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추장을 비롯한 여러 명의 인디언들이 한 말을 류시화 시인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을 따뜻함과 아름다움으로 읽었다. 우리가 마땅히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야 할, 그러나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못한 삶의 지혜와 방식들이 주저리주저리 널려있었다. 정말 인디언들이 그렇게 살았다면 그들은 진정 평화롭고 행복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산다'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색깔과 모양에 따라 평안히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옳은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사는 길과는 또 다른 하나의 길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노자, 에픽테투스, 석가, 라즈니쉬,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등을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죽었다 깨도 실천하지 못할 말들이 씌어있긴 하지만, ‘아, 이런 세계도 존재하는구나'라는 가벼운 흥분만으로도 충분히 손닿을 곳에 둘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언들의 이름은 자연 그대로다. ‘발로 차는 새', ‘주먹 쥐고 서' 등등. 산티 수우족 가운데 ‘동쪽에서 온 사람의 삼촌'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다음은 그의 생각 한 토막이다. “문명인들은 정말 특이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하루를 여러 시간으로 나누고, 한 해를 여러 날로 쪼갠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해 가치를 따지며, 마침내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쓰레기라 여긴다. 그들은 아마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은행이라는 큰집에 돈을 맡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은행이라는 것이 없다. 우리는 돈이나 담요가 남으면 부족의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며, 필요할 때 그들에게서 얻어 쓴다. 주는 것이 우리에게는 은행인 셈이다." 슬프다. ‘동쪽에서 온 사람의 삼촌'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문명인)로 인해 자본주의가 발달되었고, 무기와 힘은 날로 강해졌으며, 그의 종족이 쫓겨나고 몰락한 바로 그 땅에 USA라는 ‘거대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