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외화 유출-원화 약세’ 도화선 안돼야
입력 2023-05-05 00:00업데이트 2023-05-05 05:01
크게보기신화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고금리 여파로 중소형 은행 4곳이 줄줄이 파산하는 등 금융 불안이 계속되는데도,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연내에 인하가 시작되길 바라던 세계 금융권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5.0∼5.25%가 됐다. 작년 3월 이후 10회 연속 인상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월 5.0%로 전달의 6.0%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연준 물가목표치 2%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게 인상의 이유다. 2차례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국은행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미국과의 금리역전 폭이 22년 만에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 치우며 1.75%포인트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1300원대 밑으로 떨어질 줄 모르는 원-달러 환율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시장의 평가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여 어제 원-달러 환율이 1322.8원으로 전날보다 15.4원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다. 교역국 사이의 물가 변동 등을 반영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실질실효환율에서 3월 한국의 원화는 조사 대상 64개국 중 60위로 바닥권이었다. 그만큼 원화의 상대적 가치와 구매력이 낮다는 의미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64위인 일본과 콜롬비아, 튀르키예, 노르웨이뿐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환율은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더욱이 14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까지 감소해 원화 가치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많이 내렸는데도 고환율 때문에 한국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3월 달러화 기준 한국의 수입 물가는 1.8% 내렸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0.8%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조금 낮아졌다고 안심할 수 없다. 높은 환율은 에너지 수입 부담을 늘려 전기·가스요금의 추가 인상까지 압박하고 있다. 이상기후,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 역시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른다. 한은과 정부는 한미 금리 차가 외화 유출과 원화 약세의 새로운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시장 안전 조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