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만 매진했던 심사정은 중국과는 다른, 새로운 양식의 ‘조선 남종화풍’을 만들어냈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양털을 풀어놓은 듯 곱슬곱슬한 선으로 그린 〈고산소사〉, 소라껍질 같이 둥글게 말려 올라간 산봉우리를 그린 〈산수도〉에는 심사정만의 독특한 표현법이 담겨 있습니다.

〈고산소사〉(1761년, 왼쪽)와 〈산수도〉(?년)
신분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심사정은 정통 회화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표현 방법인 손으로 그리는 지두화를 비롯해 정선과는 다른 금강산 그림이나 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화조화’와 ‘달마도’ 등 다양한 그림을 선보였습니다. 평생을 그림이란 배에 몸을 싣고 항해했던 심사정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 8미터가 넘는 종이에 담채로 자신의 모든 기량과 솜씨를 오롯이 쏟아 〈촉잔도〉를 그렸습니다.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묵묵히 살아낸 심사정의 인생과 예술이 짜임새 있게 담겨 있습니다. 예순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애잔한 삶은 세월 속에 묻혔으나 그가 남긴 3백여 점의 작품이 그의 삶을 기품 있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차례
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 | 죄인의 자손으로 | 화가의 길로 들어서다 | 화보를 공부하다 | 아회의 친구들 | 닷새 동안의 벼슬 | 양반을 포기하다 |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 첫 문 밖 여행, 금강산 | 마음 가는 대로 | 씩씩한 기상의 매 | 달마야 놀자 | 손끝에서 피어나다 | 한양을 그리다 | 평생을 담은 그림
부록
심사정과 포도 그림 | 심사정에게 있었던 일 | 심사정처럼 해 보기 | 옛그림의 제목 읽기
글을 쓴 이예성 선생님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을 공부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심사정에 관한 국내의 대표적인 연구자로 꼽히며 여러 대학과 기관 등에서 한국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현재 심사정-조선남종화의 탄생》과 여럿이 지은 책으로 《조선왕실의 행사그림과 옛지도》, 《조선왕실의 미술문화》, 《한국의 미술가》 등이 있습니다.
온 가족이 보는 전기식 화집, 나무숲 ‘어린이미술관’ 제18권
《심사정-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
오래 전 심사정의 그림과 그의 삶을 만났을 때,
우리에게도 이렇게 멋진 화가가 숨겨져 있음에 놀랐습니다.
그림 한 점 한 점과 그의 삶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신분 하강으로 가리워진 그의 그림 세계를 알리고 함께 즐기고 싶어졌습니다.
심사정의 인생 역작〈촉잔도〉에는 대자연의 위대함 속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개미처럼 작지만 끊임없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
바로 이 그림의 진짜 주인공이었습니다.
한평생을 그림 속에서 살아낸 심사정을 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사정 연구의 전문가인 지은이가 풀어놓은 친절한 그림 설명은 그대로 심사정의 삶이었습니다.
‘어린이미술관’ 시리즈에 소개된 윤두서, 정선, 김홍도 등 조선 시대의 다른 화가들과 더불어
현재 심사정과도 더욱 친근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