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그 말처럼 아프리카 역사는 어둡다.아프리카는 15세기 지리상의 발견 시대이래 줄곧 식민의 땅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프리카는 20세기 중반 께부터 지난날 상흔을 넘어서려는 탈식민 (탈식민)의 땅이 되고 있다.
이른바 탈식민 작가 들이 검은 대륙의 존엄성을 되찾으려 나섰다.아프리카인들의 투박한 검은 눈망울 속에 담긴 아름다운 철학과 시를,검은 대륙의 자존심을 재발견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서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1930~).
그는 제국주의 깃발이 나부끼면서 총과 칼,혹은 새 종교에 의해 짓이겨졌던 검은 대륙의 서글픈 역사를 애절하게 들려준다.특히 60년대말 비아프라 내전에 휩쓸렸던 나이지리아 3대 종족(프라니족 요르바족 이보족),그 중 하나인 이보족의 풍속과 종교를 훌륭하고 철저하게 복원시키면서이다.
그는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심각하고 역설적으로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장편소설 신의 화살 (도서출판 벽호.권명식 옮김)은 아프리카의 존엄성과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그의 대표작이다.같은 나라 월레 소잉카의 소설 '해설자들' 이 노벨상을 거머쥐었던 86년,노벨상 후보에 나란히 올랐던 작품이다.
그의 출세작 '모든 것은 무너진다' (동쪽나라.임정빈 옮김)는 서구문명의 침략에 의한 이보족 전통과 문화의 붕괴과정을 야망의 사나이 오콩쿼의 자살로 보여준 식민초기의 얘기이다.
그에 비해 신의 화살 은 1920년대 이보족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고 영국의 행정관서가 들어서면서 이보족 부족종교가 와해되는 과정을 대사제(제사장) 에쩨울루의 고뇌와 파멸과정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 신의 화살 에 등장하는 우무아로 부족은 6개의 작은 마을이 합쳐 울루신을 최고신으로 모시는 이보족의 부락이고,주인공 에쩨울루는 울루신의 대사제다.
그런데 이곳에 새로운 신인 교회가 등장하면서 6개 작은 마을은 내분의 조짐을 보이고,울루신의 권위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소설의 제목 신의 화살은 최고신인 울루신의 활에 재어진 화살-대사제 에쩨울루를 암시한다.에쩨울루는 영국 관리가 부족의 왕으로 추대하겠다는 제의를 단연코 거부함에 따라 그의 권위를 회복하는 듯하지만 아들의 비극적인 죽음 따위로 권위의 파멸을 맞고,울루신의 권위도 철저히 붕괴된다.요컨대 울루신은 화살을 잘못 날렸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역사가 보여주듯 식민시대의 그 비극은 예정된 것이었기에 더욱 비극적이고 처연하다.그래서 울루신의 화살은 20세기 전후 식민경험을 치르게 했거나,치러내야 했던 나라 사람들의 가슴 저 밑바닥에 꽂히는 비극의 화살이 되고 있다.
영어로 쓰여진 이 소설에는 주장의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하려 속담을 즐겨 이용하는 지혜 따위 이보족의 풍습과 풍속이 아주 두텁게 재현돼 있다. 그러나 그 재현은 아프리카 비극의 역사를 통해서이다.그 점이 바로 아체베가 30~40년대 세네갈 작가 생고르 따위가 펼쳤던 나이브한 흑인문화 찬양운동인 네그뤼튀드 운동을 극복했던 지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