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호 /시인
포장마차에서 술꾼들의 애용 안주 중에 닭똥집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닭의 모래주머니를 일컫는 것이다. ‘닭의 모래집’ 또는 줄여서 ‘모래집’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닭똥집’이라고 냄새나게 부르거나, ‘모래주머니’라고 표준어로 부르거나 둘다 내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제도에 닭똥집을 가르키는 우아한 말이 있다. 바로 ‘닭밤’이다. ‘닭의 밤’, 이 모래주머니가 밤톨 같이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밤’에는 닭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숭어밤도 있고 전어밤도 있다. 크기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밤톨 모양으로 생김새가 거의 같다.
이 밤은 맛이 좋아서 ‘숭어밤을 먹으면 숭어 한 마리 다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전어밤은 내장과 같이 젓갈로 만드는데, 호남지방에서는 ‘돔배젓’이라 부르며 아주 귀한 음식으로 대접한다.
☆ 전어(錢魚) : gizzard shad (모래주머니 청어)
따라서 구수한 말인 ‘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닭똥집구이 주세요.’ 보다 ‘닭밤구이 주세요.’가 얼마나 다정하고 맛있어 보이는가.
게 꼬막 지키듯이
한편 ‘게, 꼬막 지키듯이’라는 말이 있는데, 참으로 재밌는 표현이다. ‘바닷가의 게가 꼬막이 입을 벌려 그의 발이 살그머니 나오면 그를 잘라먹기 위하여 세월 가도록 집중하여 지키고 있듯이’라는 인내심 요하는 상황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다.
약간 부질없는 지킴을 빈정대듯이 말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문장을 만들어 보자면,
“니 그렇게 꼬막 지키듯이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
■ 가을전어의 또다른 별미 ‘전어밤젓’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전어.
찬바람이 나는 계절 콩대불에서 지글지글 구워먹는 전어가 제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가리 속에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따라붙듯 예전부터 전어는 기름이 많아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생선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람들이 가을전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려니와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가을전어는 봄, 여름보다 3배 많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있는데다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DHA와 EPA를 유독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어를 계속해서 오래 편식해는 안된다. 전어에 들어 있는 티아민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뇌세포를 파괴해 악어와 같이 생명력 강한 동물조차 좀비로 만든는 강력한 성분이다
한편 구워먹어도, 회무침으로 먹어도 맛있는 전어는 또 한가지 별미가 있다.
바로 전어밤젓이다.
전어를 손질하다보면 타원형의 완두콩만한 밤이 나오는데 이것을 소금에 보름정도 절였다가 갖은 양념을 해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전어속젓, 돔배젓, 밤젓이라고도 하며 소금에 너무 많이 절이면 짜서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없으므로 너무 짜지 않게 절여야 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만들어요>
1. 싱싱한 전어의 내장 중 밤만 골라 소금물에 살짝 씻어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2. 1에 소금을 섞어 항아리에 담고 밀봉하여 그늘에서 보관한다.
3. 15일정도 지나면 알맞게 익는데 먹을량 만큼만 덜어낸다.
4. 풋고추와 마늘을 큼직하게 썰어 삭혀 둔 전어밤적솨 함께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