나 낳고 나더니 그렇게 강짜가 심하대요."
"하긴 술이 취해서 들어가거나, 국주 하사금을 뚱치기라도 하면 아예 사람을
잡는다는 얘기는 나도 들었네."
"그래도 그 마누라가 용한 편이야……."
"뭐가 용해, 무적세가 며느리 자리는 동생 주고, 자기는 표사 마누라가 돼서?
"그것도 그렇지만 그때 죽은 최흘이 어머니를 끽 소리 않고 봉양하잖나. 그뿐
이야? 해마다 그 때 죽은 표사들 기일이 되면 꼭 절에 가서 제를 올린 대요."
"네미랄, 이제 삼 년이야. 지금이야 그때 고마움이 아직 생생하니까 그렇겠지
만 더 두고 봐야 아는 거야.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데……."
"자네 왜 사 표두 마누라 얘기만 나오면 신경질인가? 혹시 먼저 사 표두가 운
남으로 표행 나갔을 때, 그 여편네한테 찝쩍거리다가 된통 당했다는 소문이
사실 아냐……?"
"어느 시러배 아들놈이 그래? 누가 본 놈 있어! 본 놈 있으면 나오라 그래!"
"크흐흐…… 펄쩍 뛰는 게 아무래도 냄새가 나는데……."
따가운 땡볕 아래 땀흘리던 일꾼들이 차일 아래서 노닥거리는 두 사람을 못마
땅하게 흘끔거리는 이곳은 항주 포구였다.
삼 년 전 어느 날, 천하의 운명이 어쩌고 하던 문제의 그 표물이 중원에 첫
발을 디딘 항주 포구였다.
<大尾>
▣ 저자 소개
천중행
본명 : 박재영. 서울 출생.
≪검한몽≫, ≪팔왕예조≫, ≪용투야≫, ≪삼랑소≫ 등 삼십여 편의 장편무협
소설을 창작했으며, 천중화 씨와 합작으로 ≪칠기무제≫, ≪군≫, ≪제군본기
≫ 등 십여 편을 창작, 총 사십여 편의 창작무협소설을 썼다.
만화가 황성 씨 작품 <살인투>, <팔왕결>, <신검부>와 박원빈 씨 작품
의 <검은 바람>, <검은 훈장>등 30여 작품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장삼
본명 : 강남철. 횡성 출생.
한양대학교에서 사학을 공부하고
출판사를 경영하다가 무협소설계에 입문.
그동안 애독해 주시고 댓글로서
격려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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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즐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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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 기다리겠읍니다
고맙습니다
즐~~~~감!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만 대미가 좀 그러네요.. 사군명과 엇갈린 운명등으로 인하여... 연애소설이 적당히 가미되어야 좋은데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날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작품도 기대됩니다 ❤️
즐겁게 읽었네요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즐겁게 보고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꾸벅꾸벅
잘 보고 갑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표물목록 변조가 압권이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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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
덕택에 재미있는 사간을 보내었읍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젠 무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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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깁니다~~~ 그동안즐거워
ㅅ
다시읽어도 재미있네요 즐감, 감사합니다.
단숨에..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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