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개봉까지 꼬박 6년이 걸렸네요. 막상 일반에 선보인다니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떤 평가가 내려질 지 걱정도 됩니다』
「하늘색 고향」 개봉 준비로 나흘째 사무실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당찬 목소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김소영(크리스티나.35.인천 간석2동본당)씨를 서울 홍익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하늘색 고향」은 1937년 구 소련 스탈린 시대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한인들의 이주사와 삶의 애환을 우즈베키스탄의 공훈 화가 신순남의 대표작 「레퀴엠」을 주제로 엮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1997년 기획과 촬영을 시작해 2000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지만 그간 일반 개봉관을 찾지 못하다가 이번에 극장 상영된다.
『터전을 빼앗기고 강제이주 당하는 고통을 겪었던 이들의 삶이 정작 우리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소외된 채 잊혀져 가는 역사에 관심이 많던 김감독은 강제 이주 한인들의 삶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게다가 신화백의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수녀를 연상케 하는 흰색 두건과 십자가, 촛불은 신자인 김감독에게 더욱 친밀하고 애절하게 다가왔다.
『주일학교 시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베푸는 사랑이 곧 교회의 사랑이라고 들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보여주고 또 아픔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작, 기획, 시나리오, 편집에 감독까지 맡는 강행군에 제대로 된 신앙생활은 못했지만 영화 곳곳에는 김감독의 신앙이 배어 나온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흐르는 기리에(Kyrie,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는 신인 음악가 현덕(프란치스코)씨가 작곡한 것으로 이주 한인들의 애끓는 한을 교회에서 사용하는 진혼곡으로 결말지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6개월간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며 「그래도 난 돌아갈 내 나라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향조차 잊어버린 이주 한인들의 모습에서 우리 역사 속 참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 영화 하늘색 고향은
하늘색 고향은 신화백의 삶과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러시아에 정착했던 한인들이 강제 이주 당한 뒤 겪어야 했던 고난의 세월을 담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여과 없이 표출해 내 2000년 9월 서울 국제 다큐멘터리 영상제 「대상」, 2001년 제13회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한국 최초 경쟁부문 초청, 2002년 12월 대만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NECPAC」상 수상 등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2000년에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주아트센터 아트큐브 극장에서 매일 6회 상영된다.
※문의=(02)2298-5924 씨네마야, www.sky-bl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