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혈액 이상 비파괴검사 근로자, 빈혈약 먹고 살인적 업무 처리 

[짱구]

혈액 이상 비파괴검사 근로자, 빈혈약 먹고 살인적 업무 처리

“업체 안일대처 병 키워” 근로자 가족 분통
2010년 원자력안전위, 6개월 영업정지 조치

울산의 조선소에서 선박 용접부위에 방사선을 쏴 품질결함을 찾아내는 일을 해 온 비파괴검사 근로자들이 병원에서 혈액이상 진단을 받자 빈혈약이나 철분제를 복용하면서 계속 같은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선 비파괴검사업체 K사는 혈액이상 진단을 받은 직원들에게 “빈혈약 먹으면 괜찮아진다”, “담배부터 끊어라”는 식으로 대처하다 결국 백혈병을 키웠다는 가족들의 증언도 나왔다.

7일 방사선 과다피폭자 가족들에 따르면 매년 ‘정상’이던 건강진단서에 ‘혈액 이상’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따라붙기 시작한 건 입사 5~6년차부터였다. 의사는 “혈구수치가 떨어지고, 빈혈증세도 있다”고 했다.

방사선 과다피폭으로 인한 증상이었다. 방사선작업 종사자가 매년 백·적혈구 수 등의 혈액검사와 심폐기능검사 등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서는 방사선작업 종사자에게 △매년 건강진단을 해 그 기록을 작성·보존(시행령 132조)하고 △개인 피폭선량이 한도를 초과하지 않게 관리(시행령133·134조)하며 △만약 방사선 장해를 받았거나 받은 것으로 보이면 지체없이 보건조치(시행령 135조)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혈액이상 진단을 받은 뒤로도 회사는 똑같은 작업량을 지시했다”며 “그렇게 몇 년을 더 버티던 중 2010년 4명이 처음으로 재검 진단을 받았는데 이 때부터 염증이 잘 낫지않고 호흡곤란이 오는 등 상태가 심각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이 K사는 방사선 피폭을 낮추는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직원들에게 개인선량계를 지급하지 않았고, 매년 6시간이상 받도록 규정된 정기교육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사실이 문제가 될까봐 근무일지는 허위로 작성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이런 사실은 비파괴검사 업체를 총괄 관리·감독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10년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K사에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울산출장소 직원 32명이 건강검진을 다시 받도록 했는데 2명이 이상진단을 받았다”며 “다량의 방사선은 인체를 통과하면서 이온화 작용을 일으켜 염색체를 손상시키는데 혈액, 그러니까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에 이상이 생겼다는 건 과다피폭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사 직원들의 건강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 하고 있다”며 “사업주가 근로자들에게 방사능이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정기교육만 받게 했어도, 그리고 개인선량계만 잘 확인했어도 이런 사태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비파괴검사 종사자 중 백혈병 진단을 받은 건 K사에서만 3명이고 다른 1명은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고 특별관리 중이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작년 9월 기준) 결과, K사처럼 방사선 비파괴검사를 하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52개소이며, 4,457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사선을 포함한 전체 비파괴검사 업체는 110곳 7,000여명(사무직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