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조선 시대 수도를 지키던 성곽을 따라 걷는 '한양도성 순성길'이 있습니다. 18.6km에 이르는 이 길은 도심과 자연을 오가며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만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인데요.
초보자도 도전할 만한 남산, 낙산 구간부터 숨은 절경이 기다리는 인왕산, 북악산 구간까지! 초여름 산책하기 좋은 한양도성 순성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출발해볼까요? 신라면세점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성곽 바로 옆에 데크로드가 나옵니다. 걷기 편하게 잘 정비된 이 길은 남산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기에 그만이죠.
신라호텔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을 지나 국립극장 쪽으로 방향을 틀면 어느새 울창한 숲속 길이 펼쳐집니다. 오래된 성벽과 어우러진 나무 계단을 오르다 보면 남산에 이런 비밀스러운 풍경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깊고 그윽한 숲을 만날 수 있어요.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일제강점기 때 조선신궁이 있던 터도 만나게 됩니다. 지금은 넓은 공터로 발굴작업이 한창이지만, 당시엔 43만 제곱미터나 되는 거대한 신사였다고 해요. 역사의 아픔도 되새겨보게 되는 뜻깊은 공간이에요.
동대문역에서 흥인지문을 구경하고 낙산공원으로 향하면 한양도성 낙산 구간이 시작됩니다. 험준한 산세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좋아요. 성곽을 오가며 마을 풍경도 구경할 수 있고 일출과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답니다.
산책로 초입에는 돌에 한자가 새겨진 성돌이 눈에 띄는데요, 바로 '각자성석'이라고 해요. 한양도성에는 이런 성돌이 무려 280개나 된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성을 쌓은 사람들의 이름과 출신 지역을 새겨놓은 거죠. 당시의 공사 관리 시스템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워요.
낙산 길은 도심 속 마을의 정취도 물씬 느낄 수 있어요. 성 안팎으로는 충신동, 이화동, 창신동 등 사연 많은 동네들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골목 사이로 피난민들의 흔적을 간직한 허름한 집들, 센스 넘치는 벽화와 개성 있는 카페들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리면 낙산은 더욱 낭만적인 옷을 갈아입어요. 성벽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고 마을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 절로 감탄이 나오죠. 대학로와 인접해 있어서인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답니다.
청와대 뒤편에 우뚝 선 백악산은 한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던 곳이에요. 1968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로 40년 넘게 출입이 통제되다가, 2007년에야 비로소 시민의 품에 안겼죠.
백악산 순성길의 묘미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인적이 뜸했던 덕에 원시림의 느낌마저 드는 울창한 숲이 잘 보존되어 있거든요. 최근에는 출입 절차도 크게 간소화되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내려다보는 경복궁과 종로 일대의 전경이 일품이에요. 산책로 내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게 된답니다. 특히 정상부 백악마루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 절로 탄성이 나오죠.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인왕산 순성길! 2018년 군사 시설이 철거되고 등산로가 전면 개방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특히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죠. 트렌디한 아웃도어 룩을 입은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답니다.
출발 전에는 꼭 두 곳을 들러보세요. 하나는 조선시대 성문인 창의문이고, 다른 하나는 독특한 건축미로 유명한 윤동주문학관이에요. 시인의 언덕에서 맡는 은은한 국화 향기가 산행 전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답니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정상에 다다르면 360도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조망에 절로 감탄사가 나와요. 웅장한 북한산부터 도심의 빌딩숲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죠. 외국인들도 알프스에 견줄 만한 절경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해요.
내려오는 길에는 바윗길도 만납니다.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야 하는 스릴 넘치는 구간도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답니다. 성벽 주변으로 활짝 핀 코스모스도 눈길을 사로잡죠.
지금까지 초여름에 걷기 좋은 한양도성 순성길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험하다고만 생각했던 서울의 산들이 사실은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는 보물창고였답니다.
600년 역사와 자연, 도심의 풍경이 어우러진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일상의 답답함을 날려보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장엄한 절경과 숨은 명소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서울을 품은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새로운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답니다. 지금 당장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이 길로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