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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외편(外編) - 산목편(山木篇)
산목편(山木篇)은 무위자연의 도를 처세술에 원용했다는 점에서 노자와 접근하고 있다. 본디, 노자의 사상은 전국 시대 말기에 이르러 커다란 변용(變容)을 보이게 되었다. 그것은 한비자를 대표로 하는 법가(法家)의 사상속에 채택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한비는 전국시대 말기의 법가이고, 법률과 형벌에 의해 군주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중 해로와 유로편, 그리고 노자를 한비식으로 해석 하여 한편으로 끌어 들이기도 하였다. 본래 노자와 한비는 단적으로 상반되는 사상의 소유자이다. 곧 노자는 자유 방임제를 주장하고, 한비는 형벌에 의한 엄격한 군주제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장자의<외편>은 후기의 도가 사상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이 산목편(山木篇)은 무위자연을 처세술에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볼 때 <내편>과 가깝다고 하겠다.
1. <집착없이 변화하며 중간에 처한다>
莊子行於山中(장자행어산중) 見大木(견대목) 枝葉盛茂(지엽성무)
장자가 산길을 가다가큰 나무를 보았는데, 가지와 잎이 매우 무성하였다.
伐木者止其旁而不取也(벌목자지기방이불취야) 問其故(문기고)
나무꾼이 그 옆에 선 채 베지 않아, 까닭을 물었더니,
曰(왈) 无所可用(무소가용)
말하기를, "쓸데가 없소"라고 했다.
莊子曰(장자왈) 此木以不材得終其天年(차목이부재득종기천년)
장자가, "이 나무는 쓸모가 없으므로 그 천명을 다할 수 있구나"하고서,
出於山(출어산) 舍於故人之家(사어고인지가)
산을 내려와 친구의 집에서 묵었다.
故人喜(고인희) 命豎子殺雁而烹之(명수자살안이팽지)
친구는 기뻐하고, 아이를 시켜 거위를 잡아 삶으라고 하였다.
豎子請曰(수자청왈)
아이가 물었다.
其一能鳴(기일능명) 其一不能鳴(기일불능명) 請奚殺(청해살)
"한 마리는 잘 울고, 한 마리는 울지를 않는데, 어느 것을 잡을까요?"
主人曰(주인왈) 殺不能鳴者(살불능명자)
주인이 말했다. "울지 않는 것을 잡아라"
明日(명일) 弟子問於莊子曰(제자문어장자왈)
이튿날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昨日山中之木(작일산중지목) 以不材得終其天年(이부재득종기천년)
"어제 산 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으므로, 그 천명을 다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今主人之雁(금주인지안) 以不材死(이부재사)
지금 주인집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先生將何處(선생장하처)
선생님께서는 또한 어느 쪽으로 정하시겠습니까?"
莊子笑曰(장자소왈)
장자는 웃고서 말했다.
周將處乎材與不材之間(주장처호재여부재지간)
"나는 장차 저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중간으로 정하고 싶구나.
材與不材之間(재여부재지간) 似之而非也(사지이비야)
쓸모있음과 없음의 중간이란,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아,
故未免乎累(고미면호루)
얽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若夫乘道德而浮遊則不然(약부승도덕이부유즉불연)
만약 저 자연의 도에 의거하여 속세를 떠돌아 다니는 자는 그렇지가 않게 된다.
无譽无訾(무예무자) 一龍一蛇(일룡일사)
영예도 없고 비방도 없고, 혹은 용이 되고 혹은 뱀이 되어,
與時俱化(여시구화) 而无肯專爲(이무긍전위)
때에 따라 변화하면서, 한 곳에 얽매이지 않는다.
一上一下(일상일하) 以和爲量(이화위량)
어떤 때는 올라가고 내려오며, 조화로써 법도를 삼아,
浮遊乎萬物之祖(부유호만물지조) 物物而不物於物(물물이불물어물)
만물의 근원에서 떠돌게 하고, 만물을 만물로써 헤아리지 않게 되니,
則胡可得而累邪(즉호가득이루야)
어찌 얽매임이 있을 수 있겠는가!
此神農黃帝之法則也(차신농황제지법즉야)
이것이 곧 신농씨(神農氏), 황제(黃帝)가 법칙으로 삼았던 것이다.
若夫萬物之情(약부만물지정) 人倫之傳(인윤지전) 則不然(즉불연)
그러나 저 만물의 참모습이나, 인륜으로서 전해진 것은, 그렇지가 않다.
合則離(합즉리) 成則毁(성즉훼) 廉則挫(염즉좌) 尊則議(존즉의)
합치면 떨어지고, 이루면 깨지고, 모가 나면 깎이고, 높아지면 말이 많고,
有爲則虧(유위즉휴) 賢則謀(현즉모) 不肖則欺(불초즉기)
있게 되면 이지러 지고, 어질면 모함받고, 어리석으면 속게 되니,
胡可得而必乎哉(호가득이필호재) 悲夫(비부)
세상의 얽매임에서 벗어 나려고 한들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슬프도다.
弟子志之(제자지지)
제자들아,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其唯道德之鄕乎(기유도덕지향호)
오로지 자연의 도가 행해지는 곳에서만 얽메임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을"
2. <빈배(虛舟)처럼 자신을 비우면 걱정이 없다>
市南宜僚見魯侯(시남의료견노후)
시남의료(市南宜僚)가 노후(魯侯)를 뵈었을 때,
魯侯有憂色(노후유우색) 市南子曰(시남자왈)
노후가 수심의 빛을 띠고 있어서, 시남자가 물었다.
君有憂色(군유우색) 何也(하야)
"임금께서 수심의 빛이 있으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魯侯曰(노후왈)
노후가 말했다.
吾學先王之道(오학선왕지도) 修先君之業(수선군지업)
"나는 옛날 성왕의 도를 배웠고, 선군이 이룩한 공업을 닦으면서,
吾敬鬼尊賢(오경귀존현) 親而行之(친이행지)
나는 귀신을 공경하고 현인을 받들고, 친히 이를 실행하면서,
无須臾離居(무형유리거) 然不免於患(연불면어환)
잠시도 떠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환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吾是以憂(오시이우)
그래서 나는 근심하고 있는 것이오"
市南子曰(시남자왈)
시남자가 말했다.
君之除患之術淺矣(군지제환지술천의)
"임금께서 환난을 없애려는 방법이 너무도 천박하십니다.
夫豊狐文豹(부풍호문표)
저 털이 복슬복슬한 여우나 아름다움 무늬를 가진 표범이,
棲於山林(서어산림) 伏於巖穴(복어암혈) 靜也(정야)
산림에서 살고, 바위굴에 엎드려 있음은, 고요함을 지키기 위해서이며,
夜行晝居(야행주거) 戒也(계야)
밤에 나다니고 낮에는 엎드려 있음은, 조심하기 위해서 입니다.
雖飢渴隱約(수기갈은약)
비록 굶주리거나 목말라 괴롭고 곤궁하더라도,
猶且胥疏於江湖(유차서소어강호) 之上而求食焉(지상이구식언)
오히려 멀리 동떨어진 세상으로 나가,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은,
定也(정야)
자기를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然且不免於罔羅機辟之患(연차불면어망라기피지환)
그런데도 또 그물이나 덫이라는 환난을 면하지 못하니,
是何罪之有哉(시하죄지유재)
이것이 어찌 죄가 있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其皮爲之災也(기피위지재야)
그 가죽이 재난을 만드는 것입니다.
今魯國獨非君之皮邪(금로국독비군지피야)
지금 노나라는 임금에게 있어서 가죽의 격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吾願君刳形去皮(오원군고형거피) 洒心去欲(주심거욕)
원컨대 임금께서 형체를 깨뜨려 버리고 가죽을 떠나며, 마음을 씻어 욕심을 버린 채,
而遊於无人之野(이유어무인지야) 南越有邑焉(남월유읍언)
사람이 없는 들판에서 노니소서. 남월(南越)에 고을이 있는데,
名爲建德之國(명위건덕지국) 其民愚而朴(기민우이박)
이름을 ‘건덕(建德)의 나라’라고 하며, 그 백성은 어리석지만 순박하여,
少私而寡欲(소사이과욕) 知作而不知藏(지작이부지장)
사사로운 마음이 적고 욕심도 적습니다. 경작을 할 줄 알지만 감출 줄을 모르며,
與而不求其報(여이불구기보)
남에게 주기는 하여도 그 보답을 구하지 않으며,
不知義之所適(부지의지소적) 不知禮之所將(부지례지소장)
무엇이 의(義)에 합당한지도 모르고, 모엇이 예의에 마땅한지를 모릅니다.
猖狂妄行(창광망행)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뜻이 크기 때문에 행동하는 자체를 잃고,
乃蹈乎大方(내도호대방)
나아가게 되면 자연의 대도(大道)로 나아가므로,
其生可樂(기생가락) 其死可藏(기사가장)
살아서는 즐겁고, 죽어서는 편안히 장사 지냅니다.
吾願君去國捐俗(오원군거국연속)
원컨대 임금께서 나라를 떠나시어 속세를 버리고,
與道相輔而行(여도상보이행)
도와 함께 서로 의지하는 나라로 가소서"
君曰(군왈)
노후가 말했다.
彼其道遠而險(피기도원이험) 又有江山(우유강산)
"그 곳은 먼 길인데다가 험난하고, 또한 큰 강과 큰 산이 있다 하오.
我无舟車(아무주차) 奈何(내하)
나에게 배나 수레가 없으니 어찌하리요?"
市南子曰(시남자왈)
시남자가 대답했다.
君无形倨(군무형거) 无留居(무류거)
"임금님께서 거만한 형체(몸)와, 눌러 앉아 지키려고 하는 욕심을 버리시고,
以爲君車(이위군거)
그로써 수레를 삼으십시오"
君曰(군왈)
노후가 말했다.
彼其道幽遠而无人(피기도유원이무인)
"그 길은 멀고도 아득하며 사람도 살지 않는다는데,
吾誰與爲鄰(오수여위린)
나는 누구하고 이웃을 삼아야 하오?
吾无糧(오무량) 我无食(아무식)
게다가 나에게는 양식이 없어, 먹지도 못할 것이니,
安得而至焉(안득이지언)
어찌 그곳에 이를 수가 있으리요?"
市南子曰(시남자왈)
시남자가 대답했다.
少君之費(소군지비) 寡君之欲(과군지욕)
"임금님의 비용을 줄이시고, 욕심을 줄이시면,
雖无糧而乃足(수무량이내족)
비록 식량이 없더라도 넉넉할 것입니다.
君其涉於江而浮於海(군기섭어강이부어해)
임금님께서는 강을 건너고 바다에 떠 있게 되면,
望之而不見其崖(망지이불견기안)
바라보셔도 언덕을 볼 수 없으며,
愈往而不知其所窮(유왕이부지기소궁)
계속 가셔도 그 끝 닿는 곳을 알 수 없습니다.
送君者皆自崖而反(송군자개자안이반)
임금님을 배웅하는 자도 모두 언덕에서 돌아가고 나면,
君自此遠矣(군자차원의)
임금님은 이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질 것입니다.
故有人者累(고유인자루)
그래서 사람을 거느린 자는 얽매이게 되고,
見有於人者憂(견유어인자우)
남에게 부림을 당하는 받는 자도 금심이 있는 것입니다.
故堯非有人(고요비유인)
그래서 요임금은 사람을 거느리지도 않았고,
非見有於人也(비견유어인야)
남에게 부림을 당하지도 않았습니다.
吾願去君之累(오원거군지루) 除君之憂(제군지우)
저는 임금님께서 얽매임에서 떠나시고, 근심을 제거하여,
而獨與道遊於大莫之國(이독여도유어대막지국)
홀로 도와 함께 대막(大莫)의 나라에서 노니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方舟而濟於河(방주이제어하)
배를 나란히 연결시켜 강을 건너려고 할 때,
有虛舩來觸舟(유허선래촉주)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빈 배가 와서 이 쪽의 배를 들이 받으면,
雖有惼心之人不怒(수유편심지인불노)
아무리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도 성을 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有一人在其上(유일인재기상)
그런데 저쪽의 배에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다면,
則呼張歙之(즉호장흡지)
배를 밖으로 돌리라든가 안으로 향하라든가 하고 소리칠 것입니다.
一呼而不聞(일호이불문) 再呼而不聞(재호이불문)
이 때 한 번 불러도 듣지 못하고, 두 번 불러도 듣지 못하면,
於是三呼邪(어시삼호야)
그 때는 세 번째 소리 치면서,
則必以惡聲隨之(즉필이오성수지)
틀림없이 욕설이 따라 나올 것입니다.
向也不怒而今也怒(향야불노이금야노)
앞에서는 노하지 않았는데 이 번에 노하는 것은,
向也虛而今也實(향야허이금야실)
앞서는 빈 배였지만 이번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人能虛己以遊世(인능허기이유세)
그러니까 사람도 만일 자기를 공허한 것으로 만들어 세상을 살아 간다면,
其孰能害之(기숙능해지)
누가 이것에 위해(危害)를 가하겠습니까?"
3. <무심히 자연에 따르면 장애가 없다>
北宮奢爲衛靈公賦斂以爲鐘(북궁사위위령공부렴이위종)
북궁사(北宮奢)가 위(衛) 영공(靈公)을 위해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편존을 만들었다.
爲壇乎郭門之外(위단호곽문지외) 三月而成上下之縣(삼월이성상하지현)
단을 성곽 문밖에 쌓고, 석 달만에 상하 2단의 편종을 걸어 놓게 하였다.
王子慶忌見而問焉(왕자경기견이문언) 曰(왈)
왕자(王子) 경기(慶忌)가 이것을 보고 물었다,
子何術之設(자하술지설)
"그대는 어떤 재주로써 이와 같이 만드셨소?"
奢曰(사왈)
사가 대답했다.
一之間(일지간) 无敢設也(무감설야)
"고요히 도를 지켰을 뿐, 감히 어떤 방법도 쓰지 않았습니다.
奢聞之(사문지) 旣彫旣琢(시조기탁) 復歸於朴(복귀어박)
제가 듣건대, 옥은 다듬고 깎아야만, 그 순박함으로 돌아 간다고 합니다.
侗乎其无識(통호기무식)
무지하므로 그것을 의식하는 일이 없고,
儻乎其怠疑(당호기태의)
일체의 생각을 믿으므로 의심하는 일이 없고,
萃乎芒乎(췌호망호) 其送往而迎來(기송왕이영래)
만물이 생겨나는 대로, 가는 것을 배웅하고 오는 것을 마중하며,
來者勿禁(내자물금) 往者勿止(왕자물지)
오는 자는 금하지 않고, 가는 자는 막지 않으며,
從其强梁(종기강량)
힘이 세고 사나운 자는 그대로 순응하고,
隨其曲傅(수기곡부)
굽혀서 따르는 자는 그대로 내버려 두어,
因其自窮(인기자궁)
각기 힘을 다하도록 해줍니다.
故朝夕賦斂而毫毛不挫(고조석부렴이호모부좌)
그러므로 아침 저녁으로 세금을 거둬 들여도 털끝만치도 백성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는데,
而況有大塗者乎(이황유대도자호)
하물며 자연의 대도를 터득한 사람이야 더 말할 게 있겠습니까?"
4.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해를 입지 않는다>
孔子圍於陳蔡之間(공자위어진채지간)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공자가 진과 채 사이에서 포위되어, 7일 동안이나 불에 익힌 음식을 먹지 못했다.
大公任往弔之曰(태공임왕조지왈)
그 때 태공임(大公任)이 찾아가서 위로했다.
子幾死乎(자기사호)
"선생께서는 거의 죽을 뻔하셨구료?“
曰(왈) 然(연)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소“
子惡死乎(자오사호)
태공임이 다시 물었다. "선생은 죽음을 싫어 하시오?“
曰(왈) 然(연)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소“
任曰(임왈)
태공임은 말했다.
予嘗言不死之道(여상언불사지도) 東海有鳥焉(동해유조언)
"내가 죽지 않는 도에 대해 말하리다. 동해에 새가 있는데,
其名曰意怠(기명활의태) 其爲鳥也(기위조야)
이름을 의이라고 하오. 그 새는 ,
翂翂翐翐(분분질질) 而似无能(이사무능)
날개를 푸드득거릴 뿐, 무능한 것처럼 보였소.
引援而飛(인원이비) 迫脅而棲(박협이서)
끌어 당겨야 날고, 위협하듯이 해야 깃들여 쉬고,
進不敢爲前(진불감위전)
앞으로 나아갈 때는 감히 앞에 서지도 못하고,
退不敢爲後(퇴불감위후)
물러설 때도 뒤에 서지 못할 뿐더러,
食不敢先嘗(식불감선상) 必取其緖(필취기서)
먹을 때도 감히 먼저 맛보지도 못하고, 반드시 남이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었소.
是故其行列不斥(시고기행렬불척)
이 때문에 새의 무리로부터 배척받지 않고,
而外人卒不得解(이외인졸부득해) 是以免於患(시이면어환)
외부인으로 부터 해를 입지도 않았소. 그래서 환란을 모면하고 있는 것이오.
直木先伐(직목선벌) 甘井先竭(감정선갈)
곧은 나무는 먼저 베어지고, 물맛이 좋은 우물은 먼저 마르는 법이오.
子其意者飾知以驚愚(자기의자식지이경우)
선생은 생각건대 지혜를 내세워 어리석은 자를 놀라게 하고,
修身以明汙(수신이명우)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드러내며,
昭昭乎如揭日月而行(소소호여게일월이행)
밝은 해와 달을 내건 듯이 행동하고 있소.
故不免也(고불면야)
그러기에 재난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오.
昔吾聞之大成之人曰(석오문지대성지인왈)
옛날 내가 덕을 크게 이룩한 사람에게서 들은 바로는,
自伐者无功(자벌자무공)
‘스스로 공을 자랑하면 오히려 공이 없고,
功成者墮(공성자타)
공을 이루고서 물러나지 않으면 잃게 되고,
名成者虧(명성자휴)
명성을 얻고서 거기에 머무르면이지러진다’고 했소.
孰能去功與名而還與衆人(숙능거공여명이환여중인)
누가 능히 공과 명성을 버리고 뭇사람에게 되돌려 줄 수 있겠소?
道流而不明居(도류이불명거)
도란 강물이 흘러도 흐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德行而不名處(덕행이불명)
덕을 베풀어도 명성이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하오.
純純常常(순순상상) 乃比於狂(내비어광)
성실함에 변함이 없고, 광인(狂人) 처럼 천진하며,
削迹捐勢(삭적연세) 不爲功名(불위공명)
자취를 없애고 권세를 줄여 나가면서, 공과 명성을 세우려 하지 않는 것이오.
是故无責於人(시고무책어인) 人亦无責焉(인적무책언)
그러기에 남을 책망하는 일이 없고, 남 역시 나를 책망하지 않는 것이오.
至人不聞(지인불문)
이와 같이 지인은 공과 명성이 들리는 일이 없소.
子何喜哉(자하희재)
그런데 선생은 어찌 그것을 좋아하시오?"
孔子曰(공자왈)
공자가 말했다.
善哉(선재)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辭其交遊(사기교유) 去其弟子(거기제자)
그리하여 모든 교유를 거절하고, 제자들도 돌려 보내고서,
逃於大澤(도어대택) 依裘褐(의구갈) 食杼與栗(식서여율)
사람이 없는 곳으로 피하여, 허름한 옷을 걸치고, 도토리나 밤을 먹으면서 사니,
入獸不亂群(입수불란군)
짐승들 속에 들어가도 짐승들이 놀라 흩어지지 않았고,
入鳥不亂行(입조불란행)
새들 속에 섞여도 행렬이 어지럽혀 지지 않았다.
鳥獸不惡(조수불오) 而況人乎(이황인호)
새나 짐승이 싫어하지 않았으니,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5. <담백함으로 친해지고 달콤함으로 끊어진다>
孔子問子桑雽曰(공자문자상호왈)
공자가 자상호(子桑雽)에게 물었다.
吾再逐於魯(오재축어로) 伐樹於宋(벌수어송)
"나는 두 번이나 노에서 쫓겨 났고, 송에서는 머리 위의 나무가 베어 졌으며,
削迹於衛(삭적어위)
위에서는 내가 걸어온 발자취 마저 깎였고,
窮於商周(궁어상주)
상과 주에서는 심한 곤궁에 빠졌으며,
圍於陳蔡之間(위어진채지간)
진과 채 사이에서는 포위까지 당했소.
吾犯此數患(오범차수환)
나는 이와 같은 여러 환난을 만나면서,
親交益疏(친교익소)
친한 사람들과의 사이는 갈수록 멀어지고,
徒友益散(도우익산) 何與(하여)
제자와 친구들도 흩어져 갔는데, 도대체 어째서 그러하오?"
子桑雽曰(자상호왈)
자상호가 대답했다.
子獨不聞假人之亡與(자독불문가인지망여)
"당신은 가(假)나라 사람이 도망칠 때의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했소?
林回棄千金之璧(임회기천금지벽)
임회(林回)라는 자는 천금이나 되는 벽옥(璧玉)을 버리고,
負赤子而趨(부적자이추)
갓난애를 업고서 줄달음질을 쳤는데,
或曰(혹왈)
누군가 보고서 물었다오.
爲其布與(위기포여) 赤子之布寡矣(적자지포과의)
‘그 값으로 친다면, 갓난애 쪽이 적고,
爲其累與(위기루여) 赤子之累多矣(적자지루다의)
그 번거로움으로 친다면 갓난애 쪽이 많소.
棄千金之璧(기천금지벽) 負赤子而趨(부적자이추) 何也(하야)
천금의 벽옥을 버리고, 갓난애를 업고서 줄달음친 것은, 무엇 때문이오?’
林回曰(임회왈) 彼以利合(피이리합)
임회는 대답했소. ‘그것(璧)은 이익으로 맺어져 있지만,
此以天屬也(차이천속야)
이것(갓난애)은 천륜(天倫)으로 맺어진 것이오.
夫以利合者(부이리합자)
무릇 이익으로 맺어진 것은,
迫窮禍患害相棄也(박궁화환해상기야)
위급,궁핍,재난,우환,해로움 등이 있을 때 서로 버리게 되오.
以天屬者(이천속자)
그러나 천륜으로 맺어진 것은,
迫窮禍患害相收也(박궁화환해상수야)
위급,궁핍,재난,우환,해로움 등이 있을 때 서로 돕게 되오.
夫相收之與相棄亦遠矣(부상수지여상기역원의)
무릇 서로 도와 주는 것과 서로 버리는 것은 거리가 먼 일이오.
且君子之交淡若水(차군자지교담약수)
또한 군자의 교제란 물과 같이 담담하고,
小人之交甘若醴(소인지교감약례)
소인의 교제는 감주와 같이 달콤한데,
君子淡以親(군자담이친)
군자의 교제는 담백하기 때문에 친해지고,
小人甘以絶(소인감이절)
소인의 교제는 달콤하기 때문에 끊어지는 것이오.
彼无故以合者(피무고이합자) 則无故以離(즉무고이리)
저 까닭없이 맺어진 것은, 까닭없이 떨어지는 법이오’라고 했다오"
孔子曰(공자왈)
공자가 대답했다.
敬聞命矣(경문명의)
"천륜에 대한 말씀 삼가 잘 들었습니다"라고 말한 후,
徐行翔佯而歸(서행상양이귀)
자득한 듯이 걸어 돌아갔다.
絶學捐書(절학연서)
그러고서 공자가 학문을 그만두고 책을 버리자,
弟子无揖於前(제자무읍어전)
제자들도 그 앞에서 절하지 않게 되었지만,
其愛益加進(기수익가진)
사제의 정은 갈수록 깊어 졌다.
異日(이일) 桑雽又曰(상호우왈)
다른 날, 상호는 말했다.
舜之將死(순지장사) 乃命禹曰(내명우왈)
‘순(舜)이 죽을 때, 우(禹)에게 명하기를,
汝戒之哉(여게지재) 形莫若緣(형막약연)
‘그대는 이것을 명심해라. 몸은 만물의 자연스런 변화에 순응해야 하고,
情莫若率(정막약솔) 緣則不離(연즉불리)
심정은 자연의 본성을 따라야만 한다’라고 했다.
率則不勞(솔즉불로) 不離不勞(불리불로)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면, 서로 떨어지지 않고,
則不求文以待形(즉불구문이대형)
본성을 따르면 마음의 번거로움이 없으니, 떨어지지 않고,
不求文以待形(불구문이대형)
번거롭지 않다면 겉치레를 찾아 몸을 구할 필요가 없다.
固不待物(고부대물)
겉치레로 몸을 구할 필요가 없으면 외물에 의존할 일이 물론 없게 된다.
7. <곤경에 처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변화에 순응하라>
孔子窮於陳蔡之間(공자궁어진채지간)
공자가 진과 채 사이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7일 동안이나 불로 익힌 음식을 먹지 못했다.
左據槁木(좌거고목)
그 때 공자는 왼손은 말라죽은 나무에 기대고,
右擊槁枝(우격고지)
오른 손으로 마른 나뭇가지를 두드리면서,
而歌猋氏之風(이가표씨지풍)
‘표씨지풍(猋氏之風)’을 노래했다.
有其具而无其數(유기구이무기수) 有其聲而无宮角(유기성이무궁각)
그 악기는 있었지만 가락이 없었고, 노랫소리는 있었지만 오음이 없었다.
木聲與人聲(목성여인성)
그러나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와 사람의 노랫소리는,
犁然有當於人之心(이연유당어인지심)
전율하는 것만 같아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했다.
顔回端拱還木而窺之(안회단공환목이규지)
안회가 단정하게 손을 맞잡고 눈을 빨리 움직여 이를 엿보았다.
仲尼恐其廣己而造大也(중니공기광기이조대야)
공자는 안회가 자기를 위대하게 생각하여 이 재난을 지나치게 생각하거나,
愛己而造哀也(애기이조애야) 曰(왈)
자기를 사랑하여 슬픔에 빠지지나 않을까 염려하며 말했다.
回(회) 无受天損易(무수천연이)
"회야, 하늘의 손상을 받아도 편히 있기는 쉽지만,
无受人益難(무수인익난)
인위에 의한 부귀영달을 받고도 편히 있기란 어렵다.
无始而非卒也(무시이비졸야) 人與天一也(인여천일야)
시작이 곧 끝이고, 사람과 하늘은 하나이다.
夫今之歌者其誰乎(부금지가자기수호)
지금 노래를 부르는 자가 과연 누구이겠느냐?"
回曰(회왈)
회가 말했다.
敢問无受天損易(감문무수천연이)
"감히 하늘의 손상을 받아도 편히 있기는 쉽다는 것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仲尼曰(중니왈)
공자가 대답했다.
飢渴寒暑(기갈한서) 窮桎不行(궁질불행)
"굶주림과 목마름, 그리고 추위와 더위 속에서, 곤궁하여 오도 가도 못하는 것은,
天地之行也(천지지행야) 運物之泄也(운물지설야)
천지자연의 운행이고. 만물의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言與之偕逝之謂也(언여지해서지위야)
말하자면 자연의 조화와 함께 따르는 길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爲人臣者(위인신자) 不敢去之(불감거지)
남의 신하된 사람은, 임금의 명을 받으면 이는 피할 수 없으니,
執臣之道猶若是(집신지도유약시)
남의 신하된 사람이 지킬 도리도 이러한데,
而況乎所以待天乎(이황호소이대천호)
하물며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는 데 있어서랴!"
回曰(회왈)
회가 다시 물었다.
何謂无受人益難(하위무수인익난)
"무엇을 인위에 의한 부귀영달을 받고도 편히 있기란 어렵다는 것입니까?"
仲尼曰(중니왈)
공자가 말했다.
始用四達(시용사달)
"처음에 등용되어 사방으로 통달하게 되고,
爵祿竝至而不窮(작록병지이불궁)
벼슬과 녹봉이 아울러 이르러 곤궁하지 않게 되지만,
物之所利(물지소리) 乃非己也(내비기야)
이는 외물에서 생기는 이익이고, 자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吾命其在外者也(오명기재외자야)
내 운명이 외물과 우연히 그렇게 된 것 뿐이다.
不給視(불급시) 雖落其實(수락기실)
보고서도 주지 못한다면, 비록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도,
棄之而走(기지이주)
이를 버리고 도망치게 될 것이다.
其畏人也(기외인야)
이것을 사람은 두려워 하는 것이다.
而襲諸人間(인습제인간)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社稷存焉爾(사직존언이)
보존해야 할 사직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回曰(회왈)
안회가 다시 물었다.
何謂无始而非卒(하위무시이비졸)
"무엇을 일러 시작이 곧 끝이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仲尼曰(중니왈)
공자가 대답했다.
化其萬物而不知其禪之者(화기만물이부지기선지자)
만물은 계속 변화되고 있지만 누가 그렇게 하는지 모른다.
焉知其所終(언지기소종) 焉知其所始(언지기소시)
그런데 어찌 그 끝나는 바를, 알고 시작하는 바를 알겠느냐.
正而待之而已耳(정이대지이이이)
올바른 도리를 지키고 자연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回曰(회왈) 何謂人與天一邪(하위인여천일야)
"무엇을 일러 사람과 하늘도 하나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仲尼曰(중니왈)
공자가 대답했다.
有人(유인) 天也(천야) 有天(유천) 亦天也(역천야)
"사람이 있음도, 하늘에 의해서이고, 하늘이 있음도, 하늘에 의해서이다.
人之不能有天(인지불능유천)
사람이 자연의 도를 터득하지 못하는 것은,
性也(성야)
자기 성격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聖人晏然體逝而終矣(성인안연체서이종의)
성인이란 편안히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기어 끝 가는 데까지 가는 것이다.”
6. <때를 못만났음을 탓하지 말고 순리를 따르라>
莊子衣大布而輔之(장자의대포이보지)
장자가 기운 거친 베옷을 입고 띠는 바르게 매었으나,
正緳係履而過魏王(정혈계리이과위왕)
삼으로 얽어맨 신을 신고서 위왕(魏王)을 만났다.
魏王曰(위왕왈) 何先生之憊邪(하선생지비야)
위왕이 말했다. "선생은 어째서 그리 고달프시오?"
莊子曰(장자왈) 貧也(빈야) 非憊也(비비야)
장자가 대답했다. "가난해서이지, 고달픈 것은 아니오.
士有道德不能行(사유도덕불능행) 憊也(비야)
선비로서 도덕을 갖추고서도 실행할 수 없으면, 고달프다고 하며,
衣弊履穿(의폐리천) 貧也(빈야) 非憊也(비비야)
옷이 해지고 신발이 구멍난 것은, 가난한 것이지, 고달픈 것이 아니오.
此所謂非遭時也(차소위비조시야)
이것을 이른바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오.
王獨不見夫騰猿乎(왕독불견부등원호)
왕께서는 저 나무에 오르는 원숭이를 보지 못하셨소!
其得枏梓豫章也(기득남재예장야)
그 녹나무나 가래나무 등 크고 좋은 마무에 오르면 기뻐하고,
攬蔓其枝而王長其間(남만기지이왕장기간)
덩굴이나 그 나뭇가지를 손에 잡고 왕이나 우두머리처럼 그 사이에 있게 되면,
雖羿逢蒙不能眄睨也(수예봉몽불능면예야)
비록 예(羿)나 봉몽(逢蒙)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곁눈질 하지 못하오.
及其得柘棘枳枸之間也(급기득자극지구지간야)
그렇지만 산뽕나무나 가시나무나 탱자나무 사이에 있게 되면,
危行側視(위행측시)
위태롭게 걷고 옆을 살피면서,
振動悼慄(진동도율)
흔들려 움직이기만 하여도 비통해 하고 두려워 하는데,
此筋骨非有加急而不柔也(차근골비유가급이불유야)
이것은 힘줄이나 뼈가 위급한 경우를 당하여 부드러움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處勢不便(처세불편) 未足以逞其能也(미족이정기능야)
처해진 형편이 좋지 않아, 그 능력을 마음대로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오.
今處昏上亂相之間(금처혼상란상지간)
지금과 같이 위로 어두운 임금과 어지러운 대신들 사이에 있게 되면,
而欲无憊(이욕무비) 奚可得邪(해가득야)
고달프지 않으려 하여도, 어찌 그럴 수가 있겠소.
此比干之見剖心徵也夫(차비간지견부심징야부)
이것은 비간(比干)이 가슴을 갈라 마음을 보인것을 보아도 분명하지 않소!"
8. <몰입은 재난의 원인(螳螂搏蟬/당랑박선)>
莊周遊於雕陵之樊(장주유어조릉지번)
장주(莊周)가 어느 날 조릉(雕陵)의 울타리 안에서 거닐고 있다가,
覩一異鵲自南方來者(도일이작자남방래자)
한 마리의 이상한 까치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翼廣七尺(익광칠척) 目大運寸(목대운촌)
날개의 폭이 일곱자나 되고, 눈의 둘레는 한 치나 되는 그 새는,
感周之顙而集於栗林(감주지상이집어율림)
장주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莊周曰(장주왈)
장주는 말했다.
此何鳥哉(차하조재) 翼殷不逝(익은불서) 目大不覩(목대부도)
"이게 무슨 새인가? 날개는 커도 높이 날지를 못하고, 눈은 커도 보지를 못하니!"
蹇裳躩步(건상곽보) 執彈而留之(집탄이류지)
장주는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빨리 걸어가, 활을 잡고 쏘려고 하였다.
覩一蟬(도일선) 方得美蔭而忘其身(방득미음이망기신)
그 때 매미 한 마리가, 잎이 무성한 그늘에 앉아 자기의 몸조차 잊고 있었다.
螳螂執翳而搏之(당랑집예이박지)
그런데 또 사마귀 한 마리가 숨어서 매미를 잡으려고 하는 생각에,
見得而忘其形(견득이망기형)
그 자신의 형체를 잊고 있었다.
異鵲從而利之(이작종이리지)
이상한 까치도 사마귀를 노리느라고,
見利而忘其眞(견리이망기진)
역시 자신의 참모습을 잊고 있지 않은가.
莊周怵然曰(장주출연왈)
장주는 이를 보고 놀라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噫(희) 物固相累(물고상루)
"아아, 만물이란 본디 서로 해를 끼치고,
二類召也(이류소야)
이익과 손해는 서로를 불러 들이고 있구나!"
捐彈而反走(연탄이반주)
장주는 활을 버리고 돌아 왔지만,
虞人逐而誶之(우인축이수지)
밤나무 숲을 지키는 자가 쫓아 와서 따지듯이 물었다.
莊周反入(장주반입) 三月不庭(삼월부정)
장주는 집에 돌아 와서, 석달 동안 불쾌한 모습으로 지냈다.
藺且從而問之(인저종이문지)
제자인 인저(藺且)가 찾아와 물었다.
夫子何爲頃間甚不庭乎(부자하위경간심부정호)
"선생님께서는 요즘 무슨 일로 이렇게 불쾌한 모습으로 지내십니까?"
莊周曰(장주왈)
장주가 말했다.
吾守形而忘身(오수형이망신)
"나는 내 형체만을 지키느라 내 몸을 잊고 있었고,
觀於濁水而迷於淸淵(관어탁수이미어청연)
흐린 물을 보는데 마음을 빼앗겨 맑은 못에 몸을 비춰보는 것을 잊고 있었다네.
且吾聞諸夫子曰(차오문제부자왈) 入其俗(입기속) 從其令(종기령)
나는 또 스승에게서, ‘세속에 들어 가면, 그 세속을 좇으라’는 교훈을 들었는데,
今吾遊於雕陵而忘吾身(금오유어조릉이망오신)
지금 나는 조릉에서 노닐다가 내 자신을 잊어 버리고,
異鵲惑吾顙(이작혹오상)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 그 이상한 까치에 정신이 팔려,
遊於栗林而忘眞(유어율림이망진)
내 참모습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네.
栗林虞人以吾爲戮(율림우인이오위륙)
그 때문에 밤나무 숲지기에게서 치욕을 당했기에,
吾所以不庭也(오소이부정야)
나는 이렇게 불쾌했던 것이라네"
9. <자신을 비우고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陽子之宋(양자지송) 宿於逆旅(숙어역려)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주막에 유숙하게 되었다.
逆旅人有妾二人(역려인유첩이인)
그 주막의 주인에게는 첩이 두 명 있었는데,
其一人美(기일인미) 其一人惡(기일인오)
하나는 미인이고, 하나는 추녀였다.
惡者貴而美者賤(오자귀이미자천)
그런데 추녀는 사랑을 받고 미인은 천대를 받고 있었다.
陽子問其故(양자문기고) 逆旅小子對曰(역려소자대왈)
양자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물었더니, 주막집 젊은이가 대답했다.
其美者自美(기미자자미)
"미인은 자기가 미인이라 생각하여 콧대가 높습니다.
吾不知其美也(오부지기미야)
그러므로 내 눈에는 아름답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其惡者惡(기오자오)
그러나 추녀는 스스로 못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吾不知其惡也(오부지기오야)
그러므로 내 눈에는 추하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陽子曰(양자왈)
양자가 말했다.
弟子記之(제자기지)
"제자들아, 잘 기억해 두어라.
行賢而去自賢之行(행현이거자현지행)
훌륭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훌륭한 행실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安往而不愛哉(안왕이불애재)
어디를 가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첫댓글 ..
늘 찿아 주심 감사합니다.^~^
莊子 外編의 산목편(山木篇)을 읽어보고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