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12-11-25 22:40 조회 : 1834 |
| | | 소방관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진화
그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주말 점심으로 국수를 끓이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확인을 했더니 몇 분 전에 부재 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거려서 못 견디겠다는 말씀에 곧 달려가겠다고 했지만, 구급차를 불러서 타고 가야 하나 병원에 보내달라고 해야 하나 생각에 두서가 없었다. 곧 이어 동생이 119에 구조 요청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택시를 잡아탔는데 주말이라 얼마나 길이 막히고 시간이 지체되는지 몹시 조바심이 났다. 평소에 십 분이면 되던 거리를 이십 분 넘게 걸려 도착 했더니 집은 이미 텅 비어있었다. 119 구조대가 먼저 다녀 간 것이다. 어지러운 방안을 들여다보고 당시의 위급한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번개처럼 출동한 119 구급차는 인근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당도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연결을 해주었고, 의사는 위급한 상황이니 만큼 전화로 동의를 받고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뜻밖에도 어머니는 심근경색이었는데 마침 심혈관센터에 근무 중인 전문의가 막힌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해주었다. 119에 신고를 하고 병원까지 후송하여 시술을 결정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이 30분에 불과했고, 시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기면서부터 어머니는 빠른 회복을 보이셨다. 119 구조대의 도움과 병원의 신속한 의료서비스로 어머니는 만 80세 생신을 며칠 앞두고 다시 살아나셨다.
중환자실 첫 면회를 마치고 후송을 해준 소방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써 보냈다. ‘오늘 오후 1시 경 OO동에서 S병원으로 후송하여 준 이OO 할머니의 딸입니다. 신속한 후송과 조치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는 시술 잘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입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정말 다행입니다. 진심으로 빠른 회복을 빕니다.’ 소방경찰들이 그렇게 가까이 있는지 미처 깨닫지를 못하다가 큰 도움을 받은 것에 감사드린다.
다음에 외국에 살고 있는 셋째 동생에게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했고, 동생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쿠웨이트에 있는 둘째 동생과 지구촌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이 페이스북을 보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세 나라에 사는 사남매는 마치 한 자리에 모인 듯이 그룹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상황을 주고받으며 의논을 했다. 틈틈이 블로그와 카카오스토리에도 궁금해 하는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새로운 소식을 올렸다. 수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인지 어머니는 삼박사일 만에 퇴원을 하셨다.
그 사이에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문자 메시지로 부고가 날아들었는데 교우인 베테랑 소방관이 화재현장에 나갔다가 희생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쉰 살이 넘어 결혼을 했고 겨우 일 년 동안 행복하게 살다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다니 홀로 남은 분에게 무어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늦은 결혼을 한 후 밝고 환한 얼굴로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본인은 얼마나 슬프고 가슴이 아플까. 유난히 성품이 온유하고 선행과 기부에 힘을 쓰던 분이 그렇게 빨리 하늘나라에 가시다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그 분의 죽음으로 한 달에 한 명 꼴로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고 안전을 위한 위치추적기와 보호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속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안전도 지켜져야만 한다.
고마운 소방관들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새 생명을 얻으셨고, 같은 날 다른 소방관 한 분은 잔불을 확인하러 화재현장에 들어갔다가 돌아가셨다. 고마움과 안도감, 숙연함과 안타까움이 교차되는 곳에 119 구조대와 소방관이 있고, 기도와 도움을 요청하는 도구로 SNS(Social Network Service-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있다. 전국 어디서나 통하는 119와 세계 어디나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한 SNS를 통해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앞으로 누군가 SNS를 통해 기도와 응원을 요청할 때는 기꺼이 민첩하게 의용 소방대로 나설 일만 남았다. |
| 김권섭 | 12-11-26 07:54 | | 정보화사회,소방대119, SNS는 그 위력을 단단히 발휘했습니다. 농업중심의 자연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소위 문명이라는 것이 대두하여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편리하면서도 위험한 것들이 등장하여 인간을 살리고 죽이고 제멋대로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편리하면 그만큼 위험도 따르기 마련인가 봅니다. 하늘같은 어머님께서 구조받아 생명을 구하게 되었으니 축하드립니다.할렐루야! | |
| | 이진화 | 12-11-26 10:23 | | 김권섭 선생님, 홈페이지에서만 뵙다가 직접 뵈니 반갑고 흔쾌히 축가까지 불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먼 길 잘 내려가셨는지요. 벌써 연말 분위기인데 건강과 기쁨의 복 누리시기 바랍니다.^^ | |
| | 김권섭 | 12-11-26 10:31 | | 이진화선생님 반갑습니다. 어제 2부 사회 역시 아나운서 뺨치는 명 MC였습니다. 덕분에 즐겁고 신나는 '한국수필작가회'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끼와 재능을 자주 볼 수 있는 기회주세요! 감사합니다. | |
| | 이진화 | 12-11-26 10:49 | | 우리 작가회 선생님들이 모두 대단한 재능과 끼가 있으신데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예전에는 행사장 근처에 방을 잡아놓고 밤새도록 회포를 풀곤했지만 요새는 아무리 먼 곳도 하루에 왕복을 하시니 서둘러 마쳐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통영, 진주, 창원, 여수, 목포, 광주 ... 하루에 오가기 힘든 곳에서 와주신 선생님들 늘 고맙고 죄송합니다. | |
| | 임재문 | 12-11-26 08:47 | | 이진화 선생님 전상서 - 이진화 선생님 ! 오늘 이른아침에 멧세지가 날아들었습니다. 한국수필작가회 홈페이지를 한번 들여다 보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갤럭시 노트로 한국수필작가회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제일 먼저 들어온 곳이 바로 신작수필난 그리고 첫머리에 소방관 어쩌고 해서 아 ! 큰일났구나 ! 한국수필작가회 어디 불이 난 줄 알았지 뭡니까? 화들짝 놀라서 도대채 글 쓴사람이 누군가 하고 보니 이진화 선생님 ! 이진화 선생님이시라면 아무리 큰 불이 나도 벌써 진화 했겠구나 ! 하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존함이 이진화시니깐요 . 앞으로 그렇게 불이 난 것처럼 좋은 소식들이 더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 진화 선생님 !!!!!!! | |
| | 이진화 | 12-11-26 10:28 | | ㅎㅎㅎ... 임재문 선생님의 재미있는 해석에 한참 웃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글도 글이지만 불을 잘 꺼야되는 사명이 있다는 걸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의용 소방대 역할 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이진화 | 12-11-26 10:36 | | 김권섭 선생님, 저도 임재문 선생님과 같이 모바일로 쓰다보니 임 선생님께 드리는 답글이 선생님 글에 달렸습니다. 두 분의 유머와 위트로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날마다 평안하고 크게 웃는 나날 되소서. | |
| | 박원명화 | 12-11-26 16:42 | | 요즘 계절에 가장 적합한 글인 것 같습니다. 날이 추워질수록 우리는 불과 가까이 해야 할테니 말입니다. 어머니를 간호하신다더니 그게 이렇게 좋은 글로 탄생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도 이진화 선생님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정말 꼭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 |
| | 이진화 | 12-11-27 22:01 | | 박원명화 선생님,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 속에서도 작가회의 중요한 연중행사를 잘 마무리하느라 얼마나 속이 타셨을까요. 덕분에 한 해의 추수를 마치고 곳간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부디 짬짬이 휴식을 취하면서 본인 건강도 돌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애쓰셨어요.^^ | |
| | 강승택 | 12-11-26 16:49 | |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소방관과 SNS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명의 이기들이 자칫 사용자에 따라 악용되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는데 이번의 경우 정말 흐뭇하군요. 덕분에 모친님의 80회 생신이 더욱 빛났으리라 생각하며 축하드립니다. | |
| | 이진화 | 12-11-27 22:05 | | 강승택 선생님, 출판기념회 때 축가로 따스한 모닥불 피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음으로는 캠프 파이어라도 훨훨 태우고 싶었으나 여러가지 제약으로 미수에 그친 것이 아쉽습니다. 연극이면 연극, 노래면 노래, 어려운 부탁 드려도 늘 OK로 힘을 보태주셔서 고맙습니다.^^ | |
| | 정진철 | 12-11-27 02:40 | | 출판기념회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나뵈니 반가웠습니다 사회도 한두번해본 솜씨가 아니었습니다.너무 잘하셨어요 고마운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도 실감납니다. 문득 고마운 사람들을 찾아 보는 것도 의미있는일이라는생각이 드는군요. 년말이라 많이 감사하고 넘어가야 할것 같아요. 저도 오늘은 농사짓는분들에게 감사하는 아침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라동내 가락시장에 나가서 무우를 6단사고 갓6단 쪽파6단 대파,양파 그리고 마늘1관에 생강을 사다가 마나님에게 드렸습니다. 아니군요. 마나님이 같이 가셨군요 ㅎㅎㅎ 내일은 겨울내내먹을김장을합니다. 돈몇푼에 훌륭한 먹거리를 주시니 농부들에게 정말감사합니다, 동네에서 부인들 몇분이 김장을 도와주신다 합니다. 생태로 대접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상태는 못먹을것 같군요. 남자가 부인네들과 같이 앉아서 먹을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남의집일에 오신다니 이렇게 고마울데가 어디있습니까. 내일아침에는 생새우 1짝 굴2키로 생태, 배.를 사오라고 하셔서 갑니다. 아니군요~ 생선도매상에게 맞추어 놓았다고 돈주고 찾아오라고 하십니다. 어부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돈몇푼에 싱싱한 굴과 명태를 맛볼수있다는게얼마나 고맙습니까. 배추를 60포기 절여서 가져온다는데 옮기는 수단이 마땅치않아 오토바이 퀵에게부탁했더니5천원만 달라고 합니다. 얼마나 고맙습니까. 감사하는마음을 가지려고 해보니 기분도 좋습니다 ㅎㅎㅎ | |
| | 이진화 | 12-11-27 22:12 | | 정진철 선생님, 홈페이지에서 글로 뵙다가 출판기념회에서 직접 뵈니 반가웠습니다. 참 멋있고 맛있고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 상으로 겨우내 맛있는 김치를 드시게 되었느니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생각해보면 정말 두루 감사한 일들 뿐입니다. 특히나 제가 조금만 불쏘시개를 놓아도 따뜻한 글로 신작수필방을 풍성하게 밝혀주셔서 고맙습니다.^^ | |
| | 김용순 | 12-11-27 10:11 | | 이진화 선생님, 하마터면 큰 일 날뻔 하셨습니다. 심근경색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런데, 나는 새로운 문명에 대하여는 영 자신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후회막급입니다. | |
| | 이진화 | 12-11-27 22:19 | | 김용순 선생님, 큰 일 날뻔 했는데 신속한 치료로 팔순 연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른 회복을 보이십니다. 그리고 문명의 이기는 자주 접하면 익숙해지더군요. 기계와 별로 친하지 않아서 뒤늦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는 만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가평의 겨울이 따스하시길 바랍니다.^^ | |
| | 임병문 | 12-11-27 11:50 | | 진화! 목소리를 낮게 깔아봅니다. 그 와중에도 선생님의 함자가 안도와 안녕과 다행함으로 회자되고 있군요. 글쓰는 분들의 재치에 풍류마저 느껴집니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타인의 삶과 운명을 위해 헌신하시는 그들의 숭고한 자취, 선생님의 글을 통해 새삼 인식케됩니다. 위험한 계절(동절기의 화재와 노년의 건강)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글을 쓰셨습니다. 동절기, 선생님 건강하시고, 모든 어려움 진화! 하시어 항시 행복하시기바랍니다. 함자를 함부로 거론하였다면 무례를 용서해주시기바랍니다. | |
| | 이진화 | 12-11-27 22:31 | | 임병문 선생님, 제가 소방관에 대해서 쓰는 바람에 眞和가 鎭火가 되었습니다. ㅎㅎ...^^ 언젠가 백두대간에 큰 불이 났을 때 火-禍, 花-和를 연결하며 마음 속의 불과 평화에 대해 '궁리한 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수필집을 읽으며 풍부한 감성과 고전문학에 대한 조예에 놀랐습니다. 남은 2012년 즐겁게 보내시고 내년에도 승승장구하소서~!^^ | |
| | 김자인 | 12-12-17 14:16 | | 이진화 선생님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홈페이지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신작수필난은 더더욱 그랬습니다. 어머님이 새생명을 다시얻으셨으니 얼마나 기쁘세요. 실감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 |
| | 일만성철용 | 12-12-23 03:36 | | 119가 효자보다 나을 때가 있다더니 참인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아직 이용하지 않고 있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도 이제 시작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구요. 밤늦게 소방소 앞을 지나다가 119분들께 물은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 고가 사다리차는 몇 층까지 올라가지요?" / "15층이지요, 그걸 왜 묻습니까?"/ "우리집이 14층이라서요." 우리 장인께서 돌아가시던 날 119를 이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두 고마와서 119분께 금일봉을 드렸더니 거절하며 하시던 말이 생각납니다. "저희는 119 대원입니다." 그때 전 Korea가 살아있구나! 했습니다. 주옥 같은 글 이제야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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