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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고원 드라이브
태백~화방재~만항재~정암사~싸리재~태백 50km
정녕코 무더운 날, 태백시민들이 주로 찾는 곳 중의 하나라면 해발 1,340m의 만항재다. 때문에 여름 만항재는 많은 피서 차량들이 줄을 잇는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황지천변 도로를 타고 태백시 중심가 남쪽으로 가노라면 태백산 도립공원 안내팻말이 보인다. 4km쯤 가면 삼거리. 여기서 왼쪽은 태백산 당골광장 가는 길이다. 곧장 직진, 10km쯤 가면 주유소가 있는 화방재 고갯마루에 다다른다. 여기서 오른쪽, 가파른 오르막길이 만항재 가는 길이다.
장산콘도 지나 꼬불꼬불 7~8km 달려 오르면 이윽고 만항재 정상. 다행히 고갯마루가 넓어서 간이매점 ‘만항재쉼터(017-372-2540)’ 근처로 대개 차를 댈 만한 여유가 있다. 주차 후 길 건너의 숲그늘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정선쪽 고개 바로 아래의 노천식당(011-9797-1837) 맞은편에도 또한 넓은 숲지대가 있다.
사람이 많으면, 고갯마루의 간이매점 바로 옆 비포장 임도로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조심스레 들어가본다. 그러다 도중에 서쪽으로 전망이 툭 트인 평평한 곳이 나오면 자리 잡고 그늘막을 편다. 그 그늘막 아래가 바로 가을이다.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은 0.6℃씩 낮아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해발 100m의 서울이 섭씨 30℃일 때 해발 1,340m의 만항재는 30-12×0.6=23℃이고 습도도 낮으니 바로 가을 날씨다.
비포장 임도로 들어서서 잠시 가면 왼쪽 둔덕 위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는데, 그 길 끝의 작은 둔덕 위 공터가 실은 최고의 명당이다. 석양 풍광이 기막힌 곳이다. 한밤의 적적함이나 무서움을 서로 덜어줄 2가족이라면 이곳에서 하루 야영도 권하고 싶다.
만항재에서 머물다가 정선쪽으로 내려가노라면 만항 마을에 이어 고찰 정암사가 도로 오른쪽에 나온다(박스 참조). 정암사를 보고 3km 내려가면 삼거리. 우측 태백쪽의 두문동재 터널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4km쯤 가면 우측으로 싸리재(일명 두문동재)로 올라가는 구도로 입구가 나온다. 두문동터널이 뚫리고나서도 이 싸리재 도로는 관리가 잘 되고 있다. 관광차 오르는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갯마루 직전의 길가 간이매점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간이매점에서 조금 더 오르면 싸리재 정상으로, 왼쪽(북쪽) 바로 옆 돌탑 아래에 널찍한 공터가 있다. 화장실도 갖추어져 있는, 야영에 그만인 곳이다. 고갯마루에서 두어 굽이 돌아내려가면 도로 왼쪽에 넓은 공터가 나온다. 조망이 광대하게 펼쳐지는 이곳이 또한 한참 쉴만하다. 여기서 또한 몇 굽이 내려가면 도로변에 너들샘이란 팻말이 선, 널찍한 주차공간을 가진 샘터가 나온다. 수량이 워낙 풍부하고 물맛도 좋아서 현지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다시 굽이굽이 길을 내려가면 두문동재터널 동쪽 입구 바로 앞에서 신도로와 만나고, 이후 10km쯤 가면 태백시내가 다시 나오며 약 50km에 이르는 태백 고원 드라이브가 끝난다.
태백 고원 드라이브는 날만 맑으면 밤에도 좋다. 고지대여서 반달만 되어도 휘영청 밝아 그림자가 질 정도다. 이 달구경은 싸리재가 제격이다. 싸리재 동쪽 넓은 공터에 차를 세우면 바로 앞 산릉 위로 둥두렷이 뜬 달이 바라뵐 것이다. 올 8월12일이 음력으로 7월 보름이므로 8월5일경에는 제법 밝은 달을 볼 수 있다.
*자장의 천년 염원이 서린 곳 정암사
신라때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정암사-. 1300여 년 전 신라 때 이곳은 엄청난 첩첩산중, 심산유곡이었을 것이다. 그때 우정 이곳까지 와서 부처님 사리를 모시고 절을 세운 자장스님의 염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자장율사가 꽂아둔 지팡이가 살아난 것이라는 천년 주목 선장단을 비롯한 거목들이 선 정갈한 정암사 뜰에 서 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차분해진다. 저 위 둔덕에 선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은 정암사 창건 7년 후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석회암의 일종인 수마노석을 다듬어 쌓아올린 모전탑으로, 이것 또한 볼 만하다. 정암사 앞뜰 샘물 맛도 좋다.
태백 먹거리
● 한우마을 숯불실비식당
사람이나 짐승 모두 살기에 좋은 해발 700~800m대의 태백지역에서 키운 한우는 맛에서 전국 으뜸. 이 태백 한우 꽃등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033-552-5449). 1인분 300g에 19,000원. 참숯을 쓴다.
● 너와집 한식
120년 전의 너와집을 그대로 옮겨 지은 너와집 식당이 태백시 상장동에 있다. 김운학 대목수가 복원한 것으로, 95년 개업 후 태백의 명물이 되었다. 화전민들이 쓰던 나무김치독, 뒤주, 설피, 반다지, 멧돼지창 등의 생활도구들도 전시돼 있다. 10여 가지 반찬이 나오는 돌솥밥이 권할 만하다(7,000원). 전화 033-553-4669.
● 초막막국수
태백시에서는 ‘막국수 중의 막국수’로 꼽히는 집이다. 최근 말끔한 집으로 이전 개업했다. 시내에서 두문동재터널로 가다 보면 태성공업사가 보이는데, 그 맞은편(오른쪽) 짧은 다리 건너에 있다. 태백의 유명한 산꾼 김부래씨가 주인으로, 태백에 관한 산행 및 여행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전화 033-553-1104.
◈ 주변명소
구문소
용이 살 것 같은 큰 바위굴 아래의 소
태백시 주변 산릉을 그어보면 폐곡선을 이룬다고 한다. 이로 보아 태백시는 아마득한 옛적엔 하나의 커다란 호수였을지 모른다. 구문소는 이 호수물이 어느 순간 빠져나간 출구로 추정한다. 흥미롭게도 물줄기가 바위 능선 아래로 큰 소(구문소)를 이루며 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억5천만 년에서 3억 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태백시에 따르면, 구문소(求門沼)는 구무소의 한자 표기로, 구무는 구멍, 굴의 고어라 해석한다. 산을 뚫고 흐른다 하여 뚜루내라고도 한다. 탄생 내력이 기이하고 주위 기암절벽이 멋지다. 굴 북쪽에는 대형 주차장도 마련돼 있으니 한 번 들러본다. 태백시 북쪽에 개발된 용연동굴은 석회동굴이지만 동굴 생성물이 시커멓게 죽었고 규모도 작아서 별 볼품 없다. 차라리 동굴 내의 오색 분수 시설이 더 그럴 듯하다. 한여름에 서늘한 동굴 맛 한 번 보는 정도다. 그러나 후반부는 동굴이 매우 좁아서 계속 허리를 굽히고 걸어야 하므로 힘이 몹시 든다. 노약자는 피하는 게 좋다.
미인폭포 비온 뒤엔 대장관
태백이 아니라 남한을 통틀어서도 보기 힘든 절경 폭포다. 깊은 산중 협곡에 걸친 거폭의 우렁찬 굉음-. 엄청난 물줄기를 이렇듯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미인폭포 말고 남한에 또 어디 있을까. 단, 폭우가 온 다음에 한한다. 태백시를 남북으로 꿰는 황지천변 도로 중간에서 동쪽으로 통리·삼척 방면으로 38번 국도가 갈라진다. 5km 가면 통리. 여기서 동쪽 가곡·원덕 방면 427번 지방도로를 타고 둔덕으로 300m 남짓 가면 갑자기 왼쪽으로 미인폭포 팻말이 나타나므로 서행! 앞쪽 차량 주의하며 좌회전해 조금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숲속 내리막길을 10분 가면 혜성사(慧聲寺)란 작은 절이 나온다. 이 절을 지나 오른쪽 계곡으로 가노라면 문득 저 앞에 굉음을 토해내는 높이 70~80m의 허연 물줄기가 뵌다. 그 아래까지 갈 수 있으며, 비 온 뒤에는 엄청난 물안개바람이 몰아치므로 주의한다.
칠량이골 텐트 마음대로 칠 수 있는
‘도로변 물놀이 계곡’
태백산 북쪽 화방재 넘어 31번 국도를 타고 영월쪽으로 가노라면 절경의 도로변 계곡이 시작된다(화방재에서 약 7km). 태백과 영월 사람들이나 주로 알고 가는 숨은 피서계곡으로, 영월군이 노변 곳곳의 공지에 몇 대씩이나마 주차 공간을 만들어둔 한편 계곡 어디서든 원하는대로 야영이나 천렵을 허용, 인기가 높다. 암반 풍치가 매우 뛰어나며 물놀이도 된다. 31번 국도 상 상동 방면 갈림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태백시 화방재 쪽으로 약 4km 구간이 주된 경관지인데, 곳곳에 간이 화장실도 서 있고, 여름에는 간이매점도 선다. 7월10일의 칠량이골은 폭우로 엄청난 탁류가 흘렀다. 그러므로 비 내린 뒤에는 텐트를 접는 것이 좋다. 칠량이골 백운산장휴게소가 방이 괜찮은데, 8월10일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전화 033-378-279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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