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론스타 맞서 13년간 韓 대리한 美 변호사 “절차 위반 드러난 순간, 승리 보였다”
김우영 기자2025. 12. 1. 06:02 조선비즈
‘론스타 승소 숨은 공신’ 안톤 A. 웨어 아놀드앤포터 변호사 단독 인터뷰
안톤 웨어 아놀드앤포터 변호사. /아놀드앤포터
“지난 13년간 한국 정부를 대리해 론스타와의 분쟁을 승소로 이끌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 분쟁 사건에서 최종 승소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실무진의 대응과 함께, 정부 측을 대리해 온 국내외 로펌의 꾸준한 법리 싸움이 있었다. 태평양과 같은 국내 로펌뿐 아니라 미국 대형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도 주요 역할을 맡았다.
안톤 웨어(Anton A. Porter) 아놀드앤포터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결정을 들었을 때 느낀 기쁨과 안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정의가 실현됐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제 중재 분야 베테랑 변호사인 그는 2012년부터 한국 정부를 대리해 이번 사건의 전 과정에 관여했다.
◇ 한동훈이 수사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이 열쇠
웨어 변호사는 론스타와 얽힌 사건을 이전에 다뤘던 경험이 이번 승소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외환카드 2대 주주였던 올림퍼스캐피털이 론스타와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에서 대리인으로 참여해 2011년 승소를 이끌었다.
당시 올림퍼스캐피털은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을 통해 주주들을 기만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ICC 중재판정부는 올림퍼스의 손을 들어줬고,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700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웨어 변호사는 “론스타는 외환은행 이사회 지배력을 이용해 외환카드를 부도 위기로 몰아넣겠다고 압박하며 올림퍼스캐피털의 지분을 헐값에 넘기도록 강요했다”며 “그 후 론스타가 임명한 외환은행 이사들이 감자(減資·주식 수를 줄여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것)를 추진한다는 허위 발표를 해 주가를 폭락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론스타가 올림퍼스캐피털이 보유한 외환카드 지분을 전량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2003년 11월 20일 외환카드 주가는 54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감자 추진 발표 이후 주가가 연일 폭락했다. 11월 26일에는 2550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런데 이튿날(11월 27일) 주가가 반등하자 다음날 론스타는 돌연 “감자 없이 합병하겠다”고 선언했고, 전날 종가인 2930원을 기준으로 합병을 추진했다. 웨어 변호사는 “론스타가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외환카드를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검사 시절 직접 수사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이기도 하다. 웨어 변호사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에서는 론스타의 범죄 행위와 그에 따른 국내 기소·유죄 판결이 핵심 쟁점이었다”며 “이미 앞선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깊숙이 파악하고 있었기에 ICSID 중재판정부에도 더욱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올해 초 한국 승리 확신... ‘절차적 하자’ 사실 드러나”
그러나 론스타와의 국제 분쟁은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고 한다. 론스타의 배상 청구액이 46억달러(약 6조7661억원)에 달한 데다, 세계 10대 로펌인 베이들리 오스틴까지 참여하며 법리적 공방이 복잡하게 얽혔다.
2022년 8월 1심 격인 ICSID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2억1650만달러(약 3171억원)를 론스타에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론스타가 청구한 금액의 4.6%만 배상 책임이 인정된 셈이다.
웨어 변호사는 “당시 결정은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한국이 참여하지 않은 별도 절차의 증거를 판단 근거로 삼고도, 한국 측에 충분한 반박·신문 기회를 주지 않아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했다.
웨어 변호사는 절차적 하자를 주요 쟁점으로 파고들었다. 승소 가능성을 본 건 올해 1월 런던에서 열린 구술 심리였다고 한다. 그는 “3일 동안 심리가 진행되면서 중재판정부 다수가 절차적 원칙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며 “그때부터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결국 ICSID 취소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국제중재에서 요구되는 적법절차와 방어권 보장이 중대하게 위반됐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2022년 8월 판정은 전면 취소됐고,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도 사라졌다. 이는 한국 정부가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였다.
웨어 변호사는 “이번 취소 결정은 단순히 배상금 부담이 사라졌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며 “한국이 국제적으로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결정 선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국제중재 역사에 중요한 선례 남겨... 韓 공무원 헌신에 동기부여 돼”
웨어 변호사는 이번 취소 결정이 국제중재 역사에서도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중재에서는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은 별도 절차의 자료를 제출하려는 일이 종종 있다”며 “이번 취소위원회 결정은 그런 자료를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쓰려면 반드시 적법절차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증거조사가 끝난 뒤에 이런 자료가 뒤늦게 제출되면 절차적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며 “앞으로는 중재판정부가 각 당사자가 제시된 증거를 충분히 다투고 반박할 수 있도록 더 엄격히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년간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하며 한국 공무원들의 헌신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정의로운 결과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는 것을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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