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3번째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코비박'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라고 백신 개발사인 '추마코프 센터'의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이 7일 주장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이날 "연구 결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코비박' 백신의 면역 효과는 기존 변이 바이러스(영국발 알파 변이종)와 비교하더라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는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1.6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확산 여부를 지켜보는 변이종이다.
추마코프 센터, 델타 변이에 대한 '코비박' 효과 발표/얀덱스 캡처
'델타 변이'에도 예방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코비박'은 스푸트니크V와 화이자 등 다른 백신들과 달리 '죽은(비활성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몸속에 주입해 인체의 면역 기능의 강화하는 백신이다. 임상 1, 2상 결과에 따르면 예방 효과는 80%를 웃돈다.
'코비박'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설은 지난 3월 중앙일보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이제는 위탁생산을 넘어 '백신 주권'을 거론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보도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내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코비박' 백신의 위탁생산을 주도해온 MP코퍼레이션(MP Corporation, 이하 MPC)은 ‘코비박’의 글로벌 판권과 독점 생산권을 가진 '팜바이오-테크'(Pharm Bio-tech)의 지분 37.5%를 인수하는 본계약을 (팜바이오-테크와)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MPC는 '코비박'의 한국 위탁생산 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MPC는 나아가 해당 기업(팜바이오-테크)과 '코비박' 생산과 판매, 유통을 위한 조인트벤처(JVC)를 국내에 설립해 한국과 아세안(ASEAN) 국가에서 먼저 본격적인 백신사업을 영위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MPC 측은 총 계약금액에 대해 상호 보안 사항이라 당장 밝힐 수는 없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알리겠다고도 했다.
일부 매체는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빠른 시일내에 '코비박'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중앙일보 보도(단독)를 시작으로 쏟아진 국내 언론들의 MPC 관련 보도를 이번 발표와 비교해 보면 달라진 점도 눈에 띈다. 당시 언론들은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퍼레이션(Moscow Partners Corporation· 이하 MPC)'이 지난 달(2월) '코비박' 백신을 개발한 '추마코프 센터'와 위탁생산 및 한국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의 총판 권리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추마코프 센터'와 맺은 MOU와 실제적인 내용은 같으나, '팜바이오-테크'와 국내에서 조인트벤처(JVC)를 설립해 한국과 아세안 국가에서 백신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사업 형식이 바뀐 셈이다.
코비박 백신(위)와 추마코프 센터내 생산시설/현지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코비박' 백신의 국내 생산설은 처음 보도됐을 때부터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추마코프 센터'가 갖는 이름 때문이다. 60년전 불활성화 방식으로 소아마비 백신을 처음 개발하는 등 국제적 명성이 높은 '백신 개발 전문 연구소'다.
게다가 '코비박'이 러시아보건부에 등록된 게 2월 20일인데, 3월 4일자 기사에 국내위탁생산 MOU 체결 사실이 실렸으니, 한국보다 더 빠른 러시아(추마코프 센터)의 일처리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MPC가 인수했다는 '팜바이오-테크'란 법인이다. 국내 언론들의 기사는 궁금증만 남긴다. ‘코비박’의 글로벌 판권과 독점 생산권을 가졌다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및 유통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같은 권한을 가진 조직인데, 조직에 대한 설명를 찾아볼 수 없다.
과거 기사(뉴스핌, 이투데이, 팜뉴스 등)를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면, 지난 3월 20일 '추마코프 센터' 핵심인력의 방한 당시, '코비박 백신의 글로벌 생산·판매를 위해 ‘스마트바이오텍(Smart Biotech)’의 대표이사 및 핵심 인원도 동행할 계획'이라고 나와 있다. 당시 기사들은 '스마트바이오텍은 추마코프 센터가 설립한 러시아 영리법인이라고 소개했다.
이투데이는 '스마트바이오텍' 관계자들의 방한을 '코비박' 백신의 개발부터 생산, 제품화, 유통 등 상업화까지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내 언론 기사로만 보면 '스마트바이오텍'이 3개월여 만에 '팜바이오-테크'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봐야 한다.
러시아어로 검색
영어로 검색
'스마트바이오텍'이든 '팜바이오-테크'든, '코비박' 백신의 글로벌 판권과 독점 생산권을 가졌다면, 어떤 조직(기업)일까? 러시아 포탈 사이트 얀덱스(yandex.ru)에서 팜바이오=테크를 검색하면 사이트는 없다. 영어로 팜바이오-테크 (Pharm Bio-tech)는 인도 제약사의 사이트다. 러시아어 (ФАРМ БИОТЕХ)로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기업 분석 컨설팅 회사의 자료에도 사이트는 없는 것으로 나온다.
기업 분석 컨설팅 회사의 자료에서 확인되는 '팜바이오-테크'는 러시아 외곽 혁신도시 '스콜코보'에 주소를 둔 매출이 없는 회사다. 2017년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나와 있으니, '추마코프 센터'가 설립한 영리법인과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러시아 기업분석 회사가 올린 팜바이오-테크 재무제표(위는 구글 번역본)/캡처
러시아 기업분석 회사가 올린 팜바이오-테크 개요. 아래는 구글 번역본/캡처
이슈무하메토프 소장 등 '추마코프 센터' 해심 인력들의 방한에 직접 관여한 MPC 한 고위 관계자는 5일 '팜바이오-테크가 어떤 기업이냐'는 '바이러시아'(buyrussia21.com)의 질문에 "추마코프 연구소(센터) 방한(사업)만 마치고 상호 경영상의 이견으로 사직했다"며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사직 이유로 '코비박' 사업에 대한 의견 차이 정도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팜바이오-테크' 지분을 확보한 MPC는 이제 '추마코프 센터' 측과 어떤 관계를 가져가는 것일까? 순전히 '팜바이오-테크'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일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비박'은 현재 '추마코프 센터'측이 보유한 자체 생산시설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지난 5월 초 "센터내 생산 시설은 연간 1천만 도즈(1회 접종분) 규모여서 오는 6월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현지 생명공학회사 나노렉(Nanolek)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안과 생산 공장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그는 백신의 품질 보증을 들었다. 백신은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 곳에나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단시간에 많은 양을 품질 기준에 맞춰 정확하게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같은 달 26일 그는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코비박 백신의 생산을 위해 외국 기업과 어떤 파트너쉽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6월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2021)에 참석한 러시아 제약사 '나놀렉'의 블라디미르 흐리스텐코 대표는 "'추마코프 센터' 기술진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우리는 백신 생산 준비를 매우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생산 시설에 대한 (밸리데이션. 제조 공정 검사) 승인이 끝나는 늦여름부터 '코비박' 백신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추마코프 센터 핵심인력이 참석한 컨퍼런스/사진출처:MPC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이 끝난 직후 이슈무하메토프 소장 등 '추마코프 센터' 핵심 인력들이 6월 15일 중앙일보S 주최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백신에 관한 학술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들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 대비, 바이러스에 대한 최적 대응방안 마련'에 대한 컨퍼런스에서 '코비박' 백신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중앙일보 측과 단독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질문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한국내 '코비박' 위탁생산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의 중앙일보 인터뷰/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MPC 관계자는 '팜바이오-테크' 지분 인수와 관련, 국내 언론에 “기투자된 웰바이오텍과 휴먼엔 등과 함께 본계약을 맺을 넥스턴바이오의 자금지원으로 (러시아측과의) 본계약에 따른 잔금을 이미 모두 확보된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코비박의 독점적 판권과 생산권을 가진 러시아 팜바이오-테크의 의미 있는 주주로 등극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