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시 손님
-이종수
경숙씨는 어려운 생활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려고
몇 달 전부터 동네 횡단보도 앞에서 노점을 시작했습니다.
배추, 무, 파, 양파 등을 깔끔하게 다듬어서 팔면
하루 3~4만원 정도는 벌이가 되어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바로 길 건너편에는 시장이 있어서 잘 안 팔릴 것도 같았지만,
항상 상냥하게 웃으며 때론 덤도 얹어주는
경숙 씨의 넉넉한 인심 덕에 이젠 단골손님도 꽤 생겼습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오전에 거리로 나와
이리저리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단골인 젊은 새댁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습니다.
“아주머니,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어서 와요. 새댁도 일찍 나왔네.”
“저 콩나물 천 원 어치만 주세요.”
“고마워요. 오늘 이렇게
예쁜 새댁이 첫 개시를 해 주니까 장사가 잘 될 것 같네요.”
새댁이 단골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첫손님이기에
경숙 씨는 평소보다 콩나물을 두어 움큼이나 더 담아 주었습니다.
천 원 어치 콩나물 봉지를 받아든 새댁은 콩나물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어머나. 아주머니, 콩나물 천 원 어치를 이렇게 많이 주시면 어떻게 해요?
맨날 이렇게 많이 주시니 남는 것도 없겠어요.”
“그래도 밑지지는 않아요.
그리고 새댁이 오늘 첫 개시니까 당연히 많이 줘야지.”
“하여튼 아주머니는 인심이 너무 좋아서 탈이에요. 호호호...”
새댁은 한 보따리나 되는
콩나물 봉지를 받아들고 좋아서 싱글벙글했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콩나물값을 건넸습니다.
경숙 씨는 새댁에게서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꺼내 접혀진 돈을 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며 어느새 몇 발자국
가버린 새댁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새댁, 이거 돈이 이천 원이네? 잘 보고 줘야지,
천 원 손해볼 뻔했잖아. 자, 여기 천 원 도로 가져가요.”
그러자 새댁이 뒤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그거 제가 잘못 드린 거 아녜요.”
“뭐라고요?
아니, 콩나물 천 원 어치 사고 이 천 원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 돈 어서 받아가세요.”
그러면서 경숙 씨가 새댁을 향해 뛰어가자
젊은 새댁은 얼른 발걸음을 돌려 도망치면서 말했습니다.
“아주머니가 첫 개시손님에게 덤을 더 주시듯이
저도 개시로 물건을 살 때는 두 배로 드리는 버릇이 있거든요.”
경숙 씨는 멀리 달아나는 새댁을
더 이상 쫓아갈 수 없게 되자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새댁, 다음번에 오면 콩나물 그냥 공짜로 줄 거예요. 알았어요?”
첫댓글 이런 세상으로 살아가면 좋은텐데. 요즘은 너무나 삭막해요.
항상 힘이되는 글에 감사합니다. ^&^
그러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