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첫대회 참가.
추억에 남을만한 대회였다.
요즘 카페 게시판에서 대회참가 후기를 찾아보기가 가뭄에 콩나는것 보다 더 귀해져버렸다.
그렇게 많이 참석한 다대포대회나 경주대회후에도 별다른 행사 주최팀의 공식적인 후기외엔 개인적인 후기가 없었던 것 같고.
꼭 첫풀, 첫하프, 첫출전등의 "첫"자가 아니어도 될것 같은데.
달리기 열기가 식은 것인지, 인제는 마라톤의 산전수전 다 겪고 새삼스럽게 별다른 감흥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할 마라톤 갱년기가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카페에 들어오시는 분께 달리기 대회의 냄새라도 맡게하고자...글재주 없음의 부끄럼을 무릅쓰고.
<시작>
요즘도 마라톤대회 간다고 찰밥해주는 집 있습니까?
아직까지도 해주신다고요...하이고야 참 별시럽습니다. 예! 10키로 대회에 가도 해주신다고요. 허참~! 할 말없고요.
우리사 뭐 못가라고 *랄만 안하는게 어딘데.
엊저녁에 해놓은 밥한공기-김-국 뎁혀서 소리안나게 꼴가닥하고 그 추운 일요일 새벽 바람을 맞으
면서 52번 첫버스를 타러 고갯길을 올라가는 신세가 참 처량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내가 왜 이짓을 하는지 모르지만 인제는 한달에 한번은 이렇게 바람을 안쐬면 안되게
되어버렸으니 나중에 끊을려면 고생 좀 하겠죠.
그 첫버스에는 한눈에 봐도 마라톤대회 참가 복장을 한 노년달림이분이 턱하니 앉아 계십디다. 결
국 같이 내리고 같이 전철 화장실가고...셔틀버스도...씨익~~
셔틀버스에 오르고...차는 출발하고...실내등은 꺼지고 모두들 수면시간...조용히.
음식냄새에 눈을 뜨니 사천휴게소.
다들 내리고 3명이 차안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네요. 그것도 모르고 쿨쿨~~
커피2잔을 5명이 나눠먹고...커피를 나누면서 5형제의 의를 맺는건지
차창밖으로는 계속해서 눈이 제법 쌓여있다.
광양을 들어서고 여천을 들어서도 눈이 보인다.
날씨가 은근히 걱정되었지만 겨울대회는 겨울다워야 겨울대회겠죠.
<대회장 도착>
내리는 순간. 죽었다고 복창해심다.
갯가의 바람. 출발 아치도 못세울 정도라니...아이고 추워라...
복장은 짧은거, 중간거, 긴거 세가지를 준비해갔더랬는데 주저없이 긴걸 입고 모자+장갑+귀마개+썬
거라스+(다른이는 입마게+바람막이등등)
아이고 추워라.
그래도 그 와중에 한여름 복장으로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긴 걸 준비 안해온건지 아님 추위에
별 감각이 없어서인지 모를 일이지만..
여자나 남자나 고수들은 역시 모두가 짧은 복장들이었다.
<출발>
'박-최-정-안-유'
도착해서 만날 장소를 정하고 각자 출발한다.
2.5키로지점의 긴 오르막을 필두로 그냥 언덕이 몇 개인지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내리고만 반복
한 기분이다.
가끔씩 나오는 나름대로의 평지는 맞바람에 고생하고.
그러나 오고가면서 바라보는 해안가의 마을과 섬들 그리고 해안선들...
고향이 생각났습니다.
언덕이 다리를 끌어당기고 바람이 앞을 막아도 눈만은 막지 못했죠.
풍광이 참 좋았습니다.
하기사 남해안 바닷가 어디를 가나 그리도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만 이렇게 힘든 코스를 뛰
면서 특히나 체력이 빠진 후반부에 내려다보이는 그 바다는 힘든 마음도 굴곡의 언덕도 쌩하니 부
는 바람도 평온~하게 다림질 해주는 그런 바다였습니다.
오늘의 목표.
출발때는 되는대로 뛰어보자 했는데 뛰다보니 최소한 여성주자 세명은 나를 추월하게 해서는 안되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반 첫 언덕후에 바로 여성 선두가 도망갔고 두번째 여성은 십몇키로까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하
면서 가다가 결국 또 앞서가 버리고.(참으로 오르막을 가볍게도 잘 올라가데요. 오르막에서 잡히고
평지에서 잡고하면서 제법 인연을 맺는가 싶었는데..)
반환점에서 칠십몇번째로 돌고보니 바로 수달지기님이 힘!하고 곧 최씨, 안씨, 정씨들도 보인다.
그렇게 쳐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대로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3시 출발차를 탈 수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면서.
몇 백m를 앞선 여성 두번째 주자를 잡기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한발 한발 야금 야금..오르막에서는 슬금슬금 내리막은 성큼성큼 평지는 사뿐사뿐.
아마 27~8키로 지점쯤에서 따라 잡은 것 같다.
한참을 앞서갔는데 급수대에서 보니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역시 소문난 값을 하는 코습니다" 한마디 건네고 한발앞서 출발하는데..결국 35키로 지점의 평지
맞바람에서 놓쳐버렸다.
서 있는 경찰에게 한마디 "경찰 아제요! 이 바람은 우째 단속 쫌 안됩니까"ㅎㅎ
하이고 또 긴긴 오르막이다. 저 앞에 보니 한명이 걷고 있다. 뒤를 보니 두명이 씩씩기리며 구보로
올라오고 있다. 죽어라 구보할까! 아님, 걷고 내리막에서 조질까! 갈등끝에 역시 현명한 결정...걷
자.
한 번 걸었으니 두번째 세번째 걷는 것이야 이런 추운날 오뎅국물 묵는 것보다 더 수월한 일.
세번정도 걸었다. 그래도 별로 나를 추월하는 사람이 없다.
그럼 그렇지 내가 걷는데 너거들이라고..ㅋㅎㅎ.
기록순위를 보니 오십몇등인걸 보면 반환후에 몇 번 걷고도 스무명정도를 뒤로 보낸 셈이다.
동네마다 우리의 할매할배님들이 손에손에 태극기를 들고 풍물소리에 맞춰 즐거운 응원을 해주신다
. 나도 풍물 가락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화답하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수없이 하면서
한 마을 한 마을을 접수해가면서 닥쳐올 오르막을 잠시 잊곤한다.
그 추운 날씨에 장갑도 안끼고 동네 꼬마들도 나와서 "화이팅~"하고 있다.
급수대 마다 어느 한 명도 빠지지않고 응원멘트를 다~해준다.
후반부에 그 투박한 손으로 귤을 까 주시던 할머니. 하얀 박하사탕을 주던 그 꼬마. 또 고향이 생
각났다. 행복하십시요.
내고향에도 이런 바다, 이런 할머니, 이런 꼬마가 있을 것을...
3시간 30분내 골인을 최종목표로 삼고 가는데 38k지점에서 3:30페메가 나를 싸~악 앞질러 간다. 내
가 거리표시를 잘 못봤나 의심도 되고...조금 더 힘을 내야만 했다. 결국 그 덕택에 27분대 골인을
했다.(그 페메는 25분대)
그러나 골인을 한 후에는 굴 떡국 한 그릇, 막걸리 몇 잔, 갓김치에 그렇게 힘들었다는 생각은 어
느새 바람 타고 날라버렸는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러나 역시 호미곳 거제도의 코스가 힘들다고 해도 여수코스 보고 "큰형님"하고 고개 숙일만한 코
스다.(회야댐 오르막은 언덕이고 여기는 야산수준 정도라고나 할까)
금요일 정관 병산까지 한 세시간 반짜리 크로스컨츄리가 부담이 되었는지 역시 다리가 묵직해 오르
막을 찰 수가 없었던게 아쉬웠다.
모이기로 한 자리에 커피를 나눈 독수리 5인방이 큼지막한 비단보자기에 싸인 선물을 차곡차곡 쌓
아놓고 막걸리 몇잔을 또 나누고는 셔틀버스로 향한다.
가자 또 저녁에 고등학조 동기들 모임 가야한다. 버스야 가자.
최-유 콤비가 마련한 버스 뒷자리의 조촐한 뒤풀이가 참으로 쏠쏠한 즐거움이었다.
소주3병..에게게 딸랑 3병. 그러나 비상용이 있다. 쨔잔~팩소주3개..그러나 또 있단다. 최씨왈 '그
럴줄 알고 비상의 비상을 또 챙깄지 ㅋㅎㅎㅎ" 납작한 병2개.
탈탈 틀어묵고는 이런저런 씰데없는 소리들 구구절절. 3시간 만에 도착하니 운전 기사가 sub-3라나.
이것들이 아무데나 s문자를 갖다 붙이고 그래 썅! 가치 떨어지게 ㅎㅎㅎ
그러나 누구하나 다음에는 절대로 이 코스에는 안온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들~ 고통의 맛은
알아가지고 ㅎㅎ'
속닥하고 오붓한 참 좋은 겨울 마라톤 여행이었습니다.
이런 여행이 좋습니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고 그래서 또 다음 대회가 기다려지는가 봅니다.
마라톤은 풀이다. 이게 인내의 맛이고 한계의 맛이다.
첫댓글 재미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추워서 달리기는 고사하고 집에서 꼼짝도 안한 사람으로서 언제 선배님처럼 될런지...
글만 읽어도 힘이 들어가고 흥분되네요! 모두 수고했습니다.
어제의 맛바람이 얼마나 셌는지 집사람도 안됬다는 표정으로 반겨주네요. 세찬 바람과 연속된 언덕길이 달림을 방해했지만 자연풍광과 시골의 넉넉한 인심 그리고 재미있는 분들과의 여행길이 다음을 기약하게 만듭니다. 우팀장! 덕분에 잘뛰었고 간고등어 잘 보관중이오.
고통의 맛이라니... 달콤하게 들릴 정도네요... 후기가 탁월 하네요... 축하하고요...국어샘인가요?..자랑스럽네요.. 호호 ^^
고수만이 이런 글을 쓸수 있나봅니다~ 한줄한줄 베어있는 생생한 느낌이 마치 동영상을 보는듯 합니다~ ^^ 박-최-정-안-유 선배님 힘!!!
오랫만에 들어보는 갖난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후기 이네요....악천후 난코스에서 올해의 마라톤 첫 개시를 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저 처가에서 보이는 코스로, 여름에는 달릴만합니다.내년에는 함께 할 수 있도록 여수경찰서에 근무하는 처남에게 연락해 단속 확실히 하겠습니다. 감칠맛나는 후기....잘 묵었습니다.
빡샘 담에 나도갈련다. 요즘 공부할끼 넘 넘 만아서... 머리가 지근지근.. 맞난후기 버스속의 주로 good!!!
마라톤여행을 실감나게 느끼는 글입니다.
박-최-정-안-유 대단하다? 일달가니까 바람과 추위가 장난이 아니던데..
박선상님요... 진짜로 멋진 여행하셨네요... 징한글 잘 읽었습니다... "고통의 맛" 오늘의 어록으로 챙겨두겠습니다
난 코스 속에 피어난 마라톤 꽃 "박-최-정-유-안".....힘!!!
칼바람에 고바이, 힘든 만큼 발 맛도 대단했겠습니다. 내년에 옆지기랑 동반주하고 싶어지는 후기... 추워서 은지가 자봉 할 수 있을지..
박샘! 부상병 또한번 쥑이네~독수리 5형제 새해 뚜껑 잘 열고 높이 비상하기를 비나이다.
진정한 매니어, 프로의 모습이보입니다. 박+최+정+안+유,,,힘!!!!
내직업이 선생님이었더라도 썹3는 못했을 거라는 점을 이글을 읽고 이 이후로 인정합니다-박셈
이번 여수대회에서는 황당했어요..밀어내기 한판위해 줄을 15분선 후 내차례인데 휴지가 없어요..뒷사람도 냉정하게 안빌려줘요..할수없이........................ 휴지 구한후 20분 줄을 다시 섰어요..추운데 에고.
최봉익선배님 .00모자 제가 보관중입니다
잘 다녀오셨네요. 부럽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후기다운 후기를 보는것 같습니다. 담에는 지도 참가해 보고 싶어집니다. 박쎄규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