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기적

수영장의 기적 안재오 2003.8.4 지난 토요일 한강 수영장에서 식구들과 물놀이하다가 나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 : 즉 평소는 한번 편도로 수영할 수 있었던 한강 뚝섬 풀장 성인용 레인에서 그 날은 무려 5번 이상 레인을 휘젓고 다녔던 것. 기적이 발생했던 것이었다. 5번 헤엄치면서도 나는 힘이 남아 더 헤엄치려고 하다가 무서운 생각이 불현듯 들어 중지하고 말았다. 조금 쉰 뒤 또 해보니 역시 레인을 5회 이상 헤엄칠 수 있었다. 나는 물을 무척 좋아 한다. 어릴 때 부산에서 자라 여름에는 노상 바다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영화 친구에서 처럼 나도 부산 남항 방파제에서 친구들과 같이 물속에서 놀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수영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는 것. 이게 나의 바다 딜렘마 였다. 대학시절 체육 시험에서 컨닝하다 걸려 일본 육사 출신인 체육교수에게 혼나고 학점 역시 탈락되어 나는 할 수 없이 그 해 여름 동대문 스위밍 센터에서 체육(수영) 계절학기 신청을 했고 그 바람에 집에도 못 가고 서울 하숙집에서 더운 여름을 보내야 했다. 똥똥한 체육교수에게서 평영(개구리 헤엄)과 다이빙을 배우고 약 20일만에 기말시험을 보고 학점을 다시 딸 수가 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약간 수영을 제대로 배우기는 한 것이었다. 그러나 멀리 헤엄치기는 어려웠다. 그 원인은 나의 머리가 너무 크고 몸이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머리 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영할 때 힘이 많이 든다. 수영 중 물 속에 푹 박았던 머리를 숨쉬기 위해서 들어 올릴 때 무척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수영 코치들이 있다. 독일 유학시에도 나는 그 곳 수영장에 자주 갔었다. 그 때는 나의 취미 때문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위해 휘트(Huerth)라는 도시 – 이는 쾰른 시 주변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 그 도시의 네델란드 식 수영장 데 뷭(De Buett)에 종종 가곤 했다. 아내가 자주 입원했고 또 누워 있었기 때문에 나는 딸아이를 데리고 둘이서 풀장에 다녔다. 아이만 풀에 넣고 나는 더운 증기를 마시면서 어려운 책을 보곤 했었다. 더운 증기 때문에 눈알이 따거웠다. 그런데 방치된 어린 딸은 다른 독일인 여자(엄마) 옆으로 가서 거기서 사랑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 와중에 나도 한번 씩 수영을 즐겼다. 말하자면 아이도 놀리고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그리고 귀국해서는 아내의 건강도 좋아지고 식구들이 수영장에 가면 나는 더 이상 애들 돌보지 않고 성인 수영장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한강 실외 수영장에서 나는 수영실력을 늘이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잘 되지 않았었다. 나는 수영 중 숨을 쉴 때 이런 규칙을 수립했었다, 즉 물 속에서 숨을 내쉬고 물 밖에서 숨을 들이 쉰다고 하는 것. 그런데 이것이 실은 오류였었다. 물 속에서 뽀글 뽀글 숨을 내쉬는 것은 대단히 힘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는 수영할 시간이 얼마 없어서 급하게 물에 뛰어 들었는데 그 바람에 호흡을 평소와는 다르게 했다, 즉 수영 중 물에 잠겼던 머리를 물위로 치켜 들 때 물 밖에서 들이쉬기와 내쉬기를 한꺼번에 한 것! 이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그랬더니 평소 한번도 통과하기 어려웠던 수영코스가 쉽고 부드럽게 통과되어 졌다. 대단해! 평소의 5배 이상 되는 거리를 완주했던 것! 그 다음부터는 수영이 부드럽고 규칙적으로 이루어졌다, 참고로 나는 주로 평영(개구리 헤엄)을 친다. 이런 엄청난 개인적인 성공 뒤에는 이미 언급한 숨쉬기 방법을 바꾼 것 외에도 최근 약간의 근육운동을 한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간의 잘못된 숨쉬기 방법을 고친 것이 핵심이었다. 이게 수영의 정석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나에게는 정답이었다. 이럴 수가! 그간 참 바보처럼 나는 살았군요, 오직 하나의 방법을 모른 죄로 그토록 수영이 나에게 힘들었던 것. 꼭 같은 신체, 같은 힘, 같은 수영장 뭐 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2주일전 나는 레인 한번을 겨우 헤엄쳤었고 지난 토요일에는 5번 이상 헤엄친 것 fact! Tatsache! 이제 나는 구리시 성림 스포츠센터의 수영하는 할머니를 두려워하지 않으련다. 언젠가 한번 거기서 수영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수영장에서 헤엄치던 한 할머니는 한번 몸을 물에 던지면 쉬지도 아니하고 후이 후이 하시면서 무한히 물결을 가르며 왕복을 되풀이 하셨다, 그 때 나는 건장한 남자로서 형편없는 나의 수영실력 때문에 주눅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녀와 다시 풀에서 만나면 다소 그런 열등감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나의 작은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평소와 달리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바로 그 교훈 ,즉 작은 하나의 방법을 제대로 구사하기만 하면 그 전까지 그토록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풀린다는 것. 나는 이를 입시위주의 교육과 학습 그리고 이것의 목적인 학벌주의, 학연, 학력 차별 등이 자행되는 한국의 교육모순에 대한 힌트로 간주했다. 아니 그보다 지금 더 급박한 사회적 문제인 비참한 한국의 현실, 즉 침체와 불황, 부패와 타락, 무능과 절망 등이 바로 교육모순에서 온다는 것이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학습은 사람을 무능하고 비열하게 만든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과 학습은 교육과 학습이 아니라 실은 정신적 폭력이다.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의 전부가 아니다, 인격과 영혼에 장기간 가해지는 억압적, 강제적 기제(mechanism)는 순간적인 물리적 폭력보다 더 나쁜 자취를 의식에 남긴다. 이는 인간 존재에게 생명보다 더 귀한 것, 즉 자유, 의지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빼앗아 가버린다. 이는 노예도덕, 즉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원칙과 소신 없는 인간을 양산한다. 이는 주체성과 창의력 없이 눈치만 빠른 기회주의자를 배출한다, 정치적으로는 해바라기성을 키운다, 그리고 이는 학벌 학연에 따른 집단적 이기주의 사회를 조장한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이런 폭력적, 강압적, 노예적 공부로 12년 이상 시달린다. 부모들과 교사들은 사랑이라는 허울, 너희들의 장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청소년들의 영혼과 정신에 폭력을 가한다. 아이들도 이런 사랑의 폭력에 저항할 명분이 없다. 이런 미시적인 폭력, 즉 강제 교육과 강제 학습이 요즘 주된 화제인 소위 “우리 안의 폭력”이다. 이런 교육이 해방 후 47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그런 공부를 한 성인들이 논리적 능력, 비판적 능력 그리고 창조적 능력 없는 비논리적, 비윤리적, 무비판적 정답위주의 엘리트 지식인을 창출했고 그들이 결국 IMF를 비롯한 한국의 침체와 불황,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교과서에서 찾으려 하지만 교과서 어디에도 현실문제의 정답은 없다. 대학 역시 그런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시간강사 착취, 석박사 착취, 성추행 등의 부정적 대학 문화는 결국 이런 노예적 , 폭력적 교육의 산물이다. 대학은 인권과 민주주의가 가장 열악한 집단으로 변했고, 대학의 지성인들은 이를 반항할 힘을 상실했다. 결국 우리 교육은 자유인을 키우는데 실패했고 창조와 자유, 자립이라는 국민적 Ethos를 정착시키지 못했다. 그런 한국의 무능력과 절망에서 희망을 보여준 사나이가 바로 지난 월드컵 대표팀 감독 네델란드인 히딩크였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월드컵 대표팀에서 한 일은 단순했다, 즉 선수들의 기초체력 훈련을 강화한 것과 더불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스포츠계의 치부인 학연, 학벌주의를 완전히무시하고 각각의 선수들의 실력과 능력에 따라 선발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간 학벌과 선후배의식 등으로 비참하게 눌려 지내던 무명의 선수들이 엄메 기살어! 하면서 미친듯이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다닌 것. 월드컵 무승(無勝) 에서 4강으로! 국민들을 사교육과 입시압박 그리고 학벌주의에서 풀어주라, 그러면 이 국민들은 당장 선진국에 진입할 것이다. 마치 내가 수영의 숨쉬기 방법 하나를 바꿈으로써 평소보다 5배 이상의 능률을 올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