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1월 30일,
문을 닫는 TBC 방송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고별방송.
기억하시죠? 이 시그널...
오래 기억해주세요...
오늘 끝 방송입니다.
안녕하세요, TBC 동양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저, 황인용입니다.
세상에는 가을이 오고
우리에게는 한 이별이 왔다고 절규한...
어느 시인의 싯귀가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을 파고듭니다...
오늘밤은...
오늘밤 만큼은...
누군가를 뜨겁게 몸과 마음을
전부 다 바쳐서 사랑하고 싶고...
또 그러지않고는 못 베길 것 같은
그런 심정입니다...
그동안 TBC를 아껴주시고 격려해주신 여러분,
'밤을 잊은 그대에게'
온갖 정렬과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이제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기위해
마이크 앞에 앉았습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가족 여러분,
예쁘고 고운 사연 보내주시고
이 프로그램을 아껴주신 애청자 여러분,
여러분의 참여와 애정에 무엇으로
감사.. 감사..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지금 이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주십사 하고...
때를 쓰고 싶습니다.
자꾸만 때를 쓰고 싶습니다.
영원히 기억해달라고...
이제 오늘은 제가 여러분께
마지막 엽서를 띄울 차례입니다.
저를 항상 젊게,
그리고 삶을 더욱 진지하게 살 수있도록 도와준
'밤을 잊은 그대에게'...
님을 떠나 보내는 마음으로
다음글을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드립니다...
'밤을 잊은그대에게'
너와의 만남은
나의 기쁨이었고,
나의 젊음이었다.
밤이면 밤마다
너와 더불어 즐거웠고,
간혹 괴롭고 슬픈밤엔
음악으로 달래주던...
'밤을 잊은그대에게' 너.
봄이면 새싹트는 밤에 너와 함께 속삭였고,
더운 여름 밤엔 뜨거운 열기로 너를 사랑했었다.
그리고...
낙엽지는 가을밤엔 남의 슬픈 사연에 눈물짓고,
기나긴 겨울밤엔 따스한 체온을 서로 나누며
추위를 잊기도 했었지...
이렇듯 밤이 좋아서
밤을 잊고
밤을 까먹는 사람들은
끊이질 않는데...
너를 마지막 보내는 황인용이 이 글을 남긴다...
- 밤을 잊은 그대에게 1980年 11月 30日 -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인 것 같습니다.
남은 오분이...
남은 오분이...
남은 오분이 너무 야속합니다.
십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분이 십분이 될 수는 없습니까...
아... 사분입니다...
안녕히계십시요...
안녕히계십시요...
저도 이제 헤드폰을 벗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