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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과 소영 혜영 세놈이 TV를 보다말고 나 한테 확 달려든다. 그 중에 애린이 젤 용감하다. 엄마 엄마는 언제 첫키쓰를 했는데? 들이댈걸 들이대야 하는데 이놈은 시도 때도 없이 대짜고짜 마구잡이로 들이댄다. 혜영이 옆에서 킼킥 대더니 엄마는 첫키쓰 그런거 아직도 못해봤어~~~ 뭘 물어. 언제 그랬냐는듯 웃음기를 싹 감추고 태연하게 말한다. 그모습이 더 우스워 몽땅 허리를 꺾고~~~ㅎ
그러는 너는 언제 첫키쓰를 했냐고 내가 애린에게 역공을 펼치니, 나? 글쎄.. 이러고 너는 고등학교 때쯤?.. 하고 다시 물으니 혜영이 옆에서 거들길 엄마 애린이는 맞아 일찍 중학교나 고등학교때 했을껄. 하는데 애린은 배실배실 웃기만 하고 답을 회피한다.
마침 티비에선 각계의 young한 패널들과 의사들 여나믄이 나오고 연예인들이 함께나와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순수한 첫사랑 불타는 첫사랑 지금도 생각만 하면 죽이고 싶은 첫사랑 복수하고 싶은 첫사랑 등등..
패널들 각자의 첫사랑이 등장을 하고 주제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급물살을 탄다. 이러면서 첫키쓰는 언제 해봤냐는 단골 메뉴들이 쏟아져 나오는 찰나 우리 큰놈 혜영이 툭 한마디 한다는 말이 남들은 저런다는데 난 참, 나이 스물일곱에 윤구하고 첫키쓰를 하다니.. 첫키쓰를 스물일곱 살이나 먹고서야 처음했다는 사실이 너무 늦어 억울하다는건지 좀 더 일찍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못해 아쉽다는건지 맥이 잘 안잡히는 아리송한 멘트에 휙 서로를 바라보다 화살이 엉뚱하니 내게로 온 거였다.
전 부터 난 엄마로서 아이들과 허물이 없는 사이 이고 싶었다. 그래서 가끔 푼수짓도 하고 (원래 푼수 엄마이기도 하지만) 같이 놀멍놀멍~ 그러다가 언젠가 세상이 흉흉하게 돌아가는 이야기가 나왔고 청소년들의 그릇된 性으로 인하여 10대의 미혼모가 부지기수로 발생을 하고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무분별한 성행위가 임신으로 이어지는 무모한 상황들에 관해 아이들과 나는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었다. 너희들이 만약 어쩔수 없이 저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절대 숨기지 말고 엄마에게 말하기를 서로 약속도 했었다. 그때에 내가 덧붙인 말이 야 늬들 남자친구 생겨서 첫키쓰하게 되면 엄마한테 말하기다 했고 아이들도 실실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을 했었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흘렀고 어느 겨울날, 지금 혜영이 말하는걸 보니 미루어 생각컨대 그게 아마 혜영이 스물일곱살 때 였나보다. 혜영이 저녁늦게 들어 오더니 엄마 나 오늘 윤구랑 첫키쓰 했다고 수줍은듯 말하며 볼이 발그레 상기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리에 가슴에 오고갔던 많은 감정들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우선 젤 먼저 내가 한말이 "어머 그랬어 우리 딸 축하해!" 하고 말 했고 그 다음 바로 들던 생각은 그래도 내가 아이들에게 저희들을 이해 못한다고 뭔가 일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걸 숨기고 싶어하는 엄마는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에 조금 가슴이 뿌듯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엄마의 말을 순수하게 기억하고 받아들여준 그 순수함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놈이 이 말을 이렇게 거두절미하고 확 풀어대니 우리가 어찌 웃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 애린은 근데 좀처럼 확 풀어 놓지를 않는다. 그러니 혜영이처럼 정확하게는 모르겠고 첫키쓰야 당연히 했겠지 하는 어림짐작만 할뿐.. 극구 부정을 하지 않는걸 보면 말이다. 자식도 여럿을 키우다 보니 아니 쟤네들 말로는 방목이라니까 그렇다고 해 두자. 여럿이라 방목을 하다보니 한 胎를 빌려 한 뱃속에서 나온 놈들인데 어찌 그리 다른지.. 내가 재주가 좋은건지, 특별한 능력이 있는건지, 세놈이 달라도 정말 어찌 그리 다른지~~~ㅋ
경제에 관해서도 세놈이 다 엇 박자 큰 놈은 무조건 손이 크다. 인심 쓰는데는 뭐 있지. 당할 자가 없다. 손이 큰 만큼 헤프기도 하고. 둘째는 뜻드미지근 아주 경제 개념조차도 희박한놈. 엄마것도 지꺼 아빠것도 지꺼. 언니것도 지꺼. 지것도 지꺼. ~~~엥 그러고 보니 이 애린이란 놈이 고수?! 모르겠다..ㅋㅋ
세째는 성격도 돈도 일도 정확한놈, 어려서 유치원때 컴퓨터게임에 아바타를 키우는건지 뭐 아무튼 그런 게임이 있다는데 어느날 게임을 하다말고 신경질을 막 내는거였다. 무슨 일이냐고 큰언니 혜영이 물으며 쫓아 들어갔다 나오더니 엄마 소영이는 이담에 사업가 시키면 되겠어 하면서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손으로 제입을 틀어 막아가며 큭크거린다. 성질내는 애 앞에서 웃다가 소영이 더 화를 낼까 봐 그러는 거였다. 말인 즉, 소영이는 공주를 키우고 싶은데 공주는 점수가 안나오고 무조건 회사 경영자 점수만 천정부지로 쌓여 간댄다. 이때부터 알아봤다. 경제관념이 얼마나 철저한지를.. 그럼 공부는? 그건 나도 말 못해 절대로.....ㅎ
얘기가 옆길로 샜지만 몇년전, 영화 이미숙 이정재 주연의 정사를 특선영화라고 해서 추석에 방영을 한적이 있다. 나는 그 영화가 보고 싶었으나 영화관에 가서 보는 기회를 놓쳤기에 이기회에 보아야겠다고 별렀다. 情事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묘한 여운도 그랬지만 그보다는 나는 그 영화를 통해 그녀 이미숙의 또 다른 연기의 일면을 보고 싶었다. 왜냐면, 그무렵 나는 이미숙 주연의 드라마를 TV로 보면서 이미숙이란 연기자에 대해 그간 내가 가졌던 이미지가 마침 많이 바뀌어 가던 때였다. 난 그녀를, 나와 일면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을 통해 듣는 가십과 항간에 떠도는 무수한 소문들로 인하여 무조건 배척하던 사람중의 하나였으므로.. 막 연예인이란 특성상 그들이 갖는 사생활의 단면만을 보고 그들의 연기력까지 무조건 배척 할 일은 아니라는걸 느끼고 있던 차 였다.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는 내가 생각했던것 이상 이었기에.
물론 배우는 공인이므로 사생활 관리가 중요한것도 당연하지만 연기자이기에 연기로서만 보아야겠다고 나 나름의 이중적인 잣대를 확실하게 적용해야지 하고 생각케한 계기였다고나 할까. 근데 나는 둘째 놈 애린의 방해로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 영화를 보겠다고 하니까 엄만 그 영화를 보지 말란다. 왜냐고 물으니 엄마는 그런 영화를 보면 안돼요~ 에비야 에비! 하고 애교반 협박 반으로 말린다. 지들이 다른 프로를 시청하고 싶어 그런가 하면서 엄마가 보아도 안되는 에비인 19금 영화를 그럼 넌 벌써 봤단 말이냐고 물으니 킥킥대며 그렇단다. 그때 그놈이 고2땐가 3학년땐가 그랬다.
전부터도 워낙 미드와 영화를 좋아하는 그놈이 외화를 열심히 볼때 어쩌다 같이 있게 되면 엄마와 딸이 같이 보기엔 좀 어색하고 민망한 장면들도 있게 마련, 그럴때마다 애린은 지가 자리를 비키는게 아니라 큭큭대며 달려들어 꼭 어미인 내 눈을 가리는 차단법을 쓰고 저는 다 보아 어이상실케 하는데는 탁월했다.
요즘 청소년들의 성에 관한 인식은 예전 우리들이 알던 것과는 天壤之差다. 오늘낮에도 종편 채널 14번에서 청소년들의 성 교육 어떻게 하는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와 정식채널을 통한 성교육이 아니라 이미 그들이 갖고 있는 편협한 성 지식과 인식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논의가 현장박치기란 타이틀의 프로그램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세대엔 그 어디서도 들어서도 말해서도 안되는 금기어 였고 지금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고 성에 관한 담론이 자유로워졌다고는 하나 부모와 자식간엔 아직도 말하기도 말 안하기도 불편한 진실임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애린 이놈은 언제나 이렇게 용감무쌍하다. 농도 짙은 키쓰 seen이나 애무 씬 좀 남사스럽고 민망해 못볼걸 본다 싶으면 우웩 우웩!~ 토악질 도 잘하구~~~~~~~~~~~ㅠㅠ
2012.10.16. 화. 자정 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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