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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널찍한 평원 너머로 일반인의 출입통제구역인 천황산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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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통영까지는 불과 4시간, 대전에서는 고작 2시간 남짓 거리. 여기에 주5일 근무제로 수도권과 충청권 산꾼들이 남해안의 산뿐만 아니라 남해안의 섬산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편리해진 도로와 교통 여건으로 최근 들어 새로운 산행 대상지로 떠오르는 곳이 경남 통영의 도서지역인 욕지도(欲知島) 천황산(天皇山·392.4m)이다. 특히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속에 솟은 산은, 우선 신비로움과 함께 갯가에 물씬 풍기는 시원한 해풍이 좋다. 또 눈이 시리도록 펼쳐지는 바다 조망은 묵었던 일상의 번뇌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통영시 최남단 바다에 위치한 욕지도는 해상국립공원인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9개의 유인도와 30개의 무인도를 거느리고 있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7km, 뱃길로는 32km쯤 떨어진 바다 위에 연화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연화열도(蓮花列島)를 이루고 있다.
욕지도 천황산 산행을 위해 찾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은 한여름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주말인데도 대합실 안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욕지행 쾌속여객선 선실에도 낚시꾼 몇 명과 주민들뿐 한산하기는 대합실과 마찬가지다. 연화도를 경유하는 여객선은 1시간이 채 못돼 욕지도 선착장에 닿는다.
욕지(欲知)라는 섬의 이름은 선문답에서나 나옴직하다. ‘알고자 하거든’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이 섬은 한때 사슴이 많아 녹도(鹿島)라 불리기도 했다. 1887년(고종 24) 비로소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기념물 제27호인 욕지도 패총은 신석기시대 조개무지 유적지로 사람이 살았음을 증명한다. 이 유적지 발굴 때 다양한 유물과 함께 2구의 사람 뼈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산행은 여객선 부두에서 건너다보이는 섬 동쪽 야포(불무개)에서 시작해 일출봉~망대봉~옥동정상~혼곡~대기봉~천황산(태고암)~약과봉~논골~여객선 선착장으로 잇는다. 그러니까 포구를 오른편에 두고 산릉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두르는 일주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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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푸른 바다에 파도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해안선의 절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2 욕지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 왼편으로 삼여도와 유동등대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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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포~정상~선착장 섬 일주 코스
여객선 도착시각에 맞춰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타면, 기사님은 친절하게 야포(불무개)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에 내려준다. 등산로 안내판 옆으로 오르게 되는 산길은 소나무숲으로 이어진다. 제법 경사가 심한 오르막은 산등성이에 오를 즈음이면 암반이 나타나고 주변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20분이면 일출봉(190m)에 이르는데 뒤돌아보면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로 호수처럼 잔잔한 욕지도의 포구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갯가에 터를 잡은 마을들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뒤편에 우뚝 솟은 천황산을 중심으로 왼편에 대기봉, 오른편에 약과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섬의 형태를 읽을 수 있다. 이정표(야포 0.7km, 망대봉 0.8km)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산길은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해송이 숲을 이루는 조용하고 호젓한 산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보면 망대봉(205m)에 이른다.
일출봉에서 15분 정도면 닿는 이곳에는 운치 있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주변 조망도 시원해 바다 위에 흩흩어져 떠있는 섬들도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온다. 곧이어 통나무 계단길을 지나 내려서면 도로를 만난다. 통단과 노적 마을 들머리인 셈이다. 도로에서 옥동 정상(145.5m)을 거쳐 왼편 도로에 다시 내려서기까지는 20여 분이면 충분하지만, 옥동 정상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도 결국 만나게 된다. 실제로 옥동 정상은 숲으로 뒤덮여 조망이나 볼거리는 시원찮다. 도로에 내려서면 민가 몇 채가 있는 마을이 있고, 여기서부터는 콘크리트포장도로를 걷게 된다.
산등성이를 따라 개미목까지 이어지는 15분 가량의 포장도로는 정면의 천황산 일대를 훤히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산기슭 왼편 바닷가에는 전설의 섬 삼녀도가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그 너머로 유동등대가 산정에 우뚝하다. 왼편에는 막힘없이 시원한 바다가 수평선까지 잔잔하게 펼쳐져 이국적 풍치를 자아내게 한다. 이곳 바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인정한 청정해역으로도 유명하다.-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 천황산 경남 통영 욕지도
- 392.4m·경남 통영 욕지도
코발트블루 청정해역의 남국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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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과봉은 욕지도에서 조망이 최고로 좋은 곳이다
- 개미목에서 도로를 버리고 왼편 산길로 접어들면 산비탈에는 온통 고구마밭이다. 수확이 끝난 밭에는 고구마덩굴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곳 고구마는 외지인들에게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통영의 특산품이다. 된비알을 5분쯤 오르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정자가 있다.
이곳이 욕지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 물론 주변 조망은 말할 것도 없다. 푸른 바다에 파도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해안선의 절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통영 화가 전혁림 화백은 ‘코발트블루, 청색의 의미는 바로 통영의 바다 빛깔’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자에서 곧장 넘어서면 이정표(노적 2.0km, 혼곡 0.5km)가 있는 도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맞은편의 통나무 계단길로 오르면 잡풀이 뒤엉킨 밭두렁을 따라 왼편으로 에돌아 나아간다. 해송이 빽빽한 비탈길을 벗어나면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도로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가 천황산으로 접어드는 산록으로 대기봉까지는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등산로 안내판 오른편으로 열려 있는 산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편편한 구릉지대로 오르면 무덤이 있고, 이 무덤을 왼쪽에 끼고 돌면 숲길이 이어진다. 지금쯤이면 육지의 산에는 단풍도 시들어가고 있을 때지만 이곳은 아직 푸르고 싱싱한 숲이다. 기온이 따뜻하고 날씨가 좋은 남해안의 기후 탓도 있겠지만, 섬에서만 자생하는 상록수림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남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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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일출봉에 오르면 천황산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섬의 형태를 읽을 수 있다. 2 포장도로를 걷다보면 잔잔하게 펼쳐진 바다가 남국의 정취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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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전망이 좋은 할매바위를 지나 염소목장 출입문을 지나면 로프가 설치된 바위를 오르게 된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안전을 위한 배려임을 엿볼 수 있다. 로프를 잡고 올라서면 매바위. 주변 조망이 빼어나 발아래로 욕지항과 지나온 등로가 확연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숲속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경사가 가파른 된비알이다. 휴식으로 식었던 땀이 등줄기를 타고내릴 즈음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대기봉(355m)을 밟고 올라선다. 상봉은 갈림길로, 이정표(혼곡 1.9km, 태고암 0.9km, 새천년 기념탑 1.5km)에 나무 벤치와 테이블이 있을 뿐이다.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주변 조망을 즐기다가 태고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숲속을 잠시 벗어나면 널찍한 평원이 나타나고 눈앞에 천황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오를 수는 없다. 기암의 상봉은 군부대 시설물이 차지한 통제구역이다. 1981년부터 군사보호구역으로 일반인 출입을 통제해 왔다. 최근 욕지 주민들은 천황산 정상 개방을 요구하는건의문을 부대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곳 천황산의 유래는 일제의 잔재는 아닌 것 같다.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산기슭의 제당에 천황산신천제(天皇山神天帝)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 산의 상봉 서남쪽 처마바위 아래에는 제65대 삼도수군통제사 이세선 장군(임기 1687-1689)의 친행 암각문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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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온이 따뜻하고 날씨가 좋은 남해안의 특성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푸르고 싱싱한 숲. 2 석간수 한 모금이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하는 태고암.
- 오른편 산비탈로 5분이면 태고암이라는 조그만 암자에 이른다. 법당에 산신각 요사채 각각 한 동으로 이뤄진 단촐한 암자다. 이 암자의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 한 모금은 산행의 피로를 씻기에 충분한 청량감을 안겨준다. 다시 도로를 따라 10분이면 안내판이 서있는 삼거리인 태고암 입구. 왼편 시금치재(덕동재)를 넘으면 덕동으로 통하고, 오른편 도로로 내려서면 여객선 부두에 닿는다.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면 짙은 숲속이다. 비스듬히 왼편 능선으로 붙으면 시금치재에서 약과봉으로 연결되는 산길과 마주친다. 이 길로 오른편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면 공동묘지를 지나 20분 거리에 약과봉(315m)이다. 약과봉은 욕지도에서 조망이 최고 좋은 곳으로 여겨진다. 섬 전체는 물론이고 연화열도의 섬들을 비롯해 날씨만 좋다면 대마도와 매물도, 거제도, 미륵산, 남해도, 여수 소리도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산은 이정표(논골 1.3km)가 가리키는 숲속으로 잇는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숲속을 빠져나와 KT송신탑이 보이는 도로에 선다. 도로를 따르면 욕지항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곧장 동항리 여객선 부두에 닿는다. 부둣가에는 천연기념물 제343호인 모밀잣밤나무숲이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
- [주말산행코스] 영남의 산 천황산 경남 통영 욕지도
- 392.4m·경남 통영 욕지도
코발트블루 청정해역의 남국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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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부두~(차량 이동)~야포~일출봉~망대봉~옥동 정상~혼곡~매바위~대기봉~태고암~시금치재~약과봉~논골~부두 <4시간30분 소요>
○부두~(차량 이동)~야포~일출봉~망대봉~혼곡~부두 <2시간 소요>
○부두~혼곡~새천년 기념탑~마당바위~대기봉~태고암~부두 <2시간30분 소요>
○부두~혼곡~매바위~대기봉~태고암~시금치재~약과봉~논골~부두 <3시간 소요>
교통
전국 각 지역에서 운행하는 시외버스로 일단 통영까지 간다. 통영에서는 여객선터미널 또는 산양면(삼덕부두)을 이용해 여객선으로 입도해야 한다. 우선 통영 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8) 앞에서 택시나 수시로 운행하는 시내버스(부산교통 055-645-2080)가 있다. 택시의 경우 여객선터미널까지 15분, 삼덕부두까지는 35분이 소요된다.
통영(삼덕 포함)에서 욕지도로 운항하는 여객선은 카페리와 쾌속선, 일반 여객선으로 나눠진다. 물론 요금도 차이가 많다. 또 계절 따라 운항시간이 다르므로 사전에 필히 문의해야 한다. 욕지도 섬을 일주하는 마을버스(곽유조 055-644-6316, 017-560-6318)는 여객선 입출항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서울→통영 남부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14회(07:20~23:10) 운행 /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35-4151)에서 1일 14회(07:00~24:30) 운행.
부산 → 통영 서부터미널(051-322-8301~2)에서 16분 간격(05:10~20:33) 운행.
대구 → 통영 서부터미널(053-656-2824~5)에서 1일 17회(06:30~19:30) 운행.
대전 → 통영 동부터미널(042-624-4451~3)에서 1일 14회(07:30~20:30) 운행
진주 → 통영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15분 간격(06:00~21:15) 운행.
마산 → 통영 남부터미널(055-247-6395)에서 10분 간격(05:10~21:15) 운행.
통영 → 욕지도 여객선터미널(055-641-6181)에서 1일 6회(06:50~17:00) 왕복 운항 / 산양읍 삼덕부두(욕지 2호 055-641-3560·욕지금룡호 055-643-8973)에서 1일 8회(06:00~16:00) 왕복 운항.
- 숙식(지역번호는 055)
욕지도는 최근 들어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관계로 여관을 비롯해 민박, 관광농원 등이 있을 뿐 아니라 식당도 횟집은 물론 중화요리, 돼지국밥집 등 다양하다. 여객선 부두를 중심으로 숙박은 미진장여관(644-8890), 부산여관(642-5209), 욕지여관(642-1120), 인정여관(642-5290) 등이 있고, 민박은 욕지해운(641-6181)에 문의하면 된다. 덕동에는 고래머리관광농원(641-6089)이 있다. 식당은 뱃머리횟집(643-5850, 생선회·매운탕), 객선머리활어회센타(642-5175, 생선회·매운탕), 옥언식당(641-0466, 숯불갈비), 신화돼지국밥(641-2399, 돼지국밥), 한양중화요리(642-5146) 등이 있다.
통영시내에서 묵을 경우 관광지로 이름난 곳이라 호텔을 비롯해 장급 여관까지 다양하고 식사 해결도 무난하다. 여객선터미널 부근에는 유명한 졸복국 식당이 많다. 부일복국(645-0842), 분소식당(644-0495)과 뚱보할매김밥(645-2619)의 충무김밥, 오미사꿀빵(646-3230) 등은 한번 찾아볼 만하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