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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작년 제대했습니다.
저도 역시 군대에서 십자인대를 다쳤는데요. 여기 들어오시는 여러분 중에 군대에서 다쳐서 그 과정은 어떻게 됐는지, 사건 처리는 어떻게 하는건지 자세히 모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경험을 토대로 하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일단 위병소 근무 중 돌진하는 차량에 무릎을 받쳤습니다. 그니까 공상이지요. 여기서 공상이라 함은 근무 중, 혹은 군 생활 전반에 관련된 군부대 내에서 누군가의 지시, 혹은 군에 관계된 업무를 하다가 다치는 것을 말합니다. 저 같은 경우 위병소 근무 중이었으니 당연히 공상이었지요. 이 공상 판정을 받느냐, 안 받느냐도 그 안에선 모르지만(치료는 일단 무조건 해주니까요.) 나와서 국가유공자가 되느냐, 마느냐의 기본 척도가 되니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튼 전역 3달을 앞두고 십자인대 다치고 나니 막막하더군요. 다친 분들 다 느끼셨겠지만, 전 무릎이 팍 돌아가는 순간 '이거 심상치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삼주간의 기브스, 그리고 군병원은 엠알아이 장비가 많이 없는 관계로 다친 후 한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했습니다. 그동안 일도 못하고 그나마 계급이 높아 눈치는 안 봤지만, 그 괴로움이란, 참...
여튼 엠알아이를 찍고 (원주) 춘천국군병원에 외진(군인들이 치료받으러 먼데로 가는 것)을 받으러 갔다가 십자인대라는 판정을 받고, 부대에서 휴가를 받아 대학병원을 찾아가니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왜 방치했느냐, 여지껏 뭘햇느냐..등등 해서
들은 이야기가 전방 십자 완파, 내측부 부분 파열, 활액막염 등 여튼 많이 다쳤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휴가 복귀하고 춘천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군의관이 물어봅니다.
너 수술할래? 하구요.
저는 그때까지 집에 다쳤다고 얘기도 안했습니다. 마음 아파하실까봐요. 혼자 수술동의서를 적고 얼마나 씁쓸하던지...휴가 나가서도 동생한테만 병원때문에 휴가나왔다고 하고, 집에는 그냥 포상휴가 왔다고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십자인대 다치고 한달 지나면 제대로 잘 걷잖아요^^;;
그렇게 수술을 축천국군병원에서 했습니다. 음악을 틀고, 마취 들어가고. 여차여차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수술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게 과연 군대에서 십자인대 수술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겁니다.
전문의 의사라고 하지만 아직은 젊은 그들이 무릎이라는 복잡한 부위를 수술하는 데 있어서 능숙하겠느냐, 하는 걱정과, 저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군병원의 열악한 실정(사실 열악합니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혹들, 군의료 사고 등.
그래서 군병원을 믿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현재 우리나라에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몇군데 되지 않습니다. 전방에선 수도병원과 춘천병원정도가 될 듯하고 후방병원도 수술을 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수술 후 요양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정도의 역할을 합니다.
집안형편이나 여러 사정때문에 군에서 수술을 하시게 되면 국군수도병원이 일반 사회 대학병원과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급 의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구요.
저같은 경우, 춘천병원에서 수술했는데, 담당의가 아무 이야기도 안해주고 바로 수술들어가길래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릅니다.
수술이 끝나고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타가건으로 했고, 부분파열은 그냥 정리만 했다. 내측은 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하다. 그 정도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 제가 군대에서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있었는데요.
전방 십자인대는 타가건(아킬레스건)을 썼고, 내측 인대는 다듬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병원 교수님이 어디서 수술했냐고, 꼼꼼하게 수술은 잘됐으니 걱정안해도 될 것 같다고. 군대에서 했다고 하니,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하면서, 타가건 비싼데 돈 벌었다고 그러더군요. 몸 다쳤는데 그깟 타가건 하면 뭐가 좋겠습니까만은 그런 이야기 들으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습니다.
여튼 제가 수술을 하고 제 담당군의관이 물어봤습니다.
너 '의병 전역할래?"
많은 분들이 의병 전역과 의사가 전역을 혼동하고 계시는데 분명하게 말씀드리자면 의병 전역은 자신이 근무 중에 다쳐서 그 활동 폭이 예전과 같지 않을 정도로 판명되어 제대하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의사사 전역은 말 그대로 개인의 사정 (자살 시도를 여러번 했다거나, 성격적 장애등) 때문에 제대하게 되는 것을 뜻하고, 앞의 의병전역은 전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회에서 생활하기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수술 후 제대가 1달 뒤어서 의병 전역을 하기 너무 아까웠습니다. 말 그대로 아까웠구요. 담당군의관과 상의하고 양해를 구한 결과 춘천 국군병원에서 몸조리를 하고, 말년 휴가 하루 전에 자대 복귀해서 전역을 거쳐 만기전역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솔직히 아깝잖아요...한달 남았는데...
그렇게 저는 제대를 했습니다.
후방 같은 경우, 군병원에서는 수술을 집도해주지 않습니다. 그만큼 위험성이 있어서 해주지 않고요. 해준다고 해도 받으면 안됩니다.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방 같은 경우 워낙 많아서(정형외과 5분의 1이 전방 십자인대 환자...저 있을 땐 대략 20명 정도?) 수술도 굉장히 능숙하게 잘하는 게 아닐까, 하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군의관 한명당 일주일에 전방 십자만 수술이 두번씩 있다고 하니...^^:;
그리고 보조기도 군에서 다 주고요. 보조기는 거의 최신형이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 중에 하나는 군 병원도 나름대로 괜찮은 면도 있고, 제 수술을 집도해주신 군의관님은 정말 말 그대로 너무 열심히 해주셨다는 겁니다. 제가 운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군대에서 다치셔서 여러가지 질문 올리시는 회원분들 많으신 것 같은데, 이후 공상처리나, 재활에 대한 거, 그리고 국가유공자가 되는 과정까지 궁금하신 분들은 메일 주시거나 요청해 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참! 그리고 이제 수술 1년 3개월이 넘어가는데, 이제 달리기도 잘하고 그럽니다. 하지만 가끔 미끄러지면 나도 모르게 무릎부터 잡게 된다는...^^;;
모두들 추운 겨울 무릎관리 꾸준히 잘합시다요들~
첫댓글 지금 남친도 대전 통합병원에서 수술했는데.. 11월 22일날 수술했습니다. 잘 됐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것 같지만.. 님이 써주신 글 읽으니 맘이 좀 편하네요.. 그리고 지금은 잘 다니신다니 참만 다행이네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