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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조룡(釣龍)
솔향기 그득 베인 잔설 낀 우륵능선
봄 낚는 강태공의 번개 같은 손놀림에
이제 막 승천하던 용(龍) 의림지로 곤두박질
* 용두산(龍頭山 871m); 충북 제천시 송학면. 제천의 진산(鎭山)으로, 울창한 소나무능선이 근사하다. 우륵(于勒)이 만들었다는 유명한 의림지(義林池)가 이산 남쪽기슭에 있다. 용을 낚는 조사(釣士) 아닌, 산을 낚는 산객(山客)이 되어라! 그리고 얼음장 위로 비친 청산의 자태를 지그시 바라보라! 이 못을 기준으로 남쪽을 호남, 서쪽을 호서라 부른다. 봄은 오방색중 푸른색을 담당하며, 청룡을 상징한다. ‘우륵능선’은 필자가 명명했다.
* 월간 《詩書畵》제3호 (2006년 11월) 시조 2수.
* 2018. 2. 25(일) (사) 서울특별시산악연맹 제47회 '설제'(雪祭) 대상산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436(33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2. 낙엽에 고인 보석
흰 노새 펄펄 나는 안팎곱추 매화 노옹(老翁)
무현금(無絃琴) 타는 지기(知己) 옥로(玉露) 떨군 꽃망울
만 캐럿 다이아몬드가 낙엽 위로 구르네
* 매곡산(梅谷山 500.6m); 경기 양평. 잘 알려진 산이 아닌 덕분에 비교적 깨끗한 편이나, 양지공원묘원이 있어 좀 씁쓸하다. 함박눈이 훔쳐간 노매(老梅)의 꽃망울처럼, 잔설(殘雪) 위 낙엽에 고인 물방울이 햇빛에 반사되어 영롱한 보석처럼 반짝인다. 눈을 바로 뜨고 볼 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 무현금; 줄 없는 거문고, 줄이 없어도 마음속으로는 울린다는 뜻. 도연명이 이를 사랑하여 늘 가지고 다니면서 주흥(酒興)을 돋우었다 한다.
*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대련; 동천년로항장곡(桐天年老恒藏曲)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오동은 천년을 살아도 늘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지내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선비의 지조와 변치 않는 충절을 상징.
* 낙엽 하나에 고인 물방울이 바로 강물의 원천이 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82(16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3. 백경(白鯨)을 잡다
설산의 숨비소리 뽀얗게 핀 서리꽃
자수정 산정 바위 쇠도 뚫는 금강(金剛) 작살
삼만 척(尺) 향유고래를 눈물샘에 가두다
* 백덕산(白德山 1,350m); 강원 횡성. 적설기 산행에 적합한 ‘고래능선’이다. 정상부의 바위가 수정같이 맑다. 문재에서 오르면 법흥사 가는 연화봉능선 갈림길을 지나, 사재산(四財山 1,181m)을 경유한다. 사재산을 흔히 사자산(lion)이라 부르는데 잘못된 호칭이다. 사자산(四資山)이라면 무방하다. 사재라 함은 동으로 옻나무, 서로는 산삼, 남북으로는 전단토(栴檀土-굶주릴 때 먹는 흙) 네 방위의 재물을 가리킨다. ‘고래능선’은 필자가 명명했다.
* 향유고래; 이빨고래중 가장 큰 종류로 길이 11m~18m 무게 40~ 50톤의 희귀종. 사각형의 거대한 머리는 체장의 삼분의 일에 육박하며, 미국의 상징주의 문학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의 소설 ‘백경’(白鯨)에 등장한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2마리 새겨져 있고, 2004년도 동해안에서 70년 만에 발견되었다.
* 능선거리 약 9.8km(9,800m)를 현대 척(자, 30,3cm)으로 환산하면 약 3만 척이 된다. 그 거대한 고래조차도 나의 눈물샘 안에 놀고 있는 셈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223(195면). 2018. 6. 25 도서출판 修書院.
24. 마법에 취해
하늘과 샅바 잡은 요술 램프 붉은 거인
부러진 허리 쥐고 고목으로 입멸(入滅)할 적
마신(魔神)이 뿜은 푸른 눈〔雪)〕무의계곡 덮누나
* 흥정산(興亭山 1,276.5m); 강원 평창. 원시림 참나무와 용손(龍孫-산죽) 군락이 좋으며. 허리가 부러진 고사목이 많다. 주위에 회령봉, 보래봉이 있다. 흥정천(무의계곡)에서 오르는데, 짙은 눈구름이 천일야화(千一夜話)에 나오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거인처럼 덮쳐온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627(45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5. 산탁(山拓)
벗기면 벗길수록 신비 더한 양파 산
속살은 디카로 찍어 셈틀에다 가두고
껍질은 산탁을 뜬 후 참죽 표구 해두렴
* 두리봉산(1,025m); 강원 삼척. 오지산이라 오르면 오를수록 궁금증이 더한 산이나, 결국 별 특징이 없고 이름 비슷하게 두루뭉술하다. 원시림이 잘 보존된 나물 산행지(山行地)다. 참죽나무가 더러 있다.
* 디카(dica); 디지털 카메라의 축약어. 관용어로 쓰긴 하나, 좀 어색해 우리말로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셈틀은 컴퓨터의 우리말 용어다.
* 참죽나무; 벚나무, 홍송, 호두나무 등과 함께 10대 표구목(表具木)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45(14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6. 색정(色情)을 돋운 산
이글댄 불꽃 눈빛 꼬리 흔든 청노루
벼락 맞은 대가리바위 흑장미로 활짝 필 때
피나물 노란 융단에 색정 일어 못 견딜 걸
* 장미산(獐尾山 980m); 강원 평창. 노루꼬리 산이다. 장미산(長美山)으로도 부르는데, 제2암봉은 벼락을 맞아 일부가 떨어져 나갔지만 장미꽃처럼 아름답다. 비탈길에는 샛노란 ‘피나물꽃’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묘한 성적 충동이 일어난다.
* 장두서목(獐頭鼠目); (1)노루대가리와 쥐의 눈. (2) ‘안절부절 못함’의 형용. (3)관상학에서 비천(卑賤)한 상(相)을 이르는 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482(36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27. 폭탄주로 만든 산
부서진 산너울이 술잔에 넘치는데
느닷없이 뛰어들어 멱을 감는 갈 빛 신선(神仙)
이왕(已往)에 날아온 뇌관(雷管) 폭탄주나 만들까
* 선달산(先達山 1,236m); 경북 봉화. 백두대간 상에 있는 산으로 옛날에 신선이 올랐다 하여 선달산(仙達山)으로 불렀다. 술잔에 비친 늦가을 산의 모습은 엷은 주황색을 띈 위스키 같다.
* 율곡 이이(李珥)의 금강산 등척봉(登陟峰) 시
예장척최외(曳杖陟崔嵬) 장풍사면래(長風四面來) 청천두상모(靑天頭上帽) 벽해장중배(碧海掌中杯) -지팡이를 끌면서 정상에 오르니/ 긴 바람이 사면에서 불어 닥치네/ 푸른 하늘은 머리 위 모자와 같고/ 넓은 바다는 손바닥의 술잔이어라!
* 맥주 컵에 맥주를 채우고 작고 길쭉한 양주잔에, 위스키를 부은 뇌관을 퐁당 집어넣으면 ‘원자폭탄주’요, 반대로 맥주 컵에 양주를 가득 채운 뒤, 맥주를 부은 뇌관을 빠트리면 ‘수소폭탄주’인데, 몹시 독하다. 과거 직장 다닐 때 마셔본 기억이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331(26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8. 완박제(玩剝製)
금강란(金剛卵) 훔치려니 푸두둥 나는 청산
물위로 뜨는 돌을 배흘림에 묶어두곤
봉황은 박제 만들어 안방에서 즐기리
* 봉황산(鳳凰山 820m); 경북 영주 봉화. 명찰 부석사(浮石寺)를 품은 아름다운 산이다. 춘양목(春陽木) 군락이 좋으며, 봉황을 토한 형국으로 같은 이름을 가진 산 중 제일이다.
* 부석사; 국보 제18호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이 멋지고, 이 밖에도 국보급 보물이 수두룩하다. 선돌(뜨는 돌-부석) 전설이 재미있으며, 극락의 입구를 상징하는 문(門), 안양루(安養樓)를 찬찬히 감상해보라! 밑에서 보면 무량수전 박공(牔栱)이 부처상으로 보이고, 위에서 보면 소백산 연릉(連稜)이 보인다. 사람은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낀다!
* 금강란; 보리심을 상징하는 단단한 알, 여기서는 선돌이 적당하지 않을까? 번뇌를 부수는 보리심(菩提心) 그 자체, 또는 절, 내지는 산일 수도 있는데, 독자의 상상력에 맡김.
*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청탁원고 2018. 8. 4 마감.
* 졸저 『鶴鳴』 (학명-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1-75(69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시조 참조.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268(22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9. 엉터리 진료
돌팔이 의원 땜에 괴사증(壞死症) 걸린 청산
무잡한 임도(林道) 따라 달아오른 수술독(手術毒)
순대가 터진 계곡엔 쉰 밥알만 나뒹궈
* 성주산(聖主山 624m); 충북 영동. 이름과 달리 썩 좋은 산이 아니다. 초입을 잘못 찾아 뙤약볕 아래 지긋지긋한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덕분에 산의 추악한 면도 볼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무질서하게 닦은 꾸불꾸불한 길은 복사열(輻射熱)을 막을 나무 한 그루 없고, 중간 중간 파헤쳐놓은 계곡엔 돌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하긴 늘 좋은 산만 다니라는 법은 없으니깐?
* 김밥은 ‘충무김밥’이 제대로 된 것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355(28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0. 욕심을 죽임(殺慾)
진흙 밭 개싸움은 내 알바 아니로되
솔 계류(溪流) 더럽히는 금파리 똥 치워야 돼
인육(人肉)을 맛본 범바위 목 따내는 사냥꾼
* 만행산(萬行山 909.6m): 전남 남원. 일명 천황산(天皇山)으로 주봉은 천황봉인데, 오르기 전 가히 신선이 살 만한 솔밭을 낀 청류와, 안부 지나 아가리 벌린 호랑이 모양의 상사바위(표고 850m)가 정말 멋있다. 조망이 좋은 숨은 산이다. 등산 종점 아담한 절 귀정사(歸政寺)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76호로, 백제의 제25대 무령왕(501~523 재위)이 머물다 ‘정치로 되돌아갔다’는 유서 깊은 전설을 지닌, 서출동류(西出東流)의 명당이다.
* 만행; 수행자가 동안거(冬安居)나 하안거(夏安居)를 마치고 득도의 길을 떠나는 것.
* 승부욕과 탐욕에 뒤엉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정치판의 썩은 냄새가 이곳까지 진동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이 시대의 위정자들이여! 백제의 명군(名君)을 본받아라!
* 금파리; 검정파리과(科)의 일종. 몸길이 8mm 가량. 몸빛은 광택 있는 녹색. 산과 들에 살며, 썩은 고기나 동물의 똥에 모여들어 알을 슬고, 온 세계에 분포함.
* 2004. 12. 15(수) 한국요산회(樂山會) 수요산행 때, 고(故) 안경호 선생과 신장내과 의사이자, 등산 마니아로 국외등반 경험이 풍부한 정병천 박사와, 본인 세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샛길에 감춰진 아주 작은 폭포에 새겨진 고시조(古時調) 한 수다. 세진외유(世塵外遊)-세상 먼지 밖에서 놀다(필자 주). 밀양 박씨 세전(密陽朴氏 世傳). 폭포야 게 멈춰라 낮은 뜻을 물어나 보자/ 속세의 시비소리 골을 메우는 구나/ 천추의 애환이랑 못 잊어...(이하는 마모로 판독 불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72(16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1. 배꽃눈 맞은 학(鶴)
아아(峨峨)히 솟은 암봉 새도 넘지 못하는데
눈빛으로 깨뜨리는 철옹성(鐵甕城)의 배꼽 관(關)
푸른 학 날아오를 제 흩뿌리는 배꽃눈〔梨花雪〕
* 조령산(鳥嶺山 1,025m); 경북 문경, 충북 괴산. 백두대간 구름 위 솟은 기암괴봉과 어우러진 송림, 계곡이 합작해서 일궈낸 명산이다. 치마바위봉(812.5m)과 마패봉(927m) 사이(안부)에 있는 구 새재 조령관(제3관)은 새도 넘지 못한다는 천험(天險)의 요새(要塞)다. 옛 선비들은 과거를 보러갈 때, ‘배꽃이 떨어지면 낙방 한다’로 여겨, 남쪽 큰길인 이우리재(梨花嶺)를 일부러 피해 이 재를 많이 이용했는데, 새 재(新嶺)또는, 사이 재(間嶺)의 의미도 함께 있다. 쉽사리 범접(犯接) 할 수 없는 고고한 청학의 기상을 띄고 있어 겨울 등산은 조심해야 한다. 함박눈(이화설) 펄펄! 초점산(草岾山)은 옛 이름.
* 사람 사이 쌓인 ‘마음의 벽(門)’은 아량과 관용이 스며든 참된 눈빛으로 허물어야지, 권력과 돈만으로 허물 수 없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501(37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2. 탄금대(彈琴臺) 야경
나팔관 임신을 해 토라 앉은 백련(白蓮)부인
솔바람 마신 초승 만물상(萬物相)을 뜨개질
직녀(織女)가 뜯는 거문고 용굴바위 울리네
* 서대산(西臺山 903.7m); 충남 금산. 충남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석간수 물맛이 뛰어난 영수(靈水)를 품은 직녀탄금대는 이 산 최고의 명당으로 바위에 올라서면 천하가 발아래다. 정상 지나 주능선에는 장연대, 석문, 북두칠성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해 만물상을 방불한다. 용골(계곡)끝 자락 용굴바위, 선바위가 빼어나다. 중국춘란 취개(翠蓋)를 닮은 앙증맞은 연인 O시인과 첫 동행이다. 서툴고 힘들어 돌아가려는 것을, 강제로 끌고 오다시피 했는데, 탄금대에 와서야 비로소 기운을 차린다. 그녀는 고려 왕실의 직계후예로, 개성 왕 씨 제38대 손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324(26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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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e nocturne de Tangeumdae
Mme Baekryun s'assoit et dit qu'elle est enceinte de la trompe de Fallope.
Tricotant l'image de toutes choses, le moine Chow qui buvait la brise du pin
Le geomungo joué par le Jiknyeo (織女), Yonggulbawi émet un son
* 2024. 7. 18 불어 번역기.
33. 흑사탕 산봉(山峰)
부수어 삼킬 건가 혀 굴려 녹일 건가
반송(盤松)을 끌어안고 블루스 춘 푸른 케른
갈비뼈 경혈(經穴)에 박인 오돌뼈맛 흑사탕
* 한강봉(漢江峰 450m); 경기 양주. 한북정맥의 중요한 분기점이나, 이외로 번거롭고 신경이 쓰이는 곳이다. 백두대간 갈비뼈 마루금 요혈(要穴)로, 반송이 좋고 케른과 삼각점도 있다. 먼데서 보면 흑사탕처럼 생겼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593(43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4. 마노(瑪瑙) 만두-선시
바위를 반죽하여 새끼 범 빚는 명장(名匠)
삼매화(三昧火) 불 지피는 속눈썹 청솔가지
나찰(羅刹)님 가마솥에 찐 마노(瑪瑙) 만두 맛보랴
* 와룡산 상사바위(天王峰 625m); 경남 사천. 와룡산(臥龍山)의 주봉 민재봉(798.6m)이 용의 머리라면, 이 암봉은 호랑이 새끼라 할 수 있다. 가벼운 긴장이 감돌지만, 만지작거리고도 싶고, 먹고도 싶은 충동이 인다. 칠보 중 하나인 동그란 마노처럼 생긴 아주 귀여운 바위다. 옆에 푸른 솔이 좋다.
* 삼매화; 잡념이 없이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일심불란(一心不亂)의 경지에서 빚은 정화(精華)의 불. 어떠한 물로도 끄지 못하니, 곧 반야심(般若心) 아닐까?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431(32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5. 이성대(二聖臺) 약수
별 품은 청너덜은 백팔(百八) 캐럿 금강석
적료(寂寥) 깬 까마귀 울음 좌심실(左心室)로 메아리
파르니 바위틈 약수(藥水) 공맹(孔孟)의 침 쪼르르
* 노추산(魯鄒山 1,322m); 강원 정선 강릉. 가을과 겨울이 좋은 산이다. 남한의 산에서 가장 고지대 석간수인 이성대(공맹을 기리는 사당으로 사람이 상주) 약수는 늘 푸른 이끼가 낀 천하의 명수(名水)다. 가기 전 구상나무가 간간이 있는 푸른 너덜겅에 서리가 끼면, 마치 백팔번뇌를 깨트리는 금강석(다이아몬드)처럼 번쩍인다. 산의 삼보(三寶)는 너덜, 까마귀, 약수다.
* 이성; 공자는 노(魯)나라 사람이고 맹자는 추(鄒)나라 사람인데, 두 분을 아울러 호칭할 때 魯鄒, 또는 鄒魯라 함.
* 좌심실; 심장 안의 왼쪽 아랫부분. 좌심방에서 오는 피를 깨끗이 하여 대동맥으로 보내는 곳.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04(117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6. 노랭이 영감에게 충고
저승 갈 노자돈은 한 닢이면 충분한데
억만금 쌓아놓고 쓰지 않으면 숫자놀음
그 고운 명주수의(明紬壽衣)에 주머니는 없다오
* 감암산(甘岩山) 누룩덤(834m); 경남 합천. 황매산 남릉 길목에 있는 누룩 닮은 바위로, 심술궂은 노랭이 영감이 버티고선 모습이다. 그날따라 낮술을 많이 마셔 꼭대기까지 오르지 못했다.
* 돈을 잘 버는 것은 기술이지만, 돈을 잘 쓰는 것은 예술이다!
* 요즈음은 삼베수의를 쓰지만, 전에는 명주수의도 사용했다.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16(5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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