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슬픈 사랑...??
"저기... 있잖아... 나, 다음 주에 전학 가."
"그래~ ...... 응?!! 뭐?? 전,, 전학이라고?!!"
"계속 미뤘는데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그럼 우리 이제..."
"응, 못 만나. 나, 멀리 떠나."
!!!!!!!!!!!!!!!!!!!
1999년, 세기말의 공포와 밀레니엄 버그의 혼란이 세상을 뒤흔들던 그 때. 초등학교 6학년 짜리 소년의 가슴에는 그 따위 자잘한 두려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슬픔이 차갑게 박혔습니다. 첫사랑이, 너무 소중해서 차마 좋아하노라고 말 한 마디 꺼내보지 못했던 그 첫사랑이, 전학을 가버린 것이었죠. 허무하게 그녀를 떠나 보낸 소년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새우깡도 없이 탄산이 가득한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며, 너무 높아 제대로 부를 수도 없는 야다의 '이미 슬픈 사랑'을 외치며 악 쓰는 일. 그게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습니다.
내 사랑 그대가 날 떠나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단념할께요 마음 편히 가시도록~~ ㅠ_ㅠ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가요? 이별은, 2010년 7월. 미안한 줄도 모르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승단 활동이 어느새 끝나버려 PCX를 돌려줘야 할 때가 된 것이죠. 그렇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청년이 된 소년은 나이를 먹고 시대도 바뀐만큼, 21세기의 새로운 문법으로 억지를 부려봅니다. 아파트가 떠나가게, 큰 목소리를 내봅니다.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 PCX에 처음 올라타던 날.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얇아진 지갑, 375만원, PCX.
혼다코리아는 생각보다 순순히 제 땡깡을 받아줬습니다. 하지만 한 마디 덧붙이네요.
"보자보자... 375만원만 내!"
■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현금 처리 할 건데 어떻게 좀 안 깎아 주시나요...?
이별이고 만남이고 간에,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나날이 얇아져가는 지갑과 출금내역만 쌓여가는 통장을 만지작거리며 우리는 고민해야 합니다. 과연 PCX는 37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 바이크인가?
결론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지난 한 달간 시도 때도 없이 PCX 생각만 하며 내린 답입니다. 아무리 혼다코리아의 노예, 시승단이라지만 너무 일방적인 견해 아니냐고요?
운전자 친화적인 스쿠터, PCX
PCX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아이들링 스탑(공회전 방지, IDLING STOP) 에 관해서는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공회전을 제한함으로써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죠. PCX는 '환경 친화적'인 스쿠터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운전자 친화적'인 스쿠터입니다.
태국의 국가경쟁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세세한 마감처리는 물론이요, 원터치로 간편하게 작동하는 주유구와 트렁크를 보고 있노라면 '아~ 비싼게 값어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혼다 코리아의 한국 시장 개척의 선봉이었던 SCR100과 비교하면 눈물이 날 지경이구요.
어디 이 뿐인가요. 휘발유 1L로 자그마치 43km(제가 실제로 경험한 평균 연비입니다.)를 간다는 사실은 아직도 의심이 갈 지경이고, 14인치 대구경 휠과 듀얼 서스펜션은 125CC 스쿠터라곤 믿을 수 없는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이륜차를 타고 있는 도로의 운전자에게 노면의 충격을 줄여주는 것만큼 고마운 일은 없습니다. 아깝다고 푸념하던 부모님의 한숨이 잦아드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재빠른 스프린터 + 편안한 빅스쿠터 = PCX??
우리나라의 스쿠터 시장은 야마하의 마제스티, SYM의 보이저로 대표되는 준빅스 계열과 스즈키의 어드레스, 킴코의 GP125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프린터 스쿠터 계열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탈 것으로서의 실용적 목적을 아주 조금 누르고 패션과 스타일의 요소를 더하면 야마하 비노 류의 클래식 스쿠터도 무시할 수 없겠습니다만 논의에선 제하겠습니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땐 PCX는 분명히 애매합니다.
거대한 빅스처럼 압도적인 편안함을 보여줄 수도 없고 스포티한 스쿠터들처럼 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나갈 수도 없습니다. PCX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스쿠터'가 되고 마는 걸까요? 단언컨대 그렇지 않습니다. 들짐승에도 날짐승에도 속하지 못하는 박쥐에 머무는게 아니라 둘 모두를 아우르는 '만능 스쿠터'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스프린터 스쿠터의 대표 스즈키의 GSR NEX와 비교해 볼까요?
PCX - 11.7마력 건조중량 126kg 1915 x 705 x 1090 (길이, 폭, 높이)
NEX - 9.3마력 건조중량 115kg 1790 x 665 x 1115 (길이, 폭, 높이)
PCX는 결코 무겁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을 이동하지 못할 만큼 커다랗지도 않습니다. 마력은 11.4마력의 동급 최강 어드레스 보다도 높아 뛰어난 가속력을 보여줍니다. 빅스쿠터류의 장점은 포기했냐구요? 동승자까지 배려한 탠덤시트는 어드레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눈에 띄는 강점이며 14인치 대구경 휠과 듀얼 서스펜션으로 빅스쿠터의 승차감을 따라가려는 노력 또한 돋보입니다.
■ 14인치의 대구경 휠은 두고두고 PCX의 자랑거리가 될 것입니다!
떠나 보낸 첫사랑에게 - PCX 시승기를 마치며
꼬박 사흘 밤낮을 미니홈피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저는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그녀의 미니홈피를. 사진 속의 그녀는 제 기억 속의 소녀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더군요. 예쁜 건 여전했지만... 쪽지를 불쑥 보내도 될지 어떨지 아직도 고민이 됩니다.
PCX를 바라보는 여러분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75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월드컵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치킨으로 따지면... 가만 있자... 너무 많아서 계산이 안 될 정도네요. 정말 어마어마한 액수긴 한가봐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즐거움'입니다. PCX를 타고 어머님 심부름으로 마트도 가고, 출퇴근 시간에 괴로워하지 않으면서 직장에도 갈 수 있었고. 날씨 좋은 날이면 친구들 꼬셔다가 같이 바람 쐬러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습니다. 휴일이면 제 방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는 저인데 말이죠.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으으... 다음 문장을 채 적기도 전에 원성 소리가 들려옵니다. 다른 바이크 타도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제 시승기 꼼꼼히 안 읽으셨죠??? ㅎㅎ) 제가 첫사랑을 만나야만 하는 것처럼, PCX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바이크들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즐거움의 영역이.
■ 진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글에서까지 허풍을 떠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 정말인걸요. 여러 편의 시승기를 통해 소개드렸던 여러가지 매력이 있겠습니다만, +_+ 타보세요! 직접 겪어보세요!! 맘껏 즐기시고 생각하시고, 그리고 뒤에, 제 블로그에 다시 들러 '그 때 PCX 추천해줘서 굉장히 고마웠다고' 인사 남겨 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제 마지막 시승기! 돈도 로그인도 필요없는 추천!해주세요!! ^^ 손가락 꾹@
시승기는 이렇게 끝을 맺지만, PCX와 저의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랑 같이, '안전운전' 하지 않으실래요?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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