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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 卷
第 八 章. 혼의(魂意), 쫓음과 쫓김의 차이
( 一 )
휘익!
신형을 날려 내려선 사람은 한연지와 당철휘였다. 단비하는 아
직도 혼절한채 들려져 있었고...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당철휘는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취했다.
"흥! 골방 샌님인 줄 알았더니 재주가 좋구나. 만우당과 대붕
파에 이어서 이제는 일독문까지 찾아내고..."
"저, 사실 일독문은 저희들이 찾아낸..."
"여러 소리 할것 없다, 공(功)은 공이니까."
당두감은 시종일관 싸늘하게 홀대했다.
사천당문은 독과 암기로 이룩된 문파였다. 당연히 암기실과 독
제실 사이에는 조그만 알력이 늘 팽배했다. 독제실장의 아들이
자 부대주인 당철휘에게 언사가 곱지 못한 것은 필연이었다.
독제실과 암기실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차기 후계자들의 이
쯤이 거론되면서 부터였다. 당두감은 유명원주 당치대의 아들
당영지를 후원했다. 암기실에서 만든 암기를 가장 잘 활용한다
는 것 외에도 당찬 기백, 깨끗한 성품이 마음에 들었던 탓이
다.
당영지가 죽은 지금 당치대와 버금갈 정도로 애통해 하는 사람
이 바로 그였다. 그리고 당철휘는 그점을 잊지 않았다.
'여우같은 늙은이...하지만 십 년만 지나면 네가 설 자리는 없
을게다.'
속으로는 부드득 이가 갈렸지만 당두감이 자신을 홀대하면 할
수록 더 말할 나위 없이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어르신께서 일독문주를 제거하신 솜씨는...과연 암기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더군요. 파갑전이 절대무쌍의 암기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던가! 공손한 말투에 미묘한 어감이 내
재 되었다. 일독문주를 죽인 것은 암기의 효용이 아니더냐? 그
런 암기를 지녔다면 나라도...단 한번밖에 사용할수 없는 파갑
전을 써먹었으니 이제는 무엇으로 싸우겠느냐?
당두감이 어찌 그 말뜻을 모르랴 눈이 가늘게 좁혀지며 날카로
운 신광이 쏘아졌으나 이내 분기를 가라 앉히고 평온한 낯빛으
로 돌아왔다.
"자신이 생긴 모양이군...물어 볼것이 있다. 천독전 십금병(十
禁兵) 가운데 폭우빙혼통이 사라졌다. 네가 가지고 있느냐?"
"네에? 폭우빙혼통이 없어졌단 말입니까? 아니...제가 가졌냐
니...섭섭합니다. 천독전에 있는 독물을 사용할 때는 문주님의
승인을 득해야 합니다. 더욱이 십금병(十禁兵)이라면...어려서
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 온 말인데 제가 손댈 리 있겠습
니까? 제가 그걸 가져다가 어디에 쓰겠습니까?"
당철휘는 일사천리로 대답했다. 폭우빙혼통은 문주의 명으로
가져왔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발설
하지 말라는 첨언(添言)을 생각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표정에는 억울하다는 기색이 절절이 배어나왔다.
"아니면 다행이다. 하기는 똑똑한 네가 제 무덤을 팔리가 없겠
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비웃는 듯 야릇한 웃음을 지우지 않았
다.
'늙은이...냄새를 맡았어....후후후! 늙은이도 사용하지 못하
는 십금병을 나는 사용할수 있다. 그만큼 당신의 시대는 빨리
끝나가는 거야.'
"어떤 놈인지 겁이 없군요. 천독전 물건을 뻬내다니..."
당두감은 이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화골수와
부육수를 모으고 있는 수하들에게로 돌려졌다.
"참, 혈반사접은 누가 채집했지?"
지나가는 길에 들른 듯 가벼운 말투였다.
순간 당철휘는 움찔했다.
"그, 그것은 왜...? 혹시 잘못된 것이라도..."
부지불식간 눈길이 단비하에게 돌려졌다.
혈반사접의 독기를 시험할 용기가 없어 녹피주머니를 확인하지
않았는데...그럼 혈반사접을 채집하지 못했단 말인가. 아니면
무산일괴에게 갈취당한 녹피주머니가 진짜였나. 멍청한 놈의
말만 믿고 보낸것이 잘못이었다.
"주머니 속에는 죽은 혈반사접 한마리만 들어 있었다."
"주, 죽은..."
당철휘의 얼굴빛은 하얗게 탈색되었다. 기가 막힐 노릇 아닌
가. 죽은 놈이라니 그것도 분명 다섯 마리를 채집하라 했거늘
한 마리 뿐이라니 한 인간이 이렇게 미워질 수가 있을까? 마음
대로 할 수만 있다면 일장에 때려 죽이고 싶었다.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시, 실은 그 혈반사접은 이 멍청이가 채집해 왔어요. 그 당시
우리는 무산삼괴를 맞아 고전하고 있었죠. 사마전이 말하지 않
던가요?"
보다 못한 한연지가 불쑥 끼여들었다.
"단비하가 무애곡을...!"
"할 수 없었죠. 무산일괴와 이괴의 무공은 후배들이 감당하기
에는 벅찼거든요."
"무산일괴와 이괴라...그렇겠지. 또...단비하가 있는데 굳이
모험할 필요도 없었을테고...그건 다시 말하면 독제실에서 만
든 해독제를 불신한다는 말인데? 허허허! 무독천살이 이 사실
을 알면 섭섭해 하겠군. 섭섭해 하겠어."
당철휘는 귓불이 빨갛게 물들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내색하
지 못하고 안으로 삭이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혈족(血族)의
어른만 아니라면 소매 속에서 꿈틀거리는 조독기가 벌써 발사
됐으리라. 혈족이라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존장의 뜻을 헤아리기 어렵군요."
한연지가 짐짓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시침을 뗐지만 그녀 역시
무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려울 것 없네. 문주의 전갈을 전하지. 유충(幼忠)은 변태
(變態)를 끝냈네. 혈반사접 이십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지. 무
슨 말인 줄 아는가? 단비하가 채집한 혈반사접의 몸통에는 알
이 이십 개나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야."
당철휘의 안색은 붉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변했다. 그렇다면 독
접 서너 마리를 잡은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은가? 늙은 구렁이한
테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다.
'두고보자. 오늘의 수모...잊지 않겠다.'
품속에 있는 폭우빙혼통, 자포독, 풍멸환...혈반사접을 만든
문파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일을 마무리하고 당문으로 돌아갈
즈음에는 적어도 지금같이 뻣뻣한 자세로 서 있지는 못하리라.
차기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을테니까.
"먼저 노고를 치하하라는 말씀이 계셨다. 다음 사충전은 사류
(蛇類)에 조예가 깊은 청사파(靑蛇派)와 창승(蒼蠅:파리), 혈
봉(血蜂), 섬여(蟾艅)와 같이 사는 삼목파(三目派)가 있다."
"그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정도로 잔잔하고 고요한 음성, 평온한 안색이었다.
'진정 컸구나...이것은 침착함과는 다르다. 무서운 심계.'
입신(立身)을 넘지 않은 젊은이가 감정 조절에 능수 능란하다
면 이미 평범함을 벗어났다는 것. 당문에 이는 먹구름이 무엇
때문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 효웅을 보는 순간 근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피바람이 일겠구나. 철휘, 너로 인해...'
혈풍을 예견했음인가! 당두감의 상골에는 깊은 주름이 패었다.
차기 문주감으로 제일감은 당영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낫
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무공으로는 중위대주의 아들인 당동한이
제일 강하고, 사람을 이끄는 지도력으로는 당자인을 따를 사람
이 없었다.
당자인이 당문에서 쫓겨났다는 소문이 돌자 소리없이 사라진
문도가 이십여 명, 그들은 분명 당자인과 합류하여 조그만 조
직을 만들었으리라. 정확한 사실은 문주로부터 직명(直命)을
받은 후위대주 당잠청만이 알 일이지만...
하지만 당동한이나 당자인이 당철휘만 못하게 보임은 왜일까?
문주가 되려면 두 개의 난관을 거쳐야 한다.
먼저 현임 문주로부터 지명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육실, 삼
대, 일원의 주인인 당문 십절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만약
당문 십절 중 반수 이상이 반대한다면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혈족 간의 피비린내 나는 상잔(相殘).
어떤 때는 형제간에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검으로, 독으로 암계로...
당두감은 자신을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매에 소름이 끼쳤다.
"오대독문 중 남은 문파는 무산파와 사충전 하지만 무산파는
멸절된 것이나 다름없으니...혈반사접을 만들 수 있는 문파는
사충전이라고 짐작한다. 만약 그렇다면 일 보 일 보에 죽음이
있을터, 그들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 즉시 전서를 날리고 물
러서라는 분부이시다."
'잘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없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당철휘는 양손을 소매 속에 집어넣은 채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는 풍도건을 흘끗 바라보고 신형을 날렸다.
"실장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당철휘 일행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보일 즈음 풍도건이 팔짱을
풀며 근심스런 빛으로 말했다.
"...!"
"오늘 독제부대주를 본 느낌은..."
"그만!"
당두감은 옥병에 반쯤 채워진 화골수와 부육수를 보면서 조용
히 일갈을 내질렀다.
"느낌은 느낌으로 끝내라. 입으로 옮긴다면 살신지화(殺身之
禍)를 부를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지요."
같은 당문에 있고, 같은 직위에 있으면서도 서로 왕래가 없던
당철휘. 풍도건이 그에게서 받은 느낌은 토끼의 겉모습을 한
독 오른 살무사였다.
* * *
황학산(黃鶴山). 사산(蛇山)이라고도 부르며 호북성(湖北城)
무한(武漢)에 자리한다. 산줄기가 뱀처럼 우불구불 뻗어 나갔
으며 구산(龜山)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삼국 시대
에는 오나라의 군사 요새였던 곳으로 산세가 아름답지만 무척
험난하여 쉽게 발길이 닿지 않는 산이다.
"다리 아프다. 쉬었다 가자?"
단비하는 피로에 지친 얼굴로 한연지를 바라보았다.
산속을 헤맨 지 벌써 열흘째, 찌는 듯 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
는 한여름인지라 길 없는 산길을 타는 고초는 필설로 다할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험난한 지형에 뱀과 벌레를 키울 수 있
는 음습한 곳을 찾느라고 골짜기마다 뒤지고 다녔으니...
"쉰 지 일 각밖에 안 됐어. 너무 자주 쉬면 몸이 더 피로해져
서 움직일 수 없게 돼."
"다리가 아파서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단 말야."
"그래! 그럼 좀 쉬었다 가자."
그말에 단비하는 널찍한 바위에 걸터앉아 물주머니를 꺼내 들
고 오뉴월 가뭄든 논에 가랑비 스며들 듯 물을 들이켰다.
언뜻 들으면 생각해 주는말, 하지만 산길을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일정한 시간
동안의 등산, 그리고 일정한 휴식만이 체력을 유지시켜 준다.
'세 통째...'
한연지는 나무 그늘에 몸을 누이며 단비하를 쳐다보았다.
어제 저녁 그녀는 일부러 단비하의 휴식을 방해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거의 날밤을 밝혔다. 그리고 산길을 타기 시작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피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단비하가 보여 주는 행동은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일 각이 채 못 되어 주저앉고 물주머니는 세 통째 비워졌다.
급속한 체력 저하가 탈수(脫水) 현상(現狀)을 일으킨 것이다.
만약 이 상태로 조금만 더 등산을 강행한다면 환각 증상이 일
어날 테고 목숨이 위태로울수도 있다.
'오늘 저녁에는 비가 온다. 네가 얼마나 버티는지 보겠어.'
한연지의 눈은 새파란 귀광으로 일렁거렸다.
하늘에는 높층구름이 하늘을 뿌옇게 가렸다. 앞으로 다섯 시진
정도 지나면 소나기가 쏟아지리라. 탈진한 상태에서 맞는 비는
날카로운 송곳처럼 살갗을 저밀 테고 죽지 않으려면 운공조식
을 할수밖에 없다.
무공을 익혔다는 증거를 잡고 싶었다.
"조금 피로가 풀렸어!"
"힘들어서 죽겠어."
"빨리 찾고 집에 돌아가자."
"그래야 푹 쉴 수 있지."
"갈까?"
"응."
한연지는 단비하의 힘없는 응답을 들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쏴아아!
저녁 무렵부터 쏟아진 폭우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바짝 마른
잎사귀에 묻어 있던 홍진(紅塵)이 깨끗이 씻기고, 계곡에는 거
센 물살이 흘렀다.
단비하는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겨우 발걸음을 떼어 놓았
다. 옷과 바랑에 배어든 빗물은 천근 무게로 짓누르고 이마는
뜨거운 가마솥처럼 열이 펄펄 끓어올랐다.
"쉬, 쉬었다... 으드득...가자....으드득!"
"후후후! 네놈도 사람이었군. 아플때가 있다니..."
당철휘가 가볍게 비웃으며 잎이 무성한 나무밑으로 걸음을 옮
겼다. 거기라고 소나기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대놓고
맞는 것보다는 한결 나았다.
단비하는 정말한 걸음도 움직일 기력이 없는지 비를 피할 생각
도 않고 털썩 주저앉았다. 고개를 푹 파묻고 덜덜 떠는 모습에
서 환자의 모습을 역력하게 읽을수 있었다.
"한매, 너무 심한것 아냐?"
"아뇨. 절대 심하지 않아요."
"그 동안 음식에 섞은 만성독약도 적지 않은 분량인데...꼭 이
럴 필요가 있나?"
"적지 않은 분량이지요. 문제는 저놈이 아직도 독에 중독된 증
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만성독약이니까 그렇지. 소구신(전갈)을 먹였으니 틀림없이
죽어."
"장담해요?"
"비록 하오문이 사용하는 독이지만 소구신은 무시 못 할 독이
야.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장담하지."
"만약 무공을 익혔다면요?"
"소량의 소구신은 내성만 키워 놓겠지."
"단비하는 어느쪽일 것 같아요?"
"전자(前者), 열네 살때부터 지켜본 놈이야. 무공을 익혔는지
아닌지는 나보다 정확히 아는사람이 없을걸!"
"그전에 익혔을수도 있잖아요?"
"그 전에? 그 전에는 한 매가 잘 알잖아. 거의 날마다 같이 있
었던 것으로 아는데?"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당철휘의 입에서 단내가 풍겼다. 소유욕
(所有慾), 철없던 시절에 따라다닌 사내까지도 용납할수 없는
병적인 소유욕이었다. 그의 내심은 질투로 부글부글들 끓고 있
었다.
"그 전에는...휴우! 무공을 익히지 않았어요. 아니죠, 익혔을
수도 있지만 본적이 없을 뿐이에요."
"후후후! 한 매가하는 일이니까 이유가 있겠지, 저놈을 죽일
시기가 되면 말만해. 일장에 격살시킬 테니까."
"무공을 익힌 사람도 중독될 수 있는 만성독약은 없나요?"
"그런 독은 독문에만 있어. 하오문에서 사용하는 독들은 모두
저질이야."
"어쩔 수 없군요."
한연지는 단비하에 관한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자부했다. 이제
슬슬 그를 놓아줄 차례였다. 무공을 익혔느냐, 그렇지 않느냐
이 한가지만 파악하면 끝이었다.
"내가 싫은 것은...저놈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거야. 한 매의
마음에서 저놈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철휘는 한연지의 손을 잡았다. 비에 젖은 손은 차가웠지만
보드라움만은 잃지 않아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호호호! 분명히 알아두세요. 단비하를 죽이려는 것은 나를 위
해서가 아니에요. 당신의 가장 강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뿌
리를 제거하고 싶은 거예요."
"그렇게 하지."
당철휘의 말은 명확하지 못했다. 입술에 묻은 물기는 빗물이
아니었다. 타는 듯한 욕념이 만들어 낸 타액(唾液), 장대비는
문제가 안 되었다.
"단비하에게 가봐야겠어요."
한연지는 불타는 눈길을 뒤로하고 일어섰다.
* * *
"뒤를 따르는 놈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무산파파의 음성은 소름끼치도록 냉혹했다. 하루종일 말을 잃
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갈홍아를 볼수록 분노의 불길은 더
욱 거세졌고, 한인간을 도륙하고자 하는 마음은 천길씩 높아졌
다.
"만우당을 칠 때는 전위대주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풍멸환을
상대할 자격이 있지요. 대붕파를 몰살할 때는 중위대주인 오독
일지. 장문이 실종된 대봉파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더욱이 대붕파의 천적인 석장초를 사용했으니 독물도 무용지물
이었을테고..."
제갈문은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마치 현장에 있었던 것
처럼 정확히 사실을 추론했다.
"일독문주는 성격이 급합니다. 사실 부육수와 화골수를 잘만
활용했다면 그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당문에서 제일 침
착한 사람은 천수나천 당두감이지요. 정(靜)이 동(動)을 제압
한다고나 할까요? 침착한 성격에 암기실장이니 금상첨화(錦上
添花)였겠죠."
"후우! 이러면 안되는데..."
남모를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갈홍아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 무산파파를 본 탓이다.
하나 남은 혈육이 처참하게 당했으니 그 분노야 이해 못 할바
가 아니지만, 감정이란 실(失)이 됐으면 됐지 득(得)이 될 수
는 없다. 아주 작은 사심(私心)도 버리고 적을 대할 때 완벽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데...
"사충전은 청사파와 삼목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청사파와 삼
목파에서 십 년을 주기로 전주가 바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그렇다면 현 사층전주는 청사파 사람이죠. 뱀이
주축을 이룬다면...천적이 누굴까요?"
제갈문은 의문을 무산이괴 독사우공에게 던졌다. 청사파와 같
이 독사를 전문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독사우공은 별
종(別種)으로 무산파의 독술을 익혔으되 혼자 체득한 독사를
주무기로 삼았다.
염라독객(閻羅毒客)으로 불리다가 이십 년 전 청사파와의 자존
심 싸움에서 양패구상(兩敗俱傷)한 뒤로 독사우공(毒蛇友公)이
란 별호를 얻었으니 그의 독사에 대한 지식의 깊이는 청사파에
버금갔다.
"천적이라면..."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겼던 독사우공 정태구(鄭泰究)는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경악성을 토해 냈다.
"형옥실장(刑獄室長) 독비독심(獨臂毒心) 당철목(唐鐵穆)!"
"당철목이라고? 음....! 당철목이라면 그럴 수 있지."
무산일괴 미독환사 역시 가는 신음성을 터뜨렸다.
혈기방장한 젊은 날, 당철목은 정태구가 던진 비홍사(飛紅蛇)
에 물려 오른팔을 잘라내야 했다. 그 후로 인후하던 그의 성품
은 크게 변했다. 난폭하고 거친 성품은 그가 맡은 형옥실 내에
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뱀을 무기로 사용하는 인
물들에게는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잔인한 죽음을 선사했다.
한번의 패배 이후 단 한번도 패하지 않은 독인이었다.
"그가 올겁니다."
제갈문은 자신있게 단정했다.
"그렇다면 형옥실 고수 사십여 명도 오겠군."
미독환사 전유(全諭)는 침중한 안색이었다. 당철목 한 사람만
온다면 몰라도 형옥실 고수 사십여 명과 저 아래 골짜기에서
야영하고 있는 당철휘와 한연지까지 가세한다면 필패의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형옥실은 다른 실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완전
히 비워 두고 전부 나올 수가 없죠. 많아야 절반...이십여 명
정도가 올 겁니다.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죠."
"이십 명씩이나 몰려 온다고? 그런데 왜 나는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지? 정말 미치겠네. 그놈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
도 하나?"
석 달동안이나 당철휘 일행의 뒤를 쫓다가 일행들과 합류한 정
태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이 당문주 당기룡의 가장 무서운 점이지요. 사실 독사우
공께서는 전위대주나 중위대주등의 존재도 공격 직전에서야 알
았을겁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신출귀몰하는 용병술(用兵術).
이것을 깨는 것이 승리의 관건입니다."
제갈문은 시종일관 자신만만했다.
"제길! 어렵게 말하지 말고 쉽게 좀 말해 봐. 뭐를 어떻게 하
라는 말이야?"
"우선 당철목을 끌어 내야 합니다. 그때 전력을 다하면 안됩니
다. 일종의 고기밥이지요. 장문과 독사우공 그리고..."
책을 읽듯이 줄줄 흘러나오는 달변은 한치의 빈틈도 없는듯 했
다.
"낄낄낄! 제갈문, 구미호 꼬리를 삶아 먹었냐? 어쩌면 그렇게
꾀가 많아?"
"이건 꾀가 아니지요. 지략이라는 말로 표현한답니다."
"제길! 그게 그거 아냐. 그럼 오늘 저녁에는 당철휘의 목을 벨
수 있겠군."
"그렇겠지요."
이번 대답만은 자신있는 음성이 아니었다. 뭔가 어눌한 음색이
었지만 신계(神計)를 들은 다음인지라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
다.
'휴우! 베지 못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 산넘어 산이 있다
는 것을 안다면...달라졌으면 좋겠는데...'
제갈문은 푸른 귀광을 발산하는 무산파파에게서 눈길이 떨어지
지 않았다. 지금의 무산파파는 그가 생각했던 절대자와는 거리
가 멀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패자(覇者),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번 공격은 무산파파의 기량을 저울질하는 중요한 시험 무대
인 셈이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웅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용히 날개를 접을 참이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고는 전혀 없는 현 무림.
크게는 구파일방이 세력을 공고히 하고 있고 작게는 각 지방의
패주들이 신흥 방파의 발호를 용납하지 않는 실정, 대문파는
인재가 많고 중소문파는 야망을 생각지 않는다.
'무산파파와 미독환사, 그리고 독사우공이라면 충분한데...'
제갈문은 갈홍아의 어깨를 토닥거리는 무산파파를 보면서 심란
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 * *
똑! 똑! 똑...!
나뭇잎에 맺힌 빗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소나기는 그쳤지만 갑자기 차가워진 산공기가 음습하게 다가왔
다. 단비하는 한연지의 눈길을 의식하고 운공조식을 포기했다.
그녀는 잠시도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소구신의 독
기는 전신으로 유포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체력이 말이 아니게
약해졌다. 그런데다가 산길을 강행군 한 몸은 파김치처럼 늘어
져 버렸다.
'이대로 죽을수는 없어. 방법이 있을 텐데...'
떨어지는 물방울을 쳐다보면서 흩어지려는 이성을 간신히 붙들
었다. 쏟아지는 잠 속에 빠져 들고 싶은 생각이야 간절했지만
어떻게든 살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내일도 오늘처럼 강행군
한다면 찾아오는 것은 죽음뿐일 테니까.
순간, 단비하는 야릇한 냄새를 맡았다.
'비린내...!'
공기가 정화된 산속인지라 풋풋한 풀내음만 가득했는데 난데없
이 비린내라니 그러나 분명 익히 알고 있는 냄새였다.
'뱀! 이곳은 뱀이 살기에 적합치 않은 지형, 그리고 당철휘가
백반가루를 뿌렸다...위험 본능을 망실한뱀...기습이다.!'
몸이 잘게 떨려 왔다.
당철휘는 깊은 잠이 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한연지는 눈
을 가늘게 뜨고 간간이 돌아본다. 그들의 동태로 보아 아직 뱀
의 존재를 알지 못한듯 했다.
'연지...'
이제는 감정을 정리할 순간이다.
한가(韓家)의 후손중 가장 뛰어난 기재는 한연지였다. 그러나
그녀가 무애곡에서 죽은 한승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방계(傍系)였기 때문이었다.
혈족중에서도 가장 말석을 차지하는 방계.
더군다나 가장 무능력한 인간의 표본 같던 한연지의 아버지 한
철(韓鐵)은 한가에서 제쳐 놓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과 대장
장이 단추강과의 만남은 우연을 떠나 필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연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어쩌면 빙지설화라 불린 것도, 오늘처럼 독심을 가진 것도, 다
주위 사람들이 만들어 준 성품이리라. 그런 점을 익히 알기에
심성을 엿보면 엿볼수록 더욱 가련하게 느껴지고 감싸주고 싶
은 마음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런 마음을 유지하려면 뱀의 존재를 일러주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은 보장받지 못한다. 자신이 능력을 나타낼
수록 한연지의 독도(毒刀)는 날카롭게 다듬어진다.
'한연지, 살아야한다. 너라면...살수 있을거야.'
감정을 정리했다. 자신의 길을 가기로...한연지가 어떤 길을
가든지 그것은 그녀가 알아서 할 일, 이제부터 자신과는 무관
한 일로 치부해야했다.
비린내는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옆구리에 바늘
로 찔린 듯한 통증을 느꼈다.
'크윽!'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속으로 삼켰다.
사르륵...!
옆구리를 문 뱀은 재빨리 풀숲으로 도망쳤다.
'저, 저건 비흥사!'
단비하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부릅 떠졌다.
몰랐다. 맹독을 지닌 독사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비홍사일 줄은
진정 몰랐다. 웬만한 독은 이겨 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비홍
사라면 문제가 틀리다.
- 독사중 가장 맹독을 지닌 독사는 네개가 있다. 그중에서도
만사지왕(萬蛇之王)은 단연 비홍사(飛紅蛇)...황소나 백상(白
象)도 단번에 즉사시키는 맹독을 가지고 있다. 비홍사를 연구
하는 문파는 사충전...그외에 독사우공 정태구도 비홍사를 병
기로 사용하는데 성공했다는 말을 들었다.
단비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품속에서 소도를 꺼내 뱀에 물린 곳을 깊게 쨌다.
푸악!
검게 변색된 선혈이 솟구치며 독기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말해
주었다.
'독기가 심장까지 침투한다면...끝이다.'
급히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틀고 앉아 운공을 시작했다. 한연
지나 당철휘의 존재는 염두에서 떠났다. 설혹 그들이 모든 사
실을 아는 한이 있을지라도 이대로 주저앉아 죽음을 맞이할 수
는 없었다.
휘익!
한연지는 입가에 가는 미소를 베어물고 신형을 날려왔다. 드디
어 꼬리를 잡았다는 만족감이 진하게 풍겨 나왔다.
허리에 양손을 턱 걸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말문을 열려는 순
간.
쉬익!
섬전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묵광(墨光)!
막을 여유는 애당초 없는 번개같은 기습공격이 전개됐다.
"허억!"
절로 헛바람이 터져 나왔다. 정체를 알수없는 묵빛 물체는 어
느새 면전으로 바짝다가 들었고 허리에 둘린 검을 뽑기도, 신
법을 전개하기도 늦었다.
차르륵...!
등뒤에서 또 다른 공격이 전개됐다. 병기에서 들린 음향이 모
골을 짜릿하게 적셔 온다.
"부운파쇄(浮雲破碎)."
생각은 바로 행동을 불렀다. 몸을 옆으로 살짝 틀면서 있는 힘
껏 땅을 박찼다. 우상방(右上方)으로 솟구치는 모습이 흘러가
는 구름을 흩뜨릴 정도로 맹렬하다는 신법 부운파쇄였다.
내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전신 혈도를 봉쇄했다. 이번 공격에
치명상은 아닐지라도 중상 정도는 각오했다. 그만큼 측면과 등
뒤에서 다가오는 공격은 흉험했다.
'등뒤...병기에 몸을 맡긴다.'
예감이랄까? 등골을 저려 오는 음향의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묵빛 물체보다 나을것이라는 예감, 한데
차르륵...! 슈악!
측면에서 다가오던 묵빛 물체는 흘연히 몸을 꺾어 물러서고 등
뒤에서 전개된 공격은 한연지의 몸을 돌아 측면을 쳐갔다.
찰나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 당철휘!"
한연지는 병기의 주인공을 보는 순간 얼이 빠지는 것 같았다.
죽은듯이 잠자던 사람이 기습의 기미를 파악하고 공격을 전개
한 점이 놀라웠다.
"공격이다.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 돼."
당철휘의 음성은 다급했다. 솜털까지 긴장한 모습으로 사방을
예의 주시하면서 흘리듯 말을 뱉어 냈다.
"사충전인가요?"
소름 끼치던 음향의 정체는 구절편이었다. 편에 구멍을 뚫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섬뜩한 기음이 터진다. 하지만 정작 무서
운 것은 구멍 속에 묻혀 둔 독공(毒蚣:독지네)의 독, 병기로
막든지 신법을 펼쳐서 공격 자체는 피한다해도 구절편에서 쏟
아지는 독분은 피하지 못한다.
당문 칠병의 하나로 심오한 편공을 절정으로 익히고 독분에 대
한 지식이 풍부해야 사용할 수 있는 병기였다.
"그럴 거야. 비홍사를 병기로 사용하는 문파는 그들 뿐이니
까."
"바, 방금 비홍사라고 했나요?"
그녀도 비홍사의 무서운 점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무림인이
라면 비홍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게다.
일반적으로 독사의 독성은 혈액독(血液毒)으로 분류된다. 혈액
에 침투하여 피의 성분을 변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증상
은 경련이 일어나고 호흡이 정지되며 동공(瞳孔)이 확대된다.
다소 독 성분이 떨어지는 독사에 물려도 흉통(胸痛)이 일고 악
심(惡心), 발한(發汗), 호흡곤란(呼吸困難), 심장의 정지 등으
로 결국 사망에 이른다.
그러나 비홍사의 독은 신경독(神經毒)이다. 혈액에 침투하는
즉시 신경을 마비시켜 죽음을 부른다. 두통(頭痛), 현기증(眩
氣症), 구토(嘔吐), 안면통증(顔面痛症)을 일으키고 시력장애
(視力障碍), 경련(痙攣) 과정을 거쳐 호흡곤란으로 죽는다. 하
지만 두통에서 죽음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아 어떠한 과정을 거
치는 지도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호호호! 또 선공을 당했군요."
한연지는 당철휘를 쳐다보며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예상치 않
았던 공격으로 인해 일이 틀어졌다. 단비하의 진면목을 파악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당철휘 역시 그런 사실을 알았다는 것
은 불운이었다.
"쥐새끼 같은 놈...! 한매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면 감쪽같이
속을 뻔했어. 장장 십이 년을 속여 왔다니..."
당철휘는 어이없다는 투로 단비하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는 살광이 이글거렸다. 한연지에 대한 질투, 속았다는 불쾌
감...모든 감정이 눈빛에 녹아 흘렀다.
"역시...이놈은 지금 비홍사에게 당했어. 얼굴색이 흑갈색으로
변색됐으니 정통 해약이 없다면 죽은 목숨...제 아비 결으로
가게 될거야."
당철휘는 눈길을 어둠 속으로 흘려 보냈다. 캄캄한 사위 어느
곳에선가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암습자의 숨결이 흐르고 있
으리라.
'제 아비 결으로? 역사...내부에서 일던 암운(暗雲)...가만히
내버려둘 당기룡이 아니지.'
한연지는 당문을 떠나오면서 귀속칠가 중 삼가가 멸문하리란
것을 직감했다. 그만큼 당문에서 벗어나려는 귀속칠가의 움직
임은 피부로 느껴졌다.
단비하의 아버지 단추강도 죽음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테고 당철휘가 무심결에 흘린 말로 모든 예감이 사실로 확인되
었다. 똑같은 부대주이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당철휘는 알고 있다.
'달이 밝을때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급선무예요. 한가지
물어볼 게요. 동굴에서 불을 피운다면 사충전을 막을수 있을까
요?"
"으음...! 불이라...일반적인 독사라면 막을수 있겠지만... 자
포독이라면 당분간 막을 수 있지만 양(量)이 문제야...그런데
근처에 동굴이 있었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면 그림의 떡이
야 차라리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나을걸?"
"전에 봐둔 동굴이 있어요."
"응? 언제?"
"언제든지 퇴로는 준비해 둬야죠. 이러고 있을 짬이 없어요.
일단 동굴로 가요. 불을 지펴 비홍사의 공격을 막으면서 사람
이 오기를 기다려야돼요. 전위대주나 중위대주처럼 우리 뒤를
따르는 당문 십절이 있을거예요. 그들이 늦게 도착한다면 죽겠
지만..."
"저놈은 어떻게 하지?"
"어차피 죽을 목숨이에요. 효용가치도 없으니 죽게 내버려둬
요. 만약 사충전이 혈반사접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 능력으로
는...이런 생각이 들어요. 문주님은 우리가 사대 독문을 찾아
낸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까 하는..."
기습을 받은 사람 같지 않게 냉정한 말투였다. 하지만 한연지
의 마음은 다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꼭 당철휘가 살수를 전개할 것만 같았다. 무슨수를 써서라도
단비하를 살려야 되는데, 단비하가 살아나 당기룡의 이목을 잡
아 주어야 하는데...그래 일부로 말을 돌려 사충전과 사대 독
문을 들먹였다.
"당신이 정말 좋아지는군. 어쩌면 나 또한 당신에게는 먹잇감
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당신은...가시가 날카로운 독화
(毒花)야."
"호호호! 걱정하지 마세요. 독화는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있
죠, 당신에게는 아름다운 꽃송이만 드리죠. 날카로운 가시는
쓸 데가 너무 많으니까요, 빨리 가요."
순간, 당철휘는 한연지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고 구절편을 힘껏
휘둘렀다,
휘익!
아홉마디로 꺾인 연편이 강철처럼 빳빳해지며 일직선으로 쭉
뻗어 갔다.
'안 돼!'
한연지는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오는 외침을 간신히 억눌렀다.
기어코 전개한 살수, 당문주에 대한 좋은 미끼가 사라지는 순
간이었다.
"크윽!"
단비하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지며 비홍사의 독기에 흑갈
색으로 변색된 몸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복부를 뚫고 등
뒤로 삐져 나온 구절편의 끝머리가 독사의 혓바닥처럼 날름거
렸다.
파앗!
구절편은 피 한방울 묻히지 않은채 빠져 나와 오른손목에 휘감
겨 들었다. 늘 넓은 소매로 감추고 있기에 보이지 않던 곳.
그속이 당문 칠병의 하나인 혈왕절편(血王節鞭)을 숨겨 둔 곳
일 줄이야.
쿵!
뒤늦게 무딘 소리와함께 단비하의 신형이 무너졌다. 그의 복부
에서는 검은 선혈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언뜻언뜻 노란색
의 내장 부스러기도 섞여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도저히 살아나리
라고는 믿을수 없었다.
"목을 베세요. 사람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을 자르는
것이죠."
차가운 눈빛만큼이나 냉담한 음성이 터졌다. 어차피 죽을 목숨
이라면 동조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편이 나았다. 그런데,
"아니야, 조금 더 살려 둬. 감히 당문을 속인 죄 값을 확실히
치러야지. 비홍사의 독과 독공의 독은 서로 견제하면서 최대한
고통을 줄거야. 그것도 이 각뿐...죽음을 피할수 없지. 살수없
어."
"가요."
한연지는 쓰러진 단비하를 일별하고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그
눈길에는 조금의 동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조금도 ...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함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
고맙습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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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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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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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지의 저 독살 맞은 인간성은 부매랑이 되어 후회로 돌아오겠지요?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