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렬 개그맨
스물여덟 살 어린 후배 김용재군과의 콤비가 즐겁고, 젊은 홍성진 작가와 아이디어 회의 하는 게 좋다. 근데 젊은 친구들이야 SNS를 통해 자기 속내를 표현한다지만, 나이 드신 분들도 이런 나를 반길까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 안에서 대본을 훑어 보는 순간이었다. 쾅, 누군가 내 차를 들이받았다. 추돌사고다. 고개가 한 번 크게 활처럼 휘었다. 뒷목이 걱정된다. 뒤차 운전자가 내게로 걸어왔다. 나도 차에서 내렸다. 뒤차는 시동이 안 걸릴 정도로 망가졌고, 그 운전자는 운전대에 콧잔등을 부딪혔는지 콧잔등을 중심으로 피가 팔(八) 자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걱정이 됐다.
그런데 그 운전자가 날 보자마자 화들짝 놀란다. "헉! 아니, 이홍렬씨 아니세요?" 피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말을 잇는다. "저 정말 오랜 팬인데요. 저 55년 을미생이에요. 우리 연배가 비슷하죠? 그렇죠?" 나는 뒷목을 어루만지며 대꾸했다. "아니 반가우면 그냥 마음으로 반가워하시지 왜 차를 들이받으면서 반가워하세요. 근데 코는 좀 괜찮아요?" 내 말이 안 들리나 보다. 상태의 심각성을 안 식구들이 그분을 차로 끌고 가는데도 기어이 외친다. "이홍렬씨이이이…." 아, 그 순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어떠냐? 내 또래들이 SNS를 안 해서 그렇지 아직 나 반기는 거 맞지? 피 줄줄 흐르는데도 자기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 부르는 사람 있음 나와 보라 그래!" 이만하면 나, 코미디의 길 계속 가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