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을 이야기하기 전에 감독의 전작 <달콤한 인생>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김지운은 상업영화를 하는 감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편데뷔작 <조용한가족>부터 <달콤한 인생>까지 그의 필모작들을 보면
대부분 흥행에서 성공한 영화들이지만 웬지 대중영화라는 느낌보다 장르영화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충무로에 장르영화를 새롭게 구축한 감독이라 칭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그 정점은 단연 <달콤한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때깔좋은 화면과 느와르로 표현되는 허무함과 비장미....
대중들에겐 다소 외면 받았을 지언정 김지운 매니아를 양산하는 정점이 된 작품이라 생각된다.
이상하게 이영화는 보면 볼 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으며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의 재미를 가져다 준다.
사실 <놈놈놈>이 김감독의 차기작이라고 알려졌을때 과연 그가 만드는 오락영화, 대중영화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이라니....어떤 감독이 이 세사람을 데리고 감히(?) 영화 할 생각을 할 수 있겠나...
만주 웨스턴이라는 철지난 유행코드지만 지난 10년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충무로 제작기술과 인프라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김지운감독의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줌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놈놈놈>은 오락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오락영화란 무엇인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되 런닝타임동안 영화에 빠져들어 딴생각을 못하게 한다면 오락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이정도가 오락영화의 정의라면 <놈놈놈>은 충분한 대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까짓거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만 많으면 되지 맛이야 좀 떨어지면 어떠랴...
이 영화의 헛점은 바로 이지점에서 비롯된다.
겉은 상업성으로 포장했으되,
알맹이는 너무나도 김지운감독 본인의 스타일리쉬함을 고수 함으로써 관객에게 손을 내미는 태도가 미진해 보이는 것이다.
생각데로 다 되었다고 여겼겠지만 당신 생각만 했다는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지금까지 이런 스케일, 제작비(디워를 제외하고...), 캐스팅은 전무무후하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두고 싶고
충무로 오락영화의 커다란 정점으로 남을 영화라는것에 제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