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교수의 “파리 대모스크를 통해 본 프랑스와 이슬람” 강의를 듣고/ 안성환
사단법인 울산문화아카데미에서 서강대학교 사학과 박단 교수님을 모시고 제430차 “파리 대모스크(이슬람교에서 집단 예배를 보는 건물)를 통해 본 프랑스와 이슬람” 강의를 들었다. 박 교수님은 2025년 8월 서강대학교를 정년 퇴직한 뒤 현재 명예교수이자 유로메나(유럽, 중동, 북아메리카 이슬람 연구)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4대에 걸쳐 이어진 사학자 집안이라는 말씀에서 학문적 깊이와 역사에 대한 통찰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번 강의는 단순히 건축물 하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프랑스 사회와 이슬람 세계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화해하며 공존해 왔는지를 깊이 있게 조명한 시간이었다. 강의의 중심에 있었던 파리 대모스크 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위해 싸운 북아프리카 무슬림 병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상징적 공간이다.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는 공화국이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식민지 지배와 이민 문제, 종교 갈등이라는 복잡한 현실을 안고 있었다고 교수님은 설명하셨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종교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1972년 프랑스 인구의 약 87%가 가톨릭 신자였으나, 2024년 기준으로는 약 55%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제 미사 참여율이 극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반면 이슬람은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하셨다.
이 부분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대부분의 종교 건축물 안에는 신을 상징하는 형상이나 성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슬람 사원 내부에는 우상이나 신상을 두지 않는다. 단지 메카(마호메트의 탄생지) 방향을 향해 예배를 드릴 뿐이다. 이는 우상숭배를 철저히 금지하려는 이슬람의 신앙 정신과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세속주의를 국가 원칙으로 삼아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제한하려 했지만, 무슬림 이민자의 증가와 함께 문화적 충돌도 반복되어 왔다. 히잡 착용 문제, 이민자 차별, 테러와 극단주의 문제는 프랑스 사회 내부의 긴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파리 대모스크는 프랑스와 이슬람이 단순한 대립 관계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보호한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인간애와 연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결국 이번 강의는 “문명 간 충돌”이라는 단순한 시각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었다. 역사 속 갈등은 단지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식민지 경험, 사회적 차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되었다.
이번 강의가 오늘 우리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크다. 세계는 지금도 종교와 인종, 이념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와 배척을 선택한다면 사회는 더욱 분열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상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갈등을 줄이고 공존의 길을 만든다.
특히 우리 사회 역시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나와 다름”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나에게 파리 대모스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차이를 넘어 인간 존엄과 공존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시대적 상징처럼 다가왔다.
2026년 5월 12일 안성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