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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오늘 전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말 그대로 주님의 탄생 예고를 기념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성모 영보 대축일’이라고 하였는데, ‘영보’(領報)란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천사에게서 들었다는 뜻이다. 예수님께서도 여느 사람처럼 성모님의 모태에서 아홉 달을 계셨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대축일의 날짜는 주님 성탄 대축일에서 아홉 달을 역산한 것이다.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는,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이라고 한다(제1독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일한 희생 제사를 통하여 우리를 거룩하게 하셨다(제2독서).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를 찾아가 성령으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한다(복음).
제1독서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할 것입니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7,10-14; 8,10ㄷ
그 무렵 10 주님께서 아하즈에게 이르셨다.
11 “너는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
저 저승 깊은 곳에 있는 것이든,
저 위 높은 곳에 있는 것이든 아무것이나 청하여라.”
12 아하즈가 대답하였다.
“저는 청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시험하지 않으렵니다.”
13 그러자 이사야가 말하였다. “다윗 왕실은 잘 들으십시오!
여러분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나의 하느님까지 성가시게 하려 합니까?
14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8,10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10,4-10
형제 여러분, 4 황소와 염소의 피가 죄를 없애지 못합니다.
5 그러한 까닭에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실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제물과 예물을 원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저에게 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6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당신께서는 기꺼워하지 않으셨습니다.
7 그리하여 제가 아뢰었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8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제물과 예물을”, 또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당신께서는 원하지도 기꺼워하지도 않으셨습니다.” 하고 말씀하시는데,
이것들은 율법에 따라 바치는 것입니다.
9 그다음에는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 것을 세우시려고 그리스도께서 첫 번째 것을 치우신 것입니다.
10 이 “뜻”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단 한 번 바쳐짐으로써
우리가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영성체송
이사 7,14 참조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오늘의 묵상
세상에는 지금도 삶과 죽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서는 사고로, 전쟁으로, 무관심으로, 미움과 욕심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그런데 또 어딘가에서는 사랑으로, 믿음으로, 위로와 배려로, 희생으로 또 다른 생명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각자의 삶에도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고, 또 우리 곁에 삶과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알아 갑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시기심과 질투로, 이기심과 욕심으로 누군가를 짓밟고 죽이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려하며 위로하고 안아 주면서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저마다 행동으로 삶과 죽음을 반복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보내는 사순 시기, 유다인들의 시기와 욕심으로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이 사순 시기에 생명의 탄생을, 새로운 구원의 삶을 가져다주는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대축일을 지냅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생명의 탄생 예고에도 우리네 하루처럼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의 알림은 젊은 약혼녀의 죽음을 뜻합니다. 천사를 보고 죽음의 두려움을 체험한 마리아는 모든 것을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더 편하고 더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마리아는 아무런 응답도 행동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마리아가 천사의 말을 거부하였다면 그 마음은 예수님을 시기하여 음모를 꾸미고 군중을 선동하였던 유다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일 것입니다. 자신만 살려고 누군가를 죽이려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한마디로 자신을 희생하고 내어놓음으로써 모든 사람을 살리게 됩니다. 우리의 선택과 결정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길을 갈 수도 있고, 아니면 희생과 죽음으로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죽이는 것, 두렵지만 믿고 내어놓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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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긍정은 여러 부정의 결과다>
♡조삼룡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21-03-25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복음: 루카 1,26-38
오늘은 성자께서 성모 마리아 태중에 구세주로 잉태하신 날입니다. 이 구원의 결정적인 역사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성모님의 긍정(Amen = Fiat)입니다. 긍정이 곧 잉태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두 가지의 커다란 가르침을 줍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무언가 되어가는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인간이셨지만 그분의 긍정으로 인간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이 되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잉태하신 성모님께 함부로 대하는 것은 인간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분과 하나 되어 계신 하느님께도 함부로 대하는 것이기에 독성죄가 됩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무언가 되어가는 방법이 ‘긍정’을 통해서라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하시며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긍정하셨습니다. 그랬더니 인간의 품위를 넘어서 하느님과 한 몸인 지위까지 오르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긍정’은 항상 ‘부정’을 동반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인생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선생님들은 아이들 미래의 ‘꿈’을 명확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가졌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그 꿈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꿈을 방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어디가 깨졌는지 찾고 그것들을 수리해 나가는 게 우선일까요? 물은 붓지 않아도 됩니다. 언젠가는 비가 와서 독이 채워지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깨진 곳을 수리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갑니다. 아무리 어렸을 때 천재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려주지 않으면 그 모든 축복이 오히려 저주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중국 송나라 때의 문장가 왕안석은 ‘상중영(중영이란 사람의 경우를 슬퍼함)’ 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서 무엇이 천재적인 능력을 망치게 만드는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강서성 금계현에 방중영이란 아이는 집안 대대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글공부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섯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아이는 붓과 벼루, 종이를 달라고 하더니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족이 서로 합심하자는 내용의 시를 거침없이 썼습니다. 다른 시제를 주어도 척척 문장을 적어 내는데 그 내용과 운율이 기가 막히게 매끄러웠답니다.
이에 부모님은 물론 동네 사람들도 방중영을 신동이라며 입이 마르게 칭찬했고, 현에서는 중영의 아버지에게 큰 상을 내렸습니다. 지방의 권력가들은 중영이 커서 큰 인물이 되면 훗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미리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중영의 아버지는 점점 돈에 욕심이 생겨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중영의 재주를 보이고 돈을 벌었습니다. 중영도 학교에 가지 않고 아버지에게 돈을 벌어주는 일을 하게 되어 이런 삶이 싫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오랜 시간 아버지와 함께 밖으로 떠돌다가 중영은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재발굴단’에서 ‘우주를 보는 천재 소년’ ‘강범진’군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의 독특한 그림 실력으로 초등학교 때 이미 영화제작사가 그에게 관심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 그림을 포기하려고까지 하였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려면 모두 같은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획일화된 입시경쟁에서 범진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학교를 자퇴시키고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그만의 독특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방중영의 아버지와 강범진군의 어머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범진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더 명확히 알려주었습니다. 방중영의 아버지는 돈에 대한 욕심을 갖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인지 몰랐습니다. 재능만 닦아나가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속-육신-마귀의 욕구는 아무리 재능이 많이 들어와도 그것들을 다 흘려버리게 만듭니다.
구약의 요셉이 능력이 많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죄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티파르의 아내가 그를 유혹할 때, 그는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기에 뿌리쳤습니다. 이 능력이 결국엔 모든 이를 살리는 은총이 담길 그릇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해도 결국 게임이 왜 안 좋은지, 경쟁이 왜 나쁜지, 안 좋은 동영상을 보거나 지나친 호기심으로 왜 죄를 지으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없습니다.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 성모 마리아께서 세상 구원을 위한 메시아를 잉태하실 수 있으셨던 결정적인 이유는 ‘원죄’가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원죄는 세속-육신-마귀입니다. 아무리 좋은 능력이 있더라도 그것을 자기만을 위해 써먹으려 했다면 성모님일지라도 구원자를 잉태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연간 35만 명의 소아마비 환자들을 위해 자신이 개발한 백신을 무료로 뿌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조너스 소크’(Jonas Salk)입니다. 1955년 4월, 원자폭탄만큼이나 미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소아마비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는 발표을 할 때, 기업들은 앞다투어 그 백신 특허권을 자신에게 팔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때 조너스 소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허 같은 건 없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만약 소아마비 백신에 대한 특허를 냈다면 수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백신 제조 방법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다른 백신을 만들겠다며 다시 연구실로 들어갔습니다.
이런 분이 원죄 없으신 성모님과 가장 닮은 분입니다. 이분이 머리가 좋아 백신을 만든 것이라기보다, 주님께서 온 인류에게 그 사람을 통해 필요한 은총을 주기에 합당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알려주신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입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성공합니다. 타고난 천재만 할 수 있다는 체스 세계 챔피언을 세 자매 모두 만든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재능이 온 세상에 유익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성모님이나 조너스 소크처럼 죄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렇기만 하다면 주님께서는 그 사람을 분명 온 세상을 유익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하실 것입니다
▲ 베아토 안젤리코, 수태고지, 1430년 후반, 아프레그라피, 230x297cm, 피렌체 산마르코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