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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오래 보관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올바르게' 보관하는 것이다. 단순히 ‘얼리면 오래간다’라는 관점에서 탈피해보자. 진공포장과 냉동보관이 늘 정답은 아니다. 식재료별 보관법을 숙지하면 본연의 풍미를 지킬 수 있고, 신선함도 더 오래간다. 이런 재료로 만든 요리는 맛의 신세계로 우리를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이 재료들은 냉장고에 넣지 마세요!
▶ 토마토
냉장고와는 상극이라 할 만큼 궁합이 안 맞는 식품으로는 토마토가 있다. 냉장고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세포막이 파괴되고 수분을 빼앗겨 특유의 풍미를 점점 잃어간다. 토마토는 적당히 숙성시킨 다음 섭취하면 더 맛있는데, 냉기로 가득한 냉장고는 이 과정을 매우 지연시킨다. 더욱이 큰 문제는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이 반절 가량 감소한다는 점. 전국 농업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토마토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당도와 산도, 다른 유익한 성분의 수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맛과 영양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셈이다.
토마토를 신선하고 올바르게 보관하려면 일단 주변에 무른 토마토를 거르고, 미생물이 모여있는 꼭지를 따서 버려야 한다. 이후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 보관토록 한다. 양이 너무 많아서 먹지 못하고 상할 것 같다면, 냉장고에 넣기보다 건조시키기를 추천한다. 오븐이나 식품건조기를 통해 수분을 제거한 뒤 올리브유와 바질, 월계수 잎, 로즈마리 등을 넣고 절이면 이탈리아 음식의 기본인 썬 드라이 토마토가 완성된다.
▶ 커피 원두
갓 로스팅 된 신선한 원두를 냉장고에 보관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더 신선한 탈취제 하나를 얻는 셈이 된다. 커피는 얼마 가지 않아 온갖 잡냄새를 빨아들일 테니 말이다. 원두는 습기에 취약해 수분과 접촉하는 순간 맛과 향이 변질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건조하고 어두우며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단 포장 봉지를 뜯었다면 산화되는 것을 막을 순 없으므로 한 달 내로 커피를 소진하길 권한다. 해외여행이나 출장 등 장기간 외출로 부득이하게 냉장고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나마 냉동이 냉장보다는 낫다. 물론 이 경우 밀폐 용기나 지퍼백을 꼭 사용해야 한다.
▶ 양파
양파는 채소 중에서도 수분이 많이 포함된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양파끼리 붙어있으면 서로의 습기 때문에 무르기 쉽다. 또 수분량이 다른 감자와 닿으면 감자가 양파의 수분을 흡수해 빠른 부패가 진행되니 주의해야 한다. 수분이 많은 냉장고 속은 양파의 신선함을 유지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장소. 자칫 박테리아가 급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
양파는 실온 상태에서도 일주일간 신선도가 유지되지만, 스타킹이나 그물망을 활용해 줄줄이 엮어 두면 약 30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건조하고 시원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는 자칫 싹을 틔울 수 있다. 되도록 껍질째로 보관하는 게 좋다.
▶ 올리브유
습관적으로 냉장고에 넣었다간 올리브 본연의 풍미는 사라지고 벽돌 같은 고체 덩어리를 마주하고 말 것이다. 9℃ 이하의 온도에서는 기름이 응고돼 액체로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적당한 보관 온도는 10~17℃ 정도로 그늘진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올리브유가 포함된 드레싱 소스 역시 마찬가지이니 참고할 것.
올리브유는 햇볕과 온도, 공기와의 접촉에 민감하다. 일단 개봉했다면 최대 5개월 안에는 소진하는 것이 좋다. 그 이후에는 산패돼 섭취가 어려울 수 있다. 직사광선에 대응할 수 있는 짙은 색상의 밀폐형 유리병에 든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이미 냉장고에 넣었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할 건 없다. 상온에 꺼내두면 다시 액체로 변하며 품질에도 지장은 없다.
냉장실에 보관하면 좋은 식재료들
▶ 상추 또는 잎채소
고기를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쌈 채소. 상추나 깻잎, 쑥갓 등은 금세 시들해져 보관하기가 까다로운 식재료 중 하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채소를 마른 키친타월로 감싼 뒤 비닐로 덮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다. 잎에서 나오는 물기를 흡수해 적정한 수분량을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잎채소의 색깔이 까맣게 변하며 말라버렸다면 수분이 부족해 냉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러버렸다면 수분이 너무 많은 탓이다. 물을 뿌리거나 적신 키친타올을 사용하는 것이 주원인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에틸렌 가스를 내뿜는 사과와 같이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에틸렌 가스는 과일이나 채소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식물 호르몬인데, 식품의 부패를 가속한다.
▶ 두부
두부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지만, 수분이 많고 불포화도가 높아 변질되기 쉽다. 간혹 냉장고에 넣어둔 두부 표면이 불그스름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세라티아균 때문이다. 이는 신선한 상태가 아니므로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포장을 뜯은 두부는 물을 채운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실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보관 기간을 늘리고 싶다면 두부를 덩어리째 살짝 데쳐서 물에 넣도록 하자. 또 물에 소금을 약간 풀어주면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 신선과일
과일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퍼백에 담거나 신문지로 개별 포장한 뒤 냉장고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장 맛있게 섭취할 수 있는 온도는 과일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사과와 배는 4~5℃의 차가운 온도에서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으므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먹으면 된다. 단감이나 포도 등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는 5~7℃다.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잠시 둔 다음 먹길 권한다. 감귤 역시 냉장고에서 보관하되 먹을 땐 상온에 둘 것. 너무 차가울 때 먹으면 단맛이 덜 느껴지니 말이다. 함께 보관하면 안 되는 과일들도 있다. 사과, 멜론, 키위, 자두 등은 과일을 익게 하는 에틸렌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온다. 무르고 썩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다른 과일과 붙여놓아서는 안 된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좋은 식재료들
▶ 식빵
식빵은 낱개로 구매할 수 없으므로 한 번에 다 먹기 힘들다. 특히나 요즘 같은 여름에는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기 쉽다. 남은 식빵은 하루 이틀 정도는 실온에 두어도 되지만, 이후에는 비닐이나 지퍼백으로 포장한 뒤 냉동실에 차갑게 얼려 보관해야 한다. 갓 구운 따끈따끈한 식빵이라 더더욱 좋다. 보통 뜨거운 상태로 냉동실에 넣으면 식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식빵의 경우 수분을 머금고 있을 때 얼려야 해동했을 때도 부드럽고 맛있다. 식빵을 꺼내 먹을 때에는 실온에서 30분가량 해동한 다음 오븐이나 팬에 데워먹으면 된다. 주의할 점은 결코 냉장실에는 보관하면 안 된다는 것. 빵이 냉장실의 습기를 머금어 금방 상하고 눅눅해진다.
▶ 마늘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인 마늘. 통마늘의 경우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조리 편의성 때문에 마늘을 미리 다져놓으면 냉동보관을 해야 한다. 실온이나 냉장실에 두면 갈변현상이 생기거나 곰팡이나 기타 세균 번식의 위험이 커진다. 다진 마늘을 얼릴 때는 비닐봉지에 넣어 평편하게 펴준 후 격자 모양으로 선을 그어두면 편리하다. 이 경우 필요할 때마다 초콜릿 조각을 떼어내듯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귀찮다면 얼음통에 다진 마늘을 얼린 뒤 하나씩 빼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두부
혹시 동(凍)두부라고 들어는 보았는가? 말 그대로 얼린 두부인데 중국의 추운 산간지방에서 두부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두부는 한 번 데친 다음 물이 든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실에서 두는 게 일반적인 보관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냉동실에 넣어두면 색다른 맛의 중국식 동두부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얼리기 전에 거즈에 싸서 수분을 제거하고 랩이나 비닐로 밀봉하는 것이 좋다. 물론 포장 상태 그대로 넣어도 무방하다. 이렇게 만든 동두부는 일반 두부보다 단백질 함량이 6~7배가량 높다. 또 루신, 발린, 이솔루신 같은 아미노산이 생성돼 지방 연소를 돕는다. 동두부의 단면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데, 쉽게 으스러지지 않고 식감이 빼어난 것이 특징이다.
▶ 떡류
떡은 만든 지 1일 이내에 섭취할 때는 상온에 보관하면 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는 일단 냉동실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해동시키는 게 안전하다.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영하 20~30℃ 온도에서 냉동 보관하거나, 기름에 지지는 것이다. 떡을 냉동시키면 수분을 머금은 상태로 얼기 때문에 딱딱해지는 걸 막는다. 해동시키면 처음의 말랑말랑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기름을 첨가할 경우 유화제로 작용해 수분을 안정화한다. 덕분에 부드러운 식감이 비교적 장기간 유지된다. 진공포장 처리하면 그 기간은 더욱 늘어난다. 냉장실의 경우 떡이 딱딱해지는 0~4℃의 온도와 30~60%의 수분 함량이란 악조건을 모두 지니고 있으므로 보관 장소로 무조건 피해야 한다.
▶ 생선
생선은 다른 어떤 재료보다도 부패와 변질이 빠른 식재료다. 불포화 지방이 많은 탓에 냉장고 속에 장기간 놔두면 비린내가 심해지고 맛도 떨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급속으로 얼린 뒤 진공포장 상태로 보관하는 것. 하지만 일반 가정의 냉장고에서는 급속 냉동은 불가능하므로 진공포장을 하거나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는 게 최선이다.
특히 생선의 내장과 핏물을 빠른 부패를 일으키는 요인이므로 보관 전 반드시 내장을 손질하고 핏기를 씻어내야 한다. 이후 물기를 제거한 뒤 소금을 생선 무게의 2% 내외로 살짝 뿌려준다. 올리브유를 바르면 육즙을 잡아줘 산화를 막을 수 있다. 생선의 냉장 보관 기간은 하루를 넘기면 안 되며 냉동보관을 하더라도 3개월 이내에는 섭취해야 한다. 익힌 생선의 보관 기간은 그보다 짧은 한 달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 육류
마트에서 랩으로 포장된 육류를 그대로 냉장실에 보관하는 건 바람직한 보존 방법이 아니다. 아무리 팩 속에 들어있다 하더라도 공기와의 접촉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며 산화가 진행될 위험이 크다. 육류를 장기간 보관해야 할 경우에는 먼저 고기에서 나온 수분을 닦아내야 한다. 이후 얼음물에 넣은 뒤 랩에 싸 냉동 보관하면 고기 표면에 글레이즈라는 얼음 막이 생겨 고기의 수분을 꽉 잡아준다. 진공포장기를 사용해 공기와의 접촉을 막으면 훨씬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큰 고기 덩어리를 한 번에 얼리면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며 맛이 떨어지므로 1회 분량씩 잘게 나눠 담는 것이 좋다. 해동할 때는 전자레인지나 물에 담그기보다는 냉장고에서 시간을 두고 녹이는 게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한다. 한편 고기의 냉동보관 권장 기간은 '간 쇠고기 및 돼지고기'는 3~4개월, '구이용 돼지고기' 4~6개월, '구이용 쇠고기' 6~12개월, '닭고기' 12개월 등이다.
낭비 없는 효율적인 주방, 식재료 보관부터 시작하자!
지금까지 주요 식재료들의 보관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고 최적의 상태로 보관하면 가족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다.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는 식재료를 바로 사용할 건지, 장기간 둘 건지 등을 따져보고 보관 방법을 고르도록 하자.
맛도 맛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는 식재료의 보관 및 섭취에 평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중독 발생 건수는 여름철(6~8)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불볕더위 일수가 늘어난 탓에 2013년 65건(1,693명)에서 2014년 112건(2,868명) 2015년 96건(3,008명) 2016년 120건(3,429명)으로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고기와 생선 속 세균은 우리 몸에 큰 문제를 끼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진공포장을 권장한다. 또 재료 속까지 충분히 익히는 조리 방법은 보관 방법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송기윤 (iamsong@danawa.com)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6&listSeq=3415416&page=1#csidxd4a981a3b4b1139afd26dbc5c55c85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