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그리스도인, 문신을 해도 좋은가요?
좀 우스운 질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주위에서 보면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전에는 문신이 폭력배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에는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꺼림칙하기는 합니다. 친구들 따라서 조그만 문신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답변】 말씀을 가슴에 새기는 신앙인으로서 문신 어떤 의미 지닐까
문신하면 떠오르는 저의 첫 기억은, 우연히 버스에서 ‘차카게살자’를 팔뚝에 새겨놓은 남자 분입니다. 과거 나쁜 짓을 많이 해서 교도소를 다녀왔는데 이제는 법을 지키고 잘 살테니 돈을 좀 달라고 구걸하던 모습입니다.
고대사회에서 문신은 종교적인 의미로 시작됐고, 전쟁에서는 상대를 위협하거나 계급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답니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형벌로 사용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문신(tattoo)을 통해 단순한 취미나 치장을 목적으로 하거나,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범죄 집단이나 비밀집단에서는 일명 장미파, 독사파라고 하면서 자신의 소속감을 문신으로 표시하기도 하고 자신의 서열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성형외과 의사가 문신 시술자가 된 사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백반증을 앓거나 큰 흉터가 있는 환자들에게 타투로 상처를 가려주는 시술을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문신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 타투이스트가 국내에서는 아직은 합법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점에 더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이 되도록이면 문신을 감추고 나오는 것을 보면, 문신에 대해서 불편해하시는 한국 분들이 여전히 많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도 여름에 땀도 많이 나고 해서 눈썹 문신을 받겠다고 병원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마침 그날 ‘아리랑 부부’에나 나올법한 두껍고 진한 눈썹 문신을 하고 후회하는 어느 여성이 상담받고 있던 것을 보았습니다. 저처럼 한쪽에선 눈썹 문신을 하느라 분주하고, 다른 한쪽에선 시퍼렇게 된 영구문신을 지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개인이 부여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문신을 몸에 새겨 넣느라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고, 다른 한편에서는 몸에 남겨진 문신 자국을 지우느라 고통을 참고 있을 듯합니다.
간혹 우리는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울수록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몸은 순수한 본능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줍니다. 머리는 이런저런 계산을 하는 동안, 몸은 그대로 솔직하게 우리 상태가 어떠한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몸은 우리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통로가 됩니다. 특히 가톨릭 신자인 우리는 영성체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우리 마음에 실제로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의 몸은 하느님과 인간 상호 간에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더욱더 소중하게 다루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성호경을 그을 때마다 주님 말씀을 머리에 새기고 입으로 고백하며, 가슴에 새겨두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가톨릭 신자로서 머리와 말과 가슴에 새겨놓아야 할 것을 몸에 문신으로 새겨놓은들, 우리가 복음 실천하고 사는데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는 생각해 볼일입니다. 쉽게 지워질 수 없는 영원한 몸의 기억인 문신은 오늘도 아무 말이 없이 그 자리에 있는데 그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는 결국 개인의 몫일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제 개인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