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일찍 일어난 지인은 스타디움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앞으로 수십, 수백번 마주칠 스타디움이었다. 스타디움은 마데이스키 스타디움이라고 불렸고 약 25000석의
좌석으로 이루어진 꽤 큰 운동장이었다. 구장의 주변에는 술집들이 꽤 있었고,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동행한 Downes코치가 경비원에게 영어로
뭐라고 이야기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구장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0년 만이었다. 이렇게 구장을 찾게 된것은. 아름다웠다. 눈부신 아침햇살이 넓은 잔디 밭에 비추어 눈이 부셨다.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구장이었다.
앞으로 이 곳에서 자신의 열정을 마음껏 내뿜겠노라 다짐하고는 지인은 라커룸과 테크니컬 존까지 구경을 하고는 주변 기념품점에서 한국으로 보낼 몇가지 기념품을
산 뒤에 다시 숙소로 가는 자동차로 올랐다. 이제 매일 훈련을 위해 찾게 될 곳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둘러봐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숙소로 가는 길에 Downes코치가 영어로 천천히 말했다.
"영입계획은 조금 세워두셨습니까?"
생각해보니 영입계획은 크게 생각해두지 못했었다. H사와 레딩과 처음 계약할 때 정 회장은 7백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제공하며, 구단의 계획안에 따라 한국인 선수 2
명을 필수로 영입하되 1명은 주전으로, 한명은 U-18팀으로 영입할 것을 지시했다. 물론 설기현을 제외한 한국인 영입이었다. 한국인 선수는 보통 1~2백 파운드로 영입
할 수 있었으므로 실질적인 이적료는 5백만 파운드인 셈이었다.
일단 한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약간 생각을 해둔것이 있었는데 대략 5명으로 좁혀졌다. 그 5명은 이천수, 이관우, 박주영, 조재진, 김영광 이었는데 이중 이천수, 이관우
, 박주영은 유럽축구 스타일에 적응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선수들이었다. 조재진은 큰 키에 따른 제공권과 빠른 발놀림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정교하거나 뛰어난 킥력
은 있지 않았다. 김영광 골키퍼는 한국에선 미래의 수문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망주였다. 하지만 이천수의 프리킥,패스. 그리고 이관우의 플레이메이커 능력. 그리
고 박주영의 시야와 센스있는 플레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 구단에 크게 필요한 포지션은 미드필더와 수비수였다. 공격진은 케빈 도일(Kevin Doyle)과 리타(Lita)와 킷슨(Kitson)은 젊은데다가 챔피언쉽 리그에서 득점의
선두를 다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거기다가 설기현이 추가되고 콘베이라는 뛰어난 윙도 있었다. 하지만 수비수는 인기마르손이 28살, 군나르손이 29살로
노쇠한 편이었다. 미드필더들은 나이가 평균 23살 정도로 아주 젊었지만 웨스트햄의 마크 노블(Mark Noble), 볼튼의 케빈 놀란(Kevin Nolan)같은 파워있는 미드필더
가 필요했다. 물론 그 들이 영입대상이 될 순 없었다. 그들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했다. 지인은 대충 알아보았지만 레딩에 올만한 선수를 찾긴 어려웠다.
수비수로는 Gabriel Tamas(루마니아)가 눈에 띄었다. 미드필더까지 소화 가능 했다.
그리고 이란의 Eman Mobali 역시 물망에 올라있었다.
그리고 스파르타 프라하의 홀딩형 미드필더인 Tomas sivok이 있었다.
"Downes코치가 추천해준 선수중에 Gabriel Tamas, Eman Mobali를 유심히 봤어요."
Downes는 창밖을 보면서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 알것 같습니다. Gabriel Tamas, Eman Mobali, Tomas Sivok이군요. 셋다 미드필더로 아주 괜찮은 선수들이지요."
Downes는 웃으며 세 선수에 관하여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Tomas Sivok은 도르트문트와 데포르티보에서 물밑영입 작업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선
수들의 영입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다. 대체로 아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이 있었기에 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영입은 우선 관심이 있는 구단이 그
선수가 속한 구단에게 공문서를 Fax로 보내면서 시작이 된다. Fax를 받은 구단은 이적료가 적절하다고 생각이 되면 다시 Fax를 회신하여 계약 허락을 하게 되고 그때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이 에이젼트를 보내서 그 선수와 계약 협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에 이적료가 적절하지 않다면 구단이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럴땐 거부의사를
표시한 공문서를 Fax로 회신해야 한다. 그러므로 구단, 선수와 각각 협상을 해야 영입이 가능한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용병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이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된다. Eu선수가 아닌 선수에게 필요한 취업비자에 대해서는 천천히 설명하기로 했다.
일단 지인은 1시에 있을 기자회견 전에 Tamas와 Mobali, Sivok에게 제의를 하기로 생각했다. 수석코치인 Dillon과 스탭들을 모아 식사를 하면서 영입에 관하여 의견
을 물어보니 긍적적인 반응이었다. 특히 Tamas와 Sivok에 관하여 Dillon은 몹시 만족스러워했다. Dillon은 Tamas에게 2백만 파운드, Sivok에게 3백만 파운드, 그리고
그 두선수가 불발될 경우를 위해 Mobali에게 백만 파운드의 제의를 하라고 했다. 지인은 그의 결정에 따라 정오에 각각 3구단에 Fax를 보냈다. 내일 돌아올 회신에 벌
써부터 마음이 설레였다.
Fax를 보내고 나니 벌써 12시 30분이었다. 기자회견장에는 벌써부터 지역언론과 BBC, 그리고 한국의 MBC 등 쟁쟁한 언론들이 모여있었다. 지인은 약간은 떨렸지만
스탭들과 리타, 그리고 설기현과 함께 숙소근처에 있는 회견장으로 입장하면서 약간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입장하자말자 역시 예상했던 카메라 셔터 눌려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연발했고, 정신이 없었다. 특히 서포트 라이트는 지인과 기현에게로 몰렸다. 직원들이 제한선을 넘어오는 기자들을 정리하고 나서야 좀 조용해졌다. 1시가 되
자 Dillon 수석코치가 일어나서 말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분들은 손을 들어서 설명을 해주세요."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지인과 기현이 답을 하면 통역사가 통역을 하는 것이었다. Dillon의 말이 끝나자말자 기자들은 너나 할것 없이 손을 들었다. Dillon이
지목한 기자가 뭐라 말한것을 통역사가 통역해주었다. 주로 감독경험이 전무한 지인이 자신이 있냐는 질문과 설기현의 앞으로의 포지션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영입
에 관한 것도 물었지만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어 그냥 3명의 선수에 대하여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약 30분 정도 진행되었고, Dillon이 종료를 선언하면서 끝
이 났다.
기자회견 다음엔 바로 히딩크가 참가한 팀의 훈련이 있었는데 히딩크는 레딩에 관하여 전반적인 조언을 해주었고, 영입계획에 있는 세 선수의 영입에 관해서도 조언을
해주었다. Mobali의 자료를 보고서는 적극성이 떨어지나 승부욕이 어느정도 강한 선수이므로 크게 염려 말아라는 당부를 했다. 체육교사 였던 사람이 히딩크 감독과
이렇게 마주앉을 자리가 된 것은 아주 놀랄만할 일이지만, 지인은 지금 너무나도 바빴기 때문에 놀랄 시간도 없었다. 지인의 머리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 밖에 없었다.
이겨야만 한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 곳의 날씨는 무척이나 더웠다. 간간이 한국에서 잘있냐고 전화가 왔지만 지인은 너무나 바빴기에 미안하지만 오랫동안 통화할 수 없었다.
지인은 히딩크의 마지막 강의까지 받고 아주 향상되어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끝없이 공부한 결과가 드러나는 듯 했다. 게다가 선수생활의 경험까지 보태어져 전술
역량에서 크게 발전했다. 히딩크 감독도 마지막에 지인에게 인사하며 여타 다른 감독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감독보다 역량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신인 특유의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살아있었다.
그래서 인터토토컵 8강전을 5일 앞둔 시점에서 키슨-리타를 앞세우는 공격전술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첫 상대인 두브니카는 슬로바키아의 자국리그에서 상위권팀이
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레딩에게는 크게 부족한 팀인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Mobali의 영입이 성사되어 메디컬 테스트 중에 있었고 Sivok에게는 에이젼트를 보내었
고, Tamas의 영입제의도 수락되어 메디컬테스트가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Tamas는 이번시즌 임대제의가 먼저 수락되었기 때문에 겨울 이적시장개방 때 올 수 있었다.
기현의 실력은 코치들을 만나면서 크게 늘어났고 리타-키슨-도일 3명은 역시 명성답게 아주 뛰어났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충분히 많은 골을 넣을 만큼 기량이 뛰어
났다. 인기마르손이 홀딩을 맡게 되었고 Sodje와 Sonko가 센터백으로 자리매김 했다. Mobali의 이적이 인터토토컵 3일전에 완료됨에 따라 인터토토컵에는 Mobali가
훈련이 덜되었지만 투입할 생각이었다.
다음 날 두 개의 뉴스가 도착했다. 하나는 Sivok이 레딩 구단의 제의를 거절한 것, 다른 하나는 Tamas의 메디컬테스트가 통과된 것이었다. H사에게 약속한 한국선수
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살것 이라고 했기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대신 유망주인 Sergey Kisily의 영입에 힘쓰고 있었다. 그는 하위권 팀의 유스팀에 속해있었기 때
문에 프리미어리그인 레딩의 이적제의에 귀를 기울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적 뉴스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는데 하네만 골키퍼가 뭔가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웃으며 아직 서툰 영어로 이것이 뭐냐고 물었다.
"하하 감독님, 이게 맛있는 술인데요, 아내가 감독님 드리라네요. 하하."
하네만은 굉장히 머쓱해하며 종이가방에 담긴 와인을 건네주었다. 지인은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잘해주는 선수들과
스탭진들이 너무 고마웠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하네만이 주전출장을 못할까봐 걱정을 한 나머지 아내가 선물을 한 것이겠지만 그 들의 따뜻한 마음은 선물에 고스란
히 담겨있었다. 선물을 받고 웃으며 숙소로 가고있는데 갑자기 시커먼 것이 하나 지나갔다. 지인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리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도망가고 있었
다. 곧 있어 설기현과 케빈 도일이 축구화도 벗지 않은채 리타를 쫓아 달려갔다.
도대체 영문을 몰라 그 자리에 서있으니 약 1분뒤 저 멀리서 리타가 설기현과 케빈도일에게 잡혀 끌려오고 있었다. 셋다 웃고 있었지만 지인으로선 상당히 황당한 상
황이었다. 지인은 기현을 쳐다보며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왜 그래?"
설기현은 웃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인은 도일에게 물었다.
"What's the matter?(무슨 일이야?)"
도일은 한참동안 웃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He farted."
지인은 무슨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farted?"
도일은 엉덩이를 주욱 내미며 fart라는 단어를 설명했다. 그렇다. 리타는 기현과 도일의 중간에서 fart를 하고 도주한 것이었다. 지인은 황당하여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
다. 셋은 웃으며 다시 훈련장으로 걸어갔다. 화목한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버크셔의 여름이었다. 걸어가는 선수들을 보며 웃음을 지으며 걸으
려 하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내 코를 믿을 수가 없었다.
저멀리서 리타가 웃으며 소리쳤다.
"Sorry ! Choi !(미안해요 최!)"
ps : 6편입니다ㅎ ^^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지적과 댓글은 언제나 힘이됩니다!
첫댓글 오~ 잘보고있습니다~ㅎㅎ 이제 시합이 시작되려는군요!! 건필하세요!!
네 늘 감사합니다 ^^!
방귀만 보면... 삼돌이 씨가..
^^ 재밌어요~ 담편을 기대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조회수가 낮아 힘빠져 하고있었는데 내일부터 다시 힘내서 계속 연재하겠습니다. 2일정도 연재 못한점 정말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ㅜ ㅜ ㅎㅎㅎ
3편 연달아 봅니다 ㅎㅎ
정말 재밌는데여? ㅎ 건필하세요!
에긍 몇일동안 안올라오네요^^& 건필하세요
요즘 안올리시네요 재미있는데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