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자리 단상
손 원
요즘은 침대 생활 위주다. 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잠잘 때 스프링이 등과 허리를 골고루 받쳐 주기에 안락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침구 정리가 간편해서 좋다. 가끔 온돌방에 이부자리로 하룻밤 자기도 한다. 추운 날 온돌의 온기를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몸살감기에 걸린 사람도 따뜻한 온돌방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거뜬하다고 한다. 80년대까지는 주로 온돌방 생활이었다. 당시 어르신 내들은 아침에 일어나시면서 따뜻이 자고 나니 거뜬하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침실은 대부분이 온돌방이었고, 방바닥에 돗자리를 깔았다. 흙바닥에 비료 포대나 신문지를 듬성듬성 깔고 그 위에 돗자리를 깔았기에 발을 구르면 성긴 왕골 사이로 바닥 먼지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때로는 아이가 오줌을 싸면 방바닥에 스며들어 걸레질할 필요도 없었다. 황토 바닥에 오줌이 스며들어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던 것이 신기하다. 조금 세월이 지나고부터 방바닥을 돗자리 대신 장판으로 교체했다. 꺼끌꺼끌한 돗자리보다 매끄러운 장판이 훨씬 좋게 느껴졌다. 비질, 걸레질하기도 수월해 인기가 있어, 장판으로 교체가 급속히 일어났다. 먼저 황토 바닥이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으로 기억된다. 아버님이 장날 장판 재료를 사 오셨다. 재료래야 비료 포대 재질의 모조지 몇 장과 표면에 칠할 니스, 풀, 솔 정도였다. 종이에 풀칠하여 바닥에 붙이고 그 위에 니스칠을 했다. 바닥이 뜨끈하여 건조가 빨라 그날 밤 장판 위에서 잤다. 돗자리 생활을 하다 처음 접하는 장판은 매끄럽고 촉감도 좋았다.
매끄럽고 딱딱한 장판바닥에 솜 이부자리가 필요했다. 많은 식구가 한방에서 잤기에 장롱에는 이부자리가 그득했고, 이부자리 간수에 손이 많이 갔다. 솜이불은 통째로 세탁을 할 수가 없고 커버만 세탁을 하고, 가끔 솜틀집에서 솜을 타서 채워 넣곤 했다. 아이가 잠자다 오줌을 싸도 세탁이 어려워 햇볕에 말리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전통 솜이불은 어머니의 손길이 베인 가족사랑 그 자체였을 뿐만 아니라, 시집보낼 딸의 중요한 혼수품이었다. 한 채의 솜이불이 되기까지는 부모님의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딸아이 혼수품을 장만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봄에 목화씨를 뿌리고 여름 한더위에 목화밭을 누비며 솜을 따 모았다. 겨울 농한기에 어머니는 목화씨 섞인 하얀 솜을 물레를 자아 실을 뽑고 베틀로 무명베를 짰다. 무명베로 식구들 의복을 짓고 천을 이어 이불 홑청을 만들었다. 보풀한 솜은 옷과 이불의 충전제로도 사용했다. 그렇게 하여 한겨울 추위를 견뎠다. 목화 농사에 한 해가 걸리고, 실을 뽑아 무명천을 짜 이불 피를 마련하는 데는 어머니가 밤낮없이 매달렸다. 옷을 짓고 여분이 된다면 이불 솜을 마련하였다.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든 솜이불이기에 발끝만 덮어도 잠이 절로 왔다. 방 안에 가득 찬 큰 이불로 온몸을 감싸면 포근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이불속도 다양해졌고, 가정마다 여러 종류의 솜이불을 갖추고 있다. 요즘은 폴리에스터 솜이 대중적이다. 합성섬유로 물세탁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많이 사용한다. 보다 고급품인 양모는 가벼우면서 보온력이 좋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그중 목화솜은 흡수성과 보온성까지 완벽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지만 물세탁이 안되는 등 관리의 어려움으로 다른 재질에 밀려나고 있다. 기성세대는 목화솜 이불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 그들의 결혼 때 솜이불이 필수 혼수품이기도 했다. 나의 결혼 때도 아내는 혼수품으로 목화솜 이불을 해왔다. 결혼 초 얼마간 덮다가 관리가 어려워 여태껏 장롱 속에 보관만 하고 있다. 요즘 집은 겨울철 난방도 잘 되어 두꺼운 이불을 덮을 일이 없다. 얇고 가벼운 폴리에스터 이불이나 양모 이불을 주로 덮는다.
물론 속이 없는 홑이불도 있다. 한여름 더위 때는 삼베 이불, 모시 이불, 인조견 이불을 덮으면 시원하고 파리, 모기를 피할 수도 있다.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용 이불이 있고, 시원하고 쾌적한 여름용 홑이불도 있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을 느낄 수 있는 포근한 겨울 이불에 마음이 간다. 어머니와 같이 자던 그때가 그립다.
솜이불 속에는
정겹고 따뜻한
엄마 손이 들어 있어
구들방에서
뽀스락 장난하며
놀다 잠들었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솜이불 속에는
꺼칠 한 아빠 손, 토닥토닥 엄마 손, 부드러운 아가 손...
정겨운 손이 들어 있어 꿀잠 수면제가 되었다.
2023.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