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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못난이] 03
1. 씬. 호텔 로비.(밤)
동주, 차연 걸어오는.
동주 : 당신이 오늘 할 일은 다했으니까 그만 퇴근해도 됩니다.
차연 : (보고)
동주 : 왜요?
차연 : 뭐 얘기라도 좀 해야 하지 않나요? 결혼식은 어떻게 할 건지?
동주 : (비웃고) 그런 거 하고 싶어요?
차연 : 네?
동주 : 내일 연락하죠. (걸어가는)
차연 : 아니, 우리가 뭐 오래 사귄 사이는 아니라도, 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서로에 대해서 좀 알기도 하고....
동주 : (걸어가면서) 전 아주머니한테 궁금한 거 별로 없거든요.
차연 : (궁시렁 거리는 투로) 저런 싸가지. 난 뭐 너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환장 했는 줄 아니.
동주 : (돌아보고)
차연 : (찔끔하고, 인사하고) 안녕히 들어가시라구요.
동주 : 타고 갈 차는 있죠? 아님 호텔에 차 내달라고 하든지?
차연 : 됐어요, 차 있어요.
동주 : 그럼. (돌아서서 걸어가는)
2. 씬. 유경의 호텔룸.(밤)
호태, 멍하니 서있고, 유경, 술을 마시는.
호태 : 난 유경씨가 나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유경 : 생명의 은인하고 결혼하는 거, 나쁘지 않잖아요?
호태 : 나쁘지 않죠. 그것처럼 운명적인 게 또 어디 있겠어요?
유경 :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죠?
호태 : 네?
유경 : 한국 병원으로 옮길 수 있냐구요?
호태 : 아, 그거야. 그렇지 않아도 고국에서 의술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유경 : 그럼 와요, 호태씨?
호태 : 유경씨가 원한다면야.
유경 : 우리 한국에서 정식으로 시작해봐요.
호태 : 정, 정식으로. 이미 약혼까지 했는데 정식으로 시작해봐야 결혼 아니겠어요?
유경 : 오늘 일은 그냥 헤프닝이구요. 난 진짜 근사하게 호태씨한테 프로포즈도 받고 싶고 그런데....
호태 : 그건 지금이라도.... (무릎 꿇으려고 하면서 유경의 손을 잡는데)
유경 : 아니, 이런 거 말구요. 타이타닉처럼.
호태 : 물에 빠져 죽자구요?
유경 : 아니. 블루 다이아몬드.
호태 : 네?
유경 : 난 타이타닉에서 봤던 그런 블루 다이아몬드를 프로포즈 받는 날 손에 끼고 싶은데..... 내가 너무 속물적인가요?
호태 : 아, 아니예요. 속물적이긴요. 그게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이죠.
벨 소리.
유경 : 누구세요? .... 누구시냐구요? (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여는)
동주, 서있는.
유경 : (노려보고)
동주 : .....
유경 : 무슨 일이시죠?
동주 : .....
유경 : 무슨 일이신지?
동주 : .....그냥 돌아갈까요? 서유경 씨? 약혼자분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다음에.... (돌아서려고 하면)
유경 : 잠깐요. (돌아서서 호태에게) 호태씨 미안해서 어쩌죠. 우리 영화사 대표님이세요.
호태 : 아까 뵈었죠.
유경 : 중요한 말씀이 있으신 거 같은데.....
호태 : 그럼 하세요.
유경 : 호태씨?
호태 : 아. (손가락으로 나 가요? 하는 시늉)
유경 : (미소 짓고)
호태 : 아, 네. 그럼....
유경 : (호태의 팔 다정하게 잡으면서) 내일 병원 일 끝내고 호텔로 와줄 수 있죠?
호태 : 그, 그럼요. (나가면서 동주에게 인사하는) 아까 말씀 무지 잘하시대요. 재혼 하실 분하고 진짜 잘 어울려보이시던데.
동주 : .....
호태 : (인사 꾸벅하고) 말씀들 나누십쇼. 유경씨, 그럼 내일.
유경 : 네, 호태씨.
동주, 안으로 들어가고, 문 닫기고.
호태 : 저 자식은 차연인 어디다 두고.
3. 씬. 도로.(밤)
동철, 운전하고, 그 옆에 호태, 둘이 신이 나있다. 노래 크게 틀어놓고 신이 나서 부르는.
호태 : (드럼 치는 흉내까지 내고)
동철 : 약혼자라고 기자들한테 발표까지 했으면 게임 오버야. 게임 오버. 스타가, 결혼하겠다 발표까지 했는데,
남자가 백수 아니라 별거라도 어쩌겠어. 쪽 팔려서라도 결혼해야지, 나중에 이혼을 할 망정.
호태 : 이혼은. 이 자식은 분위기 좋은데 꼭 초를 쳐요. 내가 하기에 달린 거야. 결혼만 해봐라, 밤마다 내가 이 한 몸 안아끼고
헌신하면 어떤 여자가 날 마다하냐? 네가 몰라서 그렇지, 진시황 엄마도 그런 내시가 한명 있었거든.
그 놈이 어떤 놈이냐. 쌩 양아치야. 그치만 물건이 너무 좋은 거야. 그러니까 황제 부럽지 않게 살게 되드라 그거야.
동철 : 대체 그런 건 다 어디서 주워들은 거유? 형이나 나나 가방 끈 짧은 건 마찬가진데.
호태 : 넌 고우영 선생의 역작 삼국지도 안봤냐?
동철 : 누구?
호태 : 네가 아무리 고국을 떠나 산다해도 당대의 대화백 성함도 모르는 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난 인생의 모든 걸
고우영 선생의 역작들을 통해서 모두 배웠다. 내가 언젠가는 꼭 한번 고우영 선생을 찾아 뵙고 큰 절을 한번 올릴 작정이다.
저를 키우신 건 바로 선생이십니다 하고.
동철 : 고우영선생께서 반가워 하실라나 모르겠네. 물건만 좋은 쌩양아치를.
호태 : 이 자식은. 넌 그 입 때문에 줬던 떡도 뺏고 싶게 만드는 놈.... (그러다 앞을 보는데) 저....저건 뭐냐?
밤길. 차연, 드레스 차림으로 자전거 타고 가고 있다.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어렵게 패달을 밟는 차연의 모습이 처참해 보인다.
호태 : 진짜 여러 가지 한다. 저 여인네.
동철 : 깨진 거 아냐? (차 세우고)
호태 : (얼른 차에서 뛰어내리는) 진차연씨?
차연 : (돌아보는. 얼굴이 온통 땀으로 젖어있다)
호태 : 신랑 될 놈이 차도 안태워주디? 아, 그 놈.... 야, 너 이 꼴로 돌아가게 만들고 왜 남의 약혼녀 방엔 기웃거린다디?
차연 : (자전거에서 내려 헐떡이는)
동철 : (운전석 창으로 몸 내밀고) 누나, 혹시 깨진 거 아니예요?
호태 : 결혼 발표 한 거 없었던 일로 하자디?
차연 : 자전거나 실어.
호태 : 엄청 부자란 놈이 결혼할 여잘 이 꼴로 내보내드냐구?
차연 : (헐떡거리며 주저앉는)
호태 : (다가오며) 차연아?
차연 : (고개 들고, 숨 몰아쉬며) 그 자식 결혼하면 내 손에 죽는다. 두구봐라.
4. 씬. 바닷가.(밤)
파도가 치는 밤바다 전경.
차연 : (바다를 향해 괴성을 지르고 있는) 아, 싸가지. 아 진짜 싸가지.
호태 : 너 그러다 밤 새겠다.
차연 : (심호흡하고 털썩 주저앉는. 감정 수습하고 나서) 근데 넌 언제 서유경인가 뭔가 하는 가수 애랑 약혼까지 했냐?
호태 : 내가 생명의 은인이거든.
차연 : 뭐?
호태 : 얘기하자면 너무 길다.
차연 : 당신이 국립병원 의사시라구요?
호태 : 그건 약간의 포장이구.
차연 : 그게 약간의 포장이냐? 사기지?
호태 : 사기는. 차연아, 네가 모르는 게 있는데 남녀 관계는 정말 모르는 거거든.
차연 : 그렇게 많이 아셔서 사기부터 치냐?
호태 : 처음엔 약간의 포장이 필요한 게 남녀 관계지만 관계가 발전하고 나면 그런 포장이 다 소용 없는 게 되는 거거든.
그게 남녀 관계의 진리다. 고우영 선생의 역작에 보면 다 나와요. 양귀비도 원래 며느리였어요, 며느리.
너랑 신동준가 뭔가 하는 그 놈이 결혼까지 하게 된 사연도 그거 정상 아니다.
차연 : 그 놈은 내가 안마산 거 다 알아.
호태 : 아들 있는 건?
차연 : .....
호태 : 뭐 네 약점을 잡자는 게 아니라, 이치가 그렇다는 거야, 이치가. 차연아. 우리 딴 생각 말고 서로의 사업에 열중하자.
차연 : 사업?
호태 : 넌 신동주하고 결혼하는 거, 난 서유경하고 결혼하는 거.
차연 : 걔네 둘 좀 이상해.
호태 : 누가? 신동주하고 서유경하고?
차연 : 진짜 모르겠는 건, 그런데 왜 서유경을 놔두고 나랑 결혼하자고 저 난리인 걸까.
호태 : 에이, 네가 뭘 잘못 안 거 같다. 유경씨 나한테 뻑이 가있어요. 날 보는 눈빛 못봤냐? 날 온몸으로 갈구하는 그 뜨거운 눈빛?
5. 유경의 호텔룸.(밤)
유경, 동주를 노려보고 서있는.
동주 : (느물거리는 미소로) 그렇게 약이 올랐나?
유경 : 당신이 딴 짓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거 없잖아?
동주 : 선순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그것도 아니더군.
유경 : .....
동주 : 그건 날 긴장 시키는 게 아니라, 싫증나게 만드는 거야.
유경 : 이미 당신하고 난 끝난 거 아냐?
동주 : (유경의 어깨를 거칠게 잡고 거울 앞으로 돌려세우는) 잘 봐. 네 옆에 있는 저 남자는 자기가 끝났다고 하기 전엔
아무 것도 끝내지 않는 남자야.
유경 : 그럼.....날더러 뭘 하라구?
동주 : 기다려야지.
유경 : 또? 당신이 재혼 삼혼 사혼 할 때까지?
동주 : (미소 짓고) 재혼으로 끝나길 기도하면서.
유경 : 나 너무 얕잡아보지마. 나 서유경이야.
동주 : 그렇지, 내가 만들어낸 서유경.
유경 : 당신 사무실에서 차 심부름이나 하던 그 서유경으로 알면 곤란해. 난 그때의 서유경이 아니야.
동주 : 한마디만 묻지? 정말 끝내고 싶은가? 그럼......그렇게 해줄 용의도 있는데?
유경 :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6. 씬. 차연의 집 내.(밤)
차연, 두리 하고 침대에 누워있고, 커튼 안쪽에 호태 누워있는.
차연 : 호태야?
호태 : 왜?
차연 : 우리.....잘 하는 걸까?
호태 : 죽어도 해야겠다며?
차연 : 응.
호태 : 그럼 잘하는 거야. 죽어도 해야 하는 거면 잘하는 거라고 믿는 거야.
차연 : ..... (두리의 목에 걸린 목걸이 만지작거리며) 그 사람.....안오겠지?
호태 : 누.... (하다가 커튼 벌컥 열어재끼는) 그 죽일 놈 얘긴 왜 또 하는데?
차연 : 자자.
호태 : 저것도 병이야, 병. (커튼 확 닫고 침대에 털썩 앉는) 쓸개 빠진 기집애.
7. 씬. 바닷가.(낮)
동주, 파도가 거센 절벽 위에 서서 바다를 향해 골프 공 날려보내고 있는. 수혁과 걸어오는 차연.
수혁 : 모셔왔습니다.
동주 : (들은척도 안하고 골프채만 휘둘러, 공을 바다로 날려보내는)
수혁 : (돌아서 가고)
차연 : 공 아깝게 저건 또 뭔 짓이래.
동주 : (더 힘껏 공을 날리고)
차연 : 지금 폼 자랑하냐?
동주 : (돌아서면)
차연 : (인사하고)
동주 : (걸어가면)
차연 : (비굴하게) 진짜 잘 치시네요. 프로 선수로 나서셨어도 성공하셨겠어요.
동주 : (무시하고 걸어가면)
차연 :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라, 대답을.
동주 : (돌아보면)
차연 : 저 공들 가져갈까요?
8. 씬. 바닷가 일각.(낮)
동주, 차연 바다를 향해 서있는.
동주 : 계약 기간은 3년이야.
차연 : 네?
동주 : 우리 결혼 기간 말이야.
차연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동주 : 3년 뒤엔 결혼 기간에 해당하는 위자료를 지급할 거구.
차연 : 그럼?
동주 : 왜 나랑 평생 살려고 그랬나?
차연 : 근데.....왜 반말....이세요?
동주 : 그럼 댁도 반말 하세요.
차연 : 아니, 반말이 중요한 게 아니구요, 무슨 결혼이 사업도 아니고....
동주 : 나한텐 사업이야.
차연 : (보고)
동주 : 싫으면 지금 말해. 나중에 골치 아프게 하지 말고.
차연 : 나도.....하나 묻자.
동주 : (씩 웃고)
차연 : 왜 나니? 보아하니 서유경이란 애하고 그렇고 그런 사인 거 같던데?
동주 : 그건 아주머니께서 아실 거 없구요.
차연 : 내가 쉬워보여서?
동주 : 아니.
차연 : 그럼?
동주 : 나와 이혼하는 그 여자가 당신을 찍어줬거든. 서유경이가 아니라.
차연 : 느네들 사람 가지고 노니? 돈 있는 것들은 사람 이렇게 막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누가 그러디? 진짜 상종 못할 인간들이네.
나도 별 볼 일 없는 인생이지만, 니들처럼 막가는 스타일은 아니야.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동주E : 10억 정도면 어때? 위자료로?
차연 : (굳어져서 발걸음을 멈추는)
9. 씬. 고급 한식당.(낮)
두리, 멍하니 차연을 보는.
차연 : 어서 먹어.
호태 : 먹으란다, 먹자.
두리 : 엄마?
차연 : 왜?
두리 : 나.... 죽어?
차연 : ....
호태 : (두리를 보는)
차연 : 누가 그래?
두리 : 근데 왜 이래? 우리 돈 없잖아?
차연 : 엄마 돈 많아.
두리 : 거짓말. 나 죽는 거지?
차연 : 너 안죽어. 아니, 너 죽어. 너도 사람이니까 언젠가는 죽을 거야. 하지만 이 다음, 이 다음에 120살 정도까지 살고 죽을 거야.
두리 : 그냥 말해도 돼. 약 값 없는 거지?
차연 : 아니라니까. 엄마 한국 가.
두리 : 한국?
차연 : 그래. 엄마 한국 가, 돈 많이 버는 회사에 취직 했어.
두리 : (호태 보고)
호태 : 진짜야, 네 엄마 출세 했어.
두리 : 엄마가 어떻게?
차연 : 이 자식이, 너 엄마 무시해? 네 엄마 대단한 사람이니까 무시하지 말고 어서 먹기나 해. 많이 먹어.
여기 고기 3인분 더 주세요.
10. 씬. 야외 일각.(낮)
차연, 두리 앉아있고, 호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차연 : 너도 금방 아저씨하고 같이 한국에 오게 될 거야.
두리 : 엄마랑 같이 안가구?
차연 : 응. 엄만 먼저 가서 일 해야해.
두리 : 그럼....
차연 : 그럼 뭐?
두리 : 아빤?
차연 : 무슨 아빠?
두리 : (목걸이 만지면서) 아빠가 우리 찾아오면?
차연 : 안와.
두리 : 오면?
차연 : 올 거였으면 너 일곱 살 될 때까지 편지 한 장 안보냈겠니?
두리 : .....
차연 : 잊어버려.
두리 : 어떻게 잊어버려. 아빤데.
차연 : 죽었다고 생각해.
두리 : 안죽었으면?
차연 : 안죽었으면 진짜 나쁜 놈이구.
두리 : 엄마?
차연 : 왜?
두리 : 아빠가 미워?
차연 : 너같으면 이쁘겠냐?
두리 : 아니, 나도 미워.
차연 : 그럼 됐구.
두리 : 그래서 한번 보고 싶어.
차연 : .....
두리 : 목걸이는.....버리지 않아도 되는 거지?
차연 : 그건 네 마음대로 해. 너 준거니까, 네가 버리고 싶으면 버리는 거구, 가지고 있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거야.
두리 : 가지고 있을게.
차연 : 마음대로 하라니까. 그리고 한국 가서도 엄마랑 자주 못만날거야. 당분간은 호태 아저씨랑 살아야 해.
두리 : 왜?
차연 : 엄마 일하는 회사가 24시간 근무 체제거든.
두리 : 그게 뭔데?
차연 : 죽어라 일만 하는 거야. 돈 많이 버는데라고 했잖아. 돈 많이 벌려면 너 만나 놀고 그럴 시간이 없어.
두리 : .....
차연 : 그리고 하나 명심해.
두리 : 뭐?
차연 : 절대 호태 아저씨 물들으면 안돼. 호태 아저씨가 엄마한테 뭔지 알지?
두리 : 웬수?
차연 : 그래, 엄마 아들은 엄마 웬수한테 물들으면 안되는 거야. 그냥 같이 살기만 해, 호태 아저씨한테 아무것도 배우지 마.
알았지? 그것만 약속해.
두리 : (새끼 손가락 내밀고)
차연 : (손가락 걸고)
호태 : (다가오며) 아니 무슨 약속을 하고 그러냐? 아저씨 말 잘 듣겠다고 약속 한거야?
11. 씬. 차연의 집 내.(밤)
차연, 잠들어 있는 누리를 물끄러미 보는.
호태E : 자라. 내일 거사 치루러 갈거면서.
차연 : (두리의 목걸이 열어보는. 형규의 웃고 있는 사진) 나쁜 놈.
호태E : 저 생각해서 자라는데 욕은.
차연 : (두리의 목걸이 닫는) 이호태?
호태E : 왜?
차연 : 두리 잘 봐.
호태E : 내가 뭐 두리 보모냐?
차연 : 위자료 받으면 너 한몫 떼줄게.
커튼 벌컥 열고.
호태 : 이혼 할 거냐?
차연 :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냐?
호태 : 넌 애가 왜 그렇게 비관적이냐? 왜 쫄았냐? 부자인 놈 와이프 노릇 만만치 않을 거 같아서?
지금은 무슨 맘 먹고 결혼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금방 이혼하자고 할 거 같아서?
차연 : 이혼을 하든 안하든 나 잘되면 너 한몫 해준다는 거야.
호태 : 인간 참 비참하게 만든다. 나도 카드 있어 야. 서유경이라는 빅 카드.
차연 : 커튼 닫아.
호태 : 두리 걱정은 하지 마라.
차연 : 내가 준 돈 간수 잘해.
호태 : 설마 내가 그걸로 또 사고 칠까봐.
차연 : 서울 와서 그걸로 방 얻고....
호태 : 치매냐? 한말 또 하고, 한말 또 하고. (커튼 닫고, 침대에 앉아서) 그래도 네 신랑 될 놈 스케일은 좀 크더라.
결혼 준비하라고 그런 돈까지 챙겨주고.
차연 : (두리 껴안고 누우며, 작은 소리로) 착수금이다. 이 멍청한 놈아.
9.씬. 차연의 집 앞.(낮)
차연, 두리, 호태 서있는.
차연 : (두리 머리 만지면서) 엄마랑 약속 한 거 잊지 말고?
두리 : (끄덕이는) 나 공항에 가면 안돼?
차연 : 그냥 여기서 인사 하자. 공항 같은데 배웅 나오고 그러는 거 진짜 촌스러운거야. 엄마 아들이 촌스러운 거 엄마 싫어.
두리 : 엄마?
차연 : (보고)
두리 : (차연의 허리 끌어안는)
차연 : 아니, 우리 아들 촌스럽게 왜 이러지. (눈물이 조금 나오려 하지만 억지로 이 악물고 참으면서 두리 안나올리는) 진두리?
두리 : 응.
차연 : 우리 금방 만날거야.
두리 : (끄덕이는)
차연 : 이호태?
호태 : 왜?
차연 : 약 잘 챙겨먹이고, 그 돈 갖고 딴 짓하면 너.....
호태 : 너야마따나 촌스럽게 왜 이러냐?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
택시, 다가오고.
호태 : (차 트렁크에 차연의 짐 실고)
차연 : (애잔한 눈으로 두리 바라보다가, 다시 감정 수습하고) 자, 악수 한번 하자, 우리 아들.
두리 손 꼭 잡았다 놓는. 택시에 올라타는.
차연 : (돌아보고)
두리 : (울면서 손 흔드는)
차연 : 엄마 아들은 우는 거 아니야.
두리 : 나 안울어. 금방 만날 건데 뭐.
차연 : 진두리, 엄마 아들 파이팅.
두리 : 파이팅.
호태 : 그만하고 가라. 무슨 원정 경기 나가냐. 파이팅은.
차 출발하고.
차연 : (입을 꼭 앙다물고 눈물을 참는)
두리 : (호태의 허리를 잡고 손 흔들고 서있는)
10.씬. 호텔 앞.(낮)
유경, 코디 차에 올라타는. 동주, 수혁 다른 차 옆에 서있는.
유경 : (동주를 외면하고. 탄 차 출발하는)
유경의 차와 스쳐서 들어오는 차연이 탄 택시.
차연 : (택시에서 내리는)
동주 : 시간 좀 지킵시다.
차연 : 늦은 거 아니잖아요?
수혁 : 짐은?
차연 : 트렁크에....
수혁 : (택시 트렁크에서 짐 빼내 동주가 탈 차로 옮겨싣는)
동주 : 집에 혹시 숨겨둔 남자라도 있는 건가. 집으로 거쳐서 공항으로 가자는데 굳이 여기까지 택시타고 오는 건 또 무슨 고집인지.
차연 : 댁도 숨겨둔 여자 있잖아?
동주 : (보고 피식 웃으며) 있긴 있으시다?
차연 : 왜 질투 나셔?
동주 : (큰 소리로 웃는) 너무 많은 걸 바라시네, 이 아주머니. (차에 올라타는)
차연 : 아, 저 싸가지하고 3년을 어떻게 산다니....
11.씬. 도로.(낮)
달리는 차. 현지인 운전수. 앞 좌석에 수혁 앉아있고. 뒷좌석에 차연, 동주 앉아있는.
수혁 : (핸드폰 중) 네, 어머님. (돌아보고) 어머님?
동주 :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 저으면)
수혁 : 받으시죠.
동주 : (마지못해 받는) 네, 어머니. (핸드폰 귀에서 떼고) 같이 들어가서 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왜 그 사람하고 같이 들어가요? 새 사람하고 가지. 신문 안보셨어요? 음질이 안좋네요. (끊고)
차연 : .....
동주 : 아, 정보 하나 주지. 당신 시어머님 성격이 좀 과격하신 편이야.
차연 : ....
동주 : 아, 그리고 또 하나 줘야겠네. 당신 시할머님은 노망기가 좀 있으시구.
차연 : ....
동주 : 심심하진 않을 거야.
차연 : 그럼 그건 계산 좀 더 해줘야하는 거 아니니?
동주 : (보고, 킥 웃는) 제법이신데, 아주머니.
차연 : 알아주면 고맙구.
수혁 : (흥미 있다는 표정으로 미소 짓는)
동주 : 잘해보십시다.
차연 : 난 돈 값은 하는 사람이야.
동주 : (큰 소리로 웃는) 당신하고 사는 동안 지루하진 않을 거 같군요.
15. 씬. 도로.(낮)
달리는 유경의 차. 코디 앞 좌석에 앉아있고,
유경 : (핸드폰 중) 서운해요.
16. 씬. 차연의 집 앞.(낮)
두리, 그네에 앉아있고, 호태, 두리 듣지 않게 하려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호태 : 나도 너무 서운해요. 유경씨. 유경씨 떠나는 거 꼭 보고 싶었는데. 급한 수술이 잡혀서 정말 미안해요, 유경씨.
그럼요, 오늘 수술 스케줄을 마지막으로 여기 병원하곤 일 마무리 짓기로 했어요. 며칠 안걸릴 거예요. 가자마자 연락할게요.
벌써부터 유경씨 보고 싶어서 나 큰일났어요.
17. 씬. 비행기 ISERT. (낮)
비행기 이륙하는.
18. 씬. 기내.(낮)
퍼스트 클래스석. 유경, 다른 자리에 앉아 앞 쪽에 앉아있는 동주 좌석을 노려보는.
코디 : 다른 비행기로 갈 걸 그랬죠?
유경 : 됐어.
동주, 차연 앉아있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수혁.
차연 : (승무원에게) 저 쥬스 한잔 더 마실 수 있을까요?
승무원 : 그럼요.
동주 : 공짜 무지하게 좋아하네, 그 아주머니.
차연 : (노려보고, 승무원에게 어색하게 웃으면)
승무원 : (차연의 잔에 쥬스 따라주고)
차연 : 진짜 너무 친절하시다.
승무원 : (웃고)
차연 : (동주 보란 듯이 쥬스 쭉 마시고)
코디 : (유경에게) 저 여자 물배 채우는 거 봐요. 진짜 너무 수준 떨어진다.
유경 : .....
시간 경과. 동주 화장실에서 나와 걸어오면. 차연, 가방에 실내화 얼른 구겨넣고 있는.
동주 : (차연의 옆에 앉는)
차연 : (놀라서 보면, 겸연쩍은 표정으로 헛기침 하는)
동주 : 10억 벌러가시면서 참 알뜰하십니다.
차연 : 남이사..... (비치 돼 있는 엽서도 얼른 꺼내 가방에 집어넣는)
동주 : 골고루도 하십니다. (눈 감아버리는)
차연 : (입 모양으로 그래, 너 잘났다, 하는)
19. 씬. 인천 공항.(낮)
동주. 차연 출입구로 나오는. 차 대기하고 있고. 수혁, 문 열어주면.
차연 : (감회에 젖어 하늘을 올려다는)
동주 : 안타?
차연 : .....
동주 : 불법 체류자로 떠났다가 J.S그룹 안주인으로 금의환향하신 기분이 남다르신가보죠? 아주머니?
차연 : (발로 조인트 까고)
동주 : (허리 숙이고, 이게 하는 심정으로)
차연 : 나, 당신 마누라야. 또 한번 아주머니라고 해. 그럼 뼈 하나 금가게 해줄테니까.
동주 :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는데)
유경, 코디와 같이 나오는. 기자들 유경과 함께 나오면서 뭐라고 물어대는.
동주 : (차연의 어깨를 감싸며) 가시죠. 여보.
차연 : 그러죠, 여보. (동주를 올려다보며 미소 짓는 얼굴)
유경, 못본척하면서 옆으로 기자들과 같이 지나가는.
기자1 : 신사장님 결혼식은 언제로 예정하고 계신지?
동주 : 글쎄요. 워낙 망신살이 뻗쳐서 요란하게 결혼식이다 뭐다 하면 웃음거리만 되지 않겠습니까?
기자1 : 그래도 결혼식은 하셔야죠?
동주 : 이 사람이 번잡한 걸 워낙 싫어해서 가족들과 식사 모임으로 대신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연 : (기자들을 보면서 웃는) 제가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서요.
20. 씬. 동주의 집 앞.(낮)
동주의 차 다가오는. 동주, 차연 뒷좌석에 앉아있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수혁.
기사, 차 멈추고 얼른 내려서 차 문 열어주면. 동주, 차연 차례로 내리고.
동주 : (수혁에게) 잠시 기다려라.
수혁 : 오늘은 그냥 댁에 계신 게.....
동주 : 기다려.
차연 : (집 전경 보면서 기가 질리는 표정으로)
동주 : 들어가지.
차연 : (심호흡 하고)
수혁 : (얼른 대문 앞으로 가서 초인종 누르는) 사장님 오셨습니다.
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동주, 앞장 서서 들어가면. 차연, 긴장한 모습으로 뒤따라 들어가는.
21. 씬. 동주의 집 정원.(낮)
동주, 차연, 들어오고, 기사 짐 들고 뒤 따라 들어오는.
정원사 정원 손질하고 있다가, 얼른 다가와 동주에게 인사하며 기사에게서 짐 받아드는.
차연 : (두리번거리는)
동주 : (무심하게 앞장 서서 걸어가는)
차연 : (계단 오르다 비틀거리고, 얼른 수습하고 치마 매만지는)
계단 내려오는 동현.
동주 : 지금 출근하냐?
동현 : (망연한 눈빛으로, 동주를 보고, 동주 뒤에 서있는 차연을 보는)
동주 : 당신 시동생, 인사들 하지.
차연 : 안녕하세요?
동현 : (어이 없는 표정으로) 좀 심한 거 같은데?
동주 : 좀 그렇지? 나중에 보자. (올라가면)
차연 : (계단 올라가면서 동현에게) 나중에 뵙겠습니다.
22. 씬. 동주의 집 거실.(낮)
동주, 차연, 들어오고, 기사와 정원사 짐 들고 뒤따라 들어오는. 동주모, 소파에 앉아있는.
동주 : 다녀왔습니다.
동주모 :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보는)
동주 : 인사하지. 어머님.
차연 : (꾸벅 인사하고) 처음 뵙겠습니다.
동주모 : 너 지금 뭐하는 짓이니?
동주 : 이왕 이렇게 된 거 받아들이세요.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동주모 : 결혼이 니들 장난이야?
동주 : 할머니한테 인사부터 드리구요.
동주모 : (일어서며) 너.....
동주 : 이리 와. (차연 팔 잡고, 할머니 방으로 움직이는)
차연 : 이따 다시 제대로 절 올리겠습니다.
동주모 : (화가 나서 노려보는)
23. 씬. 동주네 할머니 방.(낮)
동주, 차연 들어서면, 할머니, 간병인 아줌마에게 소설책 집어던지는.
할머니 : 소학교도 안나왔어? 왜 그리 뜨듬거려?
동주 : 할머니?
할머니 : (보는)
동주 : 저 돌아왔습니다.
할머니 : (차연을 보고) 저 건 뭐야?
동주 : 네. 인사부터 드리지.
차연 : (얼른 절을 하는)
할머니 : 뭐하는 물건인데 절부터 해?
동주 : 할머니 새 손주며느리예요.
할머니 : 미친 놈.
동주 : 그렇게 됐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 저번 년은 어쩌고 새 년을 끌고 들어와?
동주 : (웃으며) 저번 년하곤 못살겠어서 새 년을 데려 왔어요.
차연 : (절하고 일어서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동주와 할머니를 번갈아 보는)
할머니 : 저 번 년이 네 놈하고 못살겠다고 도망 갔냐?
동주 : 네.
할머니 : 한 년하고 제대로 못 산 놈이 딴 년하곤 살아질까.
동주 : 이번 년하곤 맞춰서 살아보려구요.
차연E : (기가 막혀서) 아주 연날리기들을 하세요. (그러면서도 할머니를 보고 웃어보이는)
동주 : 할머니 마음에 안드시겠지만, 예쁘게 좀 봐주세요.
할머니 : 창새기 빠진 놈. 아, 뭐하고 서있어? 밥 안줘?
24. 씬. 동주네 거실.(낮)
동주, 차연 할머니 방에서 나오는.
동주모 : (소파에 앉아있는)
차연 : 저 부엌이?
동주 : (턱으로 가르키는)
차연 : 아니, 어머님한테 절부터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동주모 : (일어서는) 누가 네 어머니야?
차연 : (무안하고)
동주 : 들어가세요, 어머니.
동주모 : 쟤 데리고 빨리 나가라.
동주 : 어머니?
동주모 : 데리고 나가라니까.
동주 : (다가와 동주모 팔 잡으며) 이사람 무안하게 왜 이러세요?
동주모 : 네 엄마 뒤로 넘어가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동주 : 들어가세요, 들어가시자구요. (동주모 어깨 감싸안고 방으로 들어가는)
동주모 : 이것 못 놓니.
차연 : (멍하니 서있는) 그래, 나같아도 뒤로 넘어가지. 저런 싸가지 아들 놈이 있으면....
할머니E : 밥 안가져와.
차연 : 네, 가져갑니다.
25. 씬. 동주네 식당.(낮)
차연이 두리번거리며 들어서는. 가정부 행주 들고 멍하니 보는.
차연 : (인사하는) 진차연입니다.
가정부 : (엉겁결에 인사하면서) 박순녀입니다.
차연 : 할머님이 밥 가져오라고 하시는데?
26. 씬. 동주모의 방.(낮)
동주, 동주모에게 알약과 물을 주는.
동주모 : (뿌리치는. 물 컵 쏟아지고) 내가 너란 놈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애를 써도....
동주 : 승혜하고 저는 처음부터 안맞았어요.
동주모 : 세상에 딱 맞는 부부가 어디 있어?
동주 : 저흰 이미 얘기 끝났어요.
동주모 : 너희 맘대로?
동주 :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일이예요. 그러니까 그냥 인정해버리세요.
동주모 : 내가 죽었니? 네 에미가 죽었어?
동주 : 어머니?
동주모 : 다 듣기 싫으니까 저거 데리고 승혜 찾아다 제 자리에 앉혀놔.
동주 : 승혜가 어떤 앤지 모르세요? 네 자리로 돌아와라 하면 다시 돌아올 애로 보이시냐구요?
동주모 : 네가 저지른 일이니까 네가 책임 지고 마무리져.
동주 : 그럼 저..... 떠나요.
동주모 : (보는)
동주 : 승혜가 다시 돌아올리도 없지만, 승혜와 계속 살아야 한다면 저 떠나야해요. 그럼, 어머니 다시는 저 못보세요.
동주모 : 너 지금 나 협박하니?
동주 : 아니요. 애원이예요.
동주모 : (기가 막혀서 보는)
동주 : 저 승혜하고는 더 이상 못살아요.
동주모 : 그럼 그냥 이혼해라.
동주 : .....
동주모 : 이혼하고 재혼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보자.
동주 : 저 이미 재혼했잖아요?
동주모 :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신동주?
동주 : 저 여자하고 살거예요. 다른 여자는 싫어요. 꼭 저 여자여야 해요. 그러니까 저 여자 어머니 며느리로 인정해주세요.
동주모 : 어디서 뭘 하던 계집인 줄도 모르는 걸 데려다 뭘해? 며느리로 인정을 해?
동주 : 한번만 더 말씀 드릴게요. 저 여자 데리고 이 집을 나가면 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요.
동주모 : .....
와장창 그릇 깨지는 소리.
할머니E : 이 죽일 년.
동주모, 동주 동시에 돌아보는.
27. 씬. 동주네 할머니 방.(낮)
밥상 뒤집어져 있고, 그릇 깨지고, 반찬들 쏟아져 있는.
할머니 : (부르르 떨면서) 내가 거지냐? 이년아? 내가 거지야?
차연 : (안절부절 못하면서)
간병인 : 할머니 진정하세요. 또 혈압 높아지시면?
할머니 : 어디다 찬밥을 갖다 들이밀어?
차연 : (놀라서) 아니예요, 할머님. 제가 전기밥솥에서 금방 푼 밥인데....
동주, 동주모 방문 앞으로 다가와 서는데.
차연 : (얼른 손으로 밥 주어서 입에 넣으며) 이것 보세요, 하나도 안식었어요. 진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따신 밥인데....
할머니 : 저 저 년이 이젠 거짓말까지 하네. 네 년이 날 노망난 할망구로 모는구나.
차연 : 할머님, 진짜 따신 밥으로....
할머니 : (목침으로 차연의 얼굴로 던지는) 저 저 죽일년.
차연 : (목침 이마에 맞고 얼굴 돌아가는)
동주 : (얼른 들어와서) 할머니. 제가 따끔하게 혼낼게요. 그러니까 진정하세요, 네 할머니?
할머니 : 어디서 저런 년을 끌고 와, 이 놈아?
동주 : 네, 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28. 씬. 동주의 방.(낮)
동주, 들어오면, 차연 뒤 따라 들어오고, 차연, 이마 벌겋게 부어있고.
동주 : 돈 값은 한다면서?
차연 : (기가 막혀서 보고)
동주 : 앞으로 잘 좀 해. 그래야 특별 수당을 받을 거 아냐? (웃옷 벗어 침대에 던지고, 새 옷을 꺼내 입는) 난 나갔다 올테니까.
차연 : 나가요?
동주 : 그럼 댁하고 놀아요?
차연 : 오늘 첫날인데.....난 모든 게 다 낯설고..... 그래도 댁이라도 같이 있어야....
동주 : 지금 어리광 부리는 건가?
차연 : .....
동주 : 깡 좀 있는 아줌만 줄 알았더니.
차연 : (매섭게 보고)
동주 : 아, 참 아줌마 소리 하지 말랬지. 여보, 저 일하러 나갈테니까 잘 좀 하고 계세요.
차연 : 오늘만 좀 집에 있으면....
동주 : (보고, 피식 웃고, 차연 어깨 툭툭 치고) 잘 좀 합시다, 여보. (나가는)
차연 : 저...저.....진짜 나쁜 놈. (그제서야 방을 둘러보는. 침대 두 개가 놓여있는 방. 한숨이 절로 나오고)
29. 씬. 동주네 욕실.(낮)
차연, 문 열고 들여다보며, 호화롭게 꾸며져 있는 욕실. 차연, 금색으로 된 수도꼭지 만져보면서.
차연 : 진짜 금인가.....
30. 씬. 동주의 방.(낮)
차연, 욕실에서 나와 화장대 앞에 앉는.
차연 : (화장품 만져보는) 이걸 다 얼굴에 바르나.... (서랍 열어보면. 보석 상자가 가지런히 들어있는. 놀라서 보석 상자 열어보는,
다이아 세트, 입 벌어지고) 이건 내가 가져도 되는 건가....
노크 소리.
차연 : (놀라서 일어서는) 네?
가정부, 문 여는.
가정부 : 사모님이 내려오시라는데요.
차연 : .....
31. 씬. 동주네 거실.(낮)
동주모, 앉아있는, 차연, 가정부 따라서 얼른 내려오는,
차연 : (다가와 서는) 부르셨어요?
동주모 : (외면하고) 부모님은 뭐 하시니?
차연 : 네?
동주모 : 부모님은 뭐 하시냐구?
차연 : 안계신데.....
동주모 : 안계셔?
차연 : 네.
동주모 : 두 분 다 돌아가셨다는 거니?
차연 : ....
동주모 : 사이판에서?
차연 : 아니요.
동주모 : 그럼, 한국에서 돌아가셨어? 넌 혼자 사이판으로 간 거구?
차연 : 저.....원래부터 안계셨는데요.
동주모 : 너 혼자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거니?
차연 : 고아원에서.....
동주모 : (기가 막히고)
차연 : 간난뱅이 일 때 고아원 앞에 버려져서....
동주모 : (눈 감고 이 악무는, 겨우 감정 수습하고) 사이판에선 뭘 했니?
차연 : 호텔에서.....
동주모 : 호텔에 근무 했다는 거니?
차연 : 정식 직원은 아니고 파트 타임으로 이 일 저 일 시간 되는대로....
동주모 : 이 일 저 일이라는 게 대체 뭐야?
차연 : 라운더리 서비스도 하고....
동주모 : 세탁?
차연 : 안마도 좀 하고...
동주모 : (이마 손으로 집고)
차연 : 아르바이트로 노래도 좀 부르고....
동주모 : (벌떡 일어서며) 대체 너 정체가 뭐야?
32. 씬. 도로.(낮)
달리는 동주의 차 안. 동주 뒷좌석에 앉아있고, 수혁 조수석에 앉아있는.
수혁 : 차연씨가 잘 해낼지 모르겠다.
동주 : 믿어봐야지. 돈만 준다고 하면 뭐든 할 여자로 보이니까.
수혁 : 승혜씨하고 법적 수속 마쳐야지. 정회장님이 어떻게 나올지 그게 걱정이다.
동주 : .....
33. 씬. 빌딩 전경.(낮)
차에서 내리는 승혜. 달려와서 인사하는 경비원들.
승혜 : (인사하고 걸어가는)
34. 씬. 정회장실.(낮)
정회장, 의자 돌리고 창을 향해 앉아있는. 여비서 들어오는.
여비서 : 오셨습니다.
정회장 : .....
여비서, 나가고 들어오는 승혜.
승혜 : .....
정회장 : 꼭 그렇게 해야 했냐?
승혜 : 죄송해요.
정회장 : 정 못살겠었으면 좀 더 조용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승혜 : 죄송해요.
정회장 : (의자에서 일어서서 돌아서는)
승혜 : .....
정회장 : 신중한 아인 줄 알았더니....조금 실망스럽구나.
승혜 : .....
정회장 : (소파로 와서 앉으며) 앉아라.
승혜 : (앉고)
정회장 : 앞으로 어쩔 작정이냐?
승혜 : 생각 중이예요.
정회장 : 나가서 공부를 마저 하고 오는 게 어떻겠냐?
승혜 : 아니요.
정회장 : (보면)
승혜 :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정회장 : 회사로 들어오겠다는 거냐?
승혜 : 아니요.
정회장 : 그럼?
승혜 :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정회장 : 배은망덕한 놈. 지 놈이 어떻게.... 이제 자리 잡고 나니 네가 필요 없어졌다 그거겠지.
승혜 : 아버지? 저하곤 인연이 없었던 사람이예요.
정회장 : 헤어지는데도 예의라는 게 있는 거야.
승혜 : 최악의 방법이었지만, 그런 방법으로 유도 했던데는 제 책임도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정회장 : (보는) 아직도 그 놈한테 미련이 남아있는 거냐? 세상에 얼굴 들고 살 수 없게 만들어놓은 놈을....
승혜 : 세상 사람들 곧 잊어버릴 거예요.
정회장 : 세상 사람들 다 잊는다고 해도 난 절대 잊지 않을 게다.
승혜 : 아버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절 위해서 그 사람에게 해 되는 일은 하지 말아주세요.
정회장 : (보고)
승혜 : 제가 당한 모욕은 제가 갚게 해주세요.
정회장 : ......김비서 방배동 빌라로 보내뒀다. 너한테 힘이 되어줄 게다.
승혜 : 고맙습니다, 아버지.
35. 씬. 승혜의 빌라 앞.(낮)
승혜, 차에서 내려 빌라를 올려다 보는.
36. 씬. 승혜의 빌라 내.(낮)
문 여는 김비서, 승혜 들어서는.
승혜 : 선생님?
김비서 : (안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승혜 : (멋적게 웃는)
김비서 : 우선은 좀 쉬세요. 떠나셨다는 연락 받고 목욕물 받아놨습니다.
승혜 : 선생님. 예전처럼.....
김비서 : 가정교사 1년한 인연으로 선생 대접 충분히 받았습니다. 이제부턴 제가 모시는 분이니 저 편한대로 하겠습니다.
승혜 : 그럼 제가 불편하잖아요.
김비서 : 참으세요. (돌아서는데)
승혜 : (김비서 뒤에서 끌어안으며) 왜 좀 더 참지 못했냐고 화내지 마세요. 참을만큼 참은 거 같아요.
김비서 : 그러셨을 겁니다. 목욕물 식어요.
승혜 : (김비서 어깨에 얼굴을 묻고) 사는 게 너무 만만치 않아요.
김비서 : (애잔한 눈길로 앞만 응시하고 있는)
울리는 승혜의 핸드폰.
승혜 : (김비서에게 떨어져서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여보세요?
37. 씬. 대학 건물 앞.(낮)
학생들 수십명 웅성거리며 모두 하늘을 올려다 보며 서있는. 철민, 하늘을 올려다보며 핸드폰 중.
철민 : 저 이철민입니다. 최박사님껜 연락이 되지 않아서 전화 드렸는데요. 은우가 또....
학생들 놀라서 눈을 가리고 소리 지르고 법석인 분위기로.... 그 위로.
승혜E : 은우가 또 왜요?
건물 옥상 난간에 올라서서 아래를 위태롭게 내려다 보는 은우. 철민 옆에 있던 여학생 화가 난 표정으로.
여학생 : 도대체 쟤한테 어떻게 했길래 저 난리야?
철민 : 가만 좀 있어봐. 은우가 도서관 옥상에 올라가서....
학생들 괴성을 지르고. 은우 옥상 난간에서 위태롭게 비틀거리는.
여학생 : 정말 미치겠네. 네가 아무 짓도 안했는데 쟤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저 난리를 치냔 말이야?
철민 : (버럭) 미친 애잖아.
승혜E : 말 조심해.
철민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은우가 오늘 상태가 더 안좋은 거 같거든요.
체육과 학생들로 보이는 건장한 남학생들 매트 들고 급하게 뛰어오는.
여학생 : 쟤 저러다 정말 죽는 거 아냐?
철민 : 빨리 좀 오셔야 할 거 같은데.....
그 순간, 여학생들 소리를 지르고. 은우 옥상 난간에서 몸을 날리는.
38. 씬. 수술실. (낮)
요란한 트로트 가요가 울려퍼지고 있는 수술실 내. 정민, 인상을 찡그리며 들어오는.
레지던트들 간호사들, 정민의 기색을 살피는.
정민 : 소리라도 좀 줄이지.
풍수E : 왜 좋은데....
정민 : (돌아보면)
풍수 : (지루박 스탭 밟으며 들어와서 간호사 붙잡고 한바퀴 돌기까지 하고)
정민 : (못마땅한 눈으로 보는)
풍수 :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어린 여자 아이 보고, 챠트 보고) 요 녀석 크면 남자 꽤나 울리겠다.
아이 : (불안한 눈길로 보는)
풍수 : (아이의 볼 잡고) 한 잠 푹 자고 일어나는 거야. 그럼 아저씨가 아픈데 싹 고쳐놓을 거니까. (마취의에게 눈짓하고)
무섭지 않지?
아이 : 무서워요.
풍수 : 그래, 여자는 무서운 척도 하고 그래야 남자들이 알아서 모셔주는 거다. 요 녀석 벌써 사는 방법을 터득했네.
자.....아저씨가 열까지 세면 잠이 듭니다요. 하나 둘 셋....
아이 : (서서히 눈 감는)
풍수 : (옆에 있는 레지던트 조인트 까면서) 너 aseptic는 했냐?
레지던트 : 네, 선생님.
풍수 : 자식이 드러워서 믿을 수가 없어..
간호사들 킥킥거리고.
풍수 : (보조의가 건네주는 매스 잡고, 칼잡이처럼 근사하게 돌리고) 자, incision(절개) 들어간다.
정민 : 진지하게 좀 합시다.
풍수 : 첫날밤이냐 진지하게 하게.
정민 : (노려보고)
풍수 : 외과의도 아닌게 꼭 들어와서 시비야.
정민 : 내 환자잖아.
풍수 : 얘가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애 깨겠네. (날렵한 솜씨로 지시하면서 수술 집도하는. 입으론 계속 노래 흥얼거리면서)
정민 : (못마땅하지만,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39. 씬. 수술실 앞.(낮)
풍수, 정민 나오는. 보호자 부모, 친척들 다가서는.
엄마 : 선생님?
정민 : 수술 잘 끝났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풍수 : 재주는 곰이 넘고 인사는 지가 챙기고....좋다. (걸어가는)
정민 : (풍수의 뒷모습 흘겨보는)
40. 씬. 스테이션.(낮)
풍수, 챠트 확인하면서, 간호사들 보며 실없이 히죽거리는.
풍수 : 이선생? 오늘 그날인가?
인영 : 네?
풍수 : 얼굴이 어제만 못하다.
인영 : 잠을 좀 설쳐서....
풍수 : 왜 애인 놈이 딴 짓해?
인영 : 어머, 선생님, 저 애인 없어요.
풍수 : 애인 없어? 정말?
인영 : 그렇다니까요.
풍수 : 그럼 나랑 연애 좀 하자.
인영 : (기겁해서) 선생님?
정민, 뒤에서 다가서며.
정민 : 박박, 그거 성추행이야.
풍수 : 남자가 여자한테 연애 좀 하자는 게 왜 성추행이냐?
정민 : (간호사들 보면서) 왜들 참고 있어? 성추행으로 고소해버리라니까.
수간호사 : 성격에 문제가 있으셔서 그런 걸 고소하면 뭐해요? 정신병동에 들어가셔야 하는데.
수정 : 성격 좋은 저희가 참고 살아야죠 뭐.
풍수 : 내가 댁들 속을 모를 줄 알아? 서로 눈치만 보지 말고 용기 있는 사람이 먼저 대쉬를 해봐.
그럼 내가 푸근한 가슴으로 안아줄테니까.
정민 : 곱게 좀 늙자.
풍수 : 나 피부 하난 백옥같지 않냐?
인터폰 받던 보숙, 급하게 스테이션 쪽으로 돌아서며.
보숙 : 최선생님, 응급실에 가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정민 : 응급실?
41. 씬. 응급실.(낮)
정민, 급하게 뛰어가는. 풍수 따라 뛰며.
풍수 : 야, 야, 별 일 아닐 거야.
정민 : (응급실로 뛰어들어가는)
풍수 : (숨 헐떡이며) 저 자식은 사람 말을 들어처먹질 않아요.
42. 씬. 응급실 내.(낮)
정민, 뛰어오면. 은우 의식 없이 누워있고, 그 옆에 의사, 간호사, 철민 서있는.
정민 : 무슨 일이예요?
의사 : (인사하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데....
정민 : (놀라서 은우를 보는)
의사 : 다행이 학생들이 매트를 받치고 있어서 크게 다친 데는 없습니다. 뛰어내린 충격으로 일시적인 마비 상탠데.....
정민 : (입술을 깨무는)
풍수 : (헐떡이며 다가서는) 많이 다친 거 아니지?
정민 : (철민을 노려보는)
철민 : 저 이러다 학교 생활 못할 거 같아요. 은우 때문에 이상한 소문도....
정민 : 너 나와.
43. 씬. 응급실 앞.(낮)
정민, 철민 나오는.
정민 : 네가 시작하지 않았으면 은우 저런 짓 안해.
철민 : 선생님?
정민 : 그냥 공부만 가르치라고 했지?
철민 : 저 정말 은우한테....
정민 : (자르며) 밤에 은우 불러내서 공원에 데려가 끌어안고 너 뭐했어?
풍수 나오는.
철민 : 그땐 제가 술에 취해서....그날 여자 친구랑 싸우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민 : 애가 어떤 상태라는 거 뻔히 알면서 술 핑계로 애 희롱 한 놈이 뭐가 어째? 학교 생활 못할 거 같아요?
승혜, 뛰어오는.
풍수 : 어, 승혜 오네.
정민 : (승혜를 보는)
승혜 : 은우 어때요?
44. 씬. 정민의 진료실.(낮)
정민, 승혜 들어서는.
승혜 : 은우 더 나빠진 거예요?
정민 : 내가 보기엔 네가 더 나쁜 상탠 거 같은데....
승혜 : .....
정민 : 근사하더라. 전남편 위해서 기자들하고 인터뷰까지 하고.
승혜 : 엄마처럼 우아하게 이혼하지 않았다고 화 내시는 거예요?
정민 : (보고)
승혜 : 죄송해요, 건방 떨었어요.
정민 : (의자에 앉는) 집으로 들어올래?
승혜 : (쓰게 미소 지으며) 건방 떠는 저 보는 거 재미없어 하시잖아요?
정민 : 재미 없어도 어쩌겠니, 내가 낳아놓은 걸.
승혜 : 아버지가 방배동에 빌라 하나 내주셨어요. 김선생님하고 같이 지낼 거예요.
정민 : 네 아버지 대단한 배려 하셨구나. 김선생 비서실에서 빼내 너한테 보내주고.
승혜 : 아버진 저 안스러워하시잖아요. 그것도 어찌보면 다 엄마 덕이지만요.
엄마 없이 자란 덕 이렇게라도 보고 사니 다행이지 뭐예요.
정민 : (보다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이혼녀 모녀가 청승 떠는 것보단 훨씬 났구나.
승혜 : 저 엄마 닮았잖아요?
정민 : (미소 짓는)
45. 씬. 병원 복도.(낮)
승혜, 정민의 진료실에서 나와 걸어가는. 풍수, 걸어오는.
승혜 : (인사하고)
풍수 : 자식, 이혼 한번 요란하게 하더라, 너.
승혜 : 좀 그렇죠?
풍수 : 나중에 아저씨랑 술 한잔 하자.
승혜 : 네, 가볼게요.
풍수 : 그래.
승혜 : (걸어가면)
풍수 : 네 엄마 네 생각 많이 한다.
승혜 : (걸어가는)
46. 씬. 정민의 진료실.(낮)
정민, 책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으면, 풍수 들어오는.
정민 : 왜 쫓아다녀?
풍수 : 지지배, 네가 좋아서 쫓아다니는 줄 아냐? (챠트 정민 앞에 던져 놓으며) 이기영이 기증자 결정 됐다.
정민 : 그래? (차트 열어보는)
풍수 : 승혜한테 잘 좀 해줘라. 은우 때문에 어려서부터 엄마 정도 못받고 큰 거 가엾지도 않냐?
간호사, 문 여는데.
정민 : (챠트만 보면서) 당신이 내 딸을 나보다 더 잘 알아?
풍수 : 그래, 난 새끼 하나 없다. 하여간 이 지지배는 껀수만 생기면 잘난 척 못해서 안달을 해요.
간호사 : (웃으며) 선생님?
정민 : (보고)
간호사 : 708호, 예은이가 선생님한테 할 말 있다구 전해달라는데요.
정민 : 알았어.
풍수 : 너 애들한테 인기관리 따로 하지?
정민 : (일어서는데)
풍수 : 요구르트 같은 거 막 돌리고 그러냐?
정민 : (흘겨보며) 제발 좀. 댁 이러는 거 이젠 노망이라는 소리 들어.
풍수 : 이 지지배가 장가도 안간 총각한테....
정민 : 댁은 지금 돌아가셔도 호상이네요.
풍수 : (간호사에게) 이선생. 응급실에 자리 하나 비우라고 해라. 박풍수 혈압 터졌다구.
정민 : 그 놈의 혈압은 물풍선이냐? 허구헌날 터지게. (나가는)
풍수 : 한 마디도 안지지, 저 지지배. (나가려고 하는데. 정민 문을 뒤로 밀어서 풍수 머리 부딪히는)
47. 씬. 은우 병실.(낮)
은우, 잠들어 있는, 그 옆에 서있는 승혜.
승혜 : (은우의 머리칼 쓸어주는)
은우 : (천천히 눈 뜨는)
승혜 : (미소 짓는)
은우 : 언니?
승혜 : 오늘은 정말 조금 놀랬어. 창피하지?
은우 : ....
승혜 : 창피한 짓 이젠 그만 좀 하지.
은우 : 철민 오빠 갔어?
승혜 : (싸늘하게) 착각도 이젠 그만 좀 하구. 그 자식 잠깐 너 데리고 논 거야. 아직도 그런 게 구별이 안되니?
은우 : 다 그렇잖아. 다들.....나 가지고 잠깐 놀기만 하잖아.
승혜 : (가슴 아프게 보는)
48. 씬. 병원 내.(낮)
승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는데, 맞은 편에서 엑스레인 사진 들고 올라가는 동현과 눈이 마주치는.
49. 씬. 병원 일각.(낮)
승혜, 동현 서있는.
동현 : 너무 갑작스러워서 전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승혜 : 그 사람.....진차연씨 집에 들어갔죠?
동현 : ....
승혜 : 착한 사람 같아요.
동현 : 형수님?
승혜 : 이제 나 그렇게 부르면 안되죠.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 새로 생겼는데.
새 형수 많이 힘들테니, 동현씨가 많이 도와주세요.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동현 : 저 형수님.....좋아했어요.
승혜 : 알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 아무한테도 안 미안한데 동현씨한테는 조금 미안해요.
동현 : ....
승혜 : (미소 지으며 보는)
50. 씬. 동주의 집 거실.(낮)
가정부, 간병인 멍하니 서있는. 그 옆에 차연 서있고,
동주모 : (봉투 두 개 두 사람에게 주는) 그동안 수고들 많았어요.
가정부 : 사모님?
동주모 : 그럼 잘들 가요. (차연에게) 난 일 보러 나가니까 할머님 수발 잘 들고.
내가 일일이 얘기하지 않아도 네가 할 일은 잘 알고 있겠지?
차연 : .....네. 어머님.
51. 씬. 동주네 식당.(낮)
가정부, 가방 들고 서있는, 차연 난감한 표정으로.
가정부 : 이 큰 살림을 어떻게 혼자 하신대요?
차연 : .....
가정부 : 전에 작은 사모님은 집안 일 전혀 안하셨는데.
차연 : 사람이 다르잖아요.
가정부 : 이 살림 저 혼자는 힘에 부쳐서 파출부가 이틀에 한번씩은 와주고 그랬는데.
차연 : (어색하게 웃는) 제가 믿음직스러우신가보죠. 우리 어머님이.
가정부 : 간병인 아줌마까지 내보내시고. 할머님한테 붙어 있는 것도 큰일인데.
차연 : 어떻게 되겠죠 뭐.
52. 씬. 동주네 할머니 방.(낮)
할머니, 멀뚱히 인사하고 있는 간병인 보는.
간병인 :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 니 년도 도망가냐?
간병인 : 아니요. 전 사모님께서 그만두라고 하셔서요.
할머니 : 그만 두면?
간병인 : 새로 들어오신 손주며느님한테 다 맡기실 모양이세요. 그럼, 할머니, 저 갈게요. (나가는)
할머니 : 이년아. 그냥 가면 어째? (옆에 있는 종을 마구 흔드는)
53. 씬. 동주네 거실.(낮)
가정부, 간병인 가방 들고 서있는. 차연 그 앞에. 종소리 울리고.
간병인 : 그럼 고생하세요. 그리고 저 종소리 나면 얼른 들어가보셔야 해요. 안그럼 불호령 떨어져요.
차연 : 네, 할머니 갑니다.
54. 씬. 동주네 할머니 방.(낮)
할머니, 종 흔들고 있는. 차연 급하게 들어오는.
차연 : 할머니 부르셨어요?
할머니 : (종을 차연에게 던지는)
차연E : (옆으로 살짝 피하는) 한번 맞지 두 번 맞겠어요.
할머니 : 저 저 년이.
차연 : (웃으며 할머니 앞으로 다가 앉으며) 할머님, 제가요, 몸이 좀 날쌔거든요.
그러니까 다음부터 던지실 때는 조준 잘하셔야 해요.
할머니 : 이 이 년이. 네 년이 지금 사람을 가지고 노냐?
차연 : 할머님은. 제가 감히 어떻게 할머님은 가지고 놀겠어요? 어림 반푼어치도 없죠.
제가요. 배운 건 없어도 경로 사상 하난 투철한 사람이거든요.
할머니 : 뭐. 뭐....이런 년이 다 있어.
차연 : (코 움찔거리며) 이게 근데.....아까도 느낀 건데요. 할머님. 이 방에서 메주 띄우는 냄새 같은 거 나지 않으세요?
(코 움찔거리며 할머니 몸에 코를 들이대는)
할머니 : 이, 이 년이.... (몸을 뒤로 피하는데)
차연 : 어머나, 할머님 싸셨죠?
할머니 :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옆에 있는 책 던지면서) 그래, 이년아, 쌌다, 쌌어.
차연 : 에고, 우리 할머님 애기시네.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할머니 : 누가 부끄러워 한다고 그래, 이년이.
차연 : 저기가 화장실이죠? 자 그럼, 할머님, 옷부터 벗으시고..... (달려들어 바지 벗기려고 하면)
할머니 : (밀쳐 내면서) 저리 못가. 그 년 불러. 그년 불러와.
차연 : 간병인 아주머니요? 그분은 오늘부로 그만 두셨는데 어떻게 불러와요.
자, 그럼 아예 화장실 가셔서 벗으시고, 목욕도 하시고.... (할머니를 번쩍 들어올리는데)
할머니 : 이 년아, 내려놔, 내려놔.
차연 : 제가 힘 좀 써요.
55. 씬. 동주네 욕실.(낮)
할머니, 옷 벗고 욕조에 앉아있는. 차연 샤위기로 몸 구석 구석 물 뿌리고 닦으면서.
차연 : 에고, 목욕 언제 하고 안하셨어요? 이 때 좀 봐. 까마귀가 보면 친구 하자고 하시겠네요.
할머니 :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차연 : 이런 년이 여기 있지 어디 있겠어요.
할머니 : 아, 간지러, 저리 못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차연 머리 마구 때리면서)
차연 : 가만 좀 계세요. (맞으면서도 할머니 열심히 샤워 시키는) 아이고, 속살이 아직도 고우시네. 새로 시집 가셔도 되겠어요.
할머니 : 이, 이 망측한 년. (마구 때리는)
차연 : 에고, 좋으시면서....
56. 씬. 동주네 거실.(낮)
할머니, 수건 머리에 쓰고 소파에 앉아있는. 종 마구 흔드는.
57. 씬. 할머니 방.(낮)
차연, 이불 둘둘 말아서 들어내는.
58. 씬. 동주네 거실.(낮)
할머니, 종 열심히 흔들고 있으면, 차연, 이불 들고 나오면서.
차연 : 할머니? 세탁기가 어디 있어요?
할머니 : 당장 전화 넣어. 이년아. 동주 놈한테 전화 넣으라구.
차연 : 저 전화 번호 모르는데요. 세탁기가 어디 있나. (이불 들고 두리번거리는) 저긴가.... (식당 쪽으로 들어가는)
할머니 : 저, 저 년이 사람 말을 들은 척도 안하고....
김씨(정원사) 들어오는.
김씨 : 할머님?
할머니 : 너 냉큼 들어와.
김씨 : 네. (얼른 다가오는)
할머니 : 동주 놈한테 전화 넣어라.
59. 씬. 극장 내.(낮)
동주, 수혁, 직원 1,2 걸어가는.
동주 : 우리 구내 매점 꺼만 들고 들어가게 하는 거 너무 치사한 거 아닌가?
직원1 : 다른 멀티 플렉스 극장들에서도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동주 : 그래도 치시하네요. 우리 매점엔 커피도 안팔면서 못들고 들어가게 하는 건....
울리는 핸드폰.
동주 : (핸드폰 받고) 할머니?
60. 씬. 동주모의 사무실.(낮)
동주모, 여비서와 얘기하고 있는.
여비서 : 대성 사모님께서 특별히 주최하시는 바자회라 꼭 참석을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동주모 : 김교수님 자서전 출판 기념회하고 날이 같다면서?
여비서 : 출판 기념회에 잠시 들르셨다가 바자회로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동주, 들어오는.
동주모 : 스케줄은 그렇게 정리하지.
여비서 : (동주에게 인사하고 나가는)
동주 : 간병인 아주머니랑 가정부 아줌마 다 그만두게 하셨어요?
동주모 : 그랬다.
동주 : 좀 야비하시단 생각 안드세요?
동주모 : 이 일 저 일 닥치는대로 하면서 살던 애 아니니?
동주 : 어머니. 승혜는 밥 먹을 때 말곤 부엌에도 안들어갔어요.
동주모 : 그래서?
동주 : 간병인 아주머니까지 그만 두게 하시면 할머니가 불편해 하세요.
동주모 : 그럼, 막 굴러먹던 애 며느리로 들이고 그림처럼 모셔놓을까?
동주 : 그 사람 골탕 먹이려다 할머니 골병 드시면요?
동주모 : 그럼 정말 쓸모 없는 물건이고. 지가 내 집에서 며느리 노릇 그런 것 말고 뭘 할 건데?
동주 : 그 사람 제 아내로 들인 거지, 막일꾼으로 들인 거 아니예요.
동주모 : 내 며느리 교육은 내가 알아서 한다.
동주 : 이건 분풀이시잖아요?
동주모 : 너도 하고 싶은대로 했잖냐?
동주 : (난감한)
61. 씬. 동주네 식당. (낮)
차연, 분주하게 냉장고에서 야채, 생선등 꺼내고 있는. 할머니 식탁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 : 빨리 내 방으로 데려다 놓으라니까.
차연 : 시킬 일 있으시면 여기서 시키시라니까요. 밥도 해야 하는데, 할머님이 종 흔들어대시면 달려가느라 시간 들고,
할머님 열 받으시니까 건강에 안좋으시고. 그냥 여기 계시는게 제일 좋다니까요.
할머니 : 네가 병든 늙은이 벌 세우려고 작정을 했구나. 이 똥물에 튀겨 죽일 년.
차연 : 아이고, 할머니. 제가 욕 여러 가지 들어봤지만 그 욕은 진짜 웃겨요. 똥물에 어떻게 튀긴대요? 똥물을 끓이나요?
할머니 : (질리는 표정으로) 니가 지금 나하고 말장난을 하자는 거냐?
차연 : 할머님이 먼저 웃기는 말씀 하셔놓곤. 할머님, 요거요. (오븐 열면서) 이건 어떻게 쓰는 거래요?
영화에선 많이 봤는데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할머니 : 내가 어떻게 알아, 이년아.
62. 씬. 동주네 거실.(밤)
차연, 다소곳이 서있는, 얼굴에 밀가루 묻어있고. 머리는 엉켜있고. 이마는 할머니한테 맞아 부어있고.
동주모, 들어오는.
차연 : 다녀오셨어요?
동주모 : 이게 무슨 냄새야.
차연 : 아, 이 냄새요. 제가 밥을 좀 태워서....
동주모 : (매섭게 보는)
63. 씬. 동주네 식당.(밤)
구운 생선 까맣게 타 있고, 호박 부침은 엉망으로 부쳐져 있고. 밥도 타고. 식탁 위가 엉망이다.
동주모, 동주 기가 막혀서 서있고. 차연, 할머니 업고 들어오는.
차연 : 할머님 혼자 따로 진지 드시면 심심하시잖아요.
동주 : 휠체어 있는데.
차연 : 이게 더 빠르잖아요. (할머니 의자에 내려놓고)
할머니 : (동주에게) 어디서 저런 년을 끌여들여?
동주 : 이쁘게 좀 봐주세요, 저는 한다고 하는데.
차연 : (얼른 국을 푸는) 냉장고에 무가 있어서 무국을 끓였는데.... 맛이 어떨란가 모르겠어요.
동주모 : (식탁 위 한심하게 보면서) 너 지금 이걸 밥상이라고 차린 거냐?
차연 : 죄송해요, 어머님. 제가 살림 솜씨를 익힐 틈이 없어서요. 모양은 이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맛있게 들어주세요.
(국 그릇 각자 앞에 놓아주는) 어서들 드세요, 어서.
동주모 : (한심하게 보기만 하고)
차연 : (얼른 할머니 옆에 앉아, 생선 손으로 머리부터 잘라내고 살을 발라서 할머니 밥그릇 위에 놓아주는) 어서 드세요, 할머니.
할머니 : 드런 년 손으로....
차연 : 에고, 할머님도, 이게 다 정인데.
할머니 : 이년아, 내가 언제 너하고 정붙이자고 했어?
차연 : 좀 붙여주세요. 좋은게 좋은 거잖아요.
할머니 : 이 년은 한마디도 지는 법이 없어. 먼저 년은 일년 열두달 입 한번 뻥끗하는 법이 없어서 사람 복장을 터트리더니,
이년은 입을 잠시도 쉬질 않아.
차연 : 말 하라고 있는 입 쉬면 뭐하겠어요.
동주모 : 너 좀 조용히 하지 않을래?
차연 : 네, 어머님.
할머니 : 이, 이 년. 시에미 말은 무섭고, 시헬미 말은 우습다 그거지?
차연 : 아고, 우리 할머님 삐치셨나보네.
동주모 : (국을 입에 넣다가, 뱉어내는) 너 지금 이걸 사람 먹으라고 끓인 거니?
차연 : 간이 안맞으세요?
동주모 : (일어나서 나가는)
차연 : 어머님, 제가 다시 끓여볼테니까......
64. 씬. 동주네 서재. (밤)
동주, 책을 보고 있는데. 종소리 들리고.
차연E : 네, 할머님, 갑니다.
동주 : .....
65. 씬. 동주의 방.(밤)
동주, 들어오고, 차연 하품하면서 따라들어오는데.
동주 : (거울 앞에 붙여져 있는 인형을 보고) 저건 또 뭐야?
차연 : (인형을 보고) 보조보라는 인형이예요. 사이판에만 있는 인형인데, (거울 앞으로 다가가) 요렇게 묶어놓으면
재물복이 생기고, 이렇게 하면 (인형 다시 묶으면서) 사랑이 이루어진대요.
동주 : 부적같은 건가?
차연 : 그냥 사이판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형이예요. (재물복이 있다는 모양으로 바꿔서 묶고 거는)
동주 : 그건 뭐라구?
차연 : 아따, 그 양반, 머리 나쁘네, 재물복이 생긴다니까요.
동주 : 설마 나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비는 건 아니실테고.
차연 : 나 돈 벌러 들어왔잖아요. (하품하면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동주 : (웃긴다는 표정으로 인형을 보는)
시간 경과.
동주,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데, 차연 침대에 누워 코까지 골며 자는.
동주 : (일어나서 화장대 앞으로 가서 화장솜 뜯어서 귀 틀어막는)
차연 : (허부적대다가 굴러 떨어지는)
동주 : (이어 없어서 보는)
차연 : 네, 할머니, 갑니다. (침대로 올라가 다시 코 고는)
동주 : 참 여러 가지 한다. (자기 침대로 가서 이불 뒤집어쓰는)
66. 씬. 동주네 거실.(밤)
동주, 계단을 내려오면. 차연, 소파에 쪼그리고 누워 잠들어 있는.
동주 : 이보세요?
차연 : (벌떡 일어나며) 네 갑니다.
동주 : (팔 잡고) 올라가서 자.
차연 : 할머님이 부르시면....
동주 : 할머니 한번 잠드시면 아침까지 누가 엎어가도 모르셔.
차연 : 그거 하난 마음에 든다. (하품 늘어지게 하고)
68. 씬. 인천 공항.(낮)
호태, 두리 출구로 나오는.
호태 : 두리야?
두리 : 네.
호태 : 기대해라.
두리 : 뭘요?
호태 : 사이판에서의 아저씬 잊어버리고. 이제부턴 새 인생 사는 아저씨 기대 해라. (두리 번쩍 들어올려 무등을 태우고)
가자, 두리야. 아저씨가 한번 뽄대나게 보여줄게. 인생 대역전이 뭔지. 아으. 이 호 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