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김학의·월성원전·이스타 수사팀장 모두 바꿨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 역대 최대 규모
대검찰청./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직제개편안을 반영한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25일 시행했다. 고검 검사급 652명과 평검사 10명 등 총 662명이 자리를 옮겼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등 정권 비리 관련 주요 수사팀 핵심이 이번 인사로 대거 교체됐다.
◇정권 비리 수사팀, 필수보직 기간 채우지 못하고 이동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 2부장으로 이동했다. 법무부가 다음주 국무회의 상정예정인 직제개편안에 따라 이날 인사를 내면서 이정섭 부장은 필수 보직 기간인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수사팀을 떠나게 됐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청와대의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관련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을 구속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에 임명됐다. 이상현 부장검사를 제외한 이들 모두 필수 보직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친정부 성향 검찰간부는 핵심 요직 꿰차
반면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은 검찰 간부들은 핵심 요직을 꿰찼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임명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감찰·징계를 주도한 박은정 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수도권 핵심 검찰청인 성남지청장에 임명됐다.
윤 전 총장 장모와 아내사건을 수사했던 정용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반부패강력수사1부장으로 영전했다. 법무부 전·현직 핵심 간부들도 모두 영전했다. 작년 윤 전 총장 징계위 실무를 맡은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서울중앙지검 4차장에 임명됐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중앙지검 2차장에, 진재선 서산지청장(전 법무부 검찰과장·정책기획단장)이 3차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보좌했거나 쓴소리 검사들은 한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검찰 간부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대부분 비(非)수사 부서인 고검 검사에 임명되는 등 한직에 머무르게 됐다. 2019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여주지청장은 수원고검 검사에 임명됐다. ‘조국 무혐의’를 주장했던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했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는 같은 검찰청 인권보호관으로 자리만 옮겼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윤 전 총장을 보좌했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은 부산고검 검사, 손준성 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은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임명됐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강하게 비판했던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보호관은 광주고검 검사로 옮긴다.
★검찰 개편안, 권력형 범죄 수사 못하게 형사부에 ‘재갈’
검찰 직제 개편안 입법 예고… ‘법무장관의 수사 승인’은 빠져
전국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 수사 기능을 제한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대통령령)이 18일 입법 예고됐다. 전국 25개 지청(支廳)이 직접 수사를 하기 전에 법무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은 비판을 받다가 최종안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일선 형사부에 ‘재갈’을 물리는 장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적으로,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는 앞으로 ‘6대 범죄’ 중에서 부패, 공직자, 선거, 방위 사업, 대형 참사 등 5가지 사건을 인지(認知) 수사할 수 없고, 고소된 경제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일선 형사부에 재갈 물려”
이번 직제 개편안에는 반부패부가 따로 없는 일선 지검과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려 할 경우, 해당 검찰청의 형사부 말(末)부가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서는 “임기 말 검찰의 ‘정권 수사’를 차단하는 조항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며 “법무부 장관의 ‘지청 수사 사전 승인’ 조항을 삭제하며 정권이 양보한 것 같지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직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수원지검에서 진행해 왔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와 같은 케이스는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3부가 수사해 왔는데, 2019년 ‘김학의 성 접대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가 부장검사로 있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식의 사건 배당은 불가능해지고 게다가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이는 상위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소송법 196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돼 있다. 그동안 사건의 성격과 긴급성에 따라 대검에 사후 보고하는 경우도 용인이 돼 왔는데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중간 간부 인사로 직제 개편 뒷받침
한 검찰 관계자는 “친정권 검사들을 형사부 말(末)부 부장에 앉히면 모든 정권 수사를 손쉽게 틀어막을 수 있는 구조로 직제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직제 개편안 시행 이후, 수원지검 형사3부의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하고 있는 ‘청와대의 김학의 기획사정 의혹’ 사건까지 수사 주체(부서)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학의 사건'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에 모두 연루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를 막기 위한 ‘맞춤형 직제 개편안’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법무부는 이번 직제 개편안의 국무회의 통과 이후, 이르면 이달 말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대규모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박범계 법무장관이 기존 직제 개편안에 대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반대 의사를 일부 받아들여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뒤, 곧 있을 검찰 간부 인사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직제 개편안에는 별도로 운용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와 강력부가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다만, 부산지검 강력범죄형사부는 반부패·강력수사부로 명칭과 기능이 바뀌는 데 이는 김오수 총장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 반부패부는 조국 전 법무장관 시절인 2019년 10월 폐지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