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 19,21-27; 루카 10,1-12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기념일입니다. 예전에는 대축일이었는데, 기념일로 바뀌어서 좀 서운하네요. 본래 성녀의 기념일은 10월 3일이었는데요, 1969년 전례력 개정 때 날짜가 10월 1일로 옮겨졌습니다.
성녀께서는 1897년 9월 30일에 선종하셨는데, 그날은 예로니모 성인 기념일이고, 10월 1일은 프랑스의 수호성인이었던 성 레미지오 기념일이기에, 비어 있는 날짜였던 10월 3일에 데레사 성녀를 기념하다가, 선종하신 날과 가까운 10월 1일로 옮겨진 것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선교지역이기 때문에 선교의 수호자이신 소화 데레사 성녀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 기념일을 대축일로 지내다가, 2017년 새 ‘로마 미사 경본’이 시행되면서 보편교회의 전례력에 따라 기념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1873년 프랑스에서 2남 7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셨습니다. 그중 넷은 어릴 때 세상을 떠났고, 다섯 딸들만 성장했는데 모두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네 살 때 어머니를 여읜 성녀는, 13살이 되던 해에 가르멜 수도자가 될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수도회에서는 21살 이후에 입회를 받아주겠다고 합니다.
데레사 성녀는 14살 때에 아버지를 따라 한 달간 이탈리아로 성지순례를 가셨는데요, 레오 13세 교황님을 알현한 성녀는, 교황님께 자신의 입회를 허가해 달라고 말씀해 달라는 청을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15살에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한 성녀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라는 수도명과 함께 ‘예수님의 거룩한 얼굴’ 즉 ‘성면’의 데레사라는 두 번째 수도명을 사용하는 것도 허락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작은 꽃’이라는 뜻의 ‘소화 데레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지요.
스물네 살에 결핵으로 선종하실 때까지, 하느님께 내어 맡김, 단순함, 겸손, 작은 길의 영성을 사셨습니다.
성무일도 제2독서에 보면, 성녀께서 당신의 진정한 성소를 깨닫게 되시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는데요, 바로 어제 ‘거룩한 독서’ 시간에 다루었던 코린토 1서 13장의 말씀을 묵상하시던 중에 그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십니다.
선교사가 되고 싶고, 사제가 되고 싶고, 순교자가 되고 싶고, 사도처럼 복음을 전하고 싶으셨던 데레사 성녀는, 그러나 현실은 작은 가르멜 수녀였다는 사실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녀의 심정을 이해라도 하신다는 듯, 바오로 사도는 성녀의 진정한 성소가 무엇인지 2천 년 전에 기록해 놓으셨으니, 이것이 바로 성령의 감도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욥은 말합니다.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내가 기어이 뵙고자 하는 분, 내 눈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분을 보리라.”
우리도 하느님을 뵙고 싶지만, 그 열망은 하느님 나라에서 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코린토 1서 13장에서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시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하고 선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이러한 선교사의 삶을 열망하면서도, 그럴 수 없는 처지에 가슴 아파하시다가 무엇이 이러한 선교를 가능하게 하는지를 깨닫고 실천하셨습니다.
성녀의 자서전 내용을 옮겨 드리겠습니다.
“묵상할 때 이 간절한 원이 순교에 못지 않은 고통이 되어서, 무슨 대답을 찾을 양으로, 성 바오로의 서간집을 폈습니다. 코린토 1서 12장과 13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에는 모든 이가 한꺼번에 사도와 예언자와 학자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없다는 것, 교회는 여러 가지 지체로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눈은 동시에 손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대답은 분명하였지만, 제 원이 채워진 것은 아니었고, 평화가 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
거룩한 교회의 신비체를 살펴보니, 성 바오로께서 설명하신 아무 지체에서도 저를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아니 오히려 모든 지체에서 저를 찾아내고자 하였습니다. ‘사랑’이 제 ‘성소’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저는 만일 교회가 여러 지체로 이루어진 몸을 가졌다면, 모든 기관 중에 제일 필요하고 제일 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였습니다. 교회에는 심장이 있고, 이 심장에는 사랑이 불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교회의 모든 지체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 사랑이 꺼질 지경에 이른다면, 사도들은 복음을 더는 전하지 못할 것이고, 순교자들은 피를 흘리려 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은 모든 성소를 포함한다는 것, 즉 한마디로 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너무도 미칠 듯이 기쁜 중에 부르짖었습니다. 오 제 사랑이신 예수여! 제 성소를 마침내 찾았습니다. 제 성소는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제자리를 찾아냈습니다. 하느님, 이 자리를 제게 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십니다. ‘어머니이신 교회의 마음’ 속에서 저는 ‘사랑’이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되겠습니다. 이래서 제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1895년
출처: Thérèse of Lisieux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