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기념 '세상구경' 도자기를 받고
2014/03/14
지나고 보면 참 눈 감짝할 순간의 세상 구경이 지만 수많은 인연들이 만든 작은 역사입니다. 그 역사를 '세상구경'이란 한편의 시로 함축하여 짓고, 명필솜씨로 도자기에 글씨를 쓴 두 우인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구경
이공공육 강변 보성타운
참 그리운 때였어.
날뫼하늘 까마득히 오른 송골매 두마리
신참의 패기 하늘 찔렀지.
별빛 술잔에 쏟아지던 비산나루
매운탕집 들마루 위엔
교육이 뭔지, 사람이 뭔지.
헝클어진 언어들이
불나비 때로 날았어.
허참 벌써 그렇게 됐나.
이제 겨우 바둑알 몇개
만지작거렸을 뿐인데
다음 손님 기다린다고.
여보게! 우리 훌훌 털고
빈손으로 떠나세
세상 구경 한번 잘 했다.
정년퇴임 축하글을 이천십사년 새봄에
이대걸 짓고 권재도 쓰다.
우인으로, 교육가족으로, 삶의 동반자로 함께 한 우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고 마음을 글로 창조하고 새로운 글씨체를 만들면서 완성된 도자기를 가슴에 안고 여생을 생각합니다. 도자기를 안고 밤을 새워 아쉬움을 한잔 술로 달랜 밤 까지 도자기에 담아 추억으로 나의 역사로 기록합니다.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동행해 주신 고마운 님이여.
40년 11개월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님들과 함께 한 반세기 삶을 돌이켜 보면서 다시 한번 동행의 고마움을 반추하고자 합니다.
1973년 4월 2일 김천의 아포 지동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하여 멋모르는 열정만 앞세워 기존의 질서에 반박하거나 고향 후배들의 교육열에 채찍질하면서 교사로서 26년 5개월. 초창기 5년여 동안의 제자들을 만나면 ‘선생님 그때 왜 그렇게 우릴 무섭게 다그쳤어요.’ 라고 원망을 하면서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걸 느낍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세상을 일궈가는 일꾼이 되었고 당시 함께 같은 길을 가던 동료는 하나 둘 모습을 감추어 갑니다. 고향에서 영양 청북의 산골 어린이들을 만나 산으로 들로 도랑으로 자연을 즐기며 일월산 주위를 맴돈 삼년은 자연과 소통을 배우던 때가 아니었나 합니다. 골짜기 사람들의 자연을 닮은 순수한 정과 사랑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동료와 지역민들과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 산 높고 물 맑은 산골 셋방에서 둘째 딸이 태어났고 새로운 나름의 교육관을 가질 만큼 좋은 만남이었습니다.1982년 문경 가은초등학교 갈전 분교장에 정착하니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가 너무 비참해서 당시 교육청에 긴급 복구요청을 하는 과정이 다소 과격하였으나, 아이들과 빠른 시일 내에 꽃이 피고 기본이 정비되는 학교를 만들기고 합니다만 개인 사정으로 그 아이들과 1년만에 헤어져 시내 학교로 온 게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도록 성장한 아이들이 두고두고 이야기 합니다. 교사로 점촌, 선암, 수평, 신기, 금동, 희양초등학교를 두루 다니며 만난 아이들은 어떤 나를 기억할까. 초창기에는 무서운 선생님으로, 중반기에는 다소 사랑을 담고 정감이 있는 선생님으로, 교감으로 부임하던 영순초등학교 근무 직전까지는 아이와 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교육을 이끌어 갔다는 말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 조금은 성숙한 스승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합니다. 1999년 9월 1일 자 상주 은척 초등학교 교감으로 승진 발령을 받아 5학년 담임을 하면서 선생님들의 멘토로서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은척과 상주 상산의 50여 학급의 큰 학교직원에까지 생각한 만큼 역할에 충실했는지 모르지만 4년 6개월 동안 만난 선생님들의 인연은 나에게 참 소중합니다. 2004년 3월 1일 인구 1200여명으로 구성된 김천의 오지 증산면에 있는 증산초등학교에 교장으로 승진 발령해 갔을 때 태풍이 휩쓸고 간 여파가 곳곳에 남아 있어 교육가족 모두가 2년 동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체제를 모두 바꾸기에 열심이었고, 2006년 3월 1일 구미 야은 초등학교에서 한국에서 가장 나쁜 교장이라는 인터넷의 혹독한 재판도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삶의 지표가 확실해진 동료들의 격려 덕분에 스스로의 신념을 믿게 되고 부당한 인터넷에 의존한 학부모의 횡포를 바르게 선도할 수 있었습니다. 또 낙동강변의 강변보성타운 사택에서 얽힌 사람들과, 중국의 내몽골 우란호트 조선족 소학교와의 인연 또한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됩니다. 2008년 9월 1일 산북초등학교에 부임하여 5년 6개월 동안의 교직 마지막 삶은 큰 행운이고 아름다운 학교로 마무리를 멋지게 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40년 11개월 개인으로는 꽤 긴 세월이지만, 흐르는 시간이야 언제나 흘러가기에 삶의 짧은 순간일 뿐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의 말없는 후원과 동반에 무한한 사랑을 가지며, 그동안 함께 한 아이들과 교육가족들, 주변의 모든 분들의 소중한 인연들은 삶이 마감되는 날까지 가슴에 꼭 담습니다. 악연은 잊고 좋은 인연으로 남기를 소망하면서 오늘까지의 삶에서 가진 업들을 내려 놓으려 티벳의 카일라스(수미산) 순례를 생각합니다. 그동안 함께 해 주셔서 행복했고 고맙습니다. 53KM 5000 고지 카일라스를 도는 코라를 통해 아름다운 님들과의 인연을 다시 한번 묶어 성산에 두기로 하면서 퇴임인사를 드립니다.
2014년 2월
경북 문경 산북의 산돌 전제훈 올림
첫댓글 頌功! 40년 師道의 공덕을 기리어 드립니다.
고맙구려 늘 주신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현재 영육(靈肉)이 강건한 전제훈 교장, 사는 보람을 느끼겠습니다.
마음과 우리네 육신 함께 그렇게 버티는 건 친구 덕분 아닌가 하오.
동기생들보다 교직에 늦게 출발하였지만 교육의 꽃인 교장으로 퇴임한 그대는 진정 송설인의 자랑입니다.남은 여생 행복하게 잘 살기를 축원드립니다.
늘 교육 동ㄷ지로서 님과 함께 한 세월 그게 소중합니다.
40년이란 세월을 통해서 자라나는 새싹들을 교육해 온 전제훈 교장. 그동안의 일들은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티벳 산행을 무사히 잘 다녀오기 바랍니다.
너무 아름다운 이들 속에 40년 세월 을 보낸 그 중 님도 함께여서 즐거웠다오.
스승 이였기에 더욱 값진 퇴임이 아니 겠나 수고 했네
철길에 서면 한 줄에 나 나머지 줄엔 님이있어 너무 든든했다오.
그동안 참 스승으로써 학생들에게 믾은 것을 돌려주고 오시는 교장선생님의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언제,어디서나,무엇으로,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