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농소면, 내 유년의 숨결이 서린 곳. 농소 국민학교(현 농소초등학교) 23회 동창회가 열렸다. 그 옛날 우리가 뛰놀던 학교 터는 신도시 개발로 사라지고, 새로운 곳에 자리 잡았다. 세월은 흘러 우리 모두 어느덧 칠십을 넘긴 초로의 신사·숙녀가 되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동창회 참석을 미뤄왔다. 나이 들어 다시 고향으로 반귀농·반귀촌을 하며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향 친구들과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고, 작년에 이어 참석했다.
사실 동창회라는 자리는 어쩐지 서로를 비교하게 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할 때도 있어 가능하면 피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동창회만큼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처럼 지내온 사이이니 꾸밈도, 계산도 없다. 칠십이 넘고 보니 잘난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가진 사람도 결국 다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더 편하고, 그래서 더 좋다.
잠시 빈 시간이 생겨 그동안 갈고닦은 민요와 장구, 그리고 오카리나 연주를 선보였다.
장구로는 밀양아리랑, 노들강변, 창부타령, 변강쇠타령, 노랫가락을,
오카리나로는 아리랑, 고향 생각,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불었다.
악보 없이 연주했는데, 내 스스로도 만족스러웠고 친구들도 깜짝 놀라며 크게 기뻐해 주었다. 반복해서 연습한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노년에 자신에게 맞는 악기 하나쯤은 꼭 즐겨보라”라고 조언했다. 나이 들수록 마음을 붙들어주는 취미 하나가 삶의 기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왕복으로 KTX를 이용하니 이동도 편하고 여독도 덜했다. “건강하게 내년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나누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제는 모두가 건강이 제일 중요한 나이다. 또, 우리 삶은 이미 덤처럼 주어진 시간이니, 오는 병은 친구 삼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서일까. 내년의 만남도 그리 멀지 않은 것만 같다. 고향의 하늘처럼 따뜻한 하루였다.
□ 노랫가락에 붙인 즉흥 자작 가사
여기모인 농소친구들(23회)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끝까지 건강지켜서
우리도 백수까지 만수무강을 기원드립니다
오카리나 연주~아리랑
첫댓글 고향에 내려가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반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덤으로 고향 친구들과 옛 추억을 나누며 교류의 폭을 넓혀나갔습니다.
동창회에도 작년에 이어 참석했습니다.
이제 똑같이 늙어가다보니 서로 연민의 정이 두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