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한 거목과 함께 서 있는 권우상 근영 <경북 안동 야산에서>
칼럼
한국 대통령은 거목(巨木)이라야 한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구조를 견지하고 있는 미국은 두 당 모두 200년을 존속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정당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특히 당명을 빈번하게 바꾸는 야당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마치 한(漢)나라가 조조, 손권, 유비로 쪼개지듯이 문재인. 천정배. 안철수로 갈라지면서 문재인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었다. 이름도 정당스럽지 못하다. 이처럼 들풀처럼 쉽게 생겨나고 낙엽처럼 쉽게 당명이 사라지는 우리나라 정당의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나는 관상에 일가견이 있는데 현역 정치인들 중에 국가를 이끌어 갈만한 관상을 가진 대물(大物)이 없다. 그러다 보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승만 박사나 조병옥 박사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거기에 근접할 만한 인물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혹여 인물이 있어서 물어보면 혼탁한 정치판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시정이 이렇다 보니 다들 그렇고 그런 사람이 기(氣)를 세우고 대통령 후보에 나설려고 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자난해 12월 23 - 24일 전국 성인 1000명(500명씩 두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 후보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10점 만점에 평균 6.4점을 얻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5.2점을 얻었고,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5.1점을 차지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큰 폭으로 두 사람을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10명의 자질적 후보군을 대상으로 5개 항목인 ◆ 지도자로서 철학과 비전 ◆ 경제살리기 총 능력 ◆ 양극화 문제 해소 ◆ 국민과의 소통능력 ◆ 인간적인 매력과 품위 등 5개 항목에 대해 실시된 자질 평가에서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제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서울경제신문 여론조사에서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12월 28일- 29일)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27.4%로 1위를 기록했고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12월 26일- 28일)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했으며 문화일보가 엠브레인(12월 27일- 28일)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위이다. 또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23.8%로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선 후보의 유력한 인물로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건 아마 기존 정치인을 식상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가 실시한 국회 신뢰도를 묻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1%라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과연 한 국가를 통치할 만한 인물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평가하는 잣대가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반기문 총장은 외교관으로서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한 국가의 통치권자로서는 부적합하다고 본다. 우선 기질이 소녀처럼 연약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김정은이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갖추자 성명서 한 장으로 ‘제발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는 듯한 발언은 그의 연약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김정은이 국제 룰을 어기면 국제사회가 나서서 상응한 응징을 하면 되는데 고작 호소하는 말 한마디 뿐이었다.
미국 부시대통령 재임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파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애원하듯 만류하여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때 핵시설을 폭파했더라면 이미 남북은 통일이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좌(左)든 우(右)든 모든 국민을 한 통속에 쓸어담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재주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한국정치판의 모습으로는 대선 후보감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설도 인물이 없어 나온 것이다. 여당이 친박, 비박으로 싸우고 거대 야당이 셋으로 쪼개지는 갈등으로 민생법안은 외면하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은 정당 하나도 이끌어 갈만한 리드가 없는 것이다. 정당하나도 이끌어가지 못하면서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이끌어 가겠다는 것은 속임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약한 풀잎은 바람이 없는 평온한 날에는 살아가지만 강한 태풍에는 쓰러져 버린다는 사실이다. 유사시 북한과 언제든지 전쟁을 해야 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 틈새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의 대통령은 지형적, 정치적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풀잎과 같은 연약한 인물은 안되고 강한 태풍에도 견디는 거목(巨木)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거목이 될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아 안따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