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마스크’ 거의 없는 지하철… “남들 다 써서” “미세먼지 탓”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 첫날
20일 오전 출근길 서울 지하철에 탑승한 시민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택시, 개방형 약국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양회성 기자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저부터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타시더라고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시내버스 5714번에 올라타자 ‘노 마스크’ 버스기사 추정일 씨(50)가 손님을 맞았다. 교통카드로 요금을 낼 때마다 울렸던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는 알림음도 사라졌다. 추 씨는 “시민들이 버스를 탈 때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지만 정작 버스에 탄 승객 20명 중 마스크를 벗고 있었던 사람은 2명뿐이었다.
● 888일 만에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행됐던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20일 사라졌다. 2020년 10월 13일 이후 888일 만인데 실제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도착한 열차 1칸에서 내린 승객 100여 명 중에서 단 3명만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안 쓴 채 내린 직장인 강수연 씨(30)는 “오늘부터 다들 안 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부분 쓰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만난 직장인 문경석 씨(32)도 “그동안 답답했는데 마스크를 벗으니 후련했다”면서도 “남들이 다 쓰고 있다 보니 눈치도 보였다”고 말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우려, 초미세먼지 등을 들었다. 강남역에서 만난 유성남 씨(61)는 “나이가 있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마스크를 썼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28)는 “초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21, 22일도 수도권 등에는 미세먼지가 심각할 것으로 보여 상당수 시민들은 마스크를 계속 쓸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는 그냥 익숙하기 때문에 계속 쓴다고 했다. 용산구에 사는 김영진 씨(28)는 “2년 동안 마스크를 쓰는 데 익숙해져 실내든 실외든 계속 쓰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벗는 게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버스 및 택시 기사들도 제각각이었다. 60대 택시기사 A 씨는 “아직은 불안하다. 앞으로 당분간 마스크를 쓰고 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 이승원 씨(60)는 “차량을 자주 소독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마스크를 벗은 채 손님을 맞았다.
● 전문가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당분간 착용”
이날 대형마트나 기차역, 터미널 등에 있는 개방형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하지만 영등포구와 중구, 서대문구에 있는 개방형 약국 4곳을 둘러본 결과 손님 10명 중 8명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출퇴근 시 착용 적극 권고’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침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직장인 B 씨(26)는 “해외와 달리 유독 우리나라만 계속 마스크 착용을 강제해 왔다”며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도 ‘적극 권고’라고 하니 마스크를 계속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되는 시점이 됐다”면서도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출퇴근 시간대만이라도 당분간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다른 질병을 진단받아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가급적 마스크를 쓸 것을 권한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손준영 기자, 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