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공직자 ‘코인’ 보유 전수조사하고 재산공개 의무화하라
입력 2023-05-06 00:00업데이트 2023-05-06 03:40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가상화폐 위믹스를 대량 보유했다가 지난해 2, 3월경 모두 인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이 보유했던 가상화폐의 가치는 최대 60억 원 정도였다고 한다. 인출 시점은 그해 3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을 앞둔 때였다. 김 의원이 그동안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내역에는 가상화폐 관련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어제 “가상화폐의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예금과 채권 등을 합쳐 지난해 12억여 원, 올해는 15억여 원이었다. 김 의원은 가상화폐 규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의혹이 사실이라면 가상화폐의 가치가 신고한 재산보다 4배 이상 많은 셈이 된다. 공개된 재산은 실제 규모의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김 의원이 2021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 발의에 참여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도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내역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거래 금액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하루에 약 3조 원이고, 이용자는 627만 명에 달한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중에서도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2월 “코인으로 선거를 세 번 치를 정도는 벌어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극히 일부 공직자만 재산공개 과정에서 가상화폐 보유 사실이 알려졌을 뿐 대부분은 베일에 가려 있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부정한 재산 증식을 막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법에 정해진 의무 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핵심적인 재산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가 공직자의 재산은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회와 정부는 공직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및 거래 현황을 전수조사해 실태를 파악하고, 공개 대상 재산에 가상화폐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