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과하다는 의견 많아"
정부 전세제도 개편 위한 작업 착수
정부가 전세대출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본다. 과도한 전세대출이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전세사기의 핵심 고리인 무자본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의 기반이 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면서다.
하반기 전세제도 개편안 발표
정부에 따르면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하반기 전세대출제도 개편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여러 정책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개편안 열쇳말은 '규제 도입'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서민 대출이라는 이유로 거의 무제한으로 주고 있는 전세대출을 상당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2010년 전후 전세대출과 전세보증 상품이 출시된 이후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71조 원까지 불어났다. 서민 주거 안정을 돕는다며 역대 정부가 전세대출을 정책적으로 크게 장려한 게 한몫했다.
각종 규제가 더해진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은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용 중인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상품은 전세대출과 보증을 동시에 지원하는데, 전세금의 최대 90%(신혼부부 등)까지 빌려준다. HUG는 금융권에 상환 책임도 진다. 은행은 대출금을 떼일 일이 없다 보니 대출도 후하게 내준다. 대출 과정에서 세입자의 소득 요건도 따지지 않는다. 청년·신혼부부버팀목전세대출 등 정책 대출도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은 수월한 전세대출을 내세워 세입자에게 고가 전세계약을 종용하고, 세입자도 전세대출에 거리낌이 없다. 본인 상환 능력을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전세대출할 여지가 크다.
어떻게 바뀌나
문제는 전세대출에 규제를 들이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전세대출은 2년 계약 기간에 맞춰 대출 기간을 정하고 만기에 일시에 대출금을 갚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 전세대출에도 소득을 따져 한도를 매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현 DSR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지 않는 이상 전세대출 자체가 어려워진다. 무작정 규제 수위만 높이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대출도 주택대출처럼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유도하는 아이디어가 거론된다. 가령 전세대출 1억 원을 10~15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다달이 갚게 하면, 대출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된다.
정부 전세보증 대상을 전세가율 90%에서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제기된다.
전세사기에 취약한 빌라시장은 집주인이 보통 보증가입 한도에 맞춰 전셋값을 정한다. 집값이 2억 원이라면 전셋값을 보증가입 선인 1억8,000만 원으로 맞추는 식이다.
보증 기준을 80%로 낮추면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1억6,000만 원까지 낮추고 나머지 차액은 월세로 돌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세입자의 전세대출 한도(전세금의 80%)는 기존 1억4,400만 원에서 1억2,800만 원으로 내려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정부 내에서도 금융기관 보증을 기반으로 전세금의 80~90%까지 대출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