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89
[제주 여행 2]
고속도로, 두 번 휴게소에 들러서 커피를 구입하고, 개인적인 볼일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별 의미 없이 길을 갈 뿐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도로 주변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으면 그곳은 방음벽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곳에서 생활하시는 주민들께서는 24
시간 끝없이 지나가는 차량 소음이 괴로울 수밖에 없으니 방음벽 설치는 주민들을 위해서 설치하
는 것이 옳다. 다만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다는 것을 표현할 뿐이다. 아기자기한, 포근한,
아늑한, 조용한, 뭐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 아쉬움 말이다.
순천만 국가 정원, 경로우대 제도가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입장료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잘 꾸며 놓았다. 어디를 둘
러보아도 아름답다. 순천시민들이 부럽다. 그리고 그런 정원이 그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역
시 안타까움이다.
아내는 어디 가도 꽃은 넘친다. 라고 했고 나 역시 봄이 되면 모든 도시들이 나름의 꽃 잔치를 열고
있으니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그럼에도 역시 국가 정원이라 할 만하다고 인정을 한
다. 그 공원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 이틀로 가능할까? 싶기도 한 그 넓은 지역을 그렇게 정성껏 가꾸
었다는 것, 잔디밭의 그늘 밑에서 쉬고 있는 남녀와 적지 않은 관광객무리들, 여름이라 할 계절임에
도 그렇게 많은 관중이 모여든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하긴 여러 곳에서 단품 꽃 잔치를 보기는 했다. 하동 구레의 벚꽃, 청산도의 유채꽃, 산수유꽃밭, 곡
성의 장미 축제, 등등 그러나 순천은 확실하게 다르다. 몇 개국을 위한 정원이 나름의 아름다움을 드
러내고 있었고, 그렇게 많은 종류의 화원이 각자의 품위를 소유한 채 그렇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이곳은 봄이나 가을에 왔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계절 탓인지 한 여름
에 꽃을 보고 싶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한데, 그렇다고 꽃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기 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데 20분이 조금 더 걸린다. 공연장이 있어서
합창단의 공연과 뮤지컬 공연이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기념품 매장에서 눈에 뜨
인 “여수 특산주인 ‘섬씽’” 45%, 25%. 18% 세 종류 한 세트에 4,5000원, 기꺼이 사서 차에 얹는다.
순천을 출발해서 완도로 길을 잡는다. 역시 길은 일반도로가 정겹다. 물론 그만큼 몸은 고달프지만,
고금대교를 건넌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대교, 천사대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두 번 만나
는데, 이곳은 한 번 뿐이다. 그래도 양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섬들이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대구면, 대구초등학교와 대구중학교가 도로 하나 사이로 마주대하고 있다. 문득 대구의 지인들이 떠
오르며, 여행을 하다보면 다른 지역에 있는 같은 이름을 만나는 것조차 정겹고 반갑다. 그러더라도 큰
도시의 이름만큼은 그 도시 한 곳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고금대교를 지나
면 다시 신지도, 그리고 신지도를 건너면서 완도로 접어든다.
완도, 오래 전 청산도를 몇 번 다녀가면서 들렀던 곳인데, 기억이 가물거린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보니 하루 주차료가 5천원, 싸다. 4일을 세울 예정이니 2만 원이지만 복지 카드 소유자는 50%로 감면
이니 1만 원이면 되는 금액, 결국 8,700원을 냈지만, 터미널에서 예약한 승선권을 교부받고 식사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