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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전문가’ 윤송이 박사가 만드는 과학면
최첨단 그래픽기술이 보여주는 영화속의 假想현실
영화 ‘매트릭스’의 쿵푸 장면은 그래픽의 극치
‘파이널 환타지’선 머리카락 6만개 한올씩 재현
실제와 한치라도 차이 있으면 怪奇영화로 둔갑
조선일보 과학면이 윤송이(26) 박사가 직접 쓰는 ‘사이버 세상’을, 임지순 교수의 ‘나노의 세계’, 김선영·황우석 교수의 ‘생명의 신비’와 함께 연재합니다. MIT대에서 인공지능(AI)을 전공한 윤 박사의 ‘사이버 세상’은 21세기 화두(話頭)인 디지털 세계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 것입니다. 윤 박사는 한국인 역대 최연소(24년 2개월) 박사로 기록돼 있습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현실 세계로 당...
영화 ‘매트릭스 ’는 3차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다.120대의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상상 속에서 그리던 장면을 영상으로 구현했다./조선일보 DB사진
매킨지 컨설팅 매니저, 26세, 인공지능(AI) 전공, 서울과학고 2년만에 졸업, KAIST(한국과학기술원) 수석 졸업, MIT 미디어랩(디지털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대학원)에서 3년6개월 만에 박사 학위 취득, 역대 한국인 최연소(24년2개월) 박사 , 미국 컴퓨터 공학협회 (ACM)가 수여하는 세계 최우수 학생 논문상 수상.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 ’의 여주인공 아키는 실제 사람만큼 생생하게 만들어졌다./조선일보 DB사진
[과학] 컴퓨터로 만든 배우가 스스로 연기하는 시대 올것
▲사진설명 : 영화 ‘매트릭스 ’는 3차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다.120대의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상상 속에서 그리던 장면을 영상으로 구현했다./조선일보 DB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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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과학면이 윤송이(26) 박사가 직접 쓰는 ‘사이버 세상’을, 임지순 교수의 ‘나노의 세계’, 김선영·황우석 교수의 ‘생명의 신비’와 함께 연재합니다. MIT대에서 인공지능(AI)을 전공한 윤 박사의 ‘사이버 세상’은 21세기 화두(話頭)인 디지털 세계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할 것입니다. 윤 박사는 한국인 역대 최연소(24년 2개월) 박사로 기록돼 있습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현실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난 99년 개봉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주인공 레오(Leo)를 맞이하는 인공 지능 컴퓨터 ‘The Matrix’가 던지는 인사말이다. 이 영화에서 초능력을 얻은 주인공 레오의 눈엔 총알이 느리게 날아온다. 주인공은 유연한 동작으로 총알을 피한다. 이런 주인공의 동작을 360도 각도에서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카메라의 작동과 한지(韓紙)를 바른 창을 통해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란 인사말은 어쩌면 컴퓨터인 ‘The Matrix’가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s) 기술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인사말인지도 모른다. 상상만 하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작가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영화 제작은 실제 공간과 같은 3차원의(3D·Three Dimensional) 모델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전체적인 공간의 선과 면, 그리고 표면의 재질을 현실과 똑같이 만드는 것은 3차원 모델을 구현하는 첫 번째 단계다. 그러나 때로는 3차원 모델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형물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 조형물의 뒷모습을 뺀 채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카메라가 실수로 뒷모습을 찍기라도 하면 매우 흉한 모습이 촬영돼 ‘괴기(怪奇)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만드는 삼차원 모델은 보통 컴퓨터가 이해하기 쉬운 삼각형과 사각형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실제 공간에서 레고 블록을 쌓듯, 컴퓨터 화면 위에 기하학적 도형을 조합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기법을 ‘기하학에 기초한 모델링(Geometry based modeling)’이라고 부른다. 도형을 여러개 이어 붙여 실제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컴퓨터 그래픽 예술가의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 실제 필자가 같이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했던 예술가는 외계인 캐릭터의 발바닥을 만드는 데 무려 2400개의 삼각형을 동원, 팀 전체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작은 삼각형을 많이 사용할수록 실제감이 증가할 가능성은 분명히 높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도형을 동원하면 컴퓨터의 부담이 늘어나 화면의 처리 속도가 느려지기도 한다.
‘기하학에 기초한 모델링’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이미지에 기초한 모델링(Image based modeling)’이다. 이 방법은 구현하려는 실제 구조물이나 배경을 사진으로 찍어 재구성한 뒤, 이를 기하학적 모양으로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레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은 ‘이미지에 기초한 모델링’의 결과다. 보통 하나의 장면을 만들 때 20개 정도의 사진만 있으면 흠잡을 데 없는 삼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 3차원 세트가 완성되면 색깔과 질감 등을 입혀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지금까지 설명한 작업은 ‘3차원의 공간에 빛이 있게 하는 것’에 비하면 간단한 일이다. 공간에 빛을 도입하는 작업은 매우 복잡한 수학과 ‘조명 감독’의 직감이 동시에 필요하다. 빛이 없으면 아무리 화려하게 칠해도 칙칙하게 보인다. 단순히 광원(光原)에서 나오는 빛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까다로운 것은 반사하는 정도가 다른 물체들이 각각 반사하는 빛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여기엔 엄청나게 복잡한 수학이 동원된다. 실제 사진이 현실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빛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에서도 수학적으로 계산된 빛이 모두 화면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영화 ‘매트릭스’로 돌아가 주인공 레오의 쿵후 솜씨가 십분 발휘되는 한지로 둘러싸인 방을 떠올려보자. 빛을 걸러서 통과시키는 한지 문을 통해 스며드는 빛과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강하게 들어오는 빛을 대비시킨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극치다. 이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꼽힌다.
가상공간에 사물이나 인물을 집어넣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빛의 반사도가 다양한 사물의 경우, 정확한 빛의 궤적을 그려내는 것이 힘들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반사되는 빛과 반사돼 비치는 주변 모습이 시시각각 어떻게 변할지를 계산해 조그만 눈동자
안에 구겨넣는 것은 여간 복잡한 작업이 아니다.
▲사진설명 :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 ’의 여주인공 아키는 실제 사람만큼 생생하게 만들어졌다./조선일보 DB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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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캐릭터들이 온몸에 털을 갖고 있거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휘날릴 땐 가상공간에 캐릭터를 구현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오는 털북숭이 주인공 슈렉이나 긴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파이널 판타지’의 여주인공 아키(Aki)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털 혹은 머리카락은 매 장면마다 따로 계산되어 화면에 구현된다. 아키의 경우 머리카락 수가 최대 6만개까지 한 화면에 나왔다. 1초의 영화를 만드는 데 보통 15~20개 화면이 지나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각각의 움직임을 계산해 화면에 그려내는 작업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캐릭터들이 입는 옷이나 피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도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그리는 것만큼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지난해 미 프로풋볼리그(NFL) 정상을 가리는 수퍼볼 경기를 TV로 지켜본 사람은 매트릭스를 관람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경기장 여러 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동시에 찍은 다양한 각도의 사진이 거의 실시간에 삼차원 모델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한 대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각도의 장면까지 동시에 보여준 이 기술은 숨겨진 엄청난 계산량을 고려할 때,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 정도를 보여주는 쾌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 이제 캐릭터에 정신을 불어넣을 차례다. 수십만개의 삼각형을 이용해 만들어진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성격과 취향을 가질 것이며, 매 장면에서 어떻게 움직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할지 결정하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캐릭터들이 손동작부터 표정까지 작가가 써 준 그대로 움직이는 연기를 해왔다. 그러나 캐릭터에 인공 지능이 부여돼 스스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캐릭터들은 자유로운 연기를 자유자재로 펼칠 것이다.
결국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윤송이 (26) 박사는
매킨지 컨설팅 매니저, 인공지능(AI) 전공, 서울 과학고 2년 만에 졸업, KAIST(한국과학기술원) 수석 졸업, MIT 미디어랩(디지털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대학원)에서 3년6개월 만에 박사 학위 취득, 역대 한국인 최연소(24년2개월) 박사, 미국 컴퓨터 공학협회(ACM)가 수여하는 세계 최우수 학생 논문상 수상.
■매트릭스 / 카메라 120대 동시촬영… 학자들 연구대상
■파이널 환타지 / 눈동자 등 사람처럼 생생한 캐릭터 ‘압권’
99년 개봉된 ‘매트릭스’는 놀라운 특수 효과로 SF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트릭스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 특수 효과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열연과 홍콩 스타일의 통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다. 국내에서만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2000년 아카데미상 4개 부문(편집·음향·음향효과편집·시각효과)을 휩쓸었다.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는 총제작비 8000만달러 가운데 2000만달러를 특수효과 비용으로 투입해 자신들의 꿈을 영상으로 실현시켰다.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2199년. 컴퓨터는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뇌세포에 ‘1999년으로 살아가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입력한다. 현실 속의 인간은 온몸의 자양분을 컴퓨터에 빼앗긴 채 머리 속에서만 1999년을 살아간다. 주인공들은 컴퓨터에 구속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컴퓨터와 사투를 벌인다는 줄거리다. 120대의 카메라가 배우들을 둘러싸고 1초에 100프레임씩 1만2000프레임을 찍는 초고속 촬영 방식과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시각 효과가 탁월하다. 남자 주인공인 네오가 날아오는 총알을 잡고 건물 벽면을 질주하는 황당한 장면까지 진짜처럼 만들어냈다. 현재 속편이 제작 중이다.
지난해 개봉된 ‘파이널 환타지’는 전 세계적으로 3300만개가 팔려나간 비디오 게임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 사람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22개국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모였으며 1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여주인공 아키의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빛나는 눈동자는 실제 사람처럼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