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시작하는 인생 제2막
공기 좋고 물맑은 양평 산자락에서
1호선 국수역 근처, 경사 높은 언덕길을 올라가면 전원주택 단지가 나온다.
워낙 높은 곳에 있어 멀리 남한강이 훤히 보일 정도다. 전망이 좋아 분양이 잘 됐는지
곳곳에 주택들이 하나둘 올라가는 곳에 목조주택 한 채가 먼저 올려졌다.
건축주는 입주한 지 2주 남짓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잔디를 심어가며 살뜰히 가꾸고 있다.
평생 전원주택의 꿈을 그리며 살아왔다던 정종용 씨, 안양 시내에서 살던 이들은 20년 전부터 인근에 텃밭을 가꿔왔을 정도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컸다.
직장 때문에 함부로 이사를 못 했던 정 씨는 은퇴를 맞아 땅부터 보러 다녔다. 지하철 1호선 라인을 타고 훑어 내려가며 어디가 좋을지 안 돌아다녀 본 곳이 없었다고 한다. 양평도 웬만한 곳은 다 둘러봤지만 이곳처럼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여름에도 무덥지 않았고 공기가 시내와는 전혀 달랐다.
“마땅한 곳을 찾아 헤매다 이곳까지 오게 됐어요. 한창 단지가 조성되던 때라 분위기는 휑했는데 경치가 워낙 좋아서 마음을 뺏겼습니다. 바로 3월에 착공 들어가 6월에 완공, 2주 전에 입주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준비한 집짓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발품 팔기였다.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은 책을 읽고 박람회를 둘러보며 차근히 정보를 쌓았다. 시공을 맡은 주원하우징도 양평 지역 내의 시공업자들을 찾다 알게 된 곳이었고, 다른 업체보다 젊은 직원과의 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마침 건축학을 전공한 딸 윤경 씨 덕분에 시공은 한층 더 수월했다.
“시공자들 중에 ‘곤조’ 운운하며 자기 의견만 피력하는 사람도 많은데 주원하우징은 그런 점이 없어서 좋았어요. 새로운 자재나 스타일을 요구해도 매번 흔쾌히 잘 받아주었고요.”
시공업체와의 관계가 워낙 좋았던지라 집이 다 지어지고 난 후 선물로 아궁이를 받기도 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 역시 주원하우징 대표가 농사지었다던 옥수수를 가마솥에 쫀득하게 쪄내 대접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을 만든 셈이다.
어쩌면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외관은 심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화사하고 쉽게 질리지 않아 꾸준히 인기 있는 스타일이다.
윤경 씨는 “이런 외관이 어른들에게는 전원주택 하면 떠올리는 대표 디자인 같아요. 외관은 전적으로 부모님 의견에 따르되 내부 설계는 제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부모님이 편할 구조를 궁리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처음엔 단층으로 지으려던 계획이었지만 독립한 자녀와 손주가 오면 비좁을 수 있어 계획을 틀어 2층으로 올렸다. 1층엔 거실과 주방, 안방이 있고 2층엔 게스트룸과 다락방을 만들었다. 2층 거실은 서재로도 쓰인다.
부부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은 거실과 주방이다. 정면에 거실을 앉히고 바로 주방과 연결된다. 덕분에 주방에서도 바깥 풍경이 훤히 들여다보이며 창도 일부러 크게 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작고 아늑한 다락방이 나오는데 이곳은 주말마다 놀러 오는 손주가 점령했다.
클래식하면서도 젊은 느낌의 인테리어는 윤경 씨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을지로 시장 등지에서 자재를 직접 골랐고 문의 컬러도 직접 선택한 것들이다. 흰 벽이 밋밋해 웨인스코팅을 시공한 것도 윤경 씨의 의견이다.
2층 다락방에서 담아 본 거실. 건축주 정종용 씨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1. 주방에서 현관으로 가는 길. 그대로 직진하면 안방이 나온다.
2. 각기 다른 브랜드의 거실장을 조합해 완성한 인테리어. 3. 부부 침실.
처음으로 목조주택에 살게 된 정 씨 부부는 집이 지어질 때부터 설렘이 가득한 나날이었다. 아내는 매일같이 안양에서 지하철을 타고 현장에 나가 인부들의 간식을 챙기고 정원이 될 땅을 골랐다. 지금도 새벽처럼 일어나 강아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종일 열심히 일해도 하룻밤 자면 기운이 나요. 워낙 나무를 좋아해서 지은 집인데 새집 냄새도 안 나고 좋아요. 이 집에 와선 가습기 한 번을 안 꺼냈고 에어컨도 아직 연결 안 했어요. 조금만 시내로 나가면 무더운데 여긴 아직 시원하네요.”
오랜 시간 전원주택을 꿈꿔왔던 만큼 지금의 생활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던 정종용 씨 부부. 주변에 집들이 지어지는 소란스러운 분위기지만 새 이웃을 만날 생각에 오히려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앞으로의 나날 역시 지금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유유자적 실버라이프를 보낼 것이다.
1. 2층 거실 겸 서재로 이용하는 곳. 2. 다락방은 손자를 위한 놀이 공간이다. 3. 2층의 아담한 테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