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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06
씬1. 까페 앞 길 (N)
인하의 손에 끌려 까페에서 나오는 선.
선 : (끌려나오며) 잠깐만요. 어디 가는거예요. 어디 가는지 말을,
인하 : (확 돌아서며 터지는) 그냥 좀 따라와주면 안돼요!
선 : ??? (놀라서 본다)
인하 : 어디가는 거예요, 무슨 일이예요, 왜요, 언제까지 그럴꺼예요. 그냥 좀 만나구, 그냥 좀 가면 안되요?
꼭 그렇게 이유가 필요해요?
선 : 화...났어요?
인하 : ... (감정 추스리고) 가요. 저녁 사줄게. 태빈이 기다리느라 아직 저녁도 못 먹었잖아요. (먼저 돌아서서 가고)
선 : ... (멍해서 보는)
씬2. 칵테일 바 (N)
팽팽하게 맞서 싸우고 있는 지호와 태빈.
태빈 : 너 왜 이러니 피곤하게! 내가 갤 좋아하든 말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지호 : 좀 솔직해져봐! 이번엔 진심이잖아. 좋아하잖아! 왜 대답 못해!
태빈 : (O.L) (터지며) 그래 좋아한다!
지호 : ! (본다)
태빈 : 심심하던 차에 눈에 띄길래, 한순간 흥미 있었어. 그걸루 끝이야. 그게 사랑이니? 진심이야? 그게 사랑이구 진심이면
난 사랑을 수천번두 더한 놈이야!
지호 : 김태빈.
태빈 : (O.L) 미안하지만 벌써 감정 끝났어! 싫증나서 벌써 폐기처분한 일 가지구 너 왜 이래, 사람 성가시게!
지호 : (꼼짝않고 바라보며) 진짜야?
태빈 : 서지호!
지호 : (읽듯이 보며) 근데, 왜 오빠 눈에서 진실이 안 읽히니?
태빈 : ! (보는 데서)
씬3. 우동전문점 (N)
앞에 우동 놓고 앉아있는 선과 인하. 먹지는 않고 나무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만 있다.
선 : (깨작이다가 멈추고) 저기요....
인하 : ? (본다)
선 : (짐짓 밝게) 우리, 좋은 친구가 되보지 않을래요? 만날 때 마다 잘해주셔서 너무 고마운데, 그 고마움이 자꾸 미안함이 돼요.
친구가 되면 미안하지 않아두 되잖아요.
인하 : ... (말없이 고개 돌린다)
선 : ... (좀 민망해서 웃으며) 내 맘 편하자구 너무 이기적이었나?
인하 : (불쑥) 좋은 요리사가 될 때 까지 일만 하겠다구 했죠?
선 : ? (본다)
인하 : 사랑이나 복잡한 감정 같은거... 좋은 요리사가 된 뒤루 미루겠다는 말루 이해했어요. 맞죠?
선 : (피식 웃으며) 비슷해요.
인하 : 그럼 좋은 요리사가 될 때 까지 기다릴께요.
선 : ! (본다)
인하 : 그때 까지 방해하지 않을께요. 아주 편한 친구가 되줄께요. 대신, 그 다음은 내가 하자는 대루 해요.
선 : (조금 당황스러워서) 저,저기요,
인하 : (O.L)(보며) 내 이름은 저기요가 아니라 인하예요. 서인하. 인하씨라구 불러요. (쓴 미소로) 친구잖아요.
선 : ... (보는데서)
씬4. 태빈의 오피스텔 옥상 (N)
옥상 난간에 서서 담배피우고 있는 태빈. 야경 내려다 보는 표정이 복잡해진다.
씬5. 지호의 동물 병원 (N)
바구니 침대에 누워있는 아주 작은 강아지에게 우유먹이고 있는 지호.
우울한 미소로 보다가 코끝을 살살 간지러주는데,
달옥 : (퇴근 차림으로 오며) 오늘 정말 여기서 밤새 병상 지킬꺼야?
지호 : (보며 밝게) 네.
달옥 : (강아지 보며) 주인이 이민 가면서 버리고 갔다며? 어떡할꺼야? 팔꺼야?
지호 : 내가 키울꺼예요. (강아지에게) 사랑 많이 줘서 키우면, 튼튼하구 멋진 개가 될꺼야 그치?
달옥 : 쯧쯧쯧. 한참 이쁠 땐데 눈에 밟혀서 어뜨케 두구 갔을까? 수고해 그럼.
지호 : 안녕히 가세요. (달옥 나가면 강아지 쓰다듬어주며) 강해져야 돼 임마. 널 버렸다구 상처 받거나 아퍼서 낑낑대는 거,
이번이 마지막이야. 얼른 툭툭 털구 일어나야돼 알지?
강아지를 바라보며 우울해지는 지호의 모습에서.
씬6. 선이네 집 외경 (D)
시봉 : (E) 바람을 맞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씬7. 선이네 주방 (D)
아침식사 하고 있는 선과 시봉.
선 : (밥알 깨작이며 담담하게) 말 그대로야. 바람 맞았다구. 뜻 몰라?
시봉 : (보다가) 언니... 그 사람 좋아하지?
선 : (멈칫 본다)
시봉 : 난 말야, 누군갈 좋아하면 먼저 솔직해져야 된다구 생각해.
선 : 밥이나 먹어.
시봉 : 겉으루 끄집어 내기 전엔 그건 사랑이 아니라 잡념이야. 머릿 속만 실컷 헤집어버리는 잡념.
선 : ... (대꾸 없이 컵에 물 따르는데 헛 따른다)
시봉 : (보고 웃으며) 잡념은 가끔 실수를 유발시키거든?
선 : 그만해에? (먹는다)
먹다가 문득 컵과 흘러넘친 물로 적셔진 테이블보를 보는 선. 어쩐지 불길하다...
씬8. 선이네 집 앞 (아침)
출근 차림으로 나와 각자의 자전거로 향하는 두 아이.
선 : (자전거로 가다 말고 서서 무심히) 웬 안개가 이렇게 꼈냐. 뿌옇네.
시봉 : (브레이크 걷어내다가) 안개? (둘러보며) 뭔 안개?
???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뜨고는 다시 보는 선. 흐릿하다. 다시 감았다 뜬다. 흐릿하다.
와락 겁 먹은 표정으로 다시한번 눈 감았다 뜨는 선. 흐릿했다가 천천히 개이듯 시야가 맑아진다.
시봉 : (문득 돌아보고) 뭐해? 안가?
선 : (화들짝 놀라서) 어? 어어... 가야지.
선, 자전거 핸들을 잡는데 손이 빗나가 빈 허공을 더듬는다.
선 : ! (눈 앞이 아득해진다)
시봉 : ?? 왜 그래?
선 : (뒤돌아 선채로 멍한 표정으로) 시,시봉아. 너 먼저 갈래?
시봉 : (이상해서) 왜...?
선 : 어, 나 뭘 좀 두구 놔온거 같아서 그래. 머,먼저 가.
시봉 : ? (이상해서 보고)
선 : ... (불길한 공포)
씬9. 칠리칠리 앞 (D)
혼자 자전거 끌며 고개 갸웃갸웃 하며 오고 있는 시봉. 에잇, 모르겠다.
포기하고 걷는데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태빈,
시봉 : 안녕하세요 사장님.
태빈 : (가볍게 목례하고) ... (무심결에 시봉 뒤쪽을 보는)
시봉 : ? (돌아봤다가) 아아, 선이 언니 오늘 좀 늦는댔어요.
태빈 : ... (대꾸없이 들어간다)
시봉 : (쌀쌀맞음에 재수없어서, 웩 하고는 따라 들어간다)
씬10. 칠리칠리 홀 (D)
들어서는 태빈과 시봉인데, 주방 쪽에서 나는 소리.
효태 : (E) 그래서 뭐야 지금, 나한테 반항하겠다는 거야?
시봉 : !! (주방으로 쪼로로 달려가고)
태빈 : (주방 쪽 보며 성가신 한숨)
씬11. 칠리칠리 주방 (D)
광도와 효태, 팽팽하게 맞서있고.
보고있는 한여사,동만,찬.
테이블 위에는 지금 막 들여온 재료들이 놓여있다.
시봉 : (눈치 살피며 들어와서 찬에게 입모양으로만 왜그래? 하면)
찬 : (조용하라고 입 틀어막고)
시봉 : (짜서 퉤퉤퉤! 침 뱉고는 째리는데)
효태 : 어쭈? 눈 깔어. 못 깔어? 계속 반항하겠다는거야 지금?
광도 : 반항하는게 아니라 이런 재료로는 요리를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겁니다.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 나오는 겁니다.
동만 : (아니꼽다) 진정한 예술가는 핑계를 대지 않는다는 말두 모르나? 멀었구만 멀었어.
광도 : 장인정신이 없는 사람은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습니다.
동만 : (발끈해서) 뭐야? 아니 그럼, 내가 장인장신이 없는 싸구려란 말이야!!
한여사 : 아, 그만들 못둬! 안그래도 정신이 시끄러 죽겠구만 왜 고주방장까지 보태, 보태길!!
동만 : 이씨, 왜 나만 갖구 그래요 진짜!!
광도 : 원래 거래처로 바꿔주십시오. 안그러면 저 요리 못합니다.
효태 : 이러언 씨,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는거지 웬 잡소리가 그렇게 많어! 야 황보 찬! 벌점 날려. 삼십점, 사정없이 날려!
찬 : (입장 난처하다) 저기, 장주방장님이 이해하세요. 반항해봤자 망나니 신명 밖에 더 돋구 겠어요?
효태 : 이 자식이 근데, 너 지금 누구보구 망나니래! (신문지 둘둘 말아 때리며) 너 어디 오늘 망나니 덕에 제삿상에 한 번 올라봐라.
응? 응?
광도 : (흔들림없이) 바꿔주십시오.
효태 : 어쭈? 사십점!
광도 : (눈빛 번뜩이며 낮게) 좋은 말로 할 때 바꿔.
효태 : 오십점 땡! 끝났어. 벌점 만땅! 자동퇴출! 넌, 오늘로서 해고야! (하는데)
태빈 : (E) 누구 맘대루 해곱니까.
효태 : ? (돌아보면)
태빈 : (화 누르며 서있다)
씬12. 칠리칠리 일각 (D)
팽팽히 맞서고 있는 태빈과 효태.
태빈 : 누구 맘대로 물품 거래처를 바꿉니까. 유통기한 넘기는건 예사구, 재고 물품까지 섞어 보내는 뎁니다. 거래 틀 수 없습니다.
효태 : 그 거래처, 품질 엄선, 신용보증, 모래밭에서 사금 캐취하듯 엄선해서 고른 데야. 잔말 말구 거래 터!
태빈 : 거기랑 거래 트면, 삼촌한테 얼마가 떨어집니까.
효태 : (버럭) 뭐야?
태빈 : 거래처 장부, 세금내역서, 그 동안 삼촌이 진행해온 사업방식에 관한 서류, 전부 저한테 주십시오.
효태 : 그건 왜?
태빈 : 삼촌이 왜 하는 일마다 망하는지 원인 분석 좀 해보려구 그럽니다.
효태 : !! (얼굴 확 일그러지고) 이 자식이 근데,
태빈 : (일어서며) 앞으루 가게에 사람 불러들여 포카 치는 일두 삼가해주십시오. 오늘 부터 제가 가게에 남아 일할 생각입니다.
(나가려는데)
효태 : (O.L)(흥! 웃으며) 그렇게 용 써봤자 넌 어짜피 시한부야.
태빈 : (멈칫 본다)
효태 : 느이 어머니, 그렇게 허술한 사람 아니다. 좌뇌, 우뇌에 전자계산기가 하나씩 들어가있는 양반이거든.
태빈 : 무슨 뜻 입니까.
효태 : (비죽 웃으며) 지렁이가 여의주 물구 설쳐봤자, 여의주는 어짜피 용차지다 이 말이야. 난 용. 넌 지렁이.
때가 되면 가겐 내 손에 들어오구, 넌 피융~ 짐가방 들고 다시 비행기 타게 돼있어.
태빈 : !! (굳는다)
효태 : 너 위 아래 모르구 나대는 꼴 보기 싫어서라두 그 시간, 내가 단축 시키구 만다. 무슨 말인지 알어?
태빈 : (굳은 채로 보다가 나가고)
효태 : (흠흠 웃고, 휘파람 불며 차 마신다)
씬13. 병원 대기실 (D)
대기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선.
그 시선에 복도 옆에 보조 난간 잡고 더듬거리며 지나가는 환자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선의 눈가에 천천히 물기가 어리는데...
간호사 : (진찰실에서 나와 대기명단 넘기며) 유선씨.
선 : (그대로 멍하니 앉아있다)
간호사 : (눈으로 찾으며) 유선씨!!
선 :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간호사 : ? (보고) 유선씨세요? (하는데)
선 : (그대로 뒤돌아 복도를 걸어 나간다)(E) 아직은 안돼... 아직 할 일이 많단 말이야. 아직 준비가 안됐단 말이야....
간호사 : 유선씨!
선 : (그대로 걸으며 독하게)(E)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이제 겨우 시작 됐을 뿐이야. 모른 척 살아가면 돼.
아직 시간이 있어. 시간이 있어. (눈물 흘러내리지만 결코 울지 않는다)
씬14. 태빈의 오피스텔 앞 (D)
승강기문 열리면, 화난 표정으로 내리는 태빈, 문 앞에 서있는 인하를 발견하고 멈칫 선다.
인하, 문에 붙어있는 번호판 잠금장치의 암호를 풀고 있는 듯, 이것저것 눌러보며 심각한 표정이다.
태빈 : ... (보며 서있다)
인하 : ? (시선 느끼고 돌아보고는 환하게 웃는다) 왔냐? 번혼 또 언제 바꿨냐?
태빈 : ...(웃으며 온다) 서지호만 성깔있는거 아니거든. 하루에 한 번씩 바꿀 생각이야.
인하 : (챠! 웃으며) 니네 둘, 정말 끝내준다. (하고는 달칵 문 연다) 들어가자.
태빈 : ?? 어? 너 이거 어떻게 열었어?
인하 : 3147, 3학년 1반 47번, 김태빈. 안 들어가? (웃으며 들어가고)
태빈 : (허! 웃고는 따라 들어간다)
씬15. 오피스텔 안 (D)
테이블 위에 가게 사진들 늘어놓고 고르고 있는 태빈과 인하.
인하 : 잘 골라봐. 잡지에 실리구 나서 후회하지 말구.
태빈 : 다 괜찮은거 같은데?
이것저것 고르다가 손동작이 멈칫 한다. 선과 태빈의 사진...
인하 : (보고) 그날, 어떻게 됐는지 안 물어봐?
태빈 : ... (대꾸 않고 다른 사진 넘긴다) 사진은 이게 전부니?
인하 : 그때까지 기다리구 있드라. 너 안올줄 알았대. 그런데두 기다렸대. 그냥 기다려지드래.
태빈 : ... (멈칫하고 본다)
인하 : (짐짓 밝게) 니 덕분에 나 어제 좋은 친구 하나 생겼다. 우리 친구 하기루 했거든.
야, 왜 그 친구라는 말이 안 떠올랐을까? 그렇게 편한 단얼 놔두구.
태빈 : ... 인하야.
인하 : (말 피하듯 사진 고르며) 대충 고르지 말구 잘 골라봐 임마.
태빈 : ... (보는데서)
씬16. 칠리칠리 홀 (N)
의자들 테이블 위에 다 올려져 있고,
선이에게 등 떠밀려 출구로 나가고 있는 퇴근 차림의 가게 식구들. (광도, 효태는 없고)
선 : (식구들 등 떠밀며) 글쎄, 오늘 지각한 벌루, 뒷정리는 제가 하구 간다니까요. 염려 마시구 얼른들 퇴근하세요. (밀고)
식구들 : (어어어... 밀려나간다)
씬17. 칠리칠리 앞 (N)
선이에 의해서 밀려나오는 사람들.
선 : (꾸벅 인사하며) 안녕히가세요!! (하고는 문 탁! 닫고 가게로 들어간다)
동만 : (벙쪄서) 자식이, 키운 보람이 있네.
한여사 : (시봉에게) 근데 장주방장은 또 먼저 간거야? 가게 끝나면 뒷꼭지두 안보이구 쪼로로 가버리네 요즘. 무슨 일 있나?
찬 : 아아, 제가 접때 화장실에 나란히 서서 속깊은 얘길 좀 나눠봤는데요. 요즘 뭘 좀 배운다던데요?
한여사 : ?? 다 늦게 뭘 배워?
찬 : 뭐긴 뭐겠어요.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거 아니겠어요?
동만 : !! (본다)
한여사 : 흠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법이지. 자기 개발을 위해 꾸준히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다니 난 사람이구만.
찬 : 누가 아니래요? 보면 볼수록 멋지다니까요. 주방장이라구 다 같은 주방장이 아니드라구요.
동만 : !!!! (홱 뒤돌아서는 팍팍팍 먼저 가버린다)
시봉 : (찬의 귀를 확 잡아채며) 넌 앞으루 말 할 때 상황판단을 좀 봐가면서 해. 알았어? (귀 놓고 한여사와 가고)
찬 : (아픈 귀 만지며) 이씨...
씬18. 태빈의 오피스텔 앞 (N)
한손에 서류가방 든 태빈과 카메라 가방 든 인하 걸어오고 있다.
인하 : (태빈의 서류가방 보고 웃으며) 사장님이 하루 아침에 수위아저씨루 전락했구나. 언제까지 가게서 밤샐 생각인데?
태빈 : 삼촌이 가게루 포커손님 끌어들이지 않을 때 까지.
인하 : 대단한 열정이구나.
태빈 : (픽 웃으며) 열정은 무슨... 같잖은 오기지.
인하 : ...(보다가) 이런 말 하는거 좀 우습지만... 너, 지호 한테 좀 잘해 줄 수 없겠냐? 그 자식 어제 집에 안들어왔어.
태빈 : ! (멈추고 본다)
인하 : (웃으며) 그렇게 까지 놀랠껀 없구, (태빈 어깨에 손 올리고 함께 걸으며) 뭐, 말로는 병상 지키느라구 그런다는데,
뭐가 또 꼬인 모양이야. 풀릴 때까지 가만 냅두는게 상책이긴 한데, 니 덕에 시간 좀 단축 시켜보면 어떨까 하구.
(보며 웃는) 내 말은 징그럽게 안 듣는거 알지?
태빈 : ... (피식 웃지만, 혼자 마음이 무거운)
씬19. 칠리칠리 앞 (N)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는 태빈, 심난한 한숨 한 번 쉬고 고개 드는데,
막 칠리칠리에서 나오고 있는 선과 시선 부딪힌다.
잠시 말없이 보고 있는 두 사람.
선이 먼저 시선 피해 자전거로 간다.
태빈 : (가볍게 잡으며) 우리, 할 얘기가 있는거 아니야?
선 : ... (보다가 담담하게) 뭔가 물어볼 말이 있어서 만나자구 했었어요.
태빈 : ... (본다)
선 : 근데, 약속 장소에 인하씨가 대신 나온거 보구 대답이 필요 없어졌어요.
태빈 : (문득 피식 웃음) 인하...씨?
선 : 어쨋든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앞으로 성가시게 하는 일 없을 꺼예요. (자전거 불 밝히며 가고)
태빈 : ...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다. 어쩐지 좀 무참해지는)
씬20. 동만의 집 앞 (N)
실내복 차림의 동만, 눈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나오는데,
선 : (E) 주방장님.
동만 : ? (돌아보고 좀 의아해서) 자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여긴?
선 : (어둠 속에서 나오며) 저, 요리 좀 가르쳐주세요.
동만 : (뜬금없다) 뭐?
선 : 눈 감구두 할 수 있을만큼 능숙한 요리사가 되구 싶어요. (눈가 붉어지며) 저, 시간이 별루 없어요. 가르쳐주세요. 열심히 할께요.
동만 : ...? (보고)
선 : (눈물 주욱 흐른다)
씬21. 청담동 외경 (D)
씬22. 청담동 거실 (D)
잠에서 막 깬 듯한 게으른 모습의 효태, 스포츠 신문 읽으며 낄낄 거리고 있는데,
그 신문 확 뺏어가는 손.
민여사 : 가게는 안나가 봐? 출근시간이 왜 그렇게 들쑥날쑥이야?
효태 : 서러워서 못 나가. 태빈이 그 자식이 나 쫓아내려구 별 생트집을 다 잡는다니까.
지 친엄마 가게라 이거지. 피 안섞인 남은 간섭하지 말라는거 아니겠수?
민여사 : ...
효태 : (슬쩍 반응 살피며) 조심해요. 그 자식 나중엔 회사까지 덥썩하려 들꺼유.
민여사 : (신문 펴며) 설렁설렁 할 줄 알았더니 제법이구나. 그래야지. 남자라면 야망이 있어야지.
효태 : (어라? 이게 아닌데?) 쥐뿔두 없는게 야망만 있다니까?
민여사 : 쥐뿔인지 야망인지는 내가 판단해. 나한테 나약한 놈은 필요없다. 피 아니라더한 것이 섞여두,
강한 놈이 아니면 회사 못 맡겨.
효태 : (누나가 읽고 있는 신문 확 내리고 얼굴 보며 반짝해서) 그럼 난 어때? 나 무지 강한데.
민여사 : 분명히 말해두지만 니 몫은 끽해야 그 가게 하나야. 탐이 나면 열의를 보여. 갖구 싶으면 어디 한 번 뺏어보라구. (신문 보고)
효태 : 탐나면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말구 뺏어라? (흐흥 웃으며) 누님 다운 말이네. 그거 젊을 때 누님 장기 아니었수?
민여사 : (확 보면)
효태 : (찔끔해서 얼른 신문 보며) 오늘의 운세가...
씬23. 칠리칠리 주방 (D)
런치타임이라 바쁜 주방 안.
정신 없이 오더 들어오고, 모두들 바쁜 손놀림 속에서 샐러드 만들고 있는 선. 양념통 집는데 눈 앞이 흐릿하다.
눈 한 번 감았다 뜨고는 떨리는 손으로 설탕 집는다.
씬24. 칠리칠리 이층홀 (D)
쟁반을 손가락으로 빙그르르 돌리며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있는 찬인데,
그 앞에 떡 버티고 서있는 시봉.
시봉 : (쟁반 확 뺏어서 한 대 때리고는) 한 번만 더 쟁반 돌리면, 아예 서커스단에 팔아버린다?
(쟁반 돌려주며) 오번 테이블에 피클 올려. (가고)
찬 : 어우어우, (화 삭이는데)
여자 : (E) 여기요!
찬 : (얼른 밝게) 옛 갑니다! (테이블로)
여자 : (찡그리며 포크로 샐러드접시 가리키며) 이거 맛이 좀 이상한거 같은데요?
찬 : 네? 그럴리가요? (하면서 포크 뺏어서 자기가 우적우적 먹어보는데)
시봉 : (그런 찬을 확 밀쳐내고는, 친절하게) 무슨 일이십니까? (하는데서)
태빈 : (E)(화난) 어떻게 이런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까!!
씬25. 칠리칠리 주방 (D)
한가해진 주방. 모여있는 식구들과 화가 나있는 태빈.
선은 태빈 앞에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태빈 : (O.L)(선이에게) 도대체 정신을 엊다 두구 있는 겁니까. 요리 경력이 몇 년이예요 도대체!
한여사 : 점심시간 때는 워낙 주문이 밀리다보니까 가끔 그런 실수가 있어. 어쩌다 한 번 실수루,
태빈 : (O.L) (선에게) 세 살먹은 어린애두 소금하구 설탕은 구분할 줄 압니다. 더구나 여긴 부엌이 아니라 직장입니다.
어쩌다 한 번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어요.
선 : ... (모멸감) 죄송합니다.
태빈 : 죄송하다는 말은 스스로 프로가 아님을 인정한다는 겁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난 프로근성이 없는 사람은 필요없습니다.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나가고)
선 : ... (그 시선 느끼며 아랫입술 잘근 씹는다)
씬26. 칠리칠리 앞 (D)
문 거칠게 열고 나오는 태빈. 나오다 말고 멈춰서서 감정 추스리고, 머리 쓸어넘기며 한숨쉬는...
씬27. 칠리칠리 일각 (D)
계단에 앉아있는 선. 죽고만 싶은 심정인데,
그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만원 짜리 한 장.
동만 : 요리 배우구 싶댔지? 첫 번째 과제야.
선 : ! (본다, 받는)
동만 : 그걸루 만찬을 준비해 봐. 만원의 한도를 넘지 말 것, 감동스러운 만찬이 되어야 할 것, 두가지 조건이다.
선 : 주방장님....
동만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모든건 마음에 달려있다. 마음이 정신을 조정하는 거야.
복잡한 일에 맘 허비하지 말구, 그 만원 한 장으로 뭘 할까만 고민해봐.
선 : (웬지 울컥해서) 고...맙습니다.
동만 : 술렁술렁 할 생각하지마. 아니다 싶으면 당장 하산시켜버릴테니까. (가고)
선 : ... (마음 다잡는 듯 만원짜리 보는데서)
씬28. 칠리칠리 주방 (D)
들어서는 동만인데,
궁금해 미치겠는 표정으로 뭔가를 바라보며 모여있는 찬과 똘마니들.
찬, 젓가락으로 가방 열어보려고 낑낑대고 있는 중이다.
동만 : ??? 뭐야?
일동 : (동시에 엄마얏! 화들짝 주저앉듯이 놀란다)
찬 : 어후, 놀랬잖아요. (작게) 장주방장님이 새로운 칼가방을 들구 왔는데, 절대 안보여주시잖아요.
(젓가락 들어보이며) 없을 때 한 번 몰래보려구요.
한여사 : (행주로 요리대 닦고있다가) 가만 내비둬. 요즘 요리 배운다구 새로 산 칼 가방이겠지, 뭐 별거 있을라구.
동만 : !! (순간 흥분해서 찬의 젓가락 뺏으며) 이리줘봐. 이리줘봐.
하고는 가방 열쇠구멍에 젓가락 들이미는데, 그 가방 확 낚아채가는 손.
광도 : (험악한 표정으로) 뭐하시는겁니까 지금.
동만 : 아,아니...저,젓가락이 열쇠구멍에 끼어있길래 빼보려구... (얼버무리는데)
광도 : 쓸데없는 관심은 꺼주십시오. (가방 들고 나가버린다)
동만 : 드으으으럽게 폼잡네 진짜! (젓가락 홱 던져버린다)
씬29. 칠리칠리 일각 (D)
광도 나와서 주변을 살피더니 계단에 앉아 열쇠로 가방을 연다.
가방 안을 바라보는 입가에 흐믓한 미소가 생기는 광도.
가방 안에는 실물크기의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종이가 들어있다.
광도,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더니 힘차게 도레도레,를 누르며 연습 한다.
그 모습 위로, 실제 도레도레음이 겹쳐지면서,
씬30. 선주의 피아노 학원 안 (N)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선주와 광도.
광도, 팔목을 힘차게 휘두르며 있는 힘껏 도레도레를 누르고 있다.
선주 : (웃음 참으며 보고 있다가 결국 터지는) 깔깔깔깔!!
광도 : ??? (보면)
선주 : 그렇게 쳐서 피아노가 부셔지겠어요? 망치를 갖다 부수는게 빠르지?
광도 : (뒷머리 벅벅 긁는데)
선주 : 잘보세요. (손 모양 해보이며) 손은 이렇게 공을 하나 쥐었다 생각하시구 가볍게 올려놓으시구요, (건반에 올려놓고)
광도 : ?? (보고 흉내내며 올려놓는)
선주 : (광도 손 위에 손 올려놓으며) 손목은 흔들지 말고, 가볍게 누르세요.
광도 : !!! (당황해서 바싹 긴장하고, 선주가 눌러주는대로 도레도레, 누른다)
선주 : 바로 그거예요. 아주 잘 하시는데요?
광도 : (수줍어서 머리 긁는) 이거 괜히 하겠다고 덤볐나 봅니다. 그냥 하던 요리나 열심히 할껄.
선주 : 무슨 소리예요. 피아노는 요리랑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울려서 요리가 되는거 처럼,
(도레미파솔라시도 차례대로 건반 누르고는) 피아노두 이 일곱 개의 음을 섞으면 황홀한 음악이 탄생하거든요?
보세요. (하고는 도레미송 친다) 도레미도.미도미.
광도 : (어설프게 따라한다)
선주 : (치며) 레미파파미레파.
광도 : (허으...어색하게 웃으며 따라한다)
선주 한소절씩 쳐주고, 광도 열심히 받아쳐본다.
선주 왼손으로 천천히 반주 넣어가며 쳐주면, 광도 틀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따라한다.
선주 웃으며 자알 보세요? 하고는 신나게 도레미송 쳐준다.
그런 선주를 보며 수줍게 웃는 광도...
씬31. 광도의 옥상방 (N)
앞의 도레미송 계속 이어지면서,
곰인형 안고 도레미송 흥얼거리며 광도의 방 안을 구경하고 있는 슬이의 모습.
가방 안의 칼을 보고는 놀라는 슬이,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가 사이드테이블을 건드려 올려놓았던 사진 액자가 쓰러진다.
슬이, 액자를 제대로 세워놓고 보면,
사진속... 슬이 또래의 여자아이(딸)와 선주 또래의 여자(아내)와 함께 있는 광도.
슬이 : ... (보다가 사진속 여자 아이에게 귀엽게 씨익 웃으며) 안녕? (곰인형 손 들어 흔들며) 안녕? (인사하는데서)
씬32. 지호의 동물 병원 (N)
지호, 강아지(S#6의) 우유 먹여주고 있다. 강아지는 많이 건강해진 모습.
지호, 이뻐서 미소짓는데, 그 강아지 과격하게 덥썩 안아올리는 손.
태빈 : (강아지 무게 재듯 손에서 들었다 놨다 해보며) 이런건 한 마리에 얼마나 하냐?
지호 : (확 뺏고는 보지 않고) 무슨 일이야 여긴.
태빈 : 너 요즘 집에 안들어 간다며? 웬 어울리지두 않는 어리광이냐?
지호 : (챠트 체크하며) 오빠 때문이 아니라 일 때문이니까 신경쓰지마. (컴퓨터 쪽으로)
태빈 : 야 임마, 사람을 좀 보구 얘기해라. 너 이제 나 안 볼꺼야?
지호 : 어쩌면. 보면 욕심 생겨서 안되겠어. (마우스 움직이며) 그러니까 고문하지 말구 가주라.
간만에 따뜻한 척 하느라 수고했어. 잘가.
태빈 : ... (난감하게 보는데서)
씬33. 선이네 집 (N)
테이블 위에는 만원짜리 한 장과, 각종 재료 가격을 계산해 본 용지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새로운 종이에 계산해 보고 있는 선.
시봉 : (턱괴고 앉아 심드렁하게 보고 있는) 도대체 이 농담 같은 제안에 왜 목숨을 거는건데?
선 : 말했잖아. 눈 감구두 요릴 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한 요리사가 되구 싶다니까.
시봉 : 무슨 묘기대행진에 나갈 일 있어? (하는데 울리는 전화벨)
선 : (손 뻗어 수화기 잡는데 헛잡고 빈 허공을 더듬는)
시봉 : ??? (보는)
선 : (짧게 당황. 얼른 다시 수화기 잡는데, 또 헛 짚는다)
시봉 : !!! (보는)
선 : 니,니가 좀 받을래? (하는데 전화 끊기고, 순간 피하듯 일어서서 주방으로)
시봉 : (멍하니 있다가, 후다닥 주방으로 따라들어가는)
선 : (잔에 물 따르는데 손 떨리며 흘리고)
시봉 : !!! (선의 손 확 잡아채며) 언니, 맞지?
선 : (외면하려는데)
시봉 : (놓지 않고 보며) 시작된거 맞지? 오늘 가게에서 일, 이것 때문이야 그렇지?
선 : (담담하게) 시봉아.
시봉 :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시작됐어?
선 : 부탁이야. 나 계속 일하구 싶어. 너만 모른 척 해주면 아무 문제 없어.
시봉 : (O.L) 어떻게 모른 척 해! 이런 식으루 어떻게 칼을 잡어! 가게에 불이라두 내면 어떡할꺼야!
선 : (O.L) 벌써 장님 취급하지마!! 나 아직 멀쩡해! 다른 사람이랑 똑같아!
시봉 : 언니!
선 : 아깐 겁먹어서 실수한거 뿐이야! 아직은 괜찮아, 괜찮다구!
시봉 : ... (한숨쉬며 보고)
선 : 벌써 부터 도망가구 싶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볼 수 있는거... (눈물 차오르며) 벌써 부터 지우구 싶지 않아.
포기하구 싶지 않아. 모른 척 해줘. 응? 나 잘 할게. 잘 할 수 있어 나...
시봉 : ... (속상하고 안타까워서 보는)
씬34. 칠리칠리 홀 (D)
조회시간. 태빈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선이의 빈자리.
식구들 태빈의 눈치 살피고 있고.
효태 : (내심 좋지만) 요즘 젊은애들 문제야 문제. 어제 쪼금 혼났다고 결근까지 하나? 헝그리 정신이 없어 암튼.
시봉 : 그런게 아니구요. (태빈 보며) 언니가 몸이 너무 안좋아서... 언닌 나오겠다는걸 제가 억지루 말렸어요.
효태 : 아플 만두 하지, 왜 안 아프겠어. 막말루 소금 대신 설탕을 쳤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게 청산가리였어봐!
이거 완전 엽기되는거 아니야?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듯 담배 하나 피워물며) 아무래두... 내 생각엔 말야.
이쯤해서 가게 문을 닫는게,
태빈 : (탁 일어서서) 오늘 조회는 이상입니다. (나간다)
씬35. 선이네 집 (D)
방 한구석에 무릎 감싸쥐고 웅크리고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선.
문득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그 햇살이 방바닥에 그리는 창문의 그림자를 가만히 손으로 쓸어보는데....
울리는 전화벨.
선, 전화쪽을 돌아보는데서,
씬36. 까페 (D)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는 지호와 선.
지호 : (마신 커피잔 놓으며) 태빈이 오빠 좋아하죠?
선 : ? (본다)
지호 : (웃으며) 아, 미안해요. 제가 원래 앞뒷말 긴걸 싫어해서요. 본론부터 말하는 스타일이죠.
선 : ... 말씀하세요.
지호 : 불행히두 내가 아끼는 두 남자가 선이씨랑 다 연결돼 있더군요. 김태빈이랑 서인하. 선이씨 마음이 어느 쪽인지 궁금해요.
선 : 대답해야 되나요?
지호 : 대답을 들으려구 나왔는데, 오면서 생각을 바꿨어요. 어느 쪽이든 상관 없어요. 둘 다 안돼요.
선 : ! (본다)
지호 : 나 태빈이 오빠 무지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우리 오빠랑 선이씨가 잘 되길 바랬어요.
근데 선이씨 맘이 태빈 오빠한테 있는거 알구 안되겠다 싶었어요.
선 : ... (보는)
지호 : 우리 오빠, 여린 사람이예요. 동정하구 연민이 필요이상으루 많은 사람이죠.
선 : 무슨 뜻이죠?
지호 : 서인하 한테 상처주지 말아요. 우리 오빠, 태빈 오빠, 그리구 나... 헤집지 말아요. 그 말 하러 왔어요.
선 : ... (보는데서)
씬37. 고궁 안 (D)
뛰어오고 있는 인하, 저만치 벤취에 앉아 비둘기 모이 던져주고 있는 선을 발견하고는 입가에 웃음 담고 뛰어간다.
그 바람에 비둘기들 후두두둑 날아간다.
선?? 돌아보면,
인하 : 어...미안해요. 쫓아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선 : ... (순수한 모습에 웃다가) 일찍 왔네요? 차 안 막혔어요?
인하 : 날아왔어요. (옆에 앉으며) 웬일이예요? 선이씨가 날 먼저 보자 그러구?
선 : ... (보며 미소로) 앞으루 못 보게 될꺼 같아서 많이 좀 봐두려구요.
인하 : ?? 어디...가세요?
선 : 저 바빠지거든요 이제. 주방장님 한테 요리수업 받기루 했어요, 오늘 부터.
인하 : (안심의) 아아... (웃고는 장난) 그런 사람이 가게 땡땡이 치구 뭐하는 겁니까 지금.
선 : (하늘 보며 밝게) 아침에 딱 일어났는데 날씨가 욕나오게 좋잖아요. 고등학교 때 자율학습 땡땡이 치구 영화보던게 생각 나서요.
(보며) 우리 영화 보러 갈래요?
인하 : 어두울텐데 괜찮겠어요? (했다가, 앗차 싶어서) 아...날씨두 좋은데, 어두운데 뭐하러 들어 가냐구요 내 말은.
선 : 그러지 말구 가요. 내가 보여주께. 나 인하씨 한테 늘 받기만 했잖아요.
인하 : ...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어쩐지 좀 이상하고)
선 : 앞으루 영화 볼 기회두 별루 없을꺼 같아서 그래요. 가요. (일어서는데)
인하 : (덜컥 불안해서, 선이의 손 잡아 세우며) 왜...요? 왜 영화를 못봐요?
선 : ...(보다가 웃으며) 바빠진다니까요?
인하 : ...(살피듯 보는)
씬38. 영화관 (D)
코믹영화가 상영중이고, (되도록 한국영화로)
박장대소 하며 웃고 있는 관객들.
따라서 피시식 웃다가, 문득 선이쪽을 돌아보며 멈칫 하는 인하.
그렁그렁한 눈으로 꼼짝 않고 앉아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선.
주루루룩 흘러내리는 눈물 닦을 생각도 앉고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다.
인하,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씬39. 영화관 앞 거리 (D)
영화관에서 나오고 있는 인하와 선.
인하 : (짐짓 밝게) 영화 너무 슬펐죠?
선 : ? (봤다가 영화 간판 한 번 올려 보고는) 코믹 영화 아니었어요? 이거?
인하 : (짐짓 과장되게) 그랬어요? 어우, 난 너무 슬프던데? 막 울었잖아요 보다가.
선 : ! (순간 멈추고) 봤...어요 나?
인하 : 뭐요? 우는 거요? 아니요, 못봤는데요?
선 : (피식 웃어버리고)
인하 : 아으, 너무 울었더니 우울하다. 기분 좀 띄우러 가요 우리.
선 : (미소로 보는 데서)
씬40. 스티거 사진 가게 (D)
선이 손 잡아 끌고 들어오는 인하.
선 : (허, 기막혀서 웃는) 스티커 사진이요? 이게 언제적 유행인데요.
인하 : 아무렴 최첨단을 달리는 사진가가 스티커 사진 찍으러 여길 왔겠어요?
선 : ?? 그럼요?
인하 : (씩 웃으며) 핸드폰 줘봐요.
선 : ?? (보는 데서)
씬41. 몽타쥬 (D)
-핸드폰 액정 화면용 사진을 찍고 있는 선과 인하.
-기다리는 동안, 각자 스티커 사진기 기계에 들어가 사진 찍는 두 사람.
안들어가려는 선이를 억지로 기계 안에 밀어넣는 인하.
-기계 안에서 혼자가 된 선. 가만히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우울하게 바라본다. 찍힌다.
어설프게 웃어본다. 찍힌다. 어느순간 V자 그리며 환하게 웃는 선이의 모습 찰칵 찍히는데서.
-서로, 사진 찍은거 구경하는 두 사람, 좀 이상한 사진 보면서, 아으으... 미치겠다는 표정 짓기도 하고.
-마침내 완성된 핸드폰 액정화면을 희안해서 보고 있는 선, 그런 선에게 자기 것도 보여주며 웃는 인하.
씬42. 오피스텔 앞 (D)
걸어오던 태빈, 문 앞에 서있는 지호를 보고 멈칫 선다.
태빈 : (반갑다, 웃으며) 서지호. (다가오며) 어쩐 일이야? 다신 나 안본다더니?
지호 : (무표정으로 발로 문 뻥 까며) 이거나 빨리 열어.
태빈 : (웃는데서)
씬43. 오피스텔 안 (D)
들어오는 태빈과 지호.
태빈 : (주방 쪽으로 가며) 뭐 마실래? (하는데)
지호 : 오빠.
태빈 : 왜? (보면)
지호 : (담담하게) 사랑해.
태빈 : ??? (뜬금없고 황당한)
지호 : 사랑한다구.
태빈 : 어 그래. 알았어. 사랑해줘서 고마워. 뭐 마실래? (가려는데)
지호 : (잡는다)
태빈 : 왜, 왜 그래?
지호 : 유치원 때 부터 오빠가 좋았어. 중학교땐 설레였구, 고등학교 땐 아팠어.
대학생이 되구, 성인이 되면서 오빠 옆에 있는 딴 사람을 보는데 지쳤어.
태빈 : (허, 웃고는) 지호야.
지호 : 딴데 보지마. 나만 봐주라. 사랑하자 우리.
태빈 : 얌마, (웃음이 다 나오며) 니가 사랑이 뭔지나 알어?
지호 : 밥 먹다가 문득문득 그 사람 모습이 보인 적 있어? 그 사람 때문에 밥 보다 술이 더 좋아진 적 있어?
그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아파 본 적 있어?
태빈 : (안되겠다, 달래려) 지호야. (하는데)
지호 : 오빤 질투가 뭔지 모르지? 그건 사랑에 따라 붙는 필수조건 같은거야. 그걸 느낄 수 있으면 사랑이 뭔지두 아는거라구...
그게 얼마나 괴로운건지 알어?
태빈 : ... (보며 하! 나 참, 난감하다)
씬44. 칠리칠리 앞 (N)
헤드라이트 밝히며 도착하는 인하의 차.
선 내리면, 뒤 이어 내리는 인하. (헤드라이트는 켜두고)
선 : (웃고) 오늘, 같이 놀아줘서 고마웠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들어가려는데)
인하 : 선이씨.
선 : ? (보면)
인하 : 내일, 시간 괜찮아요?
선 : ... (보는데)
인하 : 할 얘기가 있어요. 나 혼자 알구 있는게 어쩐지 죄 짓는거 같아서, (편하게 웃으며) 털어놓으려구요.
선 : ? (보는 데서)
씬45. 칠리칠리 주방 (N)
혼자서 요리 만들고 있는 선. 손 동작이 느려진다. 마음이 복잡하다.
정신 가다듬고 다시 요리 시작하는 선.
선 : (섞고 있던 재료에 뭔가 더 넣으려다가) 앗차! 이거 넣으면 만원에서 초과되지? (포기하고 한숨 쉬는데)
홀 쪽에서 들리는 인기척 소리.
순간 긴장이 되서 ‘누구...세요...?’ 홀쪽으로 나가다가, 어두워서 멈칫 서는 순간,
왁!! 소리지르며 나타나는 시봉. 악! 기겁하며 놀라는 선.
시봉 : (깔깔깔 웃으며) 위문공연 왔어.
선 : (놀란 가슴 쓸어내리다가) 어으, 놀랐잖아! (쥐어 패고)
씬46. 달리는 인하의 차 안 (N)
라디오 틀어놓고 운전하고 있는 인하. 문득 창밖으로, 불을 밝히고 있는 일식집이 보인다.
문득 입가에 미소 생기는 인하. 그리로 차 돌려 간다.
씬47. 칠리칠리 일각 (N)
종이 보이는 곳, 계단에 앉아 차 마시고 있는 선과 시봉.
문득, 주머니에서 후래쉬(인하가 준 것) 꺼내 종을 비춰보는 시봉.
시봉 : 저 종 말야. 저게 울리면 어떤 소원두 다 이뤄진대. 우리 울려볼까?
선 : (웃으며) 저거 진짜 종 아니야.
시봉 : 알아. 폭폭한 세상에 희망이나 갖자구 지어낸 얘기겠지.
선 : ... (미소로) 희망을 가진란 말, 참 많이들 하지. 사랑이란 말만큼이나 흔해...
근데 나라면 말이야, 차라리 불행이랑 빨리 친해지라구 말해주겠어.
시봉 : 언니. (약한 소리 하지 말라는)
선 : (웃으며 어깨 툭 치는) 알아알아. 그래두 희망은 가져야겠지? 꽁짠데 뭐.
시봉 : 그러엄! 먼저 마음을 걸어잠구는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야. 하구 싶은거다 해볼꺼라며, 그럼 사랑두 해봐 까짓!
선 : 그건 쫌 자신 없다 야.
시봉 : 왜에, 언니 김태빈 좋아하잖아. 내가 좀 도와줘?
선 : (웃으며) 나 누구 한테 마음을 여는 일, 이제 못해 시봉아.
시봉 : 왜 못해.
선 : 누군가가 들어오면 밀어 내지 못 할꺼 같아. 나가라구 말두 못하구, 붙잡구싶은 욕심이 생길꺼같아.
상처받구 싶지 않아. 아무한테두 상처 주구 싶지 않아...
시봉 : ... (보는)
선 : (독백 처럼) 불행은 눈이 멀어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말 있지? 근데, 난 걔보다 더 멍청한가봐.
내가 먼저 눈이 멀어 불행을 찾아갈테니까... 그치?
그런 선이를 보며 속상한 시봉.
카메라 그렇게 두 아이의 모습 보여주다가, 뒤로 빠지면, 벽 뒤에 등 기대고 서서 듣고 있는 인하... 마음이 아프다.
야식으로 사온 도시락 초밥을 씁쓸하게 바라보다가 그대로 들고 가는 인하의 모습에서...
씬48. 칠리칠리 외경 (D)
씬49. 칠리칠리 주방 (D)
런치타임이라 정신 없는 주방 안.
작업하고 있는 선. 눈 앞이 어질어질하다. 한손으로 이마를 짚는 선.
오더맨의 외침소리, 달그락 거리는 그릇 소리들이 과장된 울림으로 들린다.
선 더듬더듬 계량스푼 잡으려다가 수저통 건드려 바닥에 와장창 떨어진다.
그 소리에 일제히 선이에게 향하는 시선!
선 : (후다닥 정신 차리고 수저들 줍기 시작하고)
동만 : ... (보다가) 놔두구 가서 자넨 육수 불이나 조절해.
한여사 : (와서 거들며, 어서 가보라고 선이에게 눈짓하는)
가스불 위에 놓여 끓고있는 커다란 들통 앞으로 가는 선. 흐릿흐릿하게 보이는 가스불.
선, 바싹 긴장해서 불 조절하고 들통을 열어보는 순간 얼굴 위로 확 솟아 오른 수증기.
반사적으로 얼른 피하는 선인데,
태빈 : 주문들이 왜 이렇게 늦습니까? 무슨 문제 있습니까? (들어서는)
그 소리에 태빈을 돌아보는 선, 흐릿한 윤곽으로만 보이는 태빈의 모습.
태빈 : ... ??? (이상해서) 뭡니까? 왜 그래요?
미동도 않고 멍하니 서있는 선의 모습 위로, 태빈의 목소리가 울림으로 여러번 반복되어 윙윙 울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리는 선.
순간 놀라서 선이 주위로 몰려 드는 태빈과 사람들!!!
씬50. 칠리칠리 앞 (D)
태빈의 등에 엎혀 나오고 있는 선. 따라나오는 식구들.
태빈, 리모콘으로 차 열고, 시봉 태빈을 도와 선을 뒷좌석에 실는다.
한여사 : (다급한) 요 앞 큰길에 병원 있어. 그리루 가.
태빈 :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들어가서 일들 보세요. (운전석에 타서 시동거는데)
선 : ... 병원으루 안가요 나.
태빈 : ? (돌아보는)
선 : ... (창문의 시봉을 보며 가만히 고개 젓는)
시봉 : ...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주머니에서 열쇠 꺼내 태빈에게 주며) 저기 죄송하지만, 언니 집까지만 데려다 주실래요?
제가 일 끝나는대루 갈께요.
태빈 : ... (보는 데서)
씬51. 선이네 집 (D)
선, 링거주사 꽂고 침대에 누워있고, 간호사 수액 조절해주고는 나간다.
태빈 ‘수고하셨습니다’ 배웅하고 돌아오는데,
선 : (일어나 앉으며)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가보셔두 돼요.
태빈 : (테이블 위에 널려있는 시봉의 만화책들 보면서) 어우, 이거 27권 나왔네? (집어 들고 앉아서 책장 넘기는)
선 : ... (보고)
태빈 : (만화책 보는 채로) 주사 떨어지는거 보구 갈테니까, 안심하고 자.
선 : ... (보는)
씬52. 인하의 방 (D)
카메라 가방 챙기고 있는 인하.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선이의 청평사진을 가만히 들어서 보는.
선 : (E) 앞으루 못 보게 될꺼 같아서 많이 좀 봐두려구요... 나 인하씨 한테 늘 받기만 했잖아요.
인하 : ... (우울한 표정으로 사진 가방에 챙겨 넣는다)
씬53. 선이네 집 (N)
선, 이불에 폭 쌓여 곤하게 잠들어 있고, 방안을 구경하고 있는 태빈.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어있는 요리잡지 레시피와 폴라로이드 사진들...
청평 하늘과, 세훈의 사진이다.
싱크대 앞 창가 작은 화분들 옆에 놓여있는 포푸리 병... 뚜껑 열고 냄새 맡아보는 태빈. 피식 웃고는 문득 벽시계를 본다.
잠시 난감해하던 태빈, 수화기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태빈 : (착신 되면) 아...아주머니? 저 태빈인데요. 다,다름이 아니구요....
(메모지 한 장 뽑고 볼펜 들고는) 주,죽은 어떻게 끓이는 거예요?
씬54. 까페 (D)
들어오는 인하.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종업원이 내미는 물 마시며 메뉴판 본다.
씬55. 선이네 집 (N)
침대 위. 주방에서 들리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가만히 눈을 뜨는 선.
흐릿한 눈으로 주방쪽을 보면 가스불 앞, 죽 뜨고 있는 태빈의 뒷모습.
순간 벌떡 일어나 앉는 선.
태빈 : (시선 느끼고 돌아보는) .... (머쓱하고, 쟁반에 물잔과 죽그릇 들고 와서 선이 앞에 털썩 놓는)
선 : ?? (좀 놀라서 보면)
태빈 : (퉁명스럽게) 죽은 죽인데 꿀꿀이 죽이야. 맛 없어두 코 막구 먹어.
선 : ... (피식 웃는다.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태빈 : (어색해서 미칠 지경이다) 왜 웃어.
선 : 꼭 우리 아빠 같아서요.
태빈 : (어이없어서) 뭐?
선 : 나 아플 때마다 아빠가 죽 많이 끓여주셨었거든요. 엄마가 없으니까...
태빈 : ... (보고)
선 : 잘 먹을께요. (웃고는 수저 드는데, 문득 그 시선에 들어오는 벽시계)
인하 : (E) 꽃요리 먹던 레스토랑 기억하죠? 그 옆 까페에서 기다릴께요.
선 : !!! (순간 수저 팽개치고 후다닥 뛰어나가고)
태빈 : ??? (벙쩍어 보는데서)
씬56. 까페 안 (N)
인하 기다리고 있다. 문득 벽시계를 보고는 쓰게 피식 웃는다. 계산서 들고 일어난다.
씬57. 까페 앞 (N)
나오는 인하, 허탈하게 웃고는 세워둔 차 쪽으로 가다가,
문득 어떤 느낌에 확 돌아보면, 저만치 더듬더듬 뛰어오고 있는 선.
급하게 길을 건너려는 순간 그 앞으로 달려오는 승용차, 순간 하얗게 질려 달려가는 인하.
위태위태하게 길 중간으로 들어서는 선, 빠앙--- 거친 클라숀 울리며 달려오는 차!
순간, 선이의 어깨를 확 감싸 안고 피하는 인하!!
인하 : 미쳤어요?! 죽구 싶어요?!
선 : (하얗게 질려서 봤다가, 상대가 인하임을 알고) 미안해요. 핸드폰 죽여 놓구 깜빡 잠이 들었어요. 미안해요.
인하 : 어두운데 뭐하러 나와요! 후래쉰 어쨌어요? 자전건 어쨌어요?
선 : (순간 어떤 느낌에 보는)
인하 : (한숨 쉬며 가라앉히는) 화 내서 미안해요. 늦은 시간에 낯선 곳에서 만나자구 하는게 아니었는데...
깜빡했어요. 내 실수예요. 미안해요.
선 : 실수 했다니 뭘요...? 깜빡했다니요? 뭘 깜빡해요?
인하 : ... (보다가) 들어가서 얘기해요. (돌아서는데)
선 : (확 잡아세우며) 알구 있었어요 그렇죠?
인하 : ... (보는)
선 : (눈 앞에 아득해지는) 전부 다 알구 있으면서 날 속였어. 그래서 나한테 친절했던 거군요. 불쌍하니까.
원래 동정 하구 연민이 많은 사람이니까!
인하 : 선이씨.
선 : (눈물 차오르며) 왜 말 안했어요? 내가 불쌍했어요? 자존심 상할까봐 안쓰러웠어요?
아니면 어두운 데서 더듬거리는게 재밌어보였어요?
인하 : 선이씨!
선 : 미안하지만, 난 당신의 흥미 대상이 아니예요! 동정을 구걸할 만큼 약하지 않다구요 난!! (확 돌아서 가고)
인하 : (잡으며) 선이씨! (냉정하게 뿌리치는 선의 뒤를 쫓아가며) 내 말좀 들어봐요. 내 얘기도 좀 들어 봐요!
고집스럽게 이 앙다물고 뛰어가는 선.
그 앞으로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달려오는 자동차,
순간 선이의 손을 확 잡아 끄는 인하. 그대로 선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 모습 위로,
인하 : (E) 동정이 아니야... 순수한 니가 좋았어. 맑은 니 눈이 좋았어... 그래서 말하지 않았어. 니가 좋으니까....
그런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키스하고 있는 두사람의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언제부턴지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서있는 태빈... 그 모습 위로,
지호 : (E) 오빤 질투가 뭔지 모르지? 그건 사랑에 따라 붙는 필수조건 같은거야. 그걸 느낄 수 있으면 사랑이 뭔지두 아는거라구...
그게 얼마나 괴로운건지 모르지....?
뒤 돌아서는 태빈... 어쩐지 가슴 한켠이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