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어로 `끈적이다`라는 뜻을 지닌 `우브`가 이름으로 쓰일 만큼, 이 슬라임은 점성이 대단히 강하여 주위의 모든 것을 몸에 붙이고 다닌다. 땅을 기어가면 흙이 온몸에 달라붙고, 숲 속을 기어가면 온갖 나뭇잎들이 몸에 달라붙게 된다. 이런 우브 슬라임의 점성은 뛰어난 위장 효과를 발휘하여, 우브 슬라임들이 꼼짝 않고 서있으면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야생에서 먼지가 하나도 달라붙지 않은 우브 슬라임은 찾아보기가 극히 힘들다. 우브 슬라임의 끈적거리는 체액은 물에 씻으면 풀어지긴 하지만, 대부분의 슬라임들이 그렇듯 우브 슬라임 역시 물을 싫어하여 스스로 몸을 씻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생에 두 번 정도 몸을 씻는데, 항상 인적이 드문 곳에서 짧게 목욕을 마치곤 한다. 따라서 우브 슬라임들이 몸을 씻는 장면은 아주 희귀한 것으로, 이들은 몸에 먼지가 너무 많이 달라붙어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점성이 부족하여 이동이 불가능해졌을 때에만 몸을 씻는다. 하지만 우브 슬라임들은 자신들의 점성을 조절할 수 있어서 호흡이나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물질을 부착시키는 일이 극히 드물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미스터리하게도 이들의 목욕 주기가 보름달이 뜨는 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달이 생물체의 바이오 리듬에 영향을 준다`라는 다니엘 카르세스 경의 `만월론(滿月論 ; Full moon theory)`을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먼지가 하나도 달라붙지 않은 우브 슬라임의 색깔은 투명한 연보라색이며, 크기는 어른 머리통 두 개를 합쳐놓은 정도이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습기가 적고 어두운 동굴이다. 우브 슬라임들은 특이하게 나이가 들수록 몸 색깔이 짙어지며, 죽을 때쯤에는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보라색으로 변한다.
우브 슬라임들은 흙을 통째로 몸 속으로 빨아들여 몸 속에서 필요한 영양분만을 흡수한 후 남은 흙을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따라서 어디에서나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 개체 수 또한 대륙 전체에 걸쳐 많은 편에 속한다. 그렇지만 우브 슬라임은 천성적으로 겁이 많고 집단 서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만나기가 힘든 편이다.
이들의 전투력은 5 정도로 낮은 편이며, 위험하지 않은 슬라임 중하나이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이 몸집이 큰 우브 슬라임에 휘감기게 되면 헤어나지 못하고 그 강한 점성에 의해 질식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어른들조차도 장난을 치다가 끈적거리는 우브 슬라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당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 심한 장난을 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만약 우브 슬라임의 공격을 받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제일 먼저 주위에 있는 흙이나 돌멩이 등을 몸체에 뿌려 점성을 약화시켜야 한다. 일단 몸체의 점성이 약해지면, 힘이 약한 편에 속하는 우브 슬라임에게서 간단하게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우브 슬라임은 잡종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체 수가 워낙 많아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종의 하나이다. 우브 슬라임을 이룬 뿌리 종자의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색상과 몸집, 그리고 강한 점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우브 슬라임은 제국 서쪽 늪에 서식하며 역시 강한 점성을 지닌 `스웜프 슬라임`과 가장 거대한 몸집에 보라색 몸체를 가진 `기간테스 슬라임`들의 튀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외에도 다른 슬라임들의 유전 정보가 섞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많은 실험 결과 이 두 종자만 교배시켜 만들어진 개체에도 우브 슬라임과 비슷한 성질이 나타나고 있었다.
우브 슬라임들은 그 강력한 점성 때문에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끓는 물에 닿으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풀어져버리며, 다른 방법으로 요리를 한다 해도 몸체가 너무나 끈적거려 입 속으로 넘어가질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컷 우브 슬라임에게는 `우브론`이라는 해독 불능의 독소가 있어서 더욱 먹기가 불가능하다. 수컷에게만 있는 이 독소는 또한 암수가 똑같이 생겨 육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한 우브 슬라임의 성별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브 슬라임은 리베소라프의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우브 헤어 젤`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 우브 헤어 젤이라는 것은 머리카락에 발라 헤어스타일을 유지시키는 일종의 화장품으로, 마르는 속도가 빠르고 물에 닿으면 바로 풀린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마리의 우브 슬라임에서는 한 사람이 약 2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젤이 추출된다. 우브 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소 복잡한데, 일단 리베소라프의 상인들이 페라둔 제국의 슬라임 사냥꾼들에게 우브 슬라임을 대량으로 구입한 먼지 묻은 피층을 다듬어 국영 `알케미스트 팩토리(Alchemist Factory)`로 넘겨져 알케미스트 팩토리의 연금술사들에 의해 약간의 화학처리가 끝나면 우브 헤어 젤이 완성되는 것이다.
점성이 강한 우브 슬라임은 건축용 접착제로도 이용되는데, 역시 연금술사들에 의하여 약간의 화학 처리를 거치고 나면 아주 강력한 보라색 접착제로 변하게 된다. 비교적 고급 건축 접착제에 속하는 이 우브 슬라임 접착제는, 여러 마리의 우브 슬라임들을 고밀도로 농축시켜 그 점성을 강화시키는 원리로 만들어진다.
우브 슬라임은 먹을 수는 없지만 애완용으로 많이 길러지는데, 설정해주는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겉모습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흙을 뿌려주면 흙덩어리 갈색 슬라임이 되고, 나뭇잎을 깔아주면 초록색 잎이 달라붙은 슬라임이 되며, 꽃잎을 뿌려주면 온갖 색의 꽃으로 치장한 슬라임으로 변한다는 것은 분명히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잡종인 이유로 몸의 구성이 불완전한 탓인지, 수명이 한 달에서 두 달 사이로 매우 짧기 때문에 우브 슬라임을 계속 키우려면 그 안에 번식을 시켜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